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이 독깨비 (책콩 어린이) 22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는 내내, 평범하다는 기준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예쁘다는 극찬은 아니어도 어디 가서 못생겼다는 소리는 안 듣고 살았고, S라인 몸매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기성복을 사 입을 수 있는 몸으로 살고 있으며, 남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어디론가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그런 삶이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물론 그런 삶에도 경제적인 이유나 시간상의 이유로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테지만, 보통은 그 ‘평범’에 가깝지 않나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남들도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공감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 속의 주인공인 어거스트를 보면서 내가 누리고 있는 그 ‘평범’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다른 이들도 똑같이 평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배우게 되는 시간이었다. 외모로 인하여 그 ‘다름’으로 차별화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도 다시금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는 삶의 자세를 보게 되었다. 하루하루의 시간이, 나를 이해해주는 가족과 친구가, 내가 누리고 있는 일상이 사뭇 다르게 보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선천적인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어거스트는 열 살이 되면서 중학교에 입학한다.(여기서는 5학년, 우리나라로 보면 중학교1학년) 그동안에는 여러 차례의 수술과 치료, 자신의 기형적인 외모 때문에 밖에 나가기를 꺼려했던 이유로 홈스쿨을 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엄마가 지도해주시는 홈스쿨도 무리가 있었고, 세상 속에서 부딪히면서 살아가야할 어거스트를 위해 부모님이 한 제안이었다. 어떤 기대감으로 어거스트에게 그 제안을 했을지 모를 부모님의 마음과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 어거스트의 마음이 어떤 시험대 위에 오른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어거스트는 생애 처음으로 학교에 갔다. 전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인물들, 새로운 공부, 그리고 가족들의 울타리에서만 생활하면서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온 것과는 전혀 다른 시선들을 맞이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어거스트의 중학교1학년 생활, 1년 동안의 시간을 그대로 보여준 이야기였다. 그리고 어거스트의 1년을 우리도 같이 흘려보냈다. 여섯 명의 시선으로…….

“좋아, 그건 인정해. 하지만 이건 누가 학교생활이 더 나쁜지 견줘 보는 시합이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 모두 그런 나쁜 날들을 견뎌 내야만 한다는 거야. 죽을 때까지 아기 취급 받고 싶지 않으면, 아니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 남고 싶지 않으면 받아들이고 이겨 내야 해.” (185페이지)

이야기는 몇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각각의 에피소드는 ‘나’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주인공인 어거스트와 어거스트의 누나인 비아(올리비아), 어거스트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먼저 사귄 친구인 잭, 사심 없이 편견 없이 어거스트를 맞이한 친구 서머, 비아의 남자친구인 저스틴, 비아의 오래된 친구인 미란다. 이들 여섯 명의 시선으로 보이는 이야기는 그냥 겉으로만 보이는 시선들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솔직하게 들려왔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 때로는 솔직하게 풀어내지 못하는 표현들, 다르게 받아들여 쌓이는 오해의 시간들, 진심을 잠시 묻어두고 자신의 이기심을 보여야 했던 순간들까지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수록 마음은 더욱 아파져왔다. 그것은 그들이 보여주는 입장의 차이라는 것이 고스란히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이니까, 친구니까, 혹은 그 나이의 아이들이 그럴 수 있으니까, 하는 이해의 마음도 갖고 싶어지지만 나도 이기적인 인간이라 그런지 그때그때 풀어내고 있는 그들(말하고 있는 화자)의 마음을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여섯 명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여 이해와 함께 공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거스트.
그 누구보다 어거스트 자신에게 가장 힘든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2년 동안 머리에 헬멧을 쓰고 다니면서 거리를 활보했을 모습을 떠올려 보니, 귀밑머리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 것만 같다. 누구에게나 열린 세상과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누군가에게는 얼굴을 꽁꽁 싸매듯이 가리고 나서야 걸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는 게 서글펐다. 헬멧 밖으로 보이는 그 풍경들과 세상의 소리를 얼마나 듣고 싶을까 자꾸만 상상하게 된다. 눈앞에 무언가가 한번 차단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아닌, 윙윙거리듯이 헬멧을 통과해서 들리는 소리가 아닌 생생함 그 자체로 세상 속으로 뛰어들고만 싶은 간절함이 저절로 생긴다. 10년이라는 시간, 견디기 힘든 수술들과 몇 차례의 수술로도 정상적인 얼굴로 돌아오지 못한 모습에 좌절했을 것도 같건만, 적어도 집안에서의 어거스트는 몸집이 좀 왜소한 열 살 어린이일 뿐이었다. 성실하게 공부했고, 유머감각이 있고,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 또래의 소년이었다고. 그런 어거스트가 새롭게 만난 학교라는 공간은 많은 공포를 주었을 것이다. 그 안에 그 차별을 드러내놓고 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있었지만, 세상은 조금 더 살만한 곳이라고 보여주듯이 시간과 마음을 통한 사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배려와 친절, 그리고 사라진 선입견들은 어거스트의 밝은 미래를 대신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더 나빠질 것 없을 것이라는 용기를 준다. 이제 어거스트는, 고학년에 진학하더라도, 혹은 졸업 후에 사회에 나가더라도 자신만의 매력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해서 안심이 된다. 다행이다. 마음이 놓인다.

