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여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4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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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몸과 여자들

저 자: 이서수

출판사: 현대문학(핀시리즈 44)

 

 

 

최근 SNS에서 드라마 한 부분을 보여주면서 만약 저 상황이 남탕이 아니라 여탕이었다면 신고가 들어갔을 거라는 장면으로, 여주인공(아마도)이 화가난 상태로 누군가를 만나러 남탕을 당당하게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남성의 나체 노출은 아무 문제 없이 보면서 왜 여성 나체가 나오면 사람들은 성적 대상으로 보게 될까? 또한 오래 전 폭력으로 시체나 다름 없는 사진 한 장과 한 모델 여성이 수영복 차림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어느 사진이 더 자극을 주는지 물음표를 던진 것을 봤다. 과연 사람들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먼 옛날 과거부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신체를 비롯해 정신과 감정마다 수동적으로 만드는 문화로 인해 한 사람의 주체적 삶을 살지 못했다. 해외의 선진국을 보더라도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나름 지식인들과 경제가 발전했음에도 많은 변화가 없음에 놀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핀시리즈 44번째 도서인 <몸과 여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기존에 알았던 문제점을 비롯해 다시 한번 '여성'이라는 존재에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은 두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먼저, 화자인 '나'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서 시작이 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유난히 몸이 삐쩍 말랐는 데 다른 아이들처럼 살이 찌지 않았다. 본인은 괜찮았지만 친모를 비롯한 타인들은 '앙상한' 몸을 걱정했고 이런 시선들이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 의해 어떤 존재라는 것을 인식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 멘스하는 친구와 달리 하지 않았고, 중학교 들어가서는 다들 사춘기가 와서 신체 변화가 있었지만 자신에겐 그 어떤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사회는 여성에게 요구하는(?) 몸이 있었다. 친구들이 멘스를 할 때 꼭 해야하나? 신체 변화가 없어도 괜찮지 않나? 그래도 남들과 다른 몸이라도 '나'는 괜찮았다. 그러나 10대를 넘어 20대가 되면서 상황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섹스를 원하는 남자친구와 잠을 자는 것 조차 원하지 않았는 데 이건 어떤 정신적 문제가 아닌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키고 싶을 뿐인데 굳이 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것인가? 의문을 던진다.

 

 

내 몸은 인격이 있어

내 몸은 존중받아야 해

내 몸은 나조차 함부로 할 수 없어.

-본문 중-

 

남성이 강압적으로 관계를 하더라도 사귀는 사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대, 화자는 현재는 아니나 자신이 겪었던 과거의 일이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잘못되었음을 고백한다. 회사에서 성희롱을 남발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그때, 참다 잘못된 점을 말해버린 순간 역으로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사회에서 그녀는 살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몸에 대한 주체성을 잃지 않았다. 이어, 또 다른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화자의 친모의 이야기로 딸과 달리 어릴 적 부터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신체가 빨리 성장했기에 이런 점이 더 독이 되었다. 학교를 보내주지 않아 집에서 도망쳤지만 너무 고되게 살았고 친부가 찾아내 시집을 보내 딸 둘을 낳았다. 친모 역시 여성이다. 본인 역시 주체성이 없었을까? 결혼한(화자) 딸이 이혼을 한다고 했을 때 '이혼한 몸'으로 어떻게 살거냐는 질문을 했다. '몸' ... 그녀 역시 사회에서 여성을 향한 인식이 심어져 있는 말이 나와버렸다.

 

 

엄마, 나는 내 몸이 아니라 그냥 나야.

