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세 번쯤 읽고 이제 겨우 리뷰를 써 볼까 마음 먹었더니 절판되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소한 심리학 용어들이 어려워서 두 번은 그냥 좋은 문장에 줄 긋는 정도, 이번에 좀 제대로 정독을 한 듯하다. 

 일요일 저녁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명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유심히 보았다. 

달라이 라마와 마음과 생명 협의회에서 꾸준히 연구되어온 결과를 토대로, 한국 병원에서도 명상과 신체 기능과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에게 두 가지 자아가 존재한다고 한다. 

하나는 <나>라고 인지하고 의식하는 자아가 있고, 다른 하나는 면역계와 신경계의 자아, 즉 몸의 자아가 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고 주장하는 나는 거의 <인지적인 나>이지만, 우리 몸의 세포 하나만 바꾸어 놓아도 거부하는 면역계의 자아가 분명히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언어에는 몸의 정체성을 말할 만한 단어가 없다고 한다. 몸의 정체성은 유전자나 세포 같은 특정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작용하는 복합체 속에 있다고 한다.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신경과학에서는  <의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의 중간쯤에는-p.139~203- 통증이나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치유법들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어 관심을 가지고 보면 생활 속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여러가지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스트레스는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한다고 말한다. 

달라이라마께서는 처음 이 과학자들과의 모임에서도, 꾸준히 이어지는 대화에서도 나타나지만 불교를 통한 행복만을 중요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종교란 사람들이 골라 입는 옷 정도일 뿐, 과학을 맹신하는 현대인들에게 명상이나 마음 챙김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불교를 믿지 않고, 종교가 없는 40억의 인류에게도 마음의 평온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신다. 

오래 걸려서 읽은 책. 

명상을 좀 더 일상화해서 좌복에 앉았을 때만이 아니라 순간순간 나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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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1-01-25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한테 스트레스가 전혀 없으면 죽는다는 말을 어디서 읽었어요. 적당한 스트레스는 사람을 깨어있게 하고 활성화시켜서 사람을 살게 한다는... U스트레스라고 한다지요. U스트레스는 그 환경을 극복하도록 이겨낼 수 있는 힘, 엔돌핀 같은 걸 솟아나게 한대요. 문제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넘어 감당 못할 스트레스가 되면 독이 되고 말겠지요. 그런데 '적당한'이란 수치가 획일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고, 주관적인 것이잖아요. 똑같은 스트레스라도 어떤 이한테는 적당하고 어떤 이한테는 과분하니....결국은 스트레스 조절도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 '이건 적당한 스트레스야!'하면서 억지로라도 조절하면 나한테 좋은 결과가 오겠지요.
여러번 재독하고 쓰신 리뷰라 읽기 쉽네요^^

혜덕화 2011-01-26 12:52   좋아요 0 | URL
무엇이든 일어난 것을 억지로 누르면 나중에 다른 경로로라도 폭발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문제는 일어나는 순간 알아차려 버리면 참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사라지는데, 보지 못하니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남는 것이겠지요.
호흡이란게, 지금 이 순간을 의식하지 않으면 좀처럼 느끼지 못하는 것이잖아요. 명상이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알아차리니 생각의 일어남과 사라짐도 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스트레스나 고난은 사람을 다져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이 내게 오든 깨어있는 마음으로 받고 보내면, 진주님이 말하는 U스트레스가 되겠지요.

순오기 2011-01-2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은 읽기가 어려워서 알라디너의 리뷰로 대신합니다.^^
저도 검사하면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데, 해소를 잘 한다고 나오더군요.
스트레스도 역시 마음 먹기에 달린 거 같아요~

혜덕화 2011-01-26 12:57   좋아요 0 | URL
사실 내용은 별로 어려운 것이 없는데도 처음부터 용어 정의가 어려우니 진도가 참 안나가더군요.
스트레스를 해소를 잘 하는 것도 아마 타고난 낙천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웬만해서는 스트레스 자체를 잘 안받아요.
어릴 때부터 별로 주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누가 무엇을 해도 부러워한 적이 없어서, 부모님 걱정 시켜드렸거든요.^^ 쟤는 뭐가 되려고 저렇게 애살이 없나...
님의 활동성으로 봐서 저와는 다른 성향이 더 많은 것 같지만, 그래도
참 고마운 유전인자를 님과 저는 타고났나 봐요.^^
 

어제 EBS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를 3강 연속 재방송하였다. 

너무 재미있어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교수도 훌륭하지만 논점의 요지를 찾아서 질문하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도 아름다웠다.  

집 안에 앉아 하버드 대학의 명강을 일부나마 들을 수 있어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 강의를 듣고 있으니 어릴 때 주말마다 기다려보던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났는데니, 오늘 낮엔 또 그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어릴 때 보던 감동은 없었지만 새롭고 신선했다. 

액션도 없고 사건도 없는 이런 영화가 요즘 개봉된다면, 과연 며칠이나  상영될까 의문이다. 

KBS 수신료 중에서 70원이 EBS에 주어진다고 하니, 70원의 수신료로도 이렇게 훌륭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는데 수신료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KBS는 그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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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1-26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두 딸들과 잘 보고 있어요~ 엄마는 간간이 졸다 보다 하지만요.ㅜㅜ
수신료 70원 받은 EBS의 위력은 대단한데, 정말 KBS는 광고까지 하면서 뭐 하는 건지...

무스탕 2011-01-30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린만큼 EBS에 몽창 준다면 수신료 2천원을 올려도 반대 안할거에요!

