말러 - 경계 위의 방랑자 클래식 클라우드 31
노승림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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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말러

저 자: 노승림

출판사: 아르테

 

평소 음악을 잘 듣지 않고 간혹 기분이 울적할 때 찾곤 한다. 음악이 주는 위로는 타인이 주는 것보다 그저 혼자 듣고 있기만 해도 마음에 위로가 된다는 거 놀라운 현상이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나에겐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는 데 오늘음악의 거장인 '구스타프 말러'를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너무 익히 들었던 음악가와 달리 나에겐 생소한 작곡가이며 지휘자인 데 책을 읽는 동안 음악 보단 그의 생애에서 느껴지는 방황과 갈등을 만날 수가 있다. 그렇다보니 난 그가 심취한 음악 보단 '삶'에 더 초점을 맞추면서 읽었다. 말러는 체코에서 태어났으며 유대인으로 어릴 적 아버지가 운영하는 선술집에서 들려오는 악기 연주에 자연스럽게 음향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교육은 엄격함을 강조했고, 정신적 폭력 역시 흔했으며 더 나아가 성인이 봐도 소름이 끼치는 민담집이 교육용으로 팔려 나갔다는 것 이건,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그런 거 같다. 이런 상황에 친모가 낳은 열네 명의 자식 중 병으로 사망한 일도 있었는 데 동생의 시체가 관에 담겨져 가는 것을 본 말러..어린 나이에 이런 충격은 어떤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었을 테다. 음악과 불행이 공존했던 말러의 삶에 유대인이라는 차별에 또 한번 시달리기도 했다. 형편은 어려웠지만 음악에 소질이 있어 음악 학교에 가고 훗날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감독직과 지휘자를 맡기도 한다. 유대인이라는 인종차별을 넘어 말러의 음악은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는 데 그 이면에는 정말 노력과 완벽함이 밑바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음악을 만들지 않았다. 그는 당시 사회가 존중하던 형식을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파괴했고, 촌부들의 세속적인 권주가 혹은 거리의 노래를 서슴없이 음악적 재료로 사용했다.

-본문 중-

 

앞서 적었듯이 말러의 생은 불행과 음악이 아이러니하게 섞어져 있는 데 여기에 완벽하게 하려는 꼼꼼한 성격이 오케스트라 단원들간의 불화를 낳기도 했다. 당시, 오페라궁정음악은 시민들을 위한 것으로 프란츠 요제츠 2세는 음악에 관심이 없으면서도 이어나갔다. 클래식에 대해 문외한이나 음악은 귀족들 사이에서 당연한 모임(사교계)으로 간주되었고 말러가 감독직을 맡은 후 많은 횟수의 공연을 치렀는 데 그만큼 단원들의 고된 연습도 있었다. 여기서, 저자는 적당주의를 의미하는 '슐람페라이' 를 소개하는 데 당시 빈에서 적당주의가 관례처럼 곳곳에 있었는 데 이건 오스트리아 제국이 여러 민족과 국가가 결합되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자연스럽게 음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니, 아무리 시민들이 잦은 공연을 보더라도 수준은 이하였다는 것이며 말러가 맡은 후에는 대충주의는 철저하게 뜯어고치게 된 것이다. '구스타프 말러 룸' 라는 공연장에 휴식 공간이 있는 데 명칭과 어울리지 않는 상황으로 말러는 연주가 시작이 되면 누구도 나가서는 안되었고 설령 늦게 들어오고 싶어도 철저하게 금지시켰다. 그러니 1막을 놓치면 끝날 때가지 기다려야했다는 것, 여기에 막간의 휴식도 없애려고 했다가 겨우 타협을 한 것이 바로 '말러 룸'을 만든 것이다. 본인은 원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도대체 음악은 말러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고통의 근원을 치유하는 것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고통을 주기도 했다고 할 수밖에 없는 삶. 그렇다면 그의 개인적인 삶은 어땠을까?



