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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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난 7월부터 읽기 시작해, 아껴 아껴 읽느라 8월에야 다 읽은 공지영 작가님의 요리 에세이 <딸에게 주는 레시피>

그 책에 나오는 첫 번째 요리! '시금치 샐러드'를 며칠 전 드디어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어봤다.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날엔 '시금치 샐러드'

  

그런 날 있잖아. 별것도 아닌 말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하는 날, 그 때문에 실은 하루 종일 우울한 날, 갑자기 모든 가능성의 문이 닫히고 영원히 세상의 불빛 밖으로 쫓겨난 것 같은 날. 열심히 노력하면 어찌어찌 손에 잡힐 것 같은 소망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누군가가 네 귀에 이런 말을 속삭이지……. “너무 애쓰지 마, 넌 안 돼. 그건 처음부터 너와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거야, 넌 아니구.” 뭐 그런 날.

 

혹은 이런 날도 있어. 화가 머리끝까지 뻗치는 날,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았던 저 사람의 색깔 안 맞는 와이셔츠가 견딜 수 없고, 엄마의 전화 통화 소리도 견딜 수 없고, 그냥 다 그만두고 막 망가져버리고 싶은 날, 그런 날 ………. 그래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어. 그런 날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들어주고, 그런 네가 전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함께 아파하면서 맛있는 걸 먹자고 제의하는 것뿐이지. (중략)

-11

 

그런 날은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해보자.

재료는 시금치야. 싱싱하고 예쁜 시금치 한 단. 약간의 올리브유(없으면 포도씨유나 현미유. 유전자를 조작한 옥수수유 같은 것은 권하지 않아. 이왕이면 몸에 좋은 기름은 한 병쯤 마련해두자. 앞으로도 기름은 계속 쓰일 거거든), 파르메산 치즈 가루, 이렇게.

 

우선 시금치를 깨끗이 씻어. 약간 큰 접시에 시금치를 예쁘게 담아(시금치 한 단을 사서 이렇게 접시에 담아봐. 그러면 아마도 어마어마한(?) 양이 남을 거야. 남은 건 깨끗한 비닐에 넣고 묶어서 냉장고에 넣어. 실은 바로 소금을 넣은 물에 살짝 데쳐 냉장고에 넣으면 좋은데, 오늘 주제는 ‘우울한 날을 위한 레시피’니까 그건 다음 날로 미루어보자. 오늘 요리가 맛있으면 내일 또 그걸 꺼내 먹을 수 있거든). 이미 뽀빠이도 강조한 바 있지만 시금치의 효능은 다 설명하기 바쁠 정도야. 비타민 A.B.C가 풍부하고 이름도 복잡해 정말 몸에 좋을 것 같은 각종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어서, 결론은 피부를 윤기 있게 하고 변비를 예방하며 술독을 없애고 눈을 밝게 하고……. 나머지는 먹으며 찾아볼 것!


요리 순서는 이거야. 약간 커다란 접시에 담은 시금치를 한 입에 먹기 좋을 만큼 손으로 뜯어서(칼로 잘라도 되지만 손으로 뜯는 게 더 예쁘고 맛도 좋아) 예쁘게 편다. 잎이 너무 많으면 줄기는 버려도 괜찮을 거 같아. 올리브유를 그 위에 살살 뿌린다. 그리고 파르메산 치즈가루(피자 시켜 먹을 때 같이 오는 일회용 파르메산 치즈 가루를 모아놓았다면 요긴하겠지?)를 ‘성질대로’뿌린다. 끝!


이게 무슨 맛이냐고? 요리하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으니 한번 해봐. 나중에는 매일 이것만 먹고 싶을걸.


♣ 딸에게 주는 레시피 - 공지영 :p 11~15

 


싱싱한 시금치와 올리브유만 있다면 매일매일 먹고 싶어지는 근사한 샐러드를 만들 수 있다니! 그것도 5분 만에 뚝딱!

나는 홀랑 낚여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시금치 샐러드, 시금치 샐러드, 저 시금치 샐러드 만큼은 꼭 만들어 먹어봐야지! 계속계속 생각했었다.

 

 

 

 

그리곤 짜라란~!! 

샐러드 접시 옆으로 살짝 보이는 올리브유까지 "포도씨유나 현미유. 유전자를 조작한 옥수수유 같은 것은 권하지 않아. 이왕이면 몸에 좋은 기름은 한 병쯤 마련해두자. 앞으로도 기름은 계속 쓰일 거거든"이란 말씀에 큰맘 먹고 한 병 구매해놓았고!


