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에디터스 컬렉션 1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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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사양

저 자: 다자이 오사무

출판사: 문예출판사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인간 실격>을 알게 되었다. 작품을 읽기 전까지 너무 익히 들었고, 인연이 되어 읽게 되었다. 읽은 후 호불호가 나뉜다는 말일 절실히 느꼈는 데 처음 읽은 후에는 주인공이 한 없이 답답해 보였지만 곰곰히 생각을 할 수록 한 사람의 좌절스러운 삶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다자이 오사무'인가? 사는 동안 자살 시도를 했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생을 마감한 작가. 거친 문체 대신 부드러운 문장이 오히려 고통을 표현하기에 더 적합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 두 번째로 <사양>을 만나게 되었다. <인간 실격>과 같은 배경으로 삼고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는 역시 암울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이라는 걸 놓치지 않는 소설로 전작이 한 사람의 입장이라면 이번 작품은 한 가족의 시선으로 흘러간다.

 

제목인 사양(斜陽)의 의미는 몰락한 집안과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사양족'이라는 신조어가 당시에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제 2차 세계대전으로 몰락한 집안의 이야기는 친모와 딸 그리고 아들이 등장하는 데 귀족이었지만 재산이 남아있지 않아 모녀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딸인 가즈코는 결혼도 했었지만 이혼과 자식을 잃은 인물로 현재는 친모와 살고 있고, 혈육인 남동생 나오지는 전쟁에 참가했지만 생사를 모른 상태다. 그런데, 두 사람에겐 동생의 실종(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기 때문에)이 편안함을 주는 데 그건 마약과 술을 일삼아 가족을 너무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외삼촌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날 뱀이 나무에 있는 것을 봤다. 오래 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에도 머리 근처에 뱀이 있었기에 가즈코는 불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띄엄띄엄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내게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약한 말씀을 하신적이 없었고, 또 이런 복받치는 울음을 보이신 일도 없었다.

-본문중-

 



두 사람이 같이 있었기에 살던 집에서 이사를 할 때에도 슬픔과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는 데 죽은 줄로 알았던 나오지가 살아 돌아왔다. 전과 변함없이 술로 시간을 탕진하는 동생을 바라보면서 가즈코. 여기서, 소설은 단순히 한 가족이 힘든 시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철학과 여러 작품을 통해 가즈코와 나오지가 전쟁 후 겪어야 하는 감정들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쉽지많은 알았는 데 대략적으로 자신들을 소설에 투영하니 어떤 감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도 하다. 나오지 때문에 힘들지만 대신, 그녀는 나오지와 인연이 있는 우에하라 라는 남성을 알게 된다. 유부남임에도 두 사람 사이엔 묘한 감정선이 흐른다는 것...귀족이었지만 이제는 평민처럼 살아야 하는 이들에겐 현재의 삶을 거부하기 보단 적응하는 것조차 버겁다. 나중에서야 나오지가 왜 그렇게 타인이 볼 때 엉망으로 살았는지...알게 되고 유서로 남긴 편지를 보면서 그의 고통 또한 알게 된다.

 

또한 점점 건강이 약해져 가는 친모...의지할 유일한 가족이지만 가즈코는 이제 독립(스스로를 지키는...)을 해야한다. 소설은 친모의 사망 후 그리고 동생 자살 후 가즈코에겐 우에하라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우에하라와 인연이 닿지 않았으나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기로 한 것은 자신 노력으로 사랑을 쟁취했다는 것 즉, 이건 삶을 스스로 개척해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는 암울하지만 그래도 가즈코의 다짐은 불행에서 희망을 남긴 것으로 책을 덮고서도 마음이 그저 위로가 되었다. 잔잔하고 등장 인물의 감정을 고요하게 보여주는 <사양>을 읽고 나니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이 어떤 세계인지..더 깊이 알고 싶어지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결국 나의 죽음은 자연사야. 인간은 사상만으로 죽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내 도덕적 혁명의 완성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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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오늘의 단어책 - 1일 1단어 1기쁨
수지 덴트 지음, 고정아 옮김 / 윌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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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옥스퍼드 오늘의 단어 책

