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빌리의 비참
알베르 카뮈 지음, 김진오.서정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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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인간의 애착은 세상의 모든 불행을 뛰어넘을 만큼 강력하다"



알베르 카뮈하면 소설 [페스트]가 떠오른다. 사실, 읽지를 않아도 내용은 너무 익히 들어서 그 자체만으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오늘 읽은 [카빌리의 비참]은 저자가 1939년 6월 일간지에 쓴 기사를 묶은 책이다. 카빌리라는 지명 역시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프랑스 식민지로 가난과 굶주림과 열악한 교육 환경 등 당시 프랑스가 식민지에 대해 행했던 사실을 절실히 알게 되었다. 식민지로 어느 나라가 풍요롭게 살았을까? 한국 역사을 돌아보면 수많은 침략과 혼란시기를 겪었고 지금에서야 이르렀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 분노하기도 하고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흥분을 가라앉혀야 했다.



비판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카빌리의 비참]은 빈곤부터 시작한다. 카빌리는 소비보다 사람이 많았던 상태로 나라에서 밀을 지급하더라도 너무 부족했다. 산 속에 거주하고 있었기에 음식은 거의 외부에서 가져와야했고 생산이라고는 올리브와 무화과 뿐이었다. 그마나 풍년이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했기에 굶주림에 허덕였다. 여기서 저자는 말한다 이들의 가난을 보고 게으름이나 다른 것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말이다. 일자리를 구한다 하더라도 여기에 세금을 제외하면 최하위의 임금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아니, 음식 조차 구할 수가 없었기에 사람들은 풀과 뿌리로 생을 이어 나갔다.



또한,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너무 부족한데 프랑스는 화려한 학교을 세워 관광목적으로 하기에 급급했기에 배우지 못한 이들이 너무 많은 상황에 안타까웠다. 교사도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진은 어땠을까? 당연히 심각하게 부족했으며 한 마을이 아닌 많은 인구를 겨우 한 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맡았다고 하니 정말 의료진 보다 죽음이 더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카뮈는 자선 활동만이 이런 비참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 이 점은 오늘날에도 꼭 필요한 부분으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식민지 국가로 이들의 노동 댓가는 너무나 나약하다. 임금은 최하지만 그나마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은 운이 좋은 편에 속했지만 새벽 3시에 일어나 밤 10시가 넘어서야 귀가하는 고단함을 짊어져야 했다. 여기서 카빌리 사람들은 멀어도 가족이 있는 집에서 긴장감을 풀 수 있기에 늦은 밤이라도 이렇게 집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만들었는데 누군가를 부를 다른 이는 가난으로 생을 살아야 하는 현실에 그저 답답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알베르 카뮈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태어났기에 이런 실상을 꾸밈없이 쓸 수 있었다. 카뮈는 이 기사를 쓴 목적은 카빌라 민족의 이익과 정체성을 지키며, 부족한 자들에게 지극히 당연한 권력에 대해 용서를 비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라고 지적하는데 카뮈가 없었다면 카빌리의 비참한 현실은 드러나지 못했을 것이며 식민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난과 굶주림에 힘들어하는 모습은 과거나 지금이나 어디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카빌리의 비참]의 분량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토론을 할 만큼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어 책을 덮고서도 한동안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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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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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저자:요나스 요나손


출판사:열린책들


저자를 알게 된 것은 역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다. 당시, 읽으면서 거의 생을 마감해야 할 나이에 낯선 세계로 뛰어든 점이 대단했다. 물론, 읽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황당하면서도 정말 이 노인처럼 마지막까지 인생을 즐겨보는 것은 어떤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뒤 여러 작품이 쏟아지면서 오늘은 전혀 색다른 도서를 만나게 되었다. '복수'라는 단어는 어두운면이 많은데 표지부터가 발랄(?)한 느낌이다. 살다보면 복수를 하고 싶은 심정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를 실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음 도덕적으로나 쉽게 옳다고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인간의 마음 속엔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은 게 있으니...으흠, 읽기도 전에 도대체 어떤 복수가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소설은 처음부터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전설적인 치유사를 시작으로 그의 손자인 올레 음바티안을 소개하고 스웨덴의 어느 변두리에서 자란 빅토르 스벤손 이라는 남자를 보여준다. 그는 올곧은 사람은 아니었으며 미술 갤러리에 매니저로 일을 하게 되면서 갤러리 주인인 알데르헤임의 눈에 들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나중엔 그의 딸인 옌뉘와 결혼까지 하게 되지만 이건 다 계획이었다. 미술 작품에 빠져 살았던 옌위는 결국 빅토르에 의해 몇 푼 안되는 돈을 갖고 이혼을 당했다. 그전에!! 빅토르는 어느 매춘부가 그의 아들이라고 하면서 케빈이라는 소년과 나타났다. 후원자라고 하면서 아이를 지원했지만 빅토르는 이 소년을 아프리카에 그것도 사자가 있는 초원에 놓고 와버렸다. 