공작가님이 알려주신 레시피대로 시금치를 손으로 뜯어서 예쁘게 접시에 담고 그 위에 올리브유를 살짝 뿌리고, 무슨 치즈를 성질대로 뿌리라고 하셨는데, 치즈 이름이 생각 안 나서 치즈는 패스!ㅋㅋㅋ 그 대신 집 냉장고에 있던 발라먹는 치즈?를 티스푼으로 조금씩 떠서 그 위에 흩뿌려 주었다.


그런데, 아으.. 아으.. 아으.. 그 맛이 어찌나 니글니글하고 풀맛만 나던지? 이렇게 맛 없는 샐러드는 내 평생 처음 먹어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입 한 입, 먹으면 먹을수록 정말 맛없는데? 진짜 맛없는데? 헐;; 내 입맛이 워낙 초딩 입맛이라 그 깊은 맛을 나만 못 느끼는 건가? 설마설마? 하며 한 접시를 다 비우는 동안 내 머릿속에선, 뭔가 먹어서는 안 될. 공업용 기름이나 잡초 따위를 씹고 있는 듯한 기분이 떠나질 않았다. 다 먹고 나서도 그 여운이 어찌나 오래 가던지? 달콤한 포도를 수십 알 까 먹으며 입가심을 했는데도 계속 계속 입 속에 남아 있던 그 니글니글한 잡초맛 ㅋㅋㅋㅋ 

 

아무리 다시 생각을 해봐도 파르메산 치즈 가루가 없어서, 혹은 올리브유를 너무 많이 뿌려서, 혹은 맛이 없는 시금치를 골라 와서 샐러드가 유독 맛이 없었던 것 같진 않다. 역시 시금치는 살짝 데쳐 시금치 무침을 하던지? 시금치 된장국을 끓이던지? 굳이 샐러드로 먹겠다면 꼭 시판용 샐러드 소스를 뿌려 먹는 게 진리인듯. ㅋㅋㅋ 

 

 

 

어쨌든. 시금치 샐러드 실패 이후. 그 트라우마로 <딸에게 주는 레시피>속 다른 요리까지, 싹 - 입맛이 가셔버리긴 했지만. 늘 사진으로만, 딱딱하고 정형화된 설명으로만, 접해왔던 요리 레시피를 이렇게 근사하고 아름다운 문학적 언어(?)로 만날 수도 있다니!! 공작가님의 글맛은 너무나도 맛있다. 그래서 갑자기 <딸에게 주는 레시피>와 느낌 비슷한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까지 다시 꺼내서 읽고 싶어졌다.

 

한국 작가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지영 작가님!! (글도 글이지만 나는 공작가님 얼굴 예뻐서 좋아한다ㅋㅋㅋ) 책은 구매하면 늘. 본전을 뽑고도 남는데 이번 책은 특히 여기저기 선물까지 하고 싶어지니 더 실속 있게 느껴진다. 내 오랜 블로그 이웃이신 구름산책 언니는 <딸에게 주는 레시피> 출간되자마자 사서 딸에게 주었다고 하셨는데, 나는 반대로 엄마한테 선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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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11-1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구나 ㅋㅋㅋ

꽃핑키 2015-11-10 23:28   좋아요 1 | URL
맛있게 드셨다는 분도 많으시던데요ㅋㅋㅋㅋ 진짜 제 입맛엔 안 맞더라구요 ㅠㅠㅠ

보슬비 2015-11-1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런류의 샐러드에는 사실 `파마산 치즈` - 피자에 뿌려먹는 가루 치즈 말고. 진짜 단단한 파마산 치즈를 강판에 얇게 갈아서 함께 먹어야 독특한 맛을 즐기실수 있을거예요.^^ 저는 오늘 비슷한 샐러드 해먹었는데, 시금치가 아닌 상추와 적양파를 올리브 대신 카놀라유와 발사믹식초, 허브소금 그리고 문제의 파마산 치즈를 듬뿍 뿌려서 아주 맛있게 먹었답니다. ㅎㅎ

접시가 이뻐요~ ^^

꽃핑키 2015-11-10 23:46   좋아요 0 | URL
ㅋㅋㅋ 헤헤, 이쁜 접시까지 알아봐 주셔서 신나요 보슬비님 ^_^ㅋ
평소엔 아무 그릇에나 막 ㅋㅋ 담아 먹는데요 사진 이쁘게 찍으려고 일부러 꺼낸 보람이 있네요!!!

