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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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 ‘빗소리가 듣기 좋다.’하는 운치가 아니라,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하니 귀찮거나 빗물에 신발이나 바지 끝이 젖어가는 게 싫다는 생각을 한다. 눈이 내리면 소복소복 쌓이는 그 눈이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쌓인 눈이 얼어서 빙판이 되어 불편하다거나 눈이 녹아내릴 때 질퍽거리는 도로가 싫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한때는 내리는 빗소리에 문학소녀가 되기도 했고,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눈밭을 구르면서 놀기도 했었는데 말이지. ^^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귀찮고 번거로운 것으로 먼저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

다행스럽게도 이 책 『비밀의 강』 속의 칼포니아의 하루에 동행하면서 그렇게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을 저절로 눈에 담게 되고, 칼포니아의 행동 하나하나에 부여된 그 마음이 어떤 것일지를 찾아보게 만들고 있었다. 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한 그 시간들 속에서 좋은 느낌을 주는 긍정적인 시선보다, 귀찮고 싫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먼저 주는 시간들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었다. 너무 익숙하게 그래왔던 것이라 지금까지 몰랐었나 보다. 아니, 힘들다는 핑계로 무언가를 배려할만한 마음의 여유를 잘라내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만을 위해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최우선인 삶이었다. 다른 이의 마음이나 어려움을 볼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인지 칼포니아를 통해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마음과 너무나도 상반된 그 순수함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존재해야 다른 것도 보이는 것 아니겠냐고 생각했었는데, 칼포니아가 보여주었던 마음을 통해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자세와 마음을 배우게 된다. 
 



플로리다의 숲속 마을, 그곳에서 칼포니아의 아빠는 물고기를 팔아 가족을 부양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식탁에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 아빠의 가게도 어렵고 마을 사람들도 먹을 게 없어 힘들다는 말을 듣게 된 칼포니아는 아빠도 돕고, 어려움에 부딪힌 마을 사람들도 돕기 위해 직접 물고기를 잡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마을의 가장 지혜로운 알버타 아주머니에게 커다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을 묻는다. 그 질문에 알버타 아주머니는 숲속의 비밀의 강에 대해 말해준다. 하지만 알버타 아주머니는 강의 위치가 아니라 비밀의 강을 찾아가는 힌트만 준다. 바로 자신의 코끝을 따라가라고. 그 코끝을 따라가다 보면 비밀의 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한 가지 힌트로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일단 나서고 보니 이상하게도 길이 자꾸만 열리는 것 같다. 토끼가 나타나 시선을 돌리고 잠시 후에는 파란 어치가 나타나 또 눈길을 돌리면서 따라가다 보니 그 끝에 비밀의 강이 있었다. 아, 정말이었네. 말 그대로 고개를 돌리면서 저절로 함께 움직이는 그 코끝을 따라왔더니 비밀의 강이 있었네. 거기에다가 거짓말처럼 비밀의 강에는 정말 큰 물고기(메기)가 엄청나게 많이 있었다. 우연처럼 강어귀에 메어져 있던 배도 칼포니아에게 도움이 되었다.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물고기가 많이 있는 비밀의 강도 찾게 되고,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배도 준비되어 있었고, 칼포니아의 머리에서 떼어낸 종이꽃을 미끼삼아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도 있었다. 이 물고기들을 가져가서 아빠에게 도움이 되고,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도움이 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에 포만감이 생긴다. 이제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다.

벌들은 모두 내 친구.
꽃들은 모두 내 꽃동무.
모두가 행복한 시간은 나도 즐거운 시간.
모두 모두가 이렇게만 계속된다면
절대 끝나지 않을 테지.
(영영 끝나지 않을 테지. 영, 영.) 

여기까지만 봤을 때는 그냥 칼포니아라는 소녀의 모험담인줄로만 생각했다. 위기를 극복한 한 편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자꾸만 뭔가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칼포니아가 물고기를 잡아서 집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부터였다. 칼포니아는 물고기를 많이 잡았으나 이 물고기들을 어떻게 가져가야할지가 걱정이었다. 그때 마침 보였던 실유카 이파리로 끈을 만들어 물고기의 아가미를 꿰어 묶어 생각보다 편하게 물고기들을 옮겨갈 수가 있었다. 비밀의 강을 찾아갈 때처럼 코끝을 따라 집으로 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잿빛 여우와 너구리들이 나타나 칼포니아의 코끝을 향하게 해주었고, 칼포니아는 또 한 번 숲속 동물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처음 칼포니아가 비밀의 강을 찾아갈 때, 물고기를 잡을 때, 잡은 물고기를 가지고 돌아올 때, 그리고 집으로 찾아가는 길까지 자연이라는, 숲의 친구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었다. 마치 그 자리에서 칼포니아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은 칼포니아에게 아낌없이 마구 내어주는 것만 같았다.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 것은 무언가를 받으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Give and Take의 방식이었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럼 자연에게 도움을 받은 칼포니아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할 텐데, 무엇으로 그 대가를 치를 수 있을까. 자연에게 도움 받은 것의 대가를 치를 만한 것은 아마도 칼포니아의 순수함이 아니었을까. 칼포니아의 순수함이 자연의 마음을 열어 비밀의 강까지 동행하게 한 것이라고. 그 순수함에 보답이라도 하듯 비밀의 강은 칼포니아에게만 보였으니까 말이다. 그 이후의 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칼포니아의 순수함이 힘을 가지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칼포니아는 물고기를 잡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엉이와 곰, 흑표범을 만난다. 그 동물들이 나타났을 때, 나는 너무도 당연하게 칼포니아를 해칠 것이라 생각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전래동화 속의 호랑이처럼 칼포니아를 위협해서 물고기들을 다 빼앗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칼포니아가 먼저 마음을 보여주었다. 동물들이 배가 고플 것이라 생각하면서 먼저 물고기를 내어주었던 것이다. 아, 이기적인 나의 마음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지나는 길에 그냥 만날 수도 있는 일이었을 텐데, 왜 나는 동물들이 해칠 것이라고 먼저 떠올렸을까. 타인에 대한 경계와 방어가 나를 지키는 일인 것처럼 생각했다. 타인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어도 나를 먼저 챙기려는 이기심에 의심과 경계부터 하는 것이었다. 그런 것이 습관이 되어 살아왔기에 칼포니아의 행동이 예상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건 순수한 마음만이 빚어낼 수 있는 것이었는데…….