자 이쯤되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것이다. 이혼 당한 여인과 사자 앞에 버려진 소년!!!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만나기까지 시간이 있었으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빅토르에게 복수를 해야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하지만, 복병이라고 해야할지...후고 함린으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다. 후고란 남자는 광고기획사로 그가 맡은 일은 100% 성공을 한다는 점이다. 후고는 독특한 인물이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발상으로 사무실을 열었고 여기에 또 사건(?)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가 맡은 일들은 읽기만 해도 이게 뭔가 하면서도 인간이라면 가질 본능적인 감정이라 이해될듯 말듯했다. 하여튼, 이런 와중에 케빈과 옌뉘가 후고를 찾아오고 자신들의 사정을 얘기하면서 드디어 복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또 중요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케빈을 키워준 마사이 치유사 올레라는 양아버지다. 사막 하늘에서 떨어진(사실 나무위지만)케빈을 하늘이 준 아들이라고 지극히 사랑하면서 키웠다. 그리고 올레가 소장하고 있던 두 점의 그림(이르마 스턴 화가)으로 인해 후고를 비롯한 세사람과 함께 빅토르에게 서서히 복수를 하게 된다. 솔직히, 이야기 흐름이 초반에 등장 인물만 소개해서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했었는데 중요 인물들이 만나게 되고 제대로 복수하나 싶은데 또 여기서 다른 사건으로 꼬이게 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전혀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등장 인물 또한 지극히 평범하지 않았으니 이런 점도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엉뚱하면서도 그렇지 않았던 소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소재는 전혀 달랐지만 기존에 만났던 요나스 요나손 작품과 사뭇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옌뉘라는 여성을 통해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는데 이르마 스턴의 작품을 글이 아닌 사진으로 볼 수 있어 책을 읽는데 훨씬 도움이 되었다. 자, 다음 작품은 어떤 소재로 만나게 될까? 시리즈는 아니지만 요나스 요나손만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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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러너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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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러너 / 존 르 카레 /RHK]

최근 저자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읽어야지 했는데 타계 소식을 접했다.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뭐지? 음 뭔가 호기심을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스파이 소설 하면 존 르 카레 라고 하는데 아직 만나지 보지 못했기에 궁금증이 생겼다. '에이전트 러너' 라는 의미는 흔히 007 스파이와는 다른 분위기다. 직접 행동을 나서기 보단 고급 정보를 관리하는 것인데 으흠, 그동안 스파이 영화나 소설을 볼 때면 대부분 현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다보니 스파이가 다 같은 것이 아니구나 했다.

책의 시작은 이제 스파이를 은퇴할 나이가 된 매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내인 프루 역시 결혼 후 같은 활동을 해왔고 매트에게 마지막 임무가 주어졌을 때 음 아내는 힘을 실어주었다. 스파이 소설이라고 해서 다 긴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알게 된 부분이다. 또한, 딸에게 그동안 매트가 해왔던 일이 무엇인지 진실을 전달하는데 보통 마지막까지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뭔가 계속해서 기존의 스파이라는 이미지에서 자꾸 어긋나고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끌린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직 대통령의 대한 내용과 영국의 브렉시트 발표 등 최근까지의 정치 상황을 거침없이 보여주는데, 그렇다고 이야기는 긴박하게 흘러가는 것도 아니다.