ㅋㅋㅋㅋㅋ 시금치 샐러드 맛있게 드셨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셔서 저는 나중에 마파산 치즈까지 사서 다시 먹어 봤는데도 역시 제 입맛엔 안 맞더라구요 ㅠㅠㅠㅠ 우오오!!! 카놀라유, 발사믹 식초, 허브 소금 곁들인 보슬비님 레시피도 참으로 고급스럽고 멋져 보이지만 ㅋㅋㅋ 워낙 초딩 입맛인 저는 그냥 달달한 시판용 파인애플 드레싱과 마요네즈를 뿌려 ㅋㅋ 먹는걸로 ㅋㅋㅋ

해피북 2015-11-1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레시피 따라 만들어 먹었거든요. 근대 그 레시피 대로만 먹기 힘들더라고요 ㅋ 그래서 그 레시피에 `오리엔탈 드레싱`을 뿌려먹으니 너무 맛나게 먹었어요 ㅋㅂㅋ.
시금치도 생으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필사하신 종이두 귀엽고 깜찍하네요 보슬비님 말씀처럼 접시두 예쁘구요 ㅋㅂㅋ다음에는 사과랑 바나나 도전해보려고요 ㅋㅂㅋ

꽃핑키 2015-11-13 13:31   좋아요 0 | URL
ㅋㅋㅋ 해피북님도 만들어서 드셔보셨군요? ㅋㅋ ㅋㅋ
저두요, 시금치를 생으로 뜯어 먹을 수 있단거 이 책 덕분에 첨알고 오!!! 신세계! ㅋ 했었답니다.
바나나 버터 발라? 구워 먹는 요리는 저도 기억이 나는데, 사과 요리는 뭐였더라? ㅋㅋㅋㅋ 책 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기억이 까맣네요 ㅋㅋㅋ
재밌는 금요일 보내세요!! 해피북님 ^_^ㅋ

다락방 2015-11-1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뭔가 궁금해지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시금치 샐러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리브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저도 먹다가 해피북님처럼 오리엔탈 드레싱을 뿌려 먹을 것 같지만 ㅋㅋㅋㅋㅋ

꽃핑키 2015-11-13 13: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입맛엔 어떨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ㅋㅋㅋ 요리랄것도 없고, 시금치만 씻어서 뿌려 먹음 되니까 ㅋㅋㅋ 다락방님도 시도해 보세요 ㅋㅋㅋ

린다 2015-11-1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금치 샐러드ㅎㅎ 새로운 메뉴네용.. ㅎ 데친 시금치는 소금이랑 깨 뿌려서 많이 먹는데ㅎㅎ 작가님 입맛엔 최고셨나봐용ㅋㅋㅋ

꽃핑키 2015-11-13 13:38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치요? 시금치는 역시 ㅋㅋ 데쳐서, 무쳐 먹어야 제맛! ㅋㅋ 그 입맛에 너무 길들여져서 ㅋㅋ 생으로 먹는 시금치 맛은 되게 낯설었어요! ㅋㅋ

김민 2016-01-25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시금치 샐러드는 시금치에 올리브유와 파마산치즈가루를 잔뜩 뿌려서 견과류와 같이 버무려 먹어요ㅎㅎ
하루 먹을 칼로리 한접시에 다 담겠노라는 마음가짐으로 파마산 치즈가루를 아주 왕창 뿌려서 버무리면 본디 시금치 색이 초록색인지 노란색인지 구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는데요ㅋㅋㅋ 그렇게 해야 담백하게 엄청 맛이 있습니다ㅋㅋ
다음에는 파마산 치즈가루랑 견과류랑 버무려서 먹어보세요~ :)
 
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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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시트콤 보다 더 재밌는 요코 할머니의 일기장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빵빵 터지고, 그러게 사는 게 뭐라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책에 끌렸던 건 순전히 개성만점 일러스트가 그려진 핑크색 책 표지 때문이었는데, 

나는 그 유명하다는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도 제목만 알았지 직접 보질 못 해서 전혀 감이 오지 않지만, 어쨌든 저자가 일본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니.. 어쩌면? 표지 속 저 스케치들을 더 크게? 더 잘? 구경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가 실망하고 말았다. 윽! 그림이 별로 없구나. 있어도 표지랑 똑같고, 표지에 없는 건 표지에 있는 것보다 내 취향이 아니고……. 이렇게 어긋난 기대를 하며 삐걱삐걱 읽기 시작한 사노 요코의 에세이집 <사는게 뭐라고>는 다행스럽게도 그림 보다 글이 더 알차고 맛깔나서 어느새 나는 얼굴도 이름도 몰랐던 일본 할머니의 열렬한 팬이 되고 말았다.