누군가 널 겁주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음을 읽어줘야 해.
그럼 절대로 더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가끔씩 어떤 누군가는 “고마워.”라며 인사말도 건넬 테니까. 

 

 

한편으로는 더불어 산다는 것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칼포니아가 잡아온 물고기로 아빠는 장사를 하고, 먹을 것이 필요했던 마을 사람들은 물고기를 사서 끼니를 채운다. 이 과정에서 또 한 번 보였던 것은 마음을 담은 순수한 배려였다. 칼포니아의 아빠는 당장에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먼저 내어주고 돈을 나중에 받는다. 배고픔을 달래고 힘을 내야 다시 일을 해서 돈을 갚을 테니까. 이런 이야기는 그냥 동화이니까, 라고도 생각했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눈에는 이런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읽다보면 내내 그 ‘순수함’이란 단어를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나만의 이익이 아닌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칼포니아는 순수한 마음으로 비밀의 강을 찾으러 떠난다. 물고기를 잡아서 팔고 많은 돈을 벌어서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물고기를 팔아야 하는 아빠의 장사를 돕고자 했던 것뿐이었다. 그때 그 순간에 마을에 닥친 경제적인 어려움을 넘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칼포니아는 물고기를 잡고 싶었던 것이니까. 그건 모두에게 닥친 위기를 같이 건너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듯했다. 아이가 그때의 어려움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테니까. 이 이야기가 써진 시간적 배경이 1930년대의 미국의 대공황 시기였다고 하니, 그 위기는 어느 한 사람에게만 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같이 건너가고자 한다면 그 길을 걷는 걸음이 많이 무겁지 않을 것이기도 하겠지. 언젠가부터 우리 입에서 항상 나오는 ‘경제위기’라는 말을 여기에 적용시켜보고 싶기도 하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이 위기도 어느 한사람에게만 다가온 것은 아닐 것이기에 칼포니아의 순수한 마음과 나눔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도 그렇게 건너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와 바람을 자꾸만 담고 싶어서…….

 

 

 

칼포니아가 비밀의 강을 찾아가던 여정은 한 사람의 인생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누구나가 살면서 한번쯤은 난관에 부딪힐 수 있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그 이후 삶의 모습을 그려주겠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비밀의 강에 대해 말해주는 알버타 아주머니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만나고 싶은 멘토처럼 보였다. 우리가 어떤 길로 갈지 헤맬 때, 그 길이 옳은 길인지 누군가에게 한번쯤 묻고 싶을 때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알버타 아주머니는 칼포니아에게 비밀의 강의 정확한 위치를 말해주지 않았다.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만 따라가라고 했다. 그 코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어도 그 믿음대로 따라가면 비밀의 강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믿음을 주고 있었다. 이는 곧, 자신의 선택에 따라 믿음으로 같이 가면 그 어떤 결과를 만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최선을 다한 후에 만나는 결과물은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인생의 경험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비밀의 강을 찾고자 했을 때 알버타 아주머니는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해주신다. 실재하지 않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비밀의 강이라고. 가만히 눈을 감고 만나고자 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힌트를 여기서도 주고 있었다. ^^ 이런 장면들은, 앞으로도 칼포니아가 그 어떤 위기 앞에서 자신이 생각한 믿음대로 향할 것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 안에 우리가 있었다. 일단 부딪혀 보는 것, 믿고 나아가 보는 것, 주저앉지 말고 일어서서 걷다 보면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비밀의 강이 나타나주지 않을까? 간절히 바라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가고자 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곳에서 낚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용기와 희망이 아닐까 기대해 보게 된다. 비밀의 강은 꿈속에서나 만날 법한 신기함으로 먼저 다가오는 이름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내 안에서 늘 같이 하는 것만 같다고. 칼포니아에 대입되어 비밀의 강을 찾아가는 그 하루의 여정을 우리가 함께 했으니, 이제 그 비밀의 강은 세상 속에서 부딪히면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남겨진 하나의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그 경험은 우리가 자라나면서 만나는 많은 장애물들을 건너게 해줄 바탕이 되지 않을까. 정말 간절한 순간에 조우하고 싶은 이름이 되었다. 비밀의 강...