저 자:수지 덴트

출판사:윌북

 

언어란 무엇인가? 세종대왕의 업적 중에 한글은 으뜸 중에 으뜸이다. 또한,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건 모국어를 잘 알아야 타인에게 제대로 의사 전달을 할 수 있다. 영어는 세계 공통어로 쓰이고 있는 만큼 모국어로 쓰는 곳도 있고 제 3국에서도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역사를 보면 프랑스어가 귀족 언어이고 영어 그렇지 않았는데 사실, 얼마나 많이 사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당시 고급 언어라 했어도 영어만큼 쓰이지 않는 프랑스어를 보면 아이러니 하다. 이처럼 단어는 사용하면 할 수록 남겨지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는 사라진다. 한글 역시 새로 국어사전에 등록된 단어들만 해도 전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인데 시대 흐름에 따라 사용되어지고 도태되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오늘 만난 <옥스퍼드 오늘의 단어 책>은 단어책이라고 하나 어원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어지는 단어가 과거엔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쓰여진 것을 보면 '의미'부여라는 게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이니 수지 덴트는 어릴 적 부터 단어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상품 뒷면에 있는 내용을 읽기까지 했다는 데 어릴 적 부터 '단어'에 관심이 많았던 거 같다. 책은 1년을 나뉘어서 그 안에서 다시 한번 나뉘어져 설명 하는 데 기존에 알았던 뜻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데 그렇다고 흡수를 하기 보단 '역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중 헬스장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운동을 하는 곳으로 생각하고 맞다. 그런데 어원은 아테네 철학 학파와 무관하지 않는 데 걸어다니면서 가르치는 걸 좋아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든 소요학파와 관련이 있었고 더 나아가 아름다운 신체 역시 지적 능력과 동등하게 중시했기에 체육은 핵심 과목이었다. 그러니, 헬스장을 뜻하는 gym은 고대 그리스에서 아주 중요한 건물이었다는 것! 지금 생각해보니 전혀 연결이 되지 않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단어의 중요한 요소만 남았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중장비를 뜻하는 불도저 역시 어원은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폭력배를 뜻했지만 미국 정치의 한 사건으로 시간이 흐른 후 사람이 아닌 사물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무조건 앞으로 밀고나가는 불도저..이를 사람에게 비유하면 어떤 의미로 전달되는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테다. 또한, 계절 중 가을은 두 단어가 있는 데 영국은 autumn 을 미국은 fall를 사용하는 데 영국이 사용하는 단어는 프랑스에서 나온 것으로 아름답고 위엄있게 느껴지기 때문에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언어가 주는 이미지로 선택한 단어들..이 외에도 강도을 뜻한 heist의 어원, 지혜와 양심을 뜻하는 inwit(wise),재즈 시대를 풍미하는 것으로 멋짐을 듯한 cool 등 익숙한 단어도 소개하지만 생소한 단어다 있다. 그러니 공부하는 마음으로 보기 보단 어원을 알아가는 것으로 봐야 책이 어렵지가 않다.

 


또한 영어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되는 도서다. 영단어를 공부하다 보면 비슷한 의미를 주는 접두사와 접미사를 보기도 하는 데 여기에 더 넓은 의미로 설명을 하고 있다.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영어를 공부한다면 읽어보기를 추천 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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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
구마 겐고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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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

저 자: 구마 겐고

출판사: 나무생각

 

건축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책이 서점에 있으니 그 해답을 찾을 수가 있는 데 오늘 읽은 <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을 읽으면서 한층 더 건물이 인간에게 무엇을 주고, 생각하게 하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카페를 가더라도 음료도 중요하지만 여기 못지않게 인테리어도 한 몫을 한다. 독특한 건축이 많다보니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피드를 보고 가보기도 했다. 왜 그럴까? 왜 인간은 새로운 건축을 볼 때 평소 생각하지 못한 깊은 내면의 감정(?)들을 끌어올리게 한다. 나 역시 관심은 많지만 딱히, 설계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접 도면을 그리는 등 관련 된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보고만 있어도 인간의 무한한 능력이 어디까지 향해가는가 라는 생각이 스친다. 일본을 비롯해 세계에서 명성을 알린 '구마 겐고'는 안도 다다오와 같이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이다. 전에 저자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 데 오늘에서야 어떤 건축가인지 알게 되었다.