 

 

 

 

<사는 게 뭐라고>는 10~20 페이지 정도 분량의 짧은 글이 총 15개. 일기 형식으로 묶여있는 에세이 집인데,

솔직히 처음 한 두 꼭지만 읽었을 땐. 휴~ 내가 이 나이에, 진짜 노망난 것 같은 일본 할머니의 글을. 왜 읽고 앉아 있는 건지? 앞으로 딱 몇 페이지만 더 읽어보고 재미없으면 미련 없이 던져버리고 다른 재밌는 책을 골라 봐야지 했었다. 그런데 50페이지도 채 못 가서 나는 그만. '이 할머니 진짜 뭐지?' 궁금해 지고 말았다. 

 


바로 여기. 이 장면인데, 키가 몹시도 커서 함께 다니면 요코 할머니의 새로운(?) 남자 친구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는 여자 사람 토토코씨와 함께 설 음식을 만들다가 서로 다른 요리법 때문에 옥신각신하는 와중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내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사사코 씨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 아닌 듯해서 나는 요리에서 손을 뗐다. 내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 지나치게 많지만 사사코 씨에게는 아무래도 좋지 않은 일이 지나치게 많다. 사람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45

 


후힛, 아무래도 좋은 일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 여기 또 한 명 있어요. 저요! 저요! 하며 스르륵. 마음이 열리더니, 그 뒤부턴 요코 할머니가 뭐라고 하시든. 그저 큭큭 거리며 받아들이게 되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코 할머니는 (이런 말씀 정말 죄송하지만) 진짜 골 때리는 구석이 많으셔서. 헉; 이런 거침없는 표현을? 괜찮을까? 시시때때로 사람 마음을 쫄리게 만드는데.

이를테면 이런..

암에 걸린 사람들이 부러웠다. 암은 덤 같은 것이다. -112쪽

폭력은 근사하다 - 201쪽

‘애 낳는 기계’라는 말을 듣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건 여자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209쪽 

 


잘못 봤다가는 진짜 노망난 할머니의 헛소리로 오해할 수도 있는? 이런 말씀도 찬찬히 앞뒤 상황을 알고 나면 아~ 오해가 풀리고. 끄덕끄덕하게 되고, 마지막엔 속까지 시원해진다. 

 

  1년 전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암이라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얼굴이 새파래져서 눈을 끔뻑거리며 친절하게 굴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셋 중 하나는 암으로 죽는다. 당신들도 시간문제야. 나는 암보다 우울증이 몇 배나 더 힘들었다. 주위 사람들은 몇 배나 더 차가웠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점점 없어져갔다.
  사람들이 없어지게끔 내가 변하는 것이다. 이제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폐인이 되어 몇 십 년이고 살아야 하는 걸까. 내심 암에 걸린 사람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그런 속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면 몇 안 남은 다정한 친구들도 뿔뿔이 흩어져 사라지고 말겠지. 내 우울증은 평생 낫지 않는다. 지금도 앓고 있다.
  암은 덤 같은 것이다.
  하지만 암 수술을 집도한 의사 양반, 내가 아무리 할머니라도 남은 살을 주름 잡아 겨드랑이 밑에다 모아놓기를 원한 건 아니었다고. 이 나이에는 목욕탕 말고 남들 앞에서 옷을 벗을 일이 없다 해도 그렇지, 모양 따윈 무시한 채 겨드랑이 밑에 주름 덩이를 만들어도 괜찮은 건 아니다. 1년이 지나도록 낫지를 않아서 팔이랑 주름이 아직 아프단 말이야. 내가 젊고 예뻤다면 의사 양반도 조금 더, 아니 상당히 신경 써서 솜씨를 발휘했겠지? 솔직히 말해보시지. 나에게는 주름도 덤이 되어버렸다.