비밀의 강은 내 마음속에 있네.
언제든 갈 수 있는 그 강.
알버타 아주머니의 말은 모두 맞았지.
하늘에는 황금빛 물결이 너울너울.
강에는 옥빛 물살이 출렁출렁.
강, 강, 비밀 속에 감춰진 내가 사랑하는 강. 

 

 


어떤 방향에서 봐도 들려오는 메시지가 있어서 그 다양함에 가슴속이 풍성해졌다. 연령 구분이 없이 읽을 수 있는 특별한 그림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읽어가는 과정에서, 다 읽은 후에도 두근두근 쉬지도 않고 가슴이 설렌다고 해야 할까. 자연과 인간이 같이 살아가면서 나누어야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보게 했다. 거기에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은 살아있는 표정과 이야기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숨을 쉬고 있는 듯 보였던 자연의 모습들, 나무들과 이파리들 하나하나에 그려진 표정들은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의 말을 할 수 없기에 내 멋대로 생각하고 해석했던 것들을 이 책의 그림들이 풀어내는 표현으로 듣고 있었다. 그렇게 자연과 칼포니아가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은, 욕심이 아닌 나눔과 배려가 만들어낸 최고의 교류로 완성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보게도 만들었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내 안에서 찾아내어 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항상 순수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순수함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기적들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자연이 내어주는 것들로 모면한 위기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마음이 풀어내는 온기들, 내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비밀의 강의 힘까지. 이 책은, 더 넓고 많은 세상을 경험하면서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칼포니아가 들려주었던 한 편의 아름다운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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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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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숙제처럼 무언가를 다시 해야 할 때나 꼭 필요한 어떤 부분을 찾아내야 할 때 같은 특별한 목적을 두지 않는 한,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펼쳐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나의 성격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몇 번씩이나 손길이 가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출간된 지 딱 10년,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나고 같이 흘러왔던 시간과 거의 비슷하다. 처음 도서관 서가에 꽂혀있던 이 책을 만났을 때는 로맨스소설인줄도 모르고 만났다. 읽다보니 점점 빠져든다. 말랑말랑한 감정 하나만을 주고 있던 게 아니었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로맨스소설이되 로맨스소설만은 아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저절로 그 공감의 둘레 안으로 파고들어가게 했다. 몇 번을 도서관에서 이용하다가 결국은 구매하고야 말았다. 이 책은 나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야만 했던 운명인 것처럼 그렇게, 나와 같은 공간에서 그 긴 시간동안 이 책으로 울고 웃고, 위로 받고 보듬어주고, 공감과 이해를 같이 경험해왔다. 이 책의 어디쯤 펼치면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맞춤형으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이른 듯하다. 이쯤이면, 나의 모든 희로애락을 같이 해온 이 책에게 ‘절친’이라고 이름 붙여줘도 되지 않을까? ^^ 그리고 몇 년 동안 들어왔어도 질리지 않을 이 말이 어느 순간 이 책과 동의어가 되어가기도 했다.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서른 한 살의 라디오 작가 공진솔과 서른세 살의 라디오 피디 이건의 사랑이야기다. 프로그램 이름마저도 구수한 <노래 실은 꽃마차>에서 같이 호흡을 맞추게 되면서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다. 그런데 이 남자 건PD, 시집까지 냈던 시인의 경력을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소심한 진솔은 더 긴장한다. 글 좀 쓴다고 해서 혹시나 작가를 괴롭게 할까 싶어 마음의 경계를 세우지만, 시간과 마음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마음이 다가갈수록 서로를 더 알게 되고 동료 그 이상의 감정이 싹튼다. 그러면서 또 한 번 겪게 되는 사랑이란 풍랑을 두 사람은 어떻게 건너갈지가 궁금해 내 마음도 동행한다.

라디오라는 단어가 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여전할 수 없었던 걸까. 한때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것이 엽서나 편지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워드프로그램으로 타이핑한 것이 아닌 손으로 악필일지라도 손으로 꾹꾹 눌러서 쓰는 그 힘에 온 마음을 담아 적었더랬다. 마치 그 순간 그렇게 적어 보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마음을 그곳에 담아내야만 했었다. 그리고 운이 좋아 전파를 타고 나에게로 다시 날아오면 무언가를 털어내는 듯했다. 가슴 속 이야기들을 날려 보내고 듣고 싶은 음악 한곡과 함께, 그렇게 또 한 번 마음이 가벼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던 때가 있었는데. 어떻게 틀리지 않고 쓸까 하는 마음과 적어가는 동안 한 번 더 내뱉는 말들이 주는 개운함과 우표를 붙이고 날아가는 시간, 다시 또 돌고 돌아 나에게 들려오던 시간들이 지금은 사라진 듯하다. 문자 한통에 실시간으로 소개되는, 누군가의 사연이나 이야기가 이렇게 빨리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만나는 이 책은 그래서 조금 더 느리게 흐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 역시나 그렇게 느리고 단단하게 흐를 수도 있다는 듯이……. 그런 방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깊어져가는 모습을 건과 진솔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두근거렸던 시작과 서툴게 차단했던 마음과 그래도 사랑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음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 감정들이 풀어내는 것은 온기였다고,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고.

