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꽝 문학동네 시인선 75
김연숙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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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발을 디디지 못한 불안정함.

선뜻한 바람이 휙 지나가는 느낌.

산다는 힘든 직업
그가 쐐기 풀숲에서 나올 때 죽음이 그를 잡았다
폐허조차도 사라져버렸다 - 손톱과 부리 중.

2016.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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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 박람강기 프로젝트 5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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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것이 최고라는 예뻐야 최고라는 삐뚫어진 욕망을 좀 구겨넣어보려고

제목에 끌려서, 이 박람강기 시리즈가 재밌어서 골랐다.

그러나 진입 장벽이 있다.

이 책의 해악은 대부분의 글이 매우 진지하다는 것이다. 글을 경박하게 만들 만한 시간이 나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근엄해지기는 너무도 쉽다. 실없어지기는 너무도 어렵다. -10

진지하다. 그에 더해 이 책은 거의 백년전에 쓰인 글로 이루어져있다.

시대에 뒤떨어져있다는 감각은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옛날 사람임은 계속 인지하게 된다.

성공과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책의 오류가 가장 재밌었다.

기대했던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는 그것이 과연 옹호인지하는 의문이 남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글을 따라잡으려는 의식이 희미해졌다.

집중력의 탓일 것이다.

2016.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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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적의 친구 - 파리, 내가 만난 스물네 명의 파리지앵 걸어본다 8
김이듬 지음, 위성환 사진 / 난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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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새벽 네시. 이제는 쌀쌀한 바람이 온 집안에 열어둔 창을 통해 불어들어오는 와중에 그 차가운 공기덕에 폭발한 알러지로 훌쩍거리며.

대체 하루에 몇 번까지 알러지약을 먹어도 되는지, 약 복용설명서를 읽어 보면 해결될 것을, 아니 하다 못해 검색한번 해보면 될 것을, 구지 그러지 않기로 하고 궁금해하기만 하면서....

이 책을 펼쳐 들었는데 시작부터 딱 마음에 든다. 뭔가 왔음.

모든 국적의 친구라니 멋지잖아.

내가 아는 친구를 싸그리 모아봐야 조국을 제외하고는 4개국의 친구 정도. 그나마도 지속적인 연락같은 건 없는...

그래서 이 기획이 좀 멋지다고 생각했다. 기대보다는 상당히 일회성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시인 이상의 수학적 언어를 이해하고 단박에 반했다는 프랑스 수학자, 전두환과 사르코지를 싫어하는 문학박사, 일상에서 더 뻣뻣한 느낌이 든다는 콘트라베이시스트, 예술은 직업이 아닌 생활 스타일이며, 하루 종일 시인으로 살면 그 사람이 시인이라는 프로듀서...

멋진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정말 많다고 새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럼 삶의 태도를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확신도. 멋지다.

여기에 실린 모든 인터뷰가 좋았다고는 할 수 없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짧은 인터뷰에서도 생겨났다.
그러나 인터뷰를 마친 그 날 밤 써내려간듯 한 김이듬 시인의 시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시의 비밀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시를 읽은 기분이 들었다.

홀린듯 순식간에 책을 읽고 마지막 인터뷰를 읽을 무렵, 결국 찬공기에 건조해진 비강 점막에 탈이 났다.
콧물이 흐르는 줄 알고 급히 휴지를 뽑아 코를 풀었는데, 시뻘건 피다.
더운건 싫지만, 건조하지 않은 여름이 살짝 아쉽다.