 ♣ 사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p 112

 

 

텔레비전을 틀었다.

왕따 때문에 아이가 또 목을 매달았다.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이다. 이런 일은 전염된다.

비행기가 추락하면 연달아 다른 비행기들도 추락하는 경우가 있다.

불쌍하게도.

아아, 인간은 이제 끝장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전학 간 첫날 남자 대장에게 얻어맞았다. 교실로 돌아오자 반 전체 남자아이들이 차례로 나를 또 때렸다. 내가 울지 않았기 때문에, 다 때린 다음에 “진짜 안 우네”라고들 했다. 나는 태연했다. 괴롭힘당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대장은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있을 때까지 짐받이를 붙들고 땀과 흙 범벅이 되어 함께 뛰어주었다.

대장은 선생님한테 툭하면 얻어맞았다. 어느 날 드디어 대장은 선생님과 복도에서 맞짱을 떴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싸운 끝에 대장이 이겼다.

다음 학기에 대장은 반장이 되었고, 선생님과 대장은 몹시 사이가 좋아졌다.

폭력은 근사하다. 하지만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면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겠지.

♣ 사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p 201


어떻게 잘 나가다가 갑자기 '폭력은 근사하다.'로 빠질 수가 있는지? ㅋㅋㅋ  요코 할머니 진짜 엉뚱하지 않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 낳는 기계’라는 말을 듣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건 여자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네네, 맞아요, 남자는 단순한 종마랍니다, 기계보다 못하지요, 모쪼록 힘내세요, 하고 웃으면 될 일을.
♣ 사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p 209 



이런 이야기들 외에도 정말 배꼽 잡는 에피소드도 너무 많고, 요코 할머니가 괴짜라서 그런지 주변 친구분들도 어찌나 독특하신지. 그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사람은 '희귀한 남자 K' (겨울연가 DVD를 배낭에 짊어지고 와서는 요코 할머니와 겨울연가 전편을 두 번씩이나 같이 본다. 심지어 희귀한 남자 K는 요코 할머니의 아들과 절친 사이임),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절로 나는 골동품 가게 싱글벙글 씨도, 신체장애 1급인 아내를 살뜰하게 보살펴주던 페페오씨도 기억나고…….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장면. 

 “몇 년이나 남았나요?” “호스피스에 들어가면 2년 정도일까요.” “죽을 때까지 돈은 얼마나 드나요?” “1천만 엔.” “알겠어요. 항암제는 주시지 말고요, 목숨을 늘리지도 말아주세요. 되도록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럭키, 나는 프리랜서라 연금이 없으니 아흔까지 살면 어쩌나 싶어 악착같이 저금을 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재규어 대리점에 가서, 매장에 있던 잉글리시 그린의 차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주세요.” 나는 국수주의자라서 지금껏 오기로라도 절대 외제 차를 타지 않았다.

배달된 재규어에 올라탄 순간 ‘아,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다녔지만 이젠 늦었구나’라고 느꼈다. 시트는 나를 안전히 지키겠노라 맹세하고 있다. 쓸데없는 서비스는 하나도 없었고 마음으로부터 신뢰감이 저절로 우러났다. 마지막으로 타는 차가 재규어라니 나는 운이 좋다.

 
♣ 사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p 242

  

 

리뷰요약: 웬만한 시트콤 보다 재밌는 요코 할머니의 일기장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빵빵 터지고, 그러게 사는 게 뭐라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직 한참 어린 내가(ㅋㅋ) 이제는 고인이 되신 할머니의 일상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피식피식 웃을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얼떨떨 하지만 요코 할머니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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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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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이런 사기 캐릭터가 다 있나! 천재 해커 리스베트의 매력에 푹 빠져 그야말로 미친 듯이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2권을 삼 일 만에 뚝딱 다 읽어 치웠다.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다 읽고 연달아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읽었다면 훨씬 더 열광하며 재미있게 읽었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잠깐 들지만, 밀레니엄 시리즈는 언제 읽어도 미치도록 재밌다.  

 


방금 밀레니엄 시리즈 1부를 내가 언제 읽었더라? 찾아보니 마지막 리뷰 날짜가 2011.08.31 헉! 벌써 4년 전이다. 