 

구마 겐고는 건축가다 그리고 글도 쓴다. 이는 자신을 돋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을 대표하는 건축가와 달리 자신만의 신념으로 건축가로 살면서 해온 일, 자신의 잡음투성이(건축가로서) 인생에서 발견한 것을 돌아보고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중국인들과 같이 어울렸고, 특이하게 크리스트교 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구마는 여기서 일본 문화(?)와는 다른 것을 어릴 적 부터 겪었기 때문에 건축에서도 상자안에 있는 게 아니라 외부의 것을 생각하고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책을 읽기 전 까지 건축에 대한 내용이라 생각했었는 데 철학, 예술, 경제 ,정치 등 건축에 비유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정치에 건축이 관여가 된다는 것 역시 알려주는 데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일 관계를 위해 일본의 전후 모더니즘 건축을 밀어붙였다는 의견이 있다고 한다. 단순히 두 나라의 관계 뿐만 아니라 중국 만리장성 근처에 있는 호텔 '대나무집'을 건축하면서 중일 관계 역시 달라졌다는 점이다.

 

어떤 장소, 어떤 나라에서도 직접 기술자와 대화를 나누어보고 그 장소에만 존재하는,

그 장소에서만 가능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본문 중-

 


그렇다면 어떤 건축을 하는 것일까? 책은 1기에서 4기로 건축가로 살아온 시간을 나눈다. 1기는 뒤죽박죽이라고 저자가 말하지만 나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고 2기에서는 1990년 일본 버블 경제가 무너지면서 사무실을 닫게 되었는 데 여기서 포기한 것이 아니라 큰 건축이 아닌 작은 건축으로 시선을 돌리고 이로 인해 기존에 알지 못한 건축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되었다. 일본 지역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 마을에서 의뢰 된 마을 극장을 지어달라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의뢰비는 2억 엔...그런데 실제로 설계를 하니 20억 엔이 필요했었다. 구마는 여기서 한도내에서 해야하기에 가장 먼저 불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한 장소는 다양한 쓰임새로 그리고 주위 자연 환경과 어울리게 최대한으로 했는 데 성공했다. 이것을 계기로 나무로 지은 '히로시게미술관' 중국 만리장성 앞에 세워진 '대나무집'이 지었는 데 위 두 건축으로 구마 겐고의 3기 인생은 세계로 명성은 뻗어나갔다. 버블 경제로 힘든 시기였지만 그 시간만큼은 자신에게 귀한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책을 읽다보면 구마의 건축은 화려함이 아니다. 그는 그 나라의 지역게 맞게, 재료와 자연 환경을 생각한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중국 '대나무집'은 중국 대나무를 사용해 지었다는 데 균일한 크기인 대나무로 지어야 했는 데 그곳의 나무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은 중국이다. 차이가 다른 대나무들로 진행했고 역으로 성공했다는 것. 단순히 성공이 아니라 베이징 올림픽 홍보 영상으로 이곳이 촬영하게 되면서 세계 각지에 있는 중국인들로부터 의뢰를 받게 되었다. 그 장소에 존재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건축의 기본이라는 구마 겐고. 그리고 또 다시 변화의 바람을 맞아야만 했는 데 바로 코로나 시대다. 전 세계의 모든 것(경제,문화 등)을 멈춰버린 무서운 사건이었다. 도쿄,파리,베이징,상하이 등 사무실을 두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원격을 이용한 네트워크로 업무가 바뀌고, 한 직원으로 작은 구마랩(구마연구실)의 위성 사무실이 만들어지면서 그 지역 주민들과 관계성 또한 가까워지는 장점도 생겨났다.

