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마음이 습할 때는 이 책을 읽지 않는 편이 좋다.착오와 실수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는 사람들, 슬쩍 다가온 불행을 그저 받아들이는 일 외엔 할 수 있는게 없는 불운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헛헛해져가는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건 역시 술 뿐이라서.그런 변명으로 술잔을 기울이는 나에게 ‘이보쇼‘ 나 ‘어이 거기‘가 아닌 ‘안녕 주정뱅이‘라고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아서.‘산다는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가 첫 문장인 이 책이 그냥 막 마음을 헤집어 놓아서.결핍이 축적되어 결국 죽음으로 완성되는 두 개의 인생이 묘한 여운을 주어서.분명 마이너스를 계속 누르는 계산을 했는데 그저 0일 뿐인 결과물이라는게 이 책에서 그려내는 인생인 것 같아서.급속도로 나쁜 사람이 되어간다는 처량한 대사가 남의 얘기 같지 않아서.천박하게 타인의 인생을 재단하지 않겠다는 무력한 다짐이 언젠가 나의 다짐 같아서.그냥이 어딨냐고 말하는 나와 그래도 그냥이라고 말하는 나를 목격할 수 있어서.견딜 수 없어서, 이해할 순 없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어서.2017. 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