하지만 4년 만에 2부를 펼쳐 읽었는데도 뭐랄까? 스티그 라르손 작가의 글빨은 너무나도 화력이 엄청나서 이미 싸늘하게 꺼져버린 불씨도 삽시간에 활활 다시 불타오르게 만들고, 정말이지 결말을 알게 되기 전까지 아무것도 손에 잡을 수 없도록, 읽는 동안에도 내내 사람을 안달복달하게 만든다. 진짜 어마무시한 책이 아닐수 없다.      

 

 

아.. 아직 밀레니엄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1, 2권은 구매를 안 했는데 ㅋㅋㅋㅋ

사놓고 한 페이지도 못 본 책이 집에 너무 많이 쌓여서 ㅋ (10월 말에 도착한 책들도 아직 표지밖에 구경을 못했고, 지난 주에 도착한 책들은 아직 택배상자도 안 열어봤고 ㅋㅋ) 당분간 진짜 책 안 사야지 다짐했는데,

다짐 하자마자 또 이렇게 치명적인 책 뽐뿌 라니;;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권, 2권> 리뷰 ▶ http://blog.aladin.co.kr/775219146/506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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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10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끼는 거지만 책이 책을 부르는 이 사태를 어의할꼬 하는 생각을 자주하곤 해요 ㅎ 스타그라르손의 책을 저도 아주 오래전에 읽었는데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ㅋ 저녁 맛있게 드세요^~^

꽃핑키 2015-11-10 18:53   좋아요 0 | URL
큭큭 ㅋㅋㅋ 그래도 책이 책을 부르는 이런 경우는 매우 신나는 일이라 ㅋㅋㅋ 거부할 수가 없지요? ㅋㅋㅋ
해피북님도 따뜻하고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

보슬비 2015-11-1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작가가 요절하는 바람에 3편만 나와서 너무 아쉬우어요. 더 읽고 싶은데 말이죠...ㅠ.ㅠ

꽃핑키 2015-11-11 00:03   좋아요 0 | URL
아.. 정말 ㅠㅠㅠ 너무 안타깝죠? 어디선가 스티그 라르손 암살설도 들은 것 같은데.. 정말 인생 그 자체가 소설같아요 ㅠㅠ

soando79 2015-11-11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밤새워 읽었던 기억이^^
 
스틸 앨리스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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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 7월에 다 읽은 <스틸 앨리스>를 이제야 다시 펼쳐 리뷰도 쓸 겸 읽은 내용들을 되새겨 본다.

 

스틸 앨리스는 2009년에 출간된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의 개정판이라고 하는데, 2015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작 [스틸 앨리스] 의 원작소설로 유명세를 타게 돼 다시 사람들에게 읽히게 된. 알츠하이머병을 소제로 한 리얼 다큐 같은 소설이다. 

보통 치매,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하면 노인들이 주로 걸리는 병으로 알고 있지만, 이 책은 젊은 사람이 걸리는 치매, 즉 50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을 다루고 있다는 게 흥미롭고. 특히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이 저자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신경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머니에게 영감을 받아서라고 하니, 그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진짜로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생생함이 있어 더 실감 나게 읽힌다.  

 

 

전 앨리스 아울랜드라고 해요. 51세고 작년에 조발성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지요. 저는 25년간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로 재직해왔지만 지난 9월부터 알츠하이머병 증세 때문에 일을 못하고 있어요.

지금 집에 있는데 정말 외롭네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데니즈 다다리오에게 전화로 조발성 치매 환자 모임에 대해 물었더니, 환자 모임은 없고 보호자 모임만 하나 있다고 하더군요. 데즈니가 당신들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줬어요.

12월 5일 일요일 오후 2시에 여러분들 모두 저희 집으로 초대해서 차와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보호자와 함께 오셔도 좋아요. 제 주소와 약도를 첨부합니다.

조만간 만나기를 바라며, 앨리스

♣ 스틸 앨리스 - 리사 제노바 :p 302


 

첨엔 단순하게 병에 걸려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조차 기억 못하게 된다니..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이야기라니.. 모처럼 펑펑 울며 읽을 수 있는 안타까운 소설인가 보다 싶어서 나는 미리 울 준비를 단단히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안 슬픈 거다. 몰랐던 약물 이름과 의학 용어들이 줄줄이 나오고 굉장히 담담한 문체로 알츠하이머의 증상을 서술하고 있어서, 내가 소설책이 아니라 의학 서적을 읽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에이, 되게 슬픈 책일 줄 알았는데. 눈물이 안 나네. 하고 별 감흥 없이 책을 덮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시 책 내용을 되짚어보니 오히려 담담하고 감동과 눈물을 강요하지 않아서 마음이 더 짠해졌다.  