말러의 아내 알마는 남성편력이 심했는 데 그녀의 소개글을 읽을 때면 기함을 멈추지 못했는 데 말러외에 두 명의 남성이 있었다. 알마 역시 유대인이었으나 반유대인처럼 철저하게 유대인을 무시했으며 작곡가로도 능력은 있었다고 한다. 말러를 만나기 전에도 여러 소문이 있었지만 연상인 말러를 만나 8년동안 나름 두 딸을 낳고 가정에 충실했다. 하지만, 첫 딸의 죽음 때문인지 남성편력이 다시 돋아났고 심지어 말러와 사는 동안에 건축가인 내연남을 두었으며 그 남자가 오히려 말러에게 편지까지 섰다. 이 충격으로 프로이트를 찾아가기도 했다는 데 사실, 말러가 아니라 알마가 가야했던 게 아닌가? 하여튼, 아내의 불륜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첫 번째 내연남을 시작으로 소설가인 베르펠과도 염문이 퍼졌다.

 

그런데 왜 이혼을 하지 않았을까? 사실 모르겠다. 가부장적인 말러에게 자유분방한 알마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말러가 죽을 때까지 결혼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더 충격인 건 말러 사후 알마는 건축가 내연남과 결혼 했다가 베르펠과 여전히 관계를 이어갔고, 심지어 이혼 후 베르펠과 세번째 결혼을 했다. 저자는 알마의 이런 행동(?)에 대해 만약 작곡가로 활동을 했었다면 다른 삶을 살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알마의 행위를 보면 ... 말러가 사망 후 내연남과 결혼 하고 이혼을 하면 다시 말러의 아내라는 호칭으로 사교계에서 활동을 하고, 다시 결혼을 하고 또 혼자가 되었을 때 다시 '말러의 아내'로 돌아왔고, 천수를 누리고 생을 마감했다는 소개에 정말 화가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의 묘지에 말러 이름 외에 불륜남의 이름을 새긴 것을 보면 정상적으로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말러에게 알마처럼 힘겨움을 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도움을 주었던 인물도 있는 데 바로 말러의 여동생 유네스티다. 말러는 작곡을 위해 휴양지로 조용한 곳을 자주 찾았는 데 이를 도와준 게 바로 여동생이다. 복잡한 도시보단 시골과 숲을 찾았고 산책길을 걸었던 말러. 저자가 찾은 말러의 흔적은 대부분 한적한 이런 길이었다. 그가 작곡을 할 때면 집안 고요했고, 심지어 식사 역시 그가 나올 때까지 동생들이 기다릴 정도였다. 늘 자연과 함께 했고, 강에서는 수영을, 숲에선 트래킹을 했었는 데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서 모든 것을 그만둬야 했다. 여기서 말러의 관한 내용은 오로지 알마가 남긴 책인 데 이 또한 자신 위주로 썼고, 다른 사람들의 증언과 맞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사실, 여동생이 썼다면 어땠을까? 더 객관적으로 기록되지 않았을까?

 

권위적이지 않고 모두에게 평등한 음악을, 길거리를 비롯해 어느 곳에서든 음악의 원천을 찾은 '구스타프 말러'.  음악가로서 나에겐 여전히 문외한이나 한 인간으로서 사망하는 순간까지 고통과 방황의 경계선을 걸었던 인물로 남겨졌다.

 

말러의 음악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보이지 않는 저항 정신 때문이다. 그는 고상함의 최고봉을 달리는 오케스트라 무대위에 감히 길거리 집시들이나 쓰는 깽깽이 피들을 초대한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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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브램 스토커 지음, 진영인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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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가 준 오래된 다이아몬드 고리로 묶은 끈이 풀리자 목의 붉은 자국이 드러났다 .

-고덜밍 경, 나 또한 의무가 있네.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의무이자 자네를 위한 의무이고 또 죽은 자를 위한 의무야.

