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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를 치켜세움
폴 오스터 지음, 샘 메서 그림,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타자기가 말을 하고 있다. 자신의 심정을 토해 내고 있다. 악마같은 형상으로 속내를 풀고 있는가 하면 활짝 웃는 얼굴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쓰던 물건에 애착을 가지게 된다. 언젠가 16년전에 산 도스용 컴터가 생각난다. 나또한 그 물건의 가치에 남들이 웃으면서 쓰레기라고 취급하지만 내 맘을 그것이 아니었다.
인터넷이 깔리고 도스용이 아무 의미없이 한 쪽으로 페기 처분이 될지언정 난 그 속의 추억을 더듬고 있었다.
이 저자도 그의 친구도 인해 자신의 타자기에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 의미의 부여는 모든 사람이 다 다르다.
나의 컴터에도 그 속에 사회에 첫발을 내 딛음과 동시에 공부에 대한 열망보단 열등감으로 시작한 하나의 나의 룰이 있었다. 힘든 직장생활 도중에 몇달치의 월급을 모아서 마련한 컴터에 대한 나의 애착은 그저 인터넷이 깔리고 번쩍한 새로운 물건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때에도 그것을 쉽사리 버리지를 못했다. 이사를 여러번하면서도 그 고물만을 끼고 살았던 이유는 현재의 나의 삶이 좀 더 고달프다고 느껴질때 그 속의 일기장을 들추며 힘든 시절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꿈의 책방을 시작하기전 그 속에 나의 잔재를 더욱더 오랫동안 지니기 위해 책방 프로그램을 깔기에 이르렀다.
나의 고물 컴터는 나에게 돈벌이도 된 셈이다. 몸뚱아리엔 온갖 낙서와 상처가 무성했지만 새로 장만한 반짝이는 컴터가 엄면히 존재하였지만 나는 그것보다더 좋은 나의 삶속에 파고 들때가 많았다.
이제는 고물로 어느 구석에서 쓰레기가 되어서 떠돌아 다니지만 그 속의 나의 존재는 흩어지지 않고 다사 이곳으로 담고 있으니 미련이라고는 가질 필요가 없다.
아마 작가도 그 자신의 몇천일을 같이 한 타자기를 이런씩으로 치켜 세움이 아닌지.
화장실에 갈때 읽었다.
앉아서 생각을 했다. 돈의 값어치를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책이지만 작가에게는 소중한 재산이 된 책인것 같다. 자서전이라고 거창하게 쓴 책도 많지만 타자기가 난무한 그림속에서 자신을 만족했을 수도 있다.
양장본으로 나온 책이라서 가격이 비싸다. 나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의미를 부여해서 옛일을 다 시 떠 올리며 읽는 사람은 돈이 아깝지 않겠지만 그 외의 사람은 다소 돈이 아까울 수가 있겠고 출판사에 대해 욕도 한바가지로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