 

 

구마 겐고의 성공은 시대가 요구하는 건축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앞서 적었듯이 그는 그 지역의 특색과 어울리는 것을 원칙으로 했었다. 실패도 있었다. 버블경제가 오기 전 셰어하우스 전의 코퍼레이션 하우스를 몇몇 동료들과 시도로 구입한 땅이 가격 폭락으로 투자한 자들은 파산 신고를 하거나 자살을 한 이들도 있었다. 동료를 그렇게 잃는 다는 것 너무 끔찍한 고통이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사유'와 할 수 있는 '안전'함이 결코 행복이 아님을 깨달았다. 엥겔스의 말까지 등장하는 데 중요한 건 구마는 현실에서 그냥 무너지지 않고 반드시 길을 찾는 다는 사실이다. 대형 건축 못지않게 작은 건축의(적은 비용이 드는 것) 중요성을 말하고, 이를 장편,단편소설에 비유하면서 본인은 지방과 작은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보람이 있고 확실한 결과물을 남길 수 있어 이를 선택한 이유를 말한다. 하지만, 빛나는 보석은 어디서나 빛을 발하기 마련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국립경기장 설계를 그가 하게 되었다. 공모전으로 다른 사람이 선정 되었지만 비용증가와 주변 환경과의 조화로 비판 받으면서 다시 공모전을 열었고 이때 구마 겐고가 선정이 된 것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친구였고, 선배 건축가들을 과감하게 비판하고, 작은 건축의 중요성을 깨닫고, 건축가이면서 작가인 구마 겐고. 이 책을 읽다보니 설계는 시각으로 보는 편리함과 아름다움이 아닌 반드시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걸 알았다. 저자의 결과물(건축)을 책에서 만났지만 동시에 철학을 만나는 느낌이 든 도서였다는 점. 다른 도서들은 어떨지...읽어 보고 싶어진다.

 

 

나무를 건축에 사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재가 바뀌는 것일 뿐 아니라

방법이 바뀌고 건축의 철학이 바뀐다는 것이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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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여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4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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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몸과 여자들

저 자: 이서수

출판사: 현대문학(핀시리즈 44)

 

 

 

최근 SNS에서 드라마 한 부분을 보여주면서 만약 저 상황이 남탕이 아니라 여탕이었다면 신고가 들어갔을 거라는 장면으로, 여주인공(아마도)이 화가난 상태로 누군가를 만나러 남탕을 당당하게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남성의 나체 노출은 아무 문제 없이 보면서 왜 여성 나체가 나오면 사람들은 성적 대상으로 보게 될까? 또한 오래 전 폭력으로 시체나 다름 없는 사진 한 장과 한 모델 여성이 수영복 차림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어느 사진이 더 자극을 주는지 물음표를 던진 것을 봤다. 과연 사람들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먼 옛날 과거부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신체를 비롯해 정신과 감정마다 수동적으로 만드는 문화로 인해 한 사람의 주체적 삶을 살지 못했다. 해외의 선진국을 보더라도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나름 지식인들과 경제가 발전했음에도 많은 변화가 없음에 놀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핀시리즈 44번째 도서인 <몸과 여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기존에 알았던 문제점을 비롯해 다시 한번 '여성'이라는 존재에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은 두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먼저, 화자인 '나'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서 시작이 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유난히 몸이 삐쩍 말랐는 데 다른 아이들처럼 살이 찌지 않았다. 본인은 괜찮았지만 친모를 비롯한 타인들은 '앙상한' 몸을 걱정했고 이런 시선들이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 의해 어떤 존재라는 것을 인식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 멘스하는 친구와 달리 하지 않았고, 중학교 들어가서는 다들 사춘기가 와서 신체 변화가 있었지만 자신에겐 그 어떤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사회는 여성에게 요구하는(?) 몸이 있었다. 친구들이 멘스를 할 때 꼭 해야하나? 신체 변화가 없어도 괜찮지 않나? 그래도 남들과 다른 몸이라도 '나'는 괜찮았다. 그러나 10대를 넘어 20대가 되면서 상황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섹스를 원하는 남자친구와 잠을 자는 것 조차 원하지 않았는 데 이건 어떤 정신적 문제가 아닌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키고 싶을 뿐인데 굳이 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것인가? 의문을 던진다.

