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앨리스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지난 7월에 다 읽은 <스틸 앨리스>를 이제야 다시 펼쳐 리뷰도 쓸 겸 읽은 내용들을 되새겨 본다.

 

스틸 앨리스는 2009년에 출간된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의 개정판이라고 하는데, 2015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작 [스틸 앨리스] 의 원작소설로 유명세를 타게 돼 다시 사람들에게 읽히게 된. 알츠하이머병을 소제로 한 리얼 다큐 같은 소설이다. 

보통 치매,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하면 노인들이 주로 걸리는 병으로 알고 있지만, 이 책은 젊은 사람이 걸리는 치매, 즉 50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을 다루고 있다는 게 흥미롭고. 특히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이 저자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신경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머니에게 영감을 받아서라고 하니, 그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진짜로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생생함이 있어 더 실감 나게 읽힌다.  

 

 

전 앨리스 아울랜드라고 해요. 51세고 작년에 조발성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지요. 저는 25년간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로 재직해왔지만 지난 9월부터 알츠하이머병 증세 때문에 일을 못하고 있어요.

지금 집에 있는데 정말 외롭네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데니즈 다다리오에게 전화로 조발성 치매 환자 모임에 대해 물었더니, 환자 모임은 없고 보호자 모임만 하나 있다고 하더군요. 데즈니가 당신들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줬어요.

12월 5일 일요일 오후 2시에 여러분들 모두 저희 집으로 초대해서 차와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보호자와 함께 오셔도 좋아요. 제 주소와 약도를 첨부합니다.

조만간 만나기를 바라며, 앨리스

♣ 스틸 앨리스 - 리사 제노바 :p 302


 

첨엔 단순하게 병에 걸려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조차 기억 못하게 된다니..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이야기라니.. 모처럼 펑펑 울며 읽을 수 있는 안타까운 소설인가 보다 싶어서 나는 미리 울 준비를 단단히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안 슬픈 거다. 몰랐던 약물 이름과 의학 용어들이 줄줄이 나오고 굉장히 담담한 문체로 알츠하이머의 증상을 서술하고 있어서, 내가 소설책이 아니라 의학 서적을 읽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에이, 되게 슬픈 책일 줄 알았는데. 눈물이 안 나네. 하고 별 감흥 없이 책을 덮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시 책 내용을 되짚어보니 오히려 담담하고 감동과 눈물을 강요하지 않아서 마음이 더 짠해졌다.  

 

더불어 혹시라도 알츠하이머병 같은 못된 병에 걸리게 되더라도 끝까지 곁에서 함께 일상을 지켜주고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줄 좋은 배우자와 친구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고, 내겐 그런 가족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해 마음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아이스크림을 먹는 법도, 신발 끈을 묶거나 걷는 법도 잊게 될 것이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아밀로이드의 축적으로 쾌락신경이 파괴되어 평소에 좋아하던 것들을 즐길 수 없게 되리라. 어느 시점에 이르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리라.  

 

차라리 암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츠하이머병을 암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당장 그렇게 하리라. 앨리스는 그런 생각을 품는 게 부끄럽고 말도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계속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암이라면 적어도 싸울 상대가 있는 것이다. 수술, 방사선 치료, 화학 요법도 있다. 이길 수 있는 확률도 있다. 가족과 하버드 사람들도 용감한 투병에 응원을 보내며 그 과정을 고귀하게 여길 것이다. 그리고 설령 암과의 싸움에서 패한다고 해도 그들 모두를 알아보며 작별을 고하고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암과는 전혀 다른 괴물이었다. 그걸 물리칠 수 있는 무기가 없었다. 이라셉트와 나멘다를 복용하는 건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대고 시원찮은 물총 두 개를 조준하는 것과 같았다.

 

♣ 스틸 앨리스 - 리사 제노바 :p 168~169  


리뷰요약 : 담담하지만 뜨거운 다큐 같은 소설. 알츠하이머병을 소제로한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은 생생함으로 훗날 내가 몹쓸병에 걸리게 되더라도 끝까지 내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해줄 좋은 가족, 좋은 배우자,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착하게, 잘 살아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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