<본문 중>

-호러는 좋아하지 않는 데 <드라큘라>는 읽을 수록 빠지게 된다. 두 번째로 읽은 고전 소설 '드라큘라' 내용은 익히 알고 있음에도 문장과 등장 인물들의 성향이 새롭게 다가왔었다. 조너선이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러 가는 길에 어느 여인이 말리기도 하고 안되니 십자가 목걸이를 주는 묘사에서 다시 한번 긴장감을 가지게 된다. 변호사로 백작을 만나러 가는 조너선은 저택에서 묘한 기운과 거울에 비치지 않는 백작의 모습에서 위협감을 느끼기 시작하지만 이미 이 집에서 나가는 거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이런 상황을 모른 채 그의 약혼녀인 미나는 친구 루시와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루시에겐 이미 세 명의 남성이 청혼을 했으며, 그 중 아서와 앞날을 약속했다. 하지만, 몽유병처럼 저녁이면 밖을 나가는 루시의 증상은 점점 악화되고 수어드 박사의 지인인 반 헬싱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알게 된다. 영화 드라큘라를 보면 공포스러운 이미지로 섬뜩함을 느끼는 데 소설은 오히려 이런 모습을 자제 하고 있다. 아슬아슬한 공포랄까?

-미나와 루시의 편지로 반 헬싱은 조너선을 만나고 그리고 백작이 꾸미는 계획을 무산 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 도전이 시작된다. 이미 알고 있음에도 책장을 빨리 넘기고 싶은 충동이 억제 되지 않는다. 또한, 고전 소설에서 여성의 위치가 대부분 희미했는 데 미나는 조너선의 일기를 읽고 충격에 쌓일 수도 있지만 같이 이겨냈으며 또한, 백작의 피해자가 될 뻔 한 인물로 보호만 받는 여성이 아니라는 점에 더 호기심으로 읽었다. '드라큘라' 를 소재로 영화나 소설로 파생된 작품이 많은데 왠지 그런 복잡한(?) 내용 보단 고전인 <드라큘라>가 딱 내 스타일이라는 점. 두 번에 이어 세 번째 읽는 다면 그때에는 어떤 점을 보게 될지 기대 된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자꾸 오페라의 유령 ost가 떠올랐다.
전혀 무관한데 자꾸 떠오른 건 어두움(?)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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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미술 - 무섭고 기괴하며 섬뜩한 시각 자료집
S. 엘리자베스 지음, 박찬원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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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어둠의 미술

저 자: S. 엘리자베스

출판사: 미술문화

 

미술 관련 책을 보면서 느끼는 건 예술가들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라는 의문이다. 한 작품을 알고 보는 것과 그냥 볼 때는 '이해'에서 큰 차이가 드러난다. 미술 도서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런저런 책을 읽다보니 미술가들이 살면서 눈에 담은 자신의 인생을 화폭에 그려넣었고 때로는 정치와 전쟁을 비롯한 위험한 상황을 묘사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중은 어렵지 않게 당시의 시대 상황을 생각할 수가 있는 데, 난 그렇기 때문에 미술은 글 대신 붓으로 역사를 기록해 놓았다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오늘 더 광범위한 세계로 미술을 알게 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아름답고 관능적이고 탐미스러운 등 인간의 본능과 경외로움을 그려낸 것과 다른 어쩌면 피하고 싶은 어둠을 그려낸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다.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성경을 비롯해 독특한 그림을 보기도 했는 데 다른 시각으론 눈에 보이지 않는 허구를 이렇게 세세하게 묘사를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도서였다.

 

태초에 어둠이 있었다. 우리는 그 어둠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 홀로 있다는 이유만으로 두려운 것은 아니다. 그래, 꼭 그렇지는 않다. 진정 두려운 것은 우리가 어둠 속에 '홀로' 있지 않아서이다.

-머리말 중-

 

이번에 만난 <어둠의 미술>은 첫 장 부터 서늘한 작품으로 시작하는 데 단순히, 아름다움의 반대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어둠을 통해 고통과 경이로움, 창작, 인간의 무한한 창작 등 생각지 못한 부분들이 등장한다. 미술가와 소설가를 포함한 예술가들의 작품은 바로 '고통'을 통해 창조된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인간에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어둠'이 오히려 한 영혼을 구원(창작에 대해서)하기도 한다는 점을 자각하기도 한다. 예술을 통해서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작용해 세상에 남겨진다는 사실이다. 정신적 고통이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건 여러 책을 읽으면서 느꼈지만 이번 책에서 다시 한번 자각한 부분이었다. 뭉크를 비롯해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려 했던 화가 '레옹 스필리에르트' '뭉크' '프리다 칼로'등 익숙한 이름 뿐만 아니라 낯선 이들도 등장하는 데 사실, 미술가들 보다 작품에 더 놀라기도 했다.