비아와 가족들.
집안에 환자가 있는 가족들은 알고 있다. 환자만큼 그 고통의 시간들을 함께 하고 있는 가족들도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어거스트를 굳이 환자라고 말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이유로 배려해야할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어거스트를 봐주라는 말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다른 외모로 인하여 생길 수 있는 일, 어떻게 대할지 몰라서 보일 수 있는 시행착오나 오해들이 가장 먼저 보일 수 있는 공간도 가정 안에서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어거스트의 가족들은 이미 10년이란 시간을 어거스트와 함께 하면서 많이 적응하고 많이 배웠을 것이다. 염려하고 배려하는 마음들을. 그런데 이 안에서 안타까운 것은 비아다. 어거스트와 3살 차이밖에 안 나는, 어쩌면 비아 역시 부모님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언제나 어거스트가 1순위다. 비아 역시 모르지 않았다. 어거스트에게 부모님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가끔은 그런 상황이 아프고 화가 나기도 한다. 비아가 보여주던 모습들은 그런 마음들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동생을 너무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이해가 아닌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았을까. 어거스트의 가족이 가지는, 일반적인 가정과 다르다면 다른 상황들이 이 가족을 더욱 성장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어거스트와 비아, 그리고 엄마 아빠는 누구보다도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손을 가진 사람들로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잭, 꼭 나쁜 마음을 먹어야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게 아니야, 알겠니?” (219페이지)

어거스트와 비아의 친구들, 잭, 서머, 저스틴, 미란다.
나는, 어거스트와 비아만큼이나 이 친구들에게 더 많은 시선을 주고 싶었다. 이 친구들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와 다른 독자들 대신해서 그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 같았다. 우리가 가져야만 하는 시선을, 누군가의 마음에 접근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거스트와 비아만큼이나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여과 없이 내 맘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안함에 더욱 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일인칭 시점이 주는 매력을 여기에서 한 번 더 발견하게 된다. 말하고 싶은 그대로를 말하는 느낌이 들어서라고 해야 할까.

 

읽어가는 게 쉽지 않은 흐름이었다. 등장하는 인물들과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들게 하면서도 우리 사는 지금의 모습들과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지만, 어쩌면 우리가 사는 현실은 줄리안(어거스트를 괴롭히던 친구)이나 줄리안의 부모님 같은 편견을 가진 어른들이 더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꿋꿋하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자세로, 자신만의 매력으로 1년 동안 세상을 극복한 어거스트는, 우리가 만나고 싶고 만나야만 하는 미래라고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더욱 어거스트의 홀로서기와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기립박수를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어거스트이거나, 어거스트의 가족이 될 수 있고, 어거스트의 친구들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러분의 성장을 측정하는 기준은 몇 센티미터가 컸는지, 혹은 트랙을 몇 바퀴 돌 수 있는지, 아니면 평균 점수가 얼마인지가 아닙니다. 물론 그러한 것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주어진 시간 동안 여러분이 무엇을 했는지, 하루하루를 보내기 위해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올 한 해 여러분이 누구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기준으로 가늠이 됩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가장 큰 성공의 척도입니다.” (455페이지 - 교장선생님의 훈화 중에서)

특히나 이 책에서 꼭 필요했던, 존재해야만 했던 매력적인 인물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열린 마음으로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했던 교장선생님과 금언과 소중한 이야기로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찾게 만들어 주었던 브라운 선생님. 아이들의 하루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에서 이런 선생님의 존재는 꼭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당연하게 보이는 자세인데도 그 당연함이 사라진 학교나 교육자들을 보고 나면, 그런 간절한 바람은 더욱 진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현실에서 항상 만나고 싶은 선생님상이다. 이런 분들과 함께 하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함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소설이라는 이름의 허구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 비슷한 것들을 너무 많이 접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인지 이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다. 어거스트라는 아이의 안면기형을 소재로 했지만, 우리가 만나는 세상 속의 편견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기에 더욱 아픈 이야기였다. 겉으로 보이는 것들이나 사람의 외모만으로 판단하는 많은 경우를 이미 보았기에 말이다. 회사 입사시험에서 떨어질까 봐 성형수술을 하고 면접을 보고, 심지어는 커피점 아르바이트도 외모를 보고 뽑는다는 것을 보고 나니, 잠깐이나마 외모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잠깐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본 어거스트의 매력은 순간적으로 보이는 외모가 아닌 마음이었으니까. 친구들이 마음을 열어가던 것 역시나 잠깐 동안 보이는 모습들은 아니었지 않나? 마음을 연 교류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모습들이었다. 그래서 어거스트가 받은 그 기립박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의미일 수밖에 없었다. 어거스트가 엽서로 전한 금언처럼, “누구나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기립박수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극복하니까.” 너무 멋진 말이다. 세상을 극복한 모든 이들에게 기립박수를!!

“조셉이 사람의 모습을 한 하느님의 얼굴을 알아보는 때는 바로 그러한 순간들이었다. 그들이 베푸는 친절 속에서 어렴풋이 빛났고, 도움의 열망 속에서 눈부시게 빛났으며, 배려 속에서 은연중에 드러났고, 진정 그들의 눈길에서 어루만지는 손길을 느꼈다.” (457페이지)

 실제로 어거스트와 비슷한 여자아이를 보고,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잭과 잭의 동생과 보모의 입장이었다던 작가가, 그때 마침 들려오던 한곡의 노래와 겹쳐져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던데, 정말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기적을 같이 만난 독자인 나 역시도 가슴 속에 쌓이는 따스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 책을 읽을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동시에 성장해가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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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4 0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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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4 1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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