아주 어렸을 적에, 삼십대가 된 어른의 모습은 사랑이 아니라 삶에 익숙해지는 게 먼저 그려지고는 했었다. 몇 살에는 무엇을 하고, 몇 살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이미 정해진 매뉴얼대로 진행되고 있는 삶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그렇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생각되더라. 그런 순간들 속에서 진솔과 건을 만났다. 서른이 넘은 사람들, 사랑도 해보고 이별도 해본, 가슴에 크고 작은 상처 하나쯤은 안고 살아왔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듣고 싶어진다. 평범한 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나도 같이 녹아드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한번쯤 사랑에 실패해봤던 이들이 조심조심, 그러나 진심을 다해 또 다른 사랑에 다가가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마음이 사랑인 걸까 거듭 확인하고 싶어지고, 사랑이라 표현하고 다가가도 될는지 조심스럽고, 이 사랑이 무사히 앞으로 갈 수 있을지 염려스럽고……. 그러면서도 계속 가고 싶은 이유, 사랑이란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이유를 버리지 못해서인 건 아닐까, 라고.
어쩌면 이리, 쉬운 일이 하나도 없을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잊는 것도 죄다 어렵다. 만만한 일이 뭘까, 세상에서. 마음속에서 메아리가 윙윙 울리고 있었다. (352페이지)

이 책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주변의 사람들은 건이 나쁜 남자라고 했다. 가만히 있는 진솔을 흔들어 마음을 고백하게 만들더니, 정작 고백을 듣고서는 그 마음을 자신의 마음대로 정의해버렸다. “지나가는 바람일지도 몰라요.”라고. 진솔의 많은 부분을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여놓고 순간 진심을 말해버린 자신의 마음을 바보 같이 수습해버렸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그런데 정말, 이런 건이 나쁜 남자일까? 몇 번을 읽었어도 나는 잘 모르겠다. 온전하게 진솔에게 가기 위해 망설이던 것도, 자신의 마음을 인정했을 때 따라올 기다림도, 그가 주었던 아픔들에 대해서 그가 치유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남자였다. 그래서 누군가가 건을 나쁜 남자라 말할 때 속으로 웅얼웅얼 하고 싶은 말을 참고는 했다. ‘진짜 나쁜 남자를 못 봤구먼.’하고 말이지. ^^ 나라고 나쁜 남자를 알아봤자 얼마나 알고 있겠는가. 다만 이 남자, 건이 진심을 말하고 다가가는 모습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이해해주고 싶은 아량이 발동한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더 현실감이 느껴지게 했던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어서, 일상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 시행착오를 하는 게 사람이라서 인정하고 싶은 남자라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하나하나에 우리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어서 더 애틋한 소설이다. 바람 따라 떠도는 자유를 느끼고 싶은 선우, 그런 선우에게 자신을 봐달라고 애쓰는 연인 애리, 자신의 진짜 사랑이 이 사람인지 저 사람인지 찾지 못해 우왕좌왕 고민했던 가람, 사랑으로 받은 상처에 다시 오는 사랑이 주춤거렸던 진솔과 건. 그리고 인생이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정의해주신 이필관 옹까지.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 이들이 취하는 행동,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는 메시지들이었다. 언제 어느 때 다시 만나도 그때그때의 마음에 스며들어 치유해주는 힐링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책을 다시 찾은 이유도 거기에 있을 테지. 마음이 두 동강 났을 때, 나를 다독여주고 싶을 때, 봄의 시작에 찾아온 지금의 꽃샘추위를 혼내주고 싶게 따스함 전해 받고 싶을 때.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이 책을 만나야 할 이유가 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로, 더 이상 이 책을 로맨스소설이라 부르면 안 될 것 같다. 단맛 쓴맛, 살아가는 매 순간의 모든 맛을 경험하게 해주는 인생소설이라 명명하면 어울리려나. ^^ 여전히 사서함 110호의 <노래 실은 꽃마차>의 사연도 계속되고 있을 것만 같다. 아직도 진솔과 건이 거기에 있을 테니까...

