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닝 책은 장영희 교수님의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이 책은 이미 2010년에 읽은 책이라서 그저 가볍게, 포스트잇 플래그로 밑줄 표시해두었던 구절들만 휘리릭 뽑아 읽을 심산이었는데, 어쩐지. 갑자기. 책장에 고이 꽂혀 있던 이 책에 뜬금없이 눈길이 가더라니만.. 다시 처음부터 정독하고 있다. 
 

<과자와 맥주>라는 책에서 서머셋 모옴은 한 여자 인물을 묘사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 역설적인 말이지만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나 재능인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내 주변을 보면 한시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아주 안절부절,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하다못해 층계라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운동을 하거나 그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거나 정 할일이 없으면 괜히 시계를 보거나 하다못해 주위 사람들에게 공연히 짜증을 내기도 한다. 내 친구 중에는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뜨개질로 무엇인가를 짰다가 다 짜고 나면 풀어서 다시 짜는 이도 있다.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p 106


아 그래, 이 구절을 읽으며 서머셋 모옴의 <과자와 맥주>라는 책도 찾아봐야지 했었는데, 여태까지 잘도 까먹고 있었다는 게 기억나서 생각난 김에 책 검색도 해봤다.  

 

 

 

오! 그저 감으로 <과자와 맥주>는 단편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와 / <과자와 맥주>를 한 권에 묶어 450쪽 분량이고, 과자와 맥주는 … 235쪽부터 시작이 되니 뒤에 해설 빼고~ 작가 연보 빼면 대략 180쪽. 길지도 짧지도 않은 딱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이겠다. 


 

 

그나저나, 장영희 교수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만은 넘치게 가지신 것 같다고 하셨는데,   

나 역시도 멍 때리기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요즘 부쩍. "그동안 내가 나를 한참 잘못 알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진다. 물론 살아오면서 내가 변했을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같은 건 어쩌면 타고나는 성격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암튼, "한시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아주 안절부절,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거! 몇 년 만에 장영희 교수님 글을 다시 꺼내 읽으며 깨닫게 됐다. 그렇다고 진짜 생산적인 일을 하거나, 운동이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내 경우엔 단 1분도 걸리지 않는 다운로드 시간을 못 참아서 광고 베너를 클릭하고, 실시간 검색 순위를 클릭해보고, 연예인 기사를 훑다가 정작 해야 할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오늘도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고 1분 안팎의 물 끓는 시간을 못 기다려서 딴짓하다가 커피 물은 다 식어 빠지기를 여러번 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