 

 

내 몸은 인격이 있어

내 몸은 존중받아야 해

내 몸은 나조차 함부로 할 수 없어.

-본문 중-

 

남성이 강압적으로 관계를 하더라도 사귀는 사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대, 화자는 현재는 아니나 자신이 겪었던 과거의 일이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잘못되었음을 고백한다. 회사에서 성희롱을 남발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그때, 참다 잘못된 점을 말해버린 순간 역으로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사회에서 그녀는 살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몸에 대한 주체성을 잃지 않았다. 이어, 또 다른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화자의 친모의 이야기로 딸과 달리 어릴 적 부터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신체가 빨리 성장했기에 이런 점이 더 독이 되었다. 학교를 보내주지 않아 집에서 도망쳤지만 너무 고되게 살았고 친부가 찾아내 시집을 보내 딸 둘을 낳았다. 친모 역시 여성이다. 본인 역시 주체성이 없었을까? 결혼한(화자) 딸이 이혼을 한다고 했을 때 '이혼한 몸'으로 어떻게 살거냐는 질문을 했다. '몸' ... 그녀 역시 사회에서 여성을 향한 인식이 심어져 있는 말이 나와버렸다.

 

 

엄마, 나는 내 몸이 아니라 그냥 나야.

나는 내 몸으로 말해지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행하는 것으로 말해지는 존재야

-본문 중-

 

 

 

그러나 친모 역시 나중에서야 딸의 생각을 알게 되었다. 자신처럼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세상이 정한 기준이 인생의 답이 아니기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두 모녀의 삶이 다르지만 그래도 여성이라는 공통점에 받아야 했던 고통이 보여진다. 타인에 의해 자신이 누구인지 정해져야 하는 건 있을 수가 없는 데 그렇게 살아왔다는 사실 말이다. <몸과 여자들>은 쉽지 않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이었지만 생각할 무게가 많았다는 것. 그 누구도 '화자'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타인을 내 생각에 맞춰 판단하는 건 오류다. 소설은 주인공이 화자가 나이가 들어 자신의 생각이 여전히 변함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 마무리가 되는 데 책 소개에서 결말이 희망적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난 왠지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화자와 다른 삶을 살면서 행복이고 자신을 위한 것이라 하겠지만 중요한 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주인이 되어 살아간다는 공통점이라는 사실이다.

 

 

사랑은 어떤 이의 일생 전체에 걸쳐서 유지되는 감정이 아니라, 메타세콰이아 길을 걸을 때,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간 커피를 마실 때, 명동 시내 한가운데 아름답게 꾸며놓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때 곁에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사이에 스치고 지나가는 찰나의 것이라고요.

 

그러나 혼자 있을 때 자신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사랑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게 고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기꺼이 혼자가 되는 편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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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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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시어머니 유품정리

저 자; 가키야 미우

출판사: 문에춘추사

 

책을 읽기 전 '유품정리' 단어가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작년 부터 유난히 '죽음'에 대한 책이나 생각이 많아져 책을 읽기 전 무거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유품정리를 한다는 건 한 사람의 삶을 보는 것이며 마지막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알게 되니 아쉬움, 미안함, 후회 라는 모든 감정을 들게 한다. 오늘 만난 <시어머니 유품정리>는 생각했던 것 만큼 슬프거나 무겁지 않아 사실 읽을 때 한시름 놓았던 도서다. 그렇다고 가볍다는 것 절대 아니다. 소설이지만 떠난 자와 남은 자들의 입장을 여러가지 사연으로 묶어 놓아 사람 살아가는 건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과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등 평범하면서도 생각할 것을 주는 책이다. 주인공 모토코는 시어머니의 장례식 이후 유품정리를 하러 살았던 그 집으로 가고 그곳에서 시어머니과 평소 왕례가 있던 이웃을 만나고, 자신하고는 어긋나기만 했기에 불편했었다. 하지만, 이건 타인을 몰랐기 때문이라는 것...아님, 너무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 마음이기도 하다.