나는 내 몸으로 말해지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행하는 것으로 말해지는 존재야

-본문 중-

 

 

 

그러나 친모 역시 나중에서야 딸의 생각을 알게 되었다. 자신처럼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세상이 정한 기준이 인생의 답이 아니기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두 모녀의 삶이 다르지만 그래도 여성이라는 공통점에 받아야 했던 고통이 보여진다. 타인에 의해 자신이 누구인지 정해져야 하는 건 있을 수가 없는 데 그렇게 살아왔다는 사실 말이다. <몸과 여자들>은 쉽지 않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이었지만 생각할 무게가 많았다는 것. 그 누구도 '화자'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타인을 내 생각에 맞춰 판단하는 건 오류다. 소설은 주인공이 화자가 나이가 들어 자신의 생각이 여전히 변함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 마무리가 되는 데 책 소개에서 결말이 희망적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난 왠지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화자와 다른 삶을 살면서 행복이고 자신을 위한 것이라 하겠지만 중요한 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주인이 되어 살아간다는 공통점이라는 사실이다.

 

 

사랑은 어떤 이의 일생 전체에 걸쳐서 유지되는 감정이 아니라, 메타세콰이아 길을 걸을 때,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간 커피를 마실 때, 명동 시내 한가운데 아름답게 꾸며놓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때 곁에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사이에 스치고 지나가는 찰나의 것이라고요.

 

그러나 혼자 있을 때 자신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사랑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게 고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기꺼이 혼자가 되는 편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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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있어 - 은모든 짧은 소설집
은모든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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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선물이 있어

저 자: 은모든

출판사:열린책들

 

아직 겪지 않은 감정을 구체적으로 그려 볼 수 있는 것은

그동안 그 같은 감정이 번갈아 찾아오는 일이 찾았던 탓이었다.

-본문 중-

 

제목을 보고 어떤 선물이 있는 것일까? 짧은 단편집으로 누군가를 설레게 하는 단어로 궁금한 도서였다. 장편과 다르게 단편은 짧은 문장안에 감정과 심리묘사,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저자에 대해선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 데 책을 읽으면서 동일 인물(?)이 여러 단편에서 등장하지만 결코 같은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름을 메모하면서 어떤 관계인가...생각하면서 읽었는 데 달랐고,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라 생각할 수 있는 단편도 있지만 음 마지막 소설까지 읽고 작품 해설을 읽으니 또 다른 세계(?)라는 점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소설이 SF냐? 그것도 아닌 데 단편 <오프 더 레코드> 이후로 왠지 등장 인물들이 누구에게나 쉽게 보이지 않는 문(?)을 통과해 다른 시간에 존재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선물이 있어> 첫 단편은 현실적인 내용으로 악착같이 돈을 버는 여성이 타인에게 받은 작은 선물로 마음에 작은 빛이 드는 이야기다. 살아가면서 행복을 느끼는 건 특별한 일이 일어나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작은 일이라도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이 단편에서 알려준다. 아들을 둔 한 아버지는 아들과 약속한 것을 잊어버린 탓에 자식과 소원해졌고, 뒤늦게 실수를 알게 되면서 요즘 아이들의 맞춰 '세 글자'로 아들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이어, 정보요원 3기를 뽑아야 하는 데 더 이상 인재가 없어 고민하는 요원들의 이야기는 황당하면서도 요원으로 발탁된 이들 역시 인간이라...자신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결국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영화가 너무 요원들의 이미지를 고정시키게(정의롭게...) 만들어서 그런지 나열되는 요원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임무에 충성하다는 게 쉽지 않구나 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잠시 스친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오프 더 레코드> 이후로 뭔가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 시작하는 데 심리 상담사인 심원장을 등장시켜 인터뷰를 하면서 원장이 겪은 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 어느 날 사무실로 들어가니 머리를 감아 올려 비녀를 꽂은 여인이 있었는 데 그녀가 입은 코스튬(시대를 알려주는 무대 의상 같은 것) 역시 평소 입은 것이라고 하니 시간을 초원해서 아마 이곳(현대)에 온 거 같았다. 그렇다면 어디로? 원장은 그저 여인의 이야기를 곰곰히 듣기만 하다 원하지 않는 혼인에 친모가 들려준 그 집에서 누구도 알지 못하는 문이 있다고 꼭 그 문을 찾으라고 한다. 그래야만 힘든 시집살이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이며 그녀의 어머니 역시 그랬고, 그 위 어머니도 그랬다는 점이다. 와~여기서 이거 뭐지? 단편으로 짧막하게 끝나 아쉬웠는 데 이 단편을 살짝 섞은 이야기가 그 뒤에 등장하면서 등장 인물들에 집중하게 되었다.