그리고 좀 다른 얘긴데, 분명 출간 직후 새 책을 구입했는데, 책이 군데군데 왜이리 더럽나.....ㅡ.ㅡ 싫다. 이 책에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장미 노래는 많다
나는 가시를 노래하고 싶다 - Olav H. Hauge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 이방인들, 버림받은 아이들...... 나는 이들이 지닌 심장을 나도 지녔다고 느낀다. 나의 유년에 불어닥쳤던 어려움이, 부모로 말미암은 시련이 나로 하여금 다른 데로 떠밀려간 이들을 향한 천진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가능케 한 것 같다. 나의 시라는 엉망진창이고 보잘것 없는 국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내 목숨과 같은 시의 나라에 나는 내 모국어로 이들을 초대하고 환대하여 살게 한다. 나는 나 자신이 사라져도 괜찮다고 여기며 쓴다. - 프롤로그 중

오늘은 시청 앞에서 만나 마레 지구를 함께 걷기로 했다. 우리는 광장벤치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고, 센 강가를 걸으며 시체처럼 꼼짝하지 않고 누운사람도 보았다. 의미없고 아름다운 문장을 생각했지만 나는 받아적거나 녹음하는 일에 더 치중해야 했다. - 35

조금 더 있다가 올래? 최상이라고 여겨지는 순간에서 조금만 더
사후에나 경험할 고독처럼 네가 온다면
나도 누구처럼 사랑의 노래를 불러줄게
거짓말일지 모르지만 - 저 나무에 그 많은 새가 중


2016.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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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성석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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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곳 저곳 방랑기.

더러 허구가 가미된 이야기라는데 뭐가 허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열하일기도 읽고 있는데, 약간 비슷한 느낌도 있는 것이 아무래도 호기심부분이 아닐까 한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귀찮아하는 듯 하면서도 행동력이 있는 점이랄까.

2016.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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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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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재밌다.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흥미진진하다.

물론 이럴줄 몰랐네 식의 반전같은건 별로 없다. 다만 sf의 클리셰를 훌륭히 버무렸다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주인공인 존 페리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영웅적이다.

끔찍한 비극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희미하게만 그려져있다.

노구를 이끌고 자원입대를 한 후 일어나는 상황들은 많은 부분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미지화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감정적 소모까지는 감당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괜찮은 이야기다. 최적화 되어있달까.

시리즈를 구입해 놓았는데, 조금씩 톤이 다르다는 이야길 들어서 기대도 되고, 그 반대이기도 하다.


묘지를 싫어하긴 하지만, 이곳에 감사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아내가 그립다. 묘지에서, 죽어서 묻혔을 뿐인 곳에서 그녀를 그리워하는 편이 그녀가 살아 있던 모든 장소에서 그리워하는 것보다 쉽다. 나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오래 머무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저 8년이 지나도록 생생한 아품을 다시금 느낄 시간이면 족했다. 그것은 또한 나에겐 멍청한 늙은 바보처럼 묘지를 어정거리는 것말고 다른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아픔이기도 했다. 아픔을 느끼도 나서 나는 몸을 돌려 떠났고,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 묘지든 아니면 내 아내의 무덤이든 이것이 마지막 방문일 테지만, 그곳을 기억하는 데 지나친 노력을 기울이고 싶지는 않았다. 말했다시피 이곳은 아내가 죽어서만 와본 장소다. 그 장소를 기억하는 것은 그리 가치 있는 일이 아니다. - 11

날 괴롭히는 게 그건지도 몰라. 결과에 대한 감각이 없어. 난 방금 살아 있는, 생각하는 존재를 집어서 건물에 집어 던졌어. 그런데 전혀 괴롭지가 않아. 그게 괴롭지 않다는 사실이 고로운 거야, 앨런. 행동에는 결과가 있어야 해. 최소한 우리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하고 있는지, 훌륭한 이유가 있어서 하는 짓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아야 해. 난 내가 하는 짓이 전혀 끔찍하지가 않아. 그게 무서워. 그게 의미하는 바가 무서워. 난 저주받을 괴물처럼 이 도시를 짓밟고 다녀. 그러면서 내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하는 거야. 내가 무엇이 되었는지를. 난 괴물이야. 자네도 괴물이야. 우리 모두가 인간 아닌 괴물인데 그게 잘못됐다는 생각도 안 해. - 270


2016.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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