 

인간의 잔인함과 사악함을 다룬 예술이 의미 있는 건, 전투나 대량 학살, 성폭해 혹은 좀 더 조용한 위법 행위를 투영한 작품이든 아니든, 이 예술작품들이 결국 논리나 이성, 이념과 분석이 해낼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범죄의 동기를 이해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불가해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심적 부담감이 너무 커졌을 때 예술에서 의미와 명확함을 구하는 일은 요긴하고 또 위안이 된다.

-본문 중-

 

책을 읽다보니..이건 미술 도서가 아니라 오히려 철학이 아닌가 했다. 인간이 가장 꺼려하는 어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아래 작품은 <오스카 츠빈처의 비탄> 그림으로 남겨진자의 감정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바위 자체만으로 무거운데 이걸 또 누르다니....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거 같은 '감정'을 잘 표현해서 페이지를 본 순간 '헉'하고 숨이 멈춰졌다.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이 ... 말이다. 또한, '비탄의 바위' 보면서 느껴지는 건 인간의 고통을 절실히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 그동안 봐왔던 것과 다른 것이라는 생각만 했었는 데 이건 짧은 생각이었다. 또한 동물을 통해 인간사를 비판하기도 하듯이 여러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미술가들은 동물을 탐구하여 작품을 소개하기도 하는 반면 , 더 나아가 각 나라마다 동물이 상징하는 의미도 만들어졌다. 신화와 민화에서 죽음을 비롯해 두려움과 공경을 받기도 하고 이어 어둠과 이어지면서 예술가들의 상상력은 점점 커지게 되었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작품들...보고만 있으면 머리속에서 있지도 않는 소설의 내용이 만들어질 정도로 생생한 색채와 묘사에 빠지게 되는 <어둠의 미술>.조금 더 꼼꼼하게 읽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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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탐정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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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안락탐정

저 자; 고바야시 야스미

출판사: 아프로스미디어

 

탐정소설을 읽다보면 여러 성격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데 그 중 안락탐정 스타일은 자주 접하지 못했다. 그 의미처럼 의자에 앉아 사건 내용을 듣고 추리를 한다는 것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재료다. 어떻게 추리를 해나갈까? 상대방의 말 속에 힌트와 오점을 찾아내 풀어가는 게 안락탐정의 매력 중 하나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책을 만나게 되면 어떤 내용이 있을지 설레일 수밖에 없다. 저자인 '고바야시 야스미'의 책을 찾아보니 소장만 하고 읽은 적이 없어 어떤 문체로 썼는지 궁금하기도 했는 데 우선 <안락탐정>은 독자에게 탐정이 사건을 추리해가는 장면에 빠져들고 물론, 결과 역시 어느 쪽으로든 해결이 된다. 그런데, 마지막 단락에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건 책을 꼼꼼하게 읽었다면 뭔가 미심쩍은 걸 느낄 수도 있었을 테다.

 

책은 총 6편의 이야기로 탐정에게 사건을 말하면 그 즉시 탐정은 추리를 해간다. 물론, 그 옆에는 일을 보조해주는 인물인 '나'가 있는 데 크게 활약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조수로(?) 필요한 존재다. 초반 두 사람의 대화부터 티격태격 하는 모습에서 독특한 관계임을 알 수 있고, 의뢰인의 등장으로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듣고 바로 풀어간다. 사건의 이야기는 그렇게 무겁지는 않으며 독자는 피해자(?)의 상황을 듣고 아마 자신도 어떻게 된 사건인지 머리속으로 정리를 해 나갈 것이다. 첫 번째 단편인 [아이돌 스토커]는 팬의 과한 편지와 사진 그리고 이제는 자택 침입까지 하게 되면서 아이돌 스타를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는 분명 용의자를 찾을 수가 있었고, 두 번째 [소거법]은 누가 봐도 왕따로 회사에서 스스로 그만두게 하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탐정은 이런 간단한(?) 사실을 알면서도 진실을 말하는 대신 그냥 의뢰자의 이야기를 듣고 의뢰한 내용에 해결(?)하는 방법을 택한다.

 

자, 그럼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을 제시하겠네.

