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의 아틀리에
장 주네 지음, 윤정임 옮김 / 열화당 / 200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감이 필요한 때라서.

부담없는 볼륨이라서.

자코메티의 조각상들은 소멸해 버린 세대에 속한 느낌, 숱한 시간과 밤이 지혜롭게 갈고 닦아 부식시킨 후 부드럽고도 견고한 영원성의 기운을 담아 우리 앞에 내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마에서 아주 뜨거운 열로 구워낸 후에도 잔여물이 남듯이, 그의 조각상들은 활활 타오르던 불꽃이 사그라진 후에도 그 자리에 남을 것이다. - 30

조각상들은 단지, 마치 저 끝으로 밀려난 수평선의 밑바닥 아주 먼 곳에 있었던 것 처럼 당신들에게 다가올 뿐 아니라, 당신들이 어느 자리에 있든 간에, 스스로의 위치를 조정해 당신들이 저 아래 낮은 쪽에 있도록 한다. 조각상들은 수평선이 밀려난 아주 멀리 떨어진 높은 곳에 있고, 당신들은 둔덕의 발치에 있는 것이다. 조각상들은 당신들을 만나러 서둘러 다가오고 당신들을 앞질러 가버린다. - 45

자코메티는 동시대 사람들이나 다가올 미래의 세대를 위해 작업하지 않는다. 그는 결국 죽은 자들의 넋을 사로잡을 조각상을 만들고 있다. - 58

2017. Ma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