 

뭔가 큰 사건을 일어나지는 않지만 이 문을 통해 누군가는 현대에 와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도 더 이상 행복함을 느낄 수 없는가 반면, 어떤 이는 우연히 찾은 할머니 시골집에서 과거의 어느 시점을 보여준 그 문으로 인해 과거를 계속 후회하기 보단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게 최선임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은 살면서 후회를 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책은 은하,민주,선주 이름이 등장하는 데 단편마다 다른 분위기로 나오지만 음, 마치 한 인물 같은 느낌을 들기도 한다. 하여튼, 은하의 이야기 중 혼자 여행을 가려고 숙박을 알아보다가 몇 년 전 죽었던 친구의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혼자 숙박을 하게 되는 데 마치 그 시간이었던 것처럼 낡은 방 열쇠를 받았다. 마치 무엇인가를 아는 것처럼 그 다음은 죽었을 그 친구에게 전화했고 '너를 믿는다'라는 말을 하며 절대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라는 그 말...어떻게 되었을까? 이미 시간은 흘렀기에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그저, 미안한 마음을 덜어낼 수 있는 것 뿐이었다.



<선물이 있어요> 누구나,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뭔가 특별한 것은 없는 데 생각해 보면 살아가는 게 우리에게 특별한 일이다. 타인을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 아픔과 위로 등 모든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데 이 책은 잔잔하게 그런 감정들을 알려준 도서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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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양세화 지음 / 델피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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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감정적 / 저 자: 양세화 / 출판사: 델피노

 

감정은 찰나에 불과합니다.

똑같은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끼긴 어려워요.

감정은 익숙해질수록 무뎌지니까요.

-본문 중-

 

누구에게나 감정과 이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인격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존재인 데 때로는 감정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오늘 만난 <감정적>은 감정에 삶에 무엇을 주는지...결여 되었을 때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복잡하지도 무겁지 않게 흘러가는 데 주인공 도담은 어느 날, 낯선 골목길에 들어서면서 현재와 다른 세상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있었는 데 현실과 다른 너무 평온해 보이는 세상이었다. 그렇다면 도담은 이곳에 왜 오게 된 것일까? 낯선 곳에 도착한 도담을 안내하는 사람과 관리자 그리고 앤 이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고 현재 서 있는 곳은 현실과 이어져 있다는 것 그러나, 그 이어짐은 과학적으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닌 오로지 '감정'으로 연결 되어 있는 곳이다.

 

도담이 도착한 이 세계는 현실과 이어져있다고 했다. 도담 뿐만 아니라 먼저 정착한 앤, 관리자, 사장 등 이들은 이곳에서 현실에서 감정을 잃어버린(슬픔과 좌절 등) 사람들을 맡아 그들이 좌절했을 때 직접적으로 감정을 제어하기보단 간접적으로 힘을 낼 수 있도록 적당한 양의 '끈끈이'를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기구에 넣고 그 결과로 별사탕이 만들어진다. 양에 따라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감정을 좌우하는 여러가지 색상이 있고 이를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그들의 삶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도와주는 이곳의 사람들 앤, 관리자, 사장은 누구이며 어떻게 이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은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알려지는 데 도담 역시 궁금하면서도 오로지 감정을 채우면 현실로 갈 수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인데, 반대로 감정이 비어졌기에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던 도담이다.