배드민턴을 해왔고 협회 회원인 매트에게 어느 날 에드라는 남자가 경기를 하자면서 접근해온다. 끈질긴 요구에 시합을 하고 이젠 에드의 여동생과 함께 복식까지 하자고 한다. 소설은 중반 부분까지 별다른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나마, 같은 임무를 맡은 플로렌스가 갑작스럽게 사임을 하면서 뭔가 일이 꼬여진다. 여기에 갑작스럽게 에드가 이중 스파이로(스파이라고 해야하나..) 밝혀(?)지면서 매트는 그동안 에드와 보냈던 시간에 대해 심문을 받게 된다. 어떤 이유에서 자신에게 다가온 것일까? 매트로선 전혀 알 수 없지만 동료들은 모든 상황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억울하겠지만 윗선에서는 결코 에드와 매트가 비록 배드민턴 시합만 했다고 볼 수는 없는 현실이었다. 이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직접 진실을 밝혀 내야한다.

이 순간부터 긴장감이 생겼다. 에드는 네트에게 무엇을 얻기 접근을 한 것일까? 하지만, 에드의 의외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음 스파이 소설이지만 '미션 임파셔블'처럼 속도감은 느끼지 못하는 대신 고요하게 흐르는 분위기가 매력적인 작품으로 저자의 다른 작품들이 갑자기 너무 궁금해졌다. 또한, 고전 같은 느낌이 풍기기도 하는데 이젠 앞으로 존 르 카레의 신간 소식은 접할 수 없지만 기존에 출간 되었던 책들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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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읽어주는 남자 케이스릴러
라혜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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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읽어주는 남자 / 라혜원 / 고즈넉이엔티]


책 제목을 보고서 '기억'이라는 단어가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왜 기억 읽어주는 남자인 것일까? 제목을 보고서 한참을 생각했다. 저자의 작품인 [내 도도한 항아리]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 작품도 잔뜩 기대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읽는 내내 기억이라는 것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아니 기억과 마음이 별개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수없이 들었었다. 안타깝기도 하고 책을 보면서 재후와 하윤의 관계가 뭔가 아슬하면서도 아련한 마음이 들어버렸다. 마음이 기억을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원래부터 질문 자체가 될 수 없는 말인듯 하다. 


소설의 시작은 자동차 사고로 시작된다. 교통사고가 난 후 급하게 차안에서 도망을 쳐야하는데 여성은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뒷좌석을 바라보다가 그만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눈을 뜬 곳은 어느 병원이었고 자신이 누구인지 어느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사고를 당했던 그 날밤의 일만 또렷하게 생각이 날 뿐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약혼자라고 앞에 나타난 남자 천재후 너무나 다정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데 그녀의 이름은 '송하윤'으로 그룹 손자인 천재후와 연인이라는 사실이다. 사고가 일어나던 날 밤 같이 차를 찼던 남자가 약혼자였을까? 현재로선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아 두려움 뿐이며 이곳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사람이라곤 천재후 밖에 없었다. 그런데 자신을 진찰하는 박사에게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무엇인가 알려줄듯 하면서 애매하게 말을 마무리를 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윤이 있는 곳은 섬으로 재후의 할아버지가 지은 인공섬이다. 어디로든 도망갈 수없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하윤은 더욱더 공포감을 느끼면서 자신이 정말 누구인지 알고 싶어한다. 그렇게 의구심을 키워가면서 우연히 자신을 치료한 남박사의 진료실까지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누군가 컴퓨터를 접속할 수 있도록 비밀번호가 적힌 포스트를 모니터가 붙이고 떠났다. 도대체? 왜? 누가 그런 것이지? 그러나 자신이 누구인지는 뜻밖의 재후의 비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재후에게 돈을 노려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을 시도했었고 이름이 송하윤이 아닌 한재경이라는 사람이란다. 


그렇게 하윤은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고 이 일에 남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재후의 할아버지인 천회장이 이 남자와 떠나라는 명령으로 공항까지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남박사가 하윤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대로 떠날 수는 없다는 불안감에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마주한 진실...어쩌면 자신과 재후에게는 너무나 아픈 진실이었을까?. 천회장의 욕심으로 천재후가 이 세상에 나왔고 그에게 완벽한 삶을 주려고 하지만 생명이란 사물이 아니기에 계속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여기에 동참한 송하윤과 남우성박사 도대체 두 사람은 천재후에게 무엇을 했던 것일까? 