 

더불어 혹시라도 알츠하이머병 같은 못된 병에 걸리게 되더라도 끝까지 곁에서 함께 일상을 지켜주고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줄 좋은 배우자와 친구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고, 내겐 그런 가족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해 마음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아이스크림을 먹는 법도, 신발 끈을 묶거나 걷는 법도 잊게 될 것이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아밀로이드의 축적으로 쾌락신경이 파괴되어 평소에 좋아하던 것들을 즐길 수 없게 되리라. 어느 시점에 이르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리라.  

 

차라리 암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츠하이머병을 암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당장 그렇게 하리라. 앨리스는 그런 생각을 품는 게 부끄럽고 말도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계속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암이라면 적어도 싸울 상대가 있는 것이다. 수술, 방사선 치료, 화학 요법도 있다. 이길 수 있는 확률도 있다. 가족과 하버드 사람들도 용감한 투병에 응원을 보내며 그 과정을 고귀하게 여길 것이다. 그리고 설령 암과의 싸움에서 패한다고 해도 그들 모두를 알아보며 작별을 고하고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암과는 전혀 다른 괴물이었다. 그걸 물리칠 수 있는 무기가 없었다. 이라셉트와 나멘다를 복용하는 건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대고 시원찮은 물총 두 개를 조준하는 것과 같았다.

 

♣ 스틸 앨리스 - 리사 제노바 :p 168~169  


리뷰요약 : 담담하지만 뜨거운 다큐 같은 소설. 알츠하이머병을 소제로한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은 생생함으로 훗날 내가 몹쓸병에 걸리게 되더라도 끝까지 내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해줄 좋은 가족, 좋은 배우자,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착하게, 잘 살아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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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닝 책은 장영희 교수님의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이 책은 이미 2010년에 읽은 책이라서 그저 가볍게, 포스트잇 플래그로 밑줄 표시해두었던 구절들만 휘리릭 뽑아 읽을 심산이었는데, 어쩐지. 갑자기. 책장에 고이 꽂혀 있던 이 책에 뜬금없이 눈길이 가더라니만.. 다시 처음부터 정독하고 있다. 
 

<과자와 맥주>라는 책에서 서머셋 모옴은 한 여자 인물을 묘사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 역설적인 말이지만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나 재능인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내 주변을 보면 한시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아주 안절부절,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하다못해 층계라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운동을 하거나 그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거나 정 할일이 없으면 괜히 시계를 보거나 하다못해 주위 사람들에게 공연히 짜증을 내기도 한다. 내 친구 중에는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뜨개질로 무엇인가를 짰다가 다 짜고 나면 풀어서 다시 짜는 이도 있다.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p 106


아 그래, 이 구절을 읽으며 서머셋 모옴의 <과자와 맥주>라는 책도 찾아봐야지 했었는데, 여태까지 잘도 까먹고 있었다는 게 기억나서 생각난 김에 책 검색도 해봤다.  

 

 

 

오! 그저 감으로 <과자와 맥주>는 단편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와 / <과자와 맥주>를 한 권에 묶어 450쪽 분량이고, 과자와 맥주는 … 235쪽부터 시작이 되니 뒤에 해설 빼고~ 작가 연보 빼면 대략 180쪽. 길지도 짧지도 않은 딱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이겠다. 


 

 

그나저나, 장영희 교수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만은 넘치게 가지신 것 같다고 하셨는데,   

나 역시도 멍 때리기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요즘 부쩍. "그동안 내가 나를 한참 잘못 알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진다. 물론 살아오면서 내가 변했을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같은 건 어쩌면 타고나는 성격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암튼, "한시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아주 안절부절,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거! 몇 년 만에 장영희 교수님 글을 다시 꺼내 읽으며 깨닫게 됐다. 그렇다고 진짜 생산적인 일을 하거나, 운동이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내 경우엔 단 1분도 걸리지 않는 다운로드 시간을 못 참아서 광고 베너를 클릭하고, 실시간 검색 순위를 클릭해보고, 연예인 기사를 훑다가 정작 해야 할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오늘도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고 1분 안팎의 물 끓는 시간을 못 기다려서 딴짓하다가 커피 물은 다 식어 빠지기를 여러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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