 



모든 게 균형 잡히면서 흘러가는 이 세상이 어느 날 무너지기 시작했는 데 그건, 바로 별사탕의 남용이다. 돈 대신 별사탕으로 운영이 되는 세상. 어느 날 갑자기 이곳의 사람들이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가는 횟수가 잦아졌다. 즉, 균형이 흔들리는 것인데 그건, 현실 속 사람들 감정을 제어 해주는 이들이 줄어드니 슬픔에 빠져드는 감정들을 조절할 수 없어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밝은 빛만 있을 거라 생각한 이곳에 어두운 구멍이 발견되고 점점 커지면서 이곳에서 동료인 앤, 지용과 함께 그 원인을 찾기 시작하는 데 전혀 예상치 못한 또 한 명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이미, 지용과 안면이 있던 용이라는 소년을 통해 이 세계가 아이들을 위한 곳이었음을...두려움 없이 뛰어놀수 있던 곳이라는 점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이 세상에 사라질까 걱정을 했던 도담과 앤..그러나 이들은 이곳의 시작을 알게 되고 오로지 감정으로 만들어진 이곳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이어 서서히 이곳을 떠나는 지용과 앤과의 이별 준비를 앞두고 있다. 비워진 감정을 채우더라도 현실 세계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으며, 독자에게도 와닿는 문장이었다. 용기를 얻으면 그 힘을 반동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그 힘을 유지하면서 살아 가는 게 삶이다. 이 세상에 온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처한 상황에 더 이상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았기에 자신도 모르게 이곳으로 왔다. 그리고 , 힘을 얻고 이제 원래의 삶으로 가야 한다. 또한,이곳으로 온 순간부터 본래의 삶은 멈추게 되니 아무리 이곳에서 몇 년을 살더라도 저쪽의 삶은 그대로인 건 아마, 그 고된 시간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순간을 산다는 느낌, 오랜만에 느낀 감정에 나는 마음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고 잠깐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의 시계가 다시 움직였을 것 같다고.

-본문 중-

 

누구나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인생으로 살아갈지는 모른다 그저, 자신이 선택한 그 시간에 미래가 결정되는 것인데 분명 그 선택에 무너지고 좌절을 할 수도 있을 테다. 다만, 그때 자신의 감정에 너무 몰입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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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궁궐 기담
현찬양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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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 저 자: 현찬양 / 출판사: 엘릭시르

 

불길한 것의 이름은 부르는 게 아니야. 무엇이라고 부르면 무엇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진짜 이름을 불러주면 안 돼.그래서 별명을 부르는 거란다.

-본문 중-

 

[궁녀 규칙 조례] 라고 들어 본 적이 있나? 오늘 만난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왕과 왕비가 아닌 궁녀들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흘러가고 또 그 안에서 기이한 사건이 넘쳐나는 책이다. 읽기 전에 대략 예감은 했었는 데 다 읽고 나서 '기이한 이야기' 그 자체구나...권선징악이라고 할 수도 없는 흐름에 놀라면서 인간이 만든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건 결국 그것에 대한 '믿음' 이 생기기 때문이란 걸 생각하게 되었다. 먼저 소설은 궁녀인 노아와 백희의 대화로 시작을 한다. 고려가 무너지고 조선이 이 땅에 세워진 지 5년도 안된 시점으로 임금은 중전을 교태전으로 보내고 다른 후궁을 찾기에 바쁘다. 그러니 교태전에 있는 중전을 비롯한 경안궁주와 궁녀들은 살엄을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노아는 고려 때에 궁녀였고 조선에서도 그렇다. 나이는 백희보다 어리지만 말투는 노인 같았기에 쉽게 다른 궁녀들과 쉽게 가까워지지 못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백화와는 허물이 없는 인물이었다는 것...그리고 어느 날 아직 어린 나인인 장미와 연홍이 이들 방에 오게 되었는 데 하필 그 때 교태전에 있던 공주인 궁주가 이들의 소란스러운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방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무리 교태전에 있다지만 공주인 것을...목숨이라도 보전해야하는 나인들에게 궁주는 어두운 저녁 도깨비가 등장할 듯한 이 저녁과 어울린 이야기를 해보라고 한다. 누구하나 말을 하지 못하는 그 때 백희는 왜 교태전이 도깨비터인지...그리고 경복궁이 지어지기 전 이 터에 살았던 사람이 바로 백희네 가족이었기에 그녀는 오래 전 자신의 집에 있었던 도깨비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들을 수록 으스스하다. 단편으로 된 내용은 딱히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구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정말 궁궐안에서 기이한 이야기만 등장할 뿐이다. 노아와 백희를 비롯한 후궁인 정의궁주와 효순궁주 그리고 신녕궁주의 나인들과 몸종까지 등장하면서 내용은 더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먼저, 독자는 고려 이후 조선이 이 땅에 자리 잡으면서 혈육마저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욱더 두려움을 갖게 했다. 백희의 이야기는 100명을 잡아 먹어야 하는 도깨비이야기나 마지막 반전에서 섬짓할 수밖에 없었고, 경안궁주가 겪은 기이한 이야기는 효순궁주가 과연 인간인지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효순궁주 나인인 효진이 사라진 사건...이 역시 심증만으로 결과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 데 .... 그럼에도 책은 어떤 의심도 하게 만들지 않았다.즉, 이야기에 하염없이 빠졌다는 말이다.

