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짧은 낮잠에서 깼을 때 '얼굴 없는 남자'가 앞에 있었다. 그는 내가 잠자던 소파 건너편 의자에 걸터 앉아, 얼굴 없는 얼굴 위 가상의 두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키가 크고, 옷차림은 전에 봤을 때와 똑같았다. 챙 넓은 검은 모자를 눌러써 얼굴 없는 얼굴을 반쯤 가렸고, 지난번처럼 칙칙한 색깔의 긴 코트를 입었다.


"초상화를 부탁하러 왔네." 얼굴 없는 남자는 내가 완전히 잠이 깬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낮은 목소리에 억양도 감정도 없었다. "그려주겠다고 약속했지. 기억하나?"

♣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p9 프롤로그




"기억합니다. 그때는 종이가 없어서 그릴 수가 없었지요." 내가 말했다. 내 목소리도 마찬가지로 억양과 감정이 없었다." 대신 펭귄 부적을 드렸습니다."

"그래, 여기 가져왔네."

남자가 말하고는 오른팔을 똑바로 내밀었다. 매우 긴 팔이었다. 손에는 플라스틱 펭귄 인형을 쥐고 있었다. 휴대전화에 부적처럼 달려 있던 것이다. 그는 그것을 낮은 유리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딸깍, 작은 소리가 났다.

"이건 돌려주지. 자네에겐 이게 필요할 거야. 이 작은 펭귄이 부적처럼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줄 테니까. 대신 내 초상화를 그려줘야겠어."

나는 당황했다. "하지만 갑자기 그러시면...... 저는 아직 얼굴 없는 사람의 초상화를 그려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목이 바싹 말랐다.

"자네가 뛰어난 초상화 가라더군. 그리고 무슨 일에나 처음은 있는 법이지. 얼굴 없는 남자가 말했다. 그러고는 웃었다. 아마도 웃은 것 같았다. 그 웃음소리 같은 것은 깊은 동굴 속에서 들려오는 공허한 바람 소리와 비슷했다.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p10 프롤로그




+

얼굴이 없는 남자의 얼굴을???? 도대체 어떻게 무슨 수로? 그린단 말인가!

첫 페이지부터 서스펜스 넘치는!!!!

내 사랑 하루키 사마의 <기사단장 죽이기>

얼굴이 없는데? 어떻게? 초상화가 완성될 수 있을까? 다음 이야기가 넘나 궁금한데 ㅠㅠ

요즘 수중에 돈이 너무 없어서 돈 벌 궁리하느라;;

긴 호흡으로, 우아하게 앉아 책 읽을 시간이 없다. ㅠㅠ

는 소리는 다 핑계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울 아파트 이동도서관 차량에서 이 책을 벌써 3번이나 빌려왔는데 ㅋㅋㅋ

프롤로그만 읽고 반납ㅋ, 프롤로그만 읽고 반납 ㅋㅋ

이러다 프롤로그 외울 지경! ㅋㅋㅋ ㅋ

그런데 진짜 몇 번을 읽고 또 읽어도 안 질린다. 소설의 시작은 자고로 이렇게 흥미진진해야 한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매력적인 하루키 문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을 일컫는 "봉준호가 장르다" 와 같은 맥락으로ㅋ 내겐 "무라카미 하루키가 장르다."랄까? ㅋㅋ 사실 나는 '하루키 소설' 보다 '하루키 에세이'를 진짜 좋아하긴 하지만..;;



자꾸 빌렸다 - 반납했다 - 애꿎은 사서님만 힘들게 하지 말고 이참에 예쁜 리커버 특별판을 구매할까?


하아.. 읽고 싶은 책 마음대로 다 사고, 여유롭게 읽을 시간까지 살 수 있도록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습니다. ㅠㅠ

오늘, 짧은 낮잠에서 깼을 때 ‘얼굴 없는 남자‘가 앞에 있었다. - P9

오늘, 짧은 낮잠에서 깼을 때 ‘얼굴 없는 남자‘가 앞에 있었다. 그는 내가 잠자던 소파 건너편 의자에 걸터 앉아, 얼굴 없는 얼굴 위 가상의 두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키가 크고, 옷차림은 전에 봤을 때와 똑같았다. 챙 넓은 검은 모자를 눌러써 얼굴 없는 얼굴을 반쯤 가렸고, 지난번처럼 칙칙한 색깔의 긴 코트를 입었다. ​

˝초상화를 부탁하러 왔네.˝ 얼굴 없는 남자는 내가 완전히 잠이 깬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낮은 목소리에 억양도 감정도 없었다. ˝그려주겠다고 약속했지. 기억하나?˝- P9

˝기억합니다. 그때는 종이가 없어서 그릴 수가 없었지요.˝ 내가 말했다. 내 목소리도 마찬가지로 억양과 감정이 없었다.˝ 대신 펭귄 부적을 드렸습니다.˝
˝그래, 여기 가져왔네.˝
남자가 말하고는 오른팔을 똑바로 내밀었다. 매우 긴 팔이었다. 손에는 플라스틱 펭귄 인형을 쥐고 있었다. 휴대전화에 부적처럼 달려 있던 것이다. 그는 그것을 낮은 유리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딸깍, 작은 소리가 났다.
˝이건 돌려주지. 자네에겐 이게 필요할 거야. 이 작은 펭귄이 부적처럼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줄 테니까. 대신 내 초상화를 그려줘야겠어.˝

나는 당황했다. ˝하지만 갑자기 그러시면...... 저는 아직 얼굴 없는 사람의 초상화를 그려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목이 바싹 말랐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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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9-06-0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변의 카프카와 닮았다?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술술 읽히게 만들 수도 있구나. 느꼈습니다.
꼭 완독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