2013개정판에 부록처럼 수록된 단편 「비 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의 제목은 이 책을 읽은 사람이면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을 것이다. ^^ 그래서 내용도 연상이 되기도 하는데, 이 단편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다른 내용이다. 오래된 골동품을 파는 가게의 남자와 파꽃을 그리는 여자가 남포등이 켜지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안에 두 사람의 추억과 함께 한 이야기가 겹쳐져 하나로 이어진다.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도록~ ^^



Dear Diary

잘 자요. 좋은 꿈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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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책 읽기 - 뚜루와 함께 고고씽~ 베스트컬렉션 39 카페에서 책 읽기 1
뚜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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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은 독자! 그럼 독자인 당신은 어디에서 책을 읽는가?!
사소한 물음일 수 있지만, 은근한 호기심에 궁금하기도 해서 굳이 대답을 듣고 싶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 외출할 때는 가방에 작은 책 한권 들고 나가서 자투리 시간에 몇 페이지씩 넘겨본다거나 커피점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주어진다면 또 앉은자리에서 몇 페이지씩 넘겨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책을 읽는 시간의 대부분은 방바닥에서 뒹굴 거리면서이다. 그래서 자세불량으로 정형외과 진료를 받은 적도 있다. 목뼈가 비뚤어졌다나? 바른 자세로 앉아서 책과의 적정거리를 두고 내려다봐야 하는데, 나는 그런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안 좋은 것을 총집합해놓은 자세로 책을 대한다. 책에 대한 예의 없음이라고 말하기는 뭐한, 그냥 망가진 내 몸뚱이에게 미안할 뿐. 흑…….

그래서인지 제일 좋아하는 카페의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서 책읽기를 한다는 저자의 책읽기를 듣는 즐거움은 색달랐다. 미리 말하지만, 제목이 ‘카페에서 책 읽기’라고 하여 저자처럼 카페에서 책을 읽으라는 말은 아니다. 그저 우리(독자) 모두가 사랑하는 책을 읽는 장소를 저자의 스타일로 표현한 것이다. 저자는 카페라는 장소에서 책 읽기를 즐기는 것뿐이므로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책이야기다. 저자가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카툰으로 표현했다는 것만 다를 뿐 우리가 읽는 책, 우리가 쓰는 리뷰와 의미는 같다고 생각하고 싶다. 사실 나도 손재주가 있으면 정말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단 말이다. 저주받은, 재능 없는 손이 안타까울 때가 많아서 슬프지만 어쩌랴.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다른 용도로의 발전을 꾀하여 즐거움을 찾는 수밖에. 하지만 늘 아쉬움은 남는다. 활자로 미처 다 표현해내지 못한 것은 그림 하나로 다 담아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재주는 늘 갈망하게 되니까. 또 한 번 흑……. (부러우면 지는 건데, 그래도 부러워. ㅠㅠ)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일단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무엇보다도 미흡한 글발 때문에 카툰 서평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그 미흡함이 저자의 특색 있는 리뷰로 거듭났으니까 말이다. (아, 진짜 부러울 수밖에.) 누가 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독자의 자세와, 카툰이라는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더 솔직하게 표현되는 듯한 리뷰의 느낌과, 내가 미처 리뷰에 다 담아내지 못했던 고백 같은 중얼거림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들로 책이야기를 꽉꽉 채워냈다. 적어도 이 책만큼은 저자의 스타일대로 카페에서 읽어주면 더 맛깔 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꼭 그렇게, 그 장소에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자신의 부족함과 일상 같은 습관이 만들어낸 북 카툰이라는 리뷰의 형식은 어떤 식으로 보든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저자가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표현 하는 부분에서 내가 느낀 것은, 뭔가 있어 보이려 포장을 한다거나 알지 못하는 것을 굳이 아는 척 한다거나 해서 거슬리게 보이는 리뷰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 눈에 보이는, 저자가 리뷰를 표현하는 방식은 편하고 유쾌하게, 책 이야기는 진지하게, 느낌은 솔직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리뷰가 좋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에게 더없이 맞춤형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저자가 이 책에서 뒷부분에 만화의 리뷰를 실어준 것을 빼면 모든 리뷰가 소설책에 대한 것이다. 장편 단편, 장르 구분 없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 너무 반가웠다. 내가 읽은 책, 알고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 아직 못 읽었어도 가지고 있는 책이기에 더 빨리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조급함을 주는 것까지도 좋았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 따위는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좋다.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 어떤 장소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자신이 좋아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이 책이 더 공감을 하게 만드는 이유는 책 중간 중간에 담긴 저자의 책에 대한 생각이다. 그중 한 부분을 말해보자면,
<용서받지 못할 책> (107페이지를 살짝 보시라~)
1. 개념 없는 분권 - 600페이지 될까 말까 한 책을 부득불 갈라서 분권하는 것에 분노합니다. 차라리 손에 묵직하게 잡히는 단권이 좋다고요!
2. 넌 어느 쪽 그림 설명이니? - 이미지와 설명이 따로 놀아 연결이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독서 흐름에 상당한 장해를 받는답니다.
3. 넌 미주일 수밖에 없었던 거니? - 31페이지 주석을 보기 위해 916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결국, 보충 설명 부분은 과감히 포기해버렸어요.
4. 표지, 너 습자지로 만들었지? - 읽을 때마다 표지가 줄줄 흘러내리는 걸 매번 끌어올려야 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럼 표지를 벗겨내고 보라고요?
5. 넌 왜 무려 양장이니? - 페이지 수 200쪽도 안 되는 얇은 책을 굳이 양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앙증맞은 문고본은 정녕 만들 수 없었던 건가요? 무조건 양장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닌데 말입니다.
6. 넌 왜 두꺼운 양장이면서 책갈피 끈도 없니? - 근래에 읽은 만화책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두꺼운 만화책에 페이지 수도 없고, 세상에 책갈피 끈도 없는 거예요. 만화책이라도 속독이 불가능한 저는 당황스러웠어요.
7. 광활한 여백의 미 - 책의 성격상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책도 있지만, 지나친 여백으로 페이지 수만 잡아먹는 책은 용서할 수 없어요.
특히 1,3,4,5,7번 항목을 격하게 공감한다. 이해 안 되는 분권과 백여 페이지 분량을 양장본으로 만났을 때의 분노, 여백으로 인하여 책의 페이지 수만 늘어난 것 같은 상황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뒤끝을 불러온다. 주석이 페이지 하단에 없으면 주석 확인하는 것은 과감히 포기(뒤쪽 페이지까지 왔다갔다 너무 힘들어.)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은데 그저 책을 만드시는 분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도 좀 헤아려 달라고........