 

궁궐은 많은 이들이 거주하기에 어떤 구설수도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법도는 어느 정도까지지 더 깊이는 들어가지 못할 터...궁녀들의 규칙이 있다는 것. 입이 많으면 귀가 많다는 것이니 어디서 어떤 소문이 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초반 노아와 백희의 방에서 모여 시작된 기괴한 이야기 모임(?)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궁궐안에서 드러내지 말아야 하는 비밀(?) 드러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강수라는 신비한 인물이 등장하는 데 임금의 권유로 궁 으로 들어오게 되었는 데 사실, 강수와 백희 안에 있는 또 다른 존재와 대립이 될거라 생각을 했었는 데...활약까지는 보이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방원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는 귀신도 괴인도 없다. 그저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만을 원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합리성에 기반한 통념이었다.

-본문 중-

 

소설은 완결이 나지 않는다. 그저 궁궐에서의 기이한 이야기가 흘러갈 뿐인데...마지막 외전에서 밝혀지는 백희의 정체(?)와 그 후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생각지 못한 무서움을 던져 주었다. 음, 2권은 나오지 않나? 단편인데도 왠지 다음권을 꼭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 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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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탁상달력 2023 북엔 달력
북엔 편집부 지음 / 북엔(BOOK&_)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정말 너무 어렵다. 그래도 나는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야.

-반 고흐-

 

2023년 탁상 달력은 고흐 달력으로 시작한다. 고흐 하면 다양한 책이 출간이 되어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알아 가는데 달력까지!!! 열 두달 고흐의 작품과 같이 하루 일과를 보낼 수 있겠다. 탁상 달력을 평소 사용하면서도 딱히 디자인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 데 한 예술가의 그림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작년에는 모네의 작품으로 탁상 달력을 사용했는 데 이번에는 고흐라니!!! 사실, 고흐의 그림은 너무 유명한 작품들만 익히 봐왔기에 최근 다른 저서를 통해 다른 작품을 보게 되면서 한 예술가를 안다는 게 얕은 정보만으로는 안되는 것을 알았다.

 

달력을 넘기면 작품과 그린 년도를 알려준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을 보면 그 풍경이 그저 평안해 보였고, 그 유명한 빈센트의 침실 역시 소개했다. 몇 년 전 고흐 전시회를 가면서 고갱과 고흐의 관계가 더 실감나게 다가왔었다. 막상 그림만 본다면 감흥이 적을 텐데 작가와 작품 세계를 알고나면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고흐는 워낙 유명하다보니 탁상 달력에 있는 작품들은 종종 봐왔던 또는 낯선 그림도 있었지만 반 고흐 인물을 안다면 어떤 마음으로 그렸는지...곰곰히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명화 작품이 달력으로 나오면서 책으로만 만나던 그림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다. '밤의 카페 테라스',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보여준 '첫걸음', '올리브 나무 숲' 등 잔잔한 그림을 2023년 365일 내내 만날 수 있겠다.

문득, 2024년엔 어느 작가의 달력이 나올지..먼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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