혜덕화 2011-01-30 20:4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7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기나 할까 싶은데
EBS를 보면 70원의 위력을 알 수 있어요.
참 고마운 방송이지요.
 

봄 눈  -유희윤- 

"금방 가야할 걸 

뭐하러 내려왔니?" 

우리 엄마는 

시골에 홀로 계신 

외할머니의  

봄 눈입니다. 

눈물 글썽한 

봄 눈입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입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귀천 소식을 들으며 

이 시가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은 모르겠지요. 

선생님이 이 시를 읽다가 왜 목소리가 잠기는지 

오래 오래 세월이 흘러야 알게 되겠지요.  

 

우리 모두 봄 눈 처럼 짧은 생을 살다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봄 눈인 것이 아니라 

긴 세월 지나고나면 봄 눈 녹듯 사라져버린 

시간을  

영원이듯 붙잡고 사는 것은 아닌가...... 

 

박완서님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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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1-01-2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박완서님 글을 보면서 여자가 나이 든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이 든 여자만이 쓸 수 있는 그런 일이 있거든요. 봄눈도 그런 종류의 글.

혜덕화 2011-01-22 19:21   좋아요 0 | URL
봄눈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이렇게 사물 속에서 인간 관계를 잘 찾아내었을까, 감탄했거든요.
박완서님의 책을 한 두권 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그 분의 글 속에서 사량도라는 이쁜 이름의 섬이 있다는 것, 나이 들어서도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오늘 오후에도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추운 세상 등지시는 분들이 많네요.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느린산책 2011-01-2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이 먹먹할때 혜덕화님과 함께여서 다행이예요.
이제 그분을 그리워할 일만 남았네요..

혜덕화 2011-01-23 08:49   좋아요 0 | URL
죽음만큼 확실하게 우리가 가야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인생에 몇이나 될까요.
매일 매일 선물처럼 사는 일,
그것이 죽은 이들에 대한 우리의 예의가 아닌가 싶습니다.
_()_

양철나무꾼 2011-01-23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눈이랑 어우러져...글이 더 아슴아슴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혜덕화 2011-01-23 08:54   좋아요 0 | URL
봄눈이란 시, 짧지만 참 좋죠?
그래도 어제, 오늘 날이 좀 풀려서 다행입니다.
우리 문단에 박경리, 박완서님을 대신 할 큰 자리에 누가 계실까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오정희님을 참 좋아하는데.....

북극곰 2011-01-25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천'이라 생각하면 어쩐지 좀 덜 서러워집니다.

혜덕화 2011-01-25 20:09   좋아요 0 | URL
그래요.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며 좀 위로가 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올 때도 아무 것도 몰라서 두려워하며 오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 본답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몸 바꾸시는 분들이 많네요._()_
 

작은 아이에게선 전화 한 통이 없다. 

휴대폰을 두고 가서 학원 사무실 전화만 써야하는 사정이 있다고 해도, 지난 주까진 택배 보내라는 문자가 중심이긴 했지만 간간히 문자도 전화도 하더니 이번 주는 연락없이 그냥 넘어갔다. 

"이젠 택배 문자해도 안 보낼거야" 라고 면회갔을 때 엄포를 놓기는 했지만, 연락이 없으니 서운하다. 

신랑도 집에 오면 먼저 묻는 말이 아이에게 전화나 연락 없었느냐는 물음. 

"아이들이 이렇게 마음이 먼저 멀어지나보다, 그리곤 취직이다 결혼이다 해서 몸도 멀어지겠지 " 이 말을 웃으며 농담처럼 하려고 했는데 눈물이 나려해서 밥과 함께 눈물을 꿀꺽 삼켰다. 

아이들은 모르겠지. 

이렇게 부모들이 자신을 그리워하는 것을. 

또래들과 친구, 사회로 나아가는 뒷 배경엔 언제나 자식을 그리워하는 부모가 있다는 것을..... 

문득 부모에게 하는 전화 한 통이 왜 소중한지 몸으로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목소리라도 들으면, 한 주일이 행복할텐데 

아이의 종달새 같은 목소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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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8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0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1-01-19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도 큰 아이가 이제 고등학교를 다니려고 하는 마당이고 보니 님의 글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네요...부모되는 이유가 어쩌면 그런 걸 통해서 배우라고 그런거 아닐까요??? 상실감, 그리움, 안타까움,,,,등등

혜덕화 2011-01-19 07:41   좋아요 0 | URL
언제 집안이 복닥거렸나 싶게 아이들이 빨리 자란답니다.
지난 주말에도 둘이서 양산 배넷골 놀러갔다가, 8개월(?)쯤 되는 아기가 부모님과 형제들 밥 먹는 뒷자리에서 수저를 가지고 노는 장면을 보았는데 마음이 짠하더군요.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아가였던 적이 있었는데...
아이에 대한 사랑이 집착이 되지 않도록, 요즘 우리는 둘이서 놀러 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신혼(?)생활을 즐기려고 한답니다.

진주 2011-01-21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내리사랑이라고 하나봐요..
저도 요즘들어 부쩍 애들이 멀게 느껴지네요.
요즘은 꾀가 한 가지 늘어서 그럴 때 엄마한테 전화드려요.

혜덕화 2011-01-21 20:38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친정에 다녀왔어요.
방학하면 무조건 일주일에 한 번은 다녀오자가 목표이거든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엄마라는 말만큼 포근한 말은 없는 것 같아요.
다행히 오늘 아이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사랑한다구요.
그동안의 서운함이 봄 눈 녹듯 사라졌어요.^^
 
리틀 포레스트 1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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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감흥이 와 닿지 않았다. 중고를 사서 다행이라고 느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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