왜 내가 내 생각을 자네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거지?

-본문 중-

 


책을 읽다보면 의아한 결과에 놀라기도 하고 때론 앞 전개로 인해 의뢰자에게 일어난 일을 상상하기도 하는 데 [식재료]에서는 정말 아이가 희생된 것일까?..라는 생각에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의뢰인 부부는 아이가 실종 되었는 데 그 장소가 바로 어느 식당이었다. 그곳은 고객이 가져온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주곤 하는 데 그 '재료'의 종류를 다양하다. 심지어 어느 노부인이 데리고 온 애완동물이 모르고 요리가 되기도 했다고 하니...나는 아이 실종이 설마....라고 잔인한 생각을..소설 분위기상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해결이 될 때까지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한 번 나는 탐정이라는 고정적인 틀에 박힌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 이것은 마지막 [모리아티]에서 밝혀지게 된다. 모든 단편을 읽으면서 그래도 해결이 되었다고 해서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너무나 완벽한(?) 해결방법인데...이렇게 독자가 느끼게 할 정도로 문장을 쓰는 것도 작가의 실력이 아닌가 싶다.

 

하여튼 뭔가 남아있던 것을 마지막 단편에서 해결이 되는 데 그동안 조수라고 알고 있던 인물은 조수가 아니라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사람이었고 탐정 사무소 르포를 쓰기위해 이곳으로 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서서히 드러나는(이게 맞다고 해야할지...)탐정의 정체(?). 모리아티는 셜록 홈즈 소설에서 적대 관계로 등장한 인물이다. 그런데, '나'는 모리아티 인물에 대해 추론을 하기 시작하고 사건이 일어나는 그곳에서 늘 홈즈가 있었다는 게 의문이라는 것을 던진다. 누구나 한번쯤 가볍게 생각한 부분인데 갑자기 이런 대화로 시작하기에 뭐지? 탐정에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말이다...어느 정도 궁금증을 풀었지만 역시나 마지막 '탐정의 존재'가 무엇인지 모르겠는 데...이또한 그냥 자연스럽게 수긍을 했다는 점이다. 열린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점도 만족스럽다는 것. 아마, 추리소설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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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서점 이야기 -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 그리고 르네상스를 만든 책과 작가들
로스 킹 지음, 최파일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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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피렌체 서점 이야기

저 자: 로스 킹

출판사: 책과함께

 

인쇄기술이 발달한 이후 책은 누구나(물론 어려운 사람들은 제외)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전에는 어떻게 사람들은 도서를 접하게 되었을까? 오늘 만난 <피렌체 서점 이야기>는 이런 궁금증과 같이 유럽의 혼란스러운 중세시대를 보여주고 그 중심에는 서적상의 왕이라 불리는 '베스파시아노'라는 인물을 소개해 준다. 총명했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빚으로 인해 1433년 11살 나이에 서적상 거리에 있는 한 서점(필사본을 제작해 판매하는 곳)에 조수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서적상으로 능력을 펼치게 되고 피렌체의 경제를 잡고 있던 메디치가가 무너지면서 같이 생을 마감하게 되는 데, 그의 나이 76세로 1498년 7월27일이다. 그가 살아온 삶은 결코 짧지 않기에 저자는 베스파시아노가 사는 동안 피렌체서 서적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동시에 튀르크의 침략 교황과 메디치가의 충돌로 불안하고 폭력, 살인 등 사는 동안 그의 눈앞에서 너무나 많은 일들이 목격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유명한 인물이 아니었기에 어느 기록에 쉽게 찾을 수 없었는 데 1839년 스위스의 한 교수가 발견한 한 권의 책으로 '서적상의 왕인 베스파시아노'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1430년대 피렌체는 어느 유럽보다 문맹률이 낮은 곳이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책을(필사본)을 접할 수 있었는 데,그건 상점들이 있던 거리에는 다양한 가게가 있었고 그 중에는 문구상들이 있었는 데 이곳에서 바로 필사본을 판매하고 있었다. 베스파시아노가 어린 나이에 한 문구상에 들어갔는 데 그가 어떻게 고대 문헌을 비롯해 책들을 접하고 서적상인으로 경력을 쌓은 것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가 처음 책을 판매하는 시점을 비롯해 필사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그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여기엔 코시모 데 메디치와 그의 명석함을 간파한 줄리아노 체리니 추기경, 체리니의 친구인 니콜로 니콜리, 당시 최고의 번역가인 레오나르도 브루니, 피에로 데 파치가, 잔노초 마네티,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도시국가 우르비노 통치자),로렌초 데 메디치(코시모의 손자), 도나토 아차이우울리, 마르실리오 피치노 ,베사리온 추기경 등 학자로서 저명한 인물도 있고 피렌체를 통치한 가문 등 베스파시아노의 고객의 직위는 결코 평범치 않았다. 저자에 의하면 서적상인은 이익만을 추구한 인물이 아니었음을 언급한다. 그는 책을 통해 사람들이 일깨우기를 바라는 컸다는 것을 알려주는 데 유명한 문구인 ' 모든 악은 무지에서 생겨난다'를 쓴 인물이기도 하다.