저자(뚜루)의 북 카툰 중에서 베스트 39편을 모아서 나온 책이다. 그냥 서평집이라고 하면 서운하고, 개인의 독서일기라고 하기에는 막 훔쳐보고 싶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할 때면 아끼는 책에 밑줄까지 쫙쫙 그어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연재할 때마다 다 챙겨보는 것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따로 구독하고 싶을 만큼 저자의 리뷰를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이 더 반가웠던 것은 언급해주는 책들 중에서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이 참으로 많았다는 점~ 하지만 소장하고 있을 뿐이지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았다는 점~ 그래서 마음이 바쁘다. 빨리 책장으로 달려가 그 목록을 다 꺼내어 옆에 쌓아두고 싶어서 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구를 떠날 그날까지 책과 함께 하고 싶다.’는 저자의 말에 어떻게 공감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안 그래? 구뤠~~!!

거의 한 달 사이에 서평집 세권을 만났다. 두 권은 소장하려고 내 품에 데려왔고, 한 권은 도서관에서 본 책인데 아직까지 구매여부를 망설이고 있다. 곧 이 책도 내 품에 데려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권 모두 분위기가 다 달라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한권은 좀 진지하고 깊은 맛이 나고, 한권은 심플하지만 다양하고 많은 책을 소개해주고 있었고, 나머지 한권이 바로 이 책이다. 그렇게 각각 다른 세권의 서평집을 만나면서 또 하나 발견한 것은 역시나 서평집을 대할 때 드는 공통된 느낌이다. 그 책에서 소개해주는 책들이,
- 내가 읽은 책이면 무지 반갑고. ㅎㅎ
- 내가 읽지 않은 책이면 리스트가 배불러지고. ^-----^
- 내가 읽지는 않았으나 소장하고 있는 책이면 괜히 낚은 고기 같고. >.<
나만 이런가? ^^ 가끔씩 부작용을 동반한다고 하여도, 다른 이의 리뷰(서평집이라고 하여도)를 만나는 일은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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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2013-02-20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뚜루님 서평을 종종 찾아보곤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낸지는 몰랐네요.
구단씨님이 올려주신 글에서 '용서받지 못할책'들 정말 격하게 공감해요. 특히 전 1번이 싫더라고요.
적당한 분권은 손목보호에 도움이 되지만, 개념없는 분권들은 정말......

구단씨 2013-02-20 11:50   좋아요 0 | URL
어린왕자의 별님 반갑습니다. ^^

이 책 속에서 소개해주시는 책에 대한 사소한(?) 저자의 느낌들이 참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난 책이기도 합니다... ^^
 
알라딘 머그컵 - 남색 바탕 흰색 글씨
대한민국
평점 :
절판



책 구매하면서 받으려고 했는데, 알라딘 서재의 달인 선물로 먼저 득템한 알라딘 머그컵...

알라딘에서 이벤트 할 때마다 그 디자인을 약간씩 달리해서 나오고 있는 머그컵이다.


솔직히 다른데서 이벤트로 주는 머그컵은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오는데, 오직!!

알라딘 머그컵은 득템하기 위해 구매욕구를 마구마구 끌어올린다...

 

쎈쑤있는 서재지기님이 살짝 힌트를 드렸더니 원하던 빨강이로 보내주셨다. ^^ (완죤~ 감사해요~!! ^^)
이제 남색만 득템하면 된다. 책 고르기가 어려워 남색은 그냥 구매로 득템할 예정이다...
너무 예뻐서 매일매일 뭔가를 마시고 싶어지게 만든다. ^^