기억이식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한 번 더 놀란 소설 [기억 읽어주는 남자]. 안개로 인해 가려졌던 숲이 이제 안개가 사라지면서 서서히 그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갈등. 초반 하윤이 기억작화증이라는 병명을 받았을 때 인간의 기억은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알았다. 그 기억이 진실인 것처럼 믿어버리기도 하는데 여기엔 마음이 가야하는 것이 아닐까? 오로지 기억만으로 사랑의 감정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재후보다 하윤의 불안한 모습을 더 보여주고 있는데 한편으로 재후의 심리변화를 더 보여줬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음 뭐라고 해야할까.....책을 덮고서도 하윤과 재후의 모습이 쉽게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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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 한의 화가 천경자 - 희곡으로 만나는 슬픈 전설의 91페이지
정중헌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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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 스타북스 / 정중헌]


천경자 화백에 대해선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이 나라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유학을 가고 사랑을 하고 또 이별을 겪었다. 고단스러운 삶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건 '그림' 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은 희곡 처럼 한 기자와 천경자의 대사가 교차하면서 시작한다. 의학도 아닌 그림으로 유학을 가겠다던 딸을 만류하던 아버지는 결국 유학을 허락했다. 그렇게, 일본으로 갔고 그곳에서 첫번째 남편을 만났다 행복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또 다시 사랑이 찾아오지만 이 사랑 역시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화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아니, 알고 있는 것만으로 생각을 하면 인생이 평탄한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림을 그리게 된 건 그 그림속에 모든 것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반 고흐도 그러했고 피카소 역시 그러했듯이 비록 삶은 행복하다고 할 수 없지만 이들의 작품은 세대를 넘어서 여전히 집중을 받고 있다. 


일본으로 유학을 갔을 때 조선사람이니 조선사람을 그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일본에 유학을 간 것만으로 대단했고 또한 그곳에서 살아간다는 거 역시 쉽지 않았다. 처음 만난 스승은 천경자 화백에게 일본인을 그려도 진짜는 나오지 않는다고 했으며, 맨 먼저 자화상 부터 그려야 그림을 그릴 줄 안다고 조언했다. 화려함 대신 진짜를 알려준 말이었다. 첫 남편에서 딸과 아들을 얻었고 그 후 두 자녀를 다시 얻으면서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뒤늦은 사랑에 얽매일 수 없다 그렇게 흐지부지한 인연을 마침내 끊게 되었다. 참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신경쇠약에 시달리기도 했었는데 이때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들 중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라는 제목의 그림은 저자가 살아온 49세 인생을 그린 대작이다. 아프리카 하면 이런 모습이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 초원에 다양한 동물들을 그렸다. 넓은 초원을 바라보면 저절로 삶을 생각하게 될 것만 같다. 사랑에 실패만 한 것이 아니라 화백의 여동생이 결핵이 걸려 죽기까지의 삶은 그저 살고 싶은 생각이었을 텐데 돈이 없어 어렵게 약을 구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생이 너무 안타까웠다. 옆에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가족의 마음을 어떤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림이 유일한 탈출구였을 텐데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화단에서도 인생 못지 않게 굴곡이 많았다. 유학에서 배웠던 일본 채색화가 동양화 집단에서 외면 되었고 국전에서도 수모를 겪어야 했었다. 그러나 절대 포기 하지 않았기에 화가로 성공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인도와 중나미 그리고 베트남까지 천경자 화백은 붓을 들고 그렇게 세계로 나갔다. 그렇게 그렸고 애지중지 하던 작품을 기증했고 저작권까지 내놓았다. 또한, 작품마다 어떤 의미가 있고 그렸는지를 미술과 직원에게 알려주기까지 했었다. 자신의 존재 안에 있던 작품들...그 그림을 기증하고 나서 허탈함에 허드슨강변으로 스케치를 하러 다녔다고 한다. 역시 그림은 천경자 화백에게 살아갈 목표였나보다. 오늘 이 책으로 알게 되었지만 한국 역시 유럽못지 않게 미술에 큰 획을 남긴 인물을 알았다. 비록, 미술에 문외한이나 뜻밖의 공부가 되었다. 



[위 도서는 네이버컬처블룸에서 무상으로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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