 

모든 악은 무지에서 생겨난다.

하지만 작가들, 특히 고대의 작가들은 어둠을 몰라내고 세상을 밝게 비춰왔다.

-본문 중(베스파시아노)-

 

이렇게 베스파시아노가 필사본으로 고객들에게 맞춤을 제공할 때 독일 한 곳에서 구텐베르크에 의해 인쇄기가 발명되었다. 하지만 정작 독일 내에서도 인쇄기 활용은 늦어지고 있었는 데 이건 구텐베르크가 자신이 발명한 것을 동업자와 문제가 생기면서 빼앗기고 쉽게 노출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러다 1470년에 가서야 인쇄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는 데 정작 발명가 구텐베르크는 제대로 대우 받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저자는 한국의 금속활자도 소개를 하는 데 " ~한국인의 특별한 발명품으로 보인다" 라는 문구가 거슬린다. 왠지 확실치 않는 표현같아서 말이다. 그저 구텐베르크 보다 먼저 존재했음을 서양에서도 인지했다는 점으로 간주할 뿐이다. 하여튼, 인쇄기 시작 설명과 베스파시아노가 필사본을 만드는 과정을 교차로 보여주는 데 필사본 하면 그저 책을 옮겨 쓴다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당시, 인쇄기술이 없었기에 필사본이 유일한 독서 방법이었고, 누가 필사본을 만들었는지에 따라 명성이 달라졌다. 파피루스에서 양피지로 이어 종이로 필사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흥미로운 데 그건, 기록지의 중요성을 말하기 때문이다. 양피지를 사용한 서적상은 동물 가죽으로 사용했기에 삼나무 향으로 냄새를 제거했고 필경사 역시 최고의 수준으로 사람을 고용하고, 채식사(필사본 한 부분에 삽화를 하는 화가들)를 직접 고용하면서 필사본 한 권을 완성할 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베스파시아노는 단순히 책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에 영향력도 있었는 데 나폴리와 피렌체의 갈등에서 대리인으로 가기도 했었다. 그의 영업은 코시도 메 메디치와 인연이 닿으면서 필사본을 수집하려는 것을 시작으로 메디치 가문과 인연이 닿았으며 우르비노 도시에 도서관 구축을 위해 필사본을 만들기도 했었고, 메디치 가문 역시 수집으로 그의 필사본을 구입하기도 했었다. 동시에 메디치 가문과 적대적인 파치가문과도 작업을 했는 데 대립적 관계인 나폴리와 피렌체 등 베스파시아노의 능력은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않고 필사본을 찾을 때 그를 고용할 정도로 능력이 뛰어남을 다시 한번 알려준다. 책을 읽다보면 중세시대엔 오스만튀르크가 유럽을 침략한 시기도 등장하는 데 메메트가 이탈리아 본토를 정복하면서 분열이 심하던 메디치가와 이 가문을 적대시하던 식스투스 교황은 화해의 손을 잡아 저항을 하기도 했었다. 여기서, 메메트라는 인물은 잔인하지만 한편으로 고대 문헌에 대한 관심은 많았다. 책에서 종종 '플라톤' '오딧세이아' '일리아스' 눈먼시인 '호메로스' ,로마 건국사를 지은 리비우스 등을 소개하는 데 메메트든 교황이든 누구든 필사본을 소장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고, 플라톤 전집을 번역한 브루니로 인해 플라톤의 책은 후세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 하지만, 침략과 살육이 만무하던 그 시대에 베스파시아노가 만든 필사본들은 화재와 무지 속에서 사라진 게 많은데, 그나마 일부는 무사히 이탈리아와 미국 등에 현재 보존 되어 있음을 저자는 알려준다.