도자기컵이라 그런지 무게감도 있고, 용량도 제법 커서 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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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이 독깨비 (책콩 어린이) 22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는 내내, 평범하다는 기준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예쁘다는 극찬은 아니어도 어디 가서 못생겼다는 소리는 안 듣고 살았고, S라인 몸매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기성복을 사 입을 수 있는 몸으로 살고 있으며, 남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어디론가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그런 삶이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물론 그런 삶에도 경제적인 이유나 시간상의 이유로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테지만, 보통은 그 ‘평범’에 가깝지 않나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남들도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공감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 속의 주인공인 어거스트를 보면서 내가 누리고 있는 그 ‘평범’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다른 이들도 똑같이 평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배우게 되는 시간이었다. 외모로 인하여 그 ‘다름’으로 차별화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도 다시금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는 삶의 자세를 보게 되었다. 하루하루의 시간이, 나를 이해해주는 가족과 친구가, 내가 누리고 있는 일상이 사뭇 다르게 보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선천적인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어거스트는 열 살이 되면서 중학교에 입학한다.(여기서는 5학년, 우리나라로 보면 중학교1학년) 그동안에는 여러 차례의 수술과 치료, 자신의 기형적인 외모 때문에 밖에 나가기를 꺼려했던 이유로 홈스쿨을 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엄마가 지도해주시는 홈스쿨도 무리가 있었고, 세상 속에서 부딪히면서 살아가야할 어거스트를 위해 부모님이 한 제안이었다. 어떤 기대감으로 어거스트에게 그 제안을 했을지 모를 부모님의 마음과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 어거스트의 마음이 어떤 시험대 위에 오른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어거스트는 생애 처음으로 학교에 갔다. 전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인물들, 새로운 공부, 그리고 가족들의 울타리에서만 생활하면서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온 것과는 전혀 다른 시선들을 맞이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어거스트의 중학교1학년 생활, 1년 동안의 시간을 그대로 보여준 이야기였다. 그리고 어거스트의 1년을 우리도 같이 흘려보냈다. 여섯 명의 시선으로…….

“좋아, 그건 인정해. 하지만 이건 누가 학교생활이 더 나쁜지 견줘 보는 시합이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 모두 그런 나쁜 날들을 견뎌 내야만 한다는 거야. 죽을 때까지 아기 취급 받고 싶지 않으면, 아니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 남고 싶지 않으면 받아들이고 이겨 내야 해.” (185페이지)

이야기는 몇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각각의 에피소드는 ‘나’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주인공인 어거스트와 어거스트의 누나인 비아(올리비아), 어거스트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먼저 사귄 친구인 잭, 사심 없이 편견 없이 어거스트를 맞이한 친구 서머, 비아의 남자친구인 저스틴, 비아의 오래된 친구인 미란다. 이들 여섯 명의 시선으로 보이는 이야기는 그냥 겉으로만 보이는 시선들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솔직하게 들려왔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 때로는 솔직하게 풀어내지 못하는 표현들, 다르게 받아들여 쌓이는 오해의 시간들, 진심을 잠시 묻어두고 자신의 이기심을 보여야 했던 순간들까지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수록 마음은 더욱 아파져왔다. 그것은 그들이 보여주는 입장의 차이라는 것이 고스란히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이니까, 친구니까, 혹은 그 나이의 아이들이 그럴 수 있으니까, 하는 이해의 마음도 갖고 싶어지지만 나도 이기적인 인간이라 그런지 그때그때 풀어내고 있는 그들(말하고 있는 화자)의 마음을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여섯 명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여 이해와 함께 공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거스트.
그 누구보다 어거스트 자신에게 가장 힘든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2년 동안 머리에 헬멧을 쓰고 다니면서 거리를 활보했을 모습을 떠올려 보니, 귀밑머리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 것만 같다. 누구에게나 열린 세상과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누군가에게는 얼굴을 꽁꽁 싸매듯이 가리고 나서야 걸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는 게 서글펐다. 헬멧 밖으로 보이는 그 풍경들과 세상의 소리를 얼마나 듣고 싶을까 자꾸만 상상하게 된다. 눈앞에 무언가가 한번 차단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아닌, 윙윙거리듯이 헬멧을 통과해서 들리는 소리가 아닌 생생함 그 자체로 세상 속으로 뛰어들고만 싶은 간절함이 저절로 생긴다. 10년이라는 시간, 견디기 힘든 수술들과 몇 차례의 수술로도 정상적인 얼굴로 돌아오지 못한 모습에 좌절했을 것도 같건만, 적어도 집안에서의 어거스트는 몸집이 좀 왜소한 열 살 어린이일 뿐이었다. 성실하게 공부했고, 유머감각이 있고,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 또래의 소년이었다고. 그런 어거스트가 새롭게 만난 학교라는 공간은 많은 공포를 주었을 것이다. 그 안에 그 차별을 드러내놓고 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있었지만, 세상은 조금 더 살만한 곳이라고 보여주듯이 시간과 마음을 통한 사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배려와 친절, 그리고 사라진 선입견들은 어거스트의 밝은 미래를 대신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더 나빠질 것 없을 것이라는 용기를 준다. 이제 어거스트는, 고학년에 진학하더라도, 혹은 졸업 후에 사회에 나가더라도 자신만의 매력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해서 안심이 된다. 다행이다. 마음이 놓인다.