 

남편은 야근과 늦은 퇴근으로 평일에 모토코가 정리를 해야하는 데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4층에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렇다보니 물건을 정리할 때 일일이 다 층계로 내려와야하고, 재활용품은 지정된 날짜에 버려야 하고, 대형 물건 역시 폐기업체에 연락을 해야하고..정말 일이 너무 많다. 여기서 일본 대중 교통비는 한국과 다르게 상당히 비싸서 어디를 이동한다는 건 쉽지 않다. 이 부분 역시 책에 등장하는 데 시어머니와 따로 살고 있어 대중교통으로 가야 한다. 그 차비와 또 업체에 맡기려니 거의 천만원이 드니 포기하고 직접 정리를 하게 된 거다. 뒤늦게 남편이 주말에 도와주고 하는 데 처음 혼자 이 집에 갔을 때 코타츠가 따뜻했고, 다음엔 냉장고에 있는 썩은 야채와 화분에 있는 흙이 없어졌다. 도대체 누가? 도둑이라고 해봐야...가져 갈 게 있을까?

 

그런데 어머니는 인생이

즐거웠나요?

어머니는 유품뿐 아니라 추억도 적어요.

그런데 나는 시어머니와의 추억은 많아요.

그 대대분이 화가 나는 일이라고 해도요.

-본문 중-



이런 의구심을 가지고 정리를 하다가 이웃인 사나에라는 여성이 시어머니가 키웠다던 토끼 한마리를 건넨다. 잠깐 맡아두었다는 데..정말인지 의심이 들고, 막상 데려가자니 제대로 돌보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이 또 머리가 아프다. 하여튼, 이런 인연으로 사나에와 알아가고, 여기에 단노라는 여성을 또 알게 된다. 적극적으로 유품정리를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데 모토코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가 없을 뿐더러 차츰 시어머니가 어떤 모습으로 이곳에서 살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책은 모토코의 시선이 100% 인데 너무 물건이 많아 정리가 힘든 시어머니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모는 타인에게 절대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병을 알았을 때 이미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오히려 친모의 장례식 이후 정리할 물건이 없어 두 사람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웃들을 만나고 시어머니가 아들을 비롯해 며느리 그리고 손자들이 자신의 도움없이 반듯이 살아가는 것임을 알았기에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던 것을 알았다. 동시에, 친모 역시 시어머니였을 텐데 유품정리를 하면서 반대로 올케는 시어머니(모토코의 친모)와 좋지 않았나 했지만 막상 들어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자신에게는 완벽한(?) 엄마라 생각했지만 그 모습에서 다른 사람은 아니었다. 이런 소소한 생각을 유품정리를 하면서 자신의 가족과 시어머니 그리고 배우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남편 역시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추억이 담긴 물건을 가져오면서 달라졌다는 점이다. 타인과를 거리를 두는 게 상책이었으나 부부는 맞벌이 부부로 늘 혼자 있는 옆집 아이에게 손을 내밀기도 하는 데 사람에게 변화는 큰 사건이 아니라 작은 일상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해주었다.

 

읽기 전에는 마음이 힘들거라 했는 데 막상 읽고, 완독하고 나니 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곰곰히 생각을 하게 한 도서였다.

 

착실하게 사는 것 같고, 손자 둘도 똑바로 대학을 나와 취직도 했다.

그러니 걱정할 게 없다는 게다.

세상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걱정스런 자식과 손자를 가진 사람이 많이 있단다.

그러고 보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본문 중-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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