 

로마제국 멸망과 1500년도 사이의 천 년 동안 약 1080만 권의 필사본이 서유럽에서 생산되었다. 그중 거의 절반인 490만 권이 1400년대에 필사된 것이고, 그 중 140만 권, 즉 29%는 이탈리에서 제작된 것이다.

-본문 중-

 

만약 이시기에 베스파시아노와 같은 인물이 없었다면 고대 로마사를 비롯한 책들을 만날 수 없었을 테다. 물론, 인쇄기를 사용한 도메니코 수사로 인해 인쇄본이 출간이 점점 퍼져나가면서 남겨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서적상인의 존재는 정말 중요한 인물임은 확실하다. 비록 인쇄본이 서서히 등장하면서 베스파시아노 역시 타격을 받게 되기도 하는 데 피렌체는 다른 지역보다 가장 늦게 인쇄기가 등장했다는 점. 음 이는 로렌초 데 메디치가 크게 관심이 없었기도 했다는 데 인쇄본이라도 해보 오타를 비롯한 문제점이 있었고 이에 반해 필사본은 누구나가 소장하고픈 책을 만들었기에 나 역시도 '필사본'을 요구했을 거 같다. 하지만, 결국 은퇴를 하게 된 서적상인...반대로 도메니코 수사의 인쇄기는 열심히 움직였는 데 초반부터 관심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이 인쇄기로 인해 종교혁명이 일어났음을 알려주고, 특권층만 읽을 수 있었던 책을 누구나 만날 수 있었다(물론, 그 중에는 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서적상인은 이제 작가의 길로 남은 여생을 보내는 동시에 도메니코 수사의 인쇄기를 바쁘게 돌아가는 데 어느 순간 이 수사의 기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데 아마 플라톤 전집을 인쇄하는 것을 무리로 건강이 해친 게 아닐까 라고 저자는 의문점을 설명한다.

 

당시 플라톤의 전집은 종교적으로 비판을 받았는 데 라틴교와 그리스리도교가 나뉘어져 문제가 많았고 여기에 철학자 사상의 영향이 큰 것을 볼 수 있다. 하여튼, 메디치에서 관심을 둔 '플라톤 전집'은 학자인 브루니 번역으로 필사본이 있었고 마르실리오 피치노 학자로 인해 베스파시아노가 추진한 필사본이 완성되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 인쇄기를 이용한 것이다. 종교, 전쟁, 정치 ,경제 등 어느 혼란스러운 곳에서 서적상인 베스파시아노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면 고대 문헌을 지켜냈다. 그렇다고 사는 동안 명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많은 이익을 낸 것은 아니다. 필경사와 채식사 등 고용된 일꾼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재료들을 구입 해야했기 때문이다. 사망 후에도 그저 묘비명에 이름만 적혀져 있을 뿐이었고, 400년이 지나서야 이탈리에서 경의를 표한 '베스파시아노'. 문득,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어느 역사든 기록으로 과거로 올라가는 데 개인이든 한 국가의 역사든 남겨진다는 게 후세에 중요한 것임을 느끼게 했다.

 

마지막으로 베스파시아노는 자신의 전기를 1493년에 완성했고 필사본을 여러 친구들에게 선물했다는 데 여기서 그가 남긴 문장을 적어본다.

 

"기록이 남지 않았다면 위대한 행적이 잊혔을 영웅들의 명성을 보존한 역사가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썼고, 서문에서 '고대와 현대의 작가들이 명사들의 업적을 얼마나 많은 빛을 비추었는지, 그리고 누구도 그들의 행적을 전해주지 않아서 얼마나 많은 이들의 명성이 역사 속에 묻혔는지를 생각하곤 한다" 라고 썼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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