비아와 가족들.
집안에 환자가 있는 가족들은 알고 있다. 환자만큼 그 고통의 시간들을 함께 하고 있는 가족들도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어거스트를 굳이 환자라고 말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이유로 배려해야할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어거스트를 봐주라는 말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다른 외모로 인하여 생길 수 있는 일, 어떻게 대할지 몰라서 보일 수 있는 시행착오나 오해들이 가장 먼저 보일 수 있는 공간도 가정 안에서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어거스트의 가족들은 이미 10년이란 시간을 어거스트와 함께 하면서 많이 적응하고 많이 배웠을 것이다. 염려하고 배려하는 마음들을. 그런데 이 안에서 안타까운 것은 비아다. 어거스트와 3살 차이밖에 안 나는, 어쩌면 비아 역시 부모님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언제나 어거스트가 1순위다. 비아 역시 모르지 않았다. 어거스트에게 부모님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가끔은 그런 상황이 아프고 화가 나기도 한다. 비아가 보여주던 모습들은 그런 마음들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동생을 너무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이해가 아닌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았을까. 어거스트의 가족이 가지는, 일반적인 가정과 다르다면 다른 상황들이 이 가족을 더욱 성장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어거스트와 비아, 그리고 엄마 아빠는 누구보다도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손을 가진 사람들로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잭, 꼭 나쁜 마음을 먹어야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게 아니야, 알겠니?” (219페이지)

어거스트와 비아의 친구들, 잭, 서머, 저스틴, 미란다.
나는, 어거스트와 비아만큼이나 이 친구들에게 더 많은 시선을 주고 싶었다. 이 친구들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와 다른 독자들 대신해서 그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 같았다. 우리가 가져야만 하는 시선을, 누군가의 마음에 접근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거스트와 비아만큼이나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여과 없이 내 맘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안함에 더욱 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일인칭 시점이 주는 매력을 여기에서 한 번 더 발견하게 된다. 말하고 싶은 그대로를 말하는 느낌이 들어서라고 해야 할까.

 

읽어가는 게 쉽지 않은 흐름이었다. 등장하는 인물들과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들게 하면서도 우리 사는 지금의 모습들과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지만, 어쩌면 우리가 사는 현실은 줄리안(어거스트를 괴롭히던 친구)이나 줄리안의 부모님 같은 편견을 가진 어른들이 더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꿋꿋하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자세로, 자신만의 매력으로 1년 동안 세상을 극복한 어거스트는, 우리가 만나고 싶고 만나야만 하는 미래라고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더욱 어거스트의 홀로서기와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기립박수를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어거스트이거나, 어거스트의 가족이 될 수 있고, 어거스트의 친구들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러분의 성장을 측정하는 기준은 몇 센티미터가 컸는지, 혹은 트랙을 몇 바퀴 돌 수 있는지, 아니면 평균 점수가 얼마인지가 아닙니다. 물론 그러한 것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주어진 시간 동안 여러분이 무엇을 했는지, 하루하루를 보내기 위해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올 한 해 여러분이 누구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기준으로 가늠이 됩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가장 큰 성공의 척도입니다.” (455페이지 - 교장선생님의 훈화 중에서)

특히나 이 책에서 꼭 필요했던, 존재해야만 했던 매력적인 인물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열린 마음으로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했던 교장선생님과 금언과 소중한 이야기로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찾게 만들어 주었던 브라운 선생님. 아이들의 하루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에서 이런 선생님의 존재는 꼭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당연하게 보이는 자세인데도 그 당연함이 사라진 학교나 교육자들을 보고 나면, 그런 간절한 바람은 더욱 진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현실에서 항상 만나고 싶은 선생님상이다. 이런 분들과 함께 하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함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소설이라는 이름의 허구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 비슷한 것들을 너무 많이 접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인지 이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다. 어거스트라는 아이의 안면기형을 소재로 했지만, 우리가 만나는 세상 속의 편견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기에 더욱 아픈 이야기였다. 겉으로 보이는 것들이나 사람의 외모만으로 판단하는 많은 경우를 이미 보았기에 말이다. 회사 입사시험에서 떨어질까 봐 성형수술을 하고 면접을 보고, 심지어는 커피점 아르바이트도 외모를 보고 뽑는다는 것을 보고 나니, 잠깐이나마 외모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잠깐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본 어거스트의 매력은 순간적으로 보이는 외모가 아닌 마음이었으니까. 친구들이 마음을 열어가던 것 역시나 잠깐 동안 보이는 모습들은 아니었지 않나? 마음을 연 교류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모습들이었다. 그래서 어거스트가 받은 그 기립박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의미일 수밖에 없었다. 어거스트가 엽서로 전한 금언처럼, “누구나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기립박수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극복하니까.” 너무 멋진 말이다. 세상을 극복한 모든 이들에게 기립박수를!!

“조셉이 사람의 모습을 한 하느님의 얼굴을 알아보는 때는 바로 그러한 순간들이었다. 그들이 베푸는 친절 속에서 어렴풋이 빛났고, 도움의 열망 속에서 눈부시게 빛났으며, 배려 속에서 은연중에 드러났고, 진정 그들의 눈길에서 어루만지는 손길을 느꼈다.” (457페이지)

 실제로 어거스트와 비슷한 여자아이를 보고,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잭과 잭의 동생과 보모의 입장이었다던 작가가, 그때 마침 들려오던 한곡의 노래와 겹쳐져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던데, 정말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기적을 같이 만난 독자인 나 역시도 가슴 속에 쌓이는 따스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 책을 읽을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동시에 성장해가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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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4 0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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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4 1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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