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스케이프 겁나~ 좋네요. 엊저녁에 깔고서는 신나서 히죽히죽 웃으며 사용법을 익혔다지요. 물론 1% 정도만 이해했지만요. 컴맹이 이런 프로그램 제대로 쓸려면 한 일 년은 걸려야지요. ㅎ 암튼, 공짜 프로그램에는 바이러스가 따라붙는다는 말에 겁이 나서 약국 컴에는 깔지 않고 집 컴에만 우선 깔아봤어요. 어익후. 바이러스가  수도 없군요. 내 힘으로 불가입니다. 할 수 없이 컴터 사장님께 전화해서 원격지원 받았어요. 와~ 바이러스가 열 몇 개나 깔렸네요? 공짜 프로그램 쓸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요! 

포토 스케이프, 정말 짱입니다! 오늘 낮에 직장에서 찍은 '필사' 사진들을 미리 찍어놨습죠. 자~ 이제 사진들을 포토 스케이프에 담아서 변형을 할 시간입니다. 시간입니다. 입니다...잉?  헉..ㅠ.ㅠ  아이폰 연결 잭을 냅두고 퇴근했군요! ㅠ.ㅠ 그러니까 사진을 인터넷에 올릴 수 있게 하는 연결 잭은 가게에 냅두고, 사진변형 시키는 프로그램은 집에 깔아놨군요! 아놔! 이런 머리..ㅋㅋㅋㅋ 

음....사진을..필사 사진을 오늘은 올리려고 했는데, 이노무 덤벙거리는 머리 땜에 또 하루 밀리는군요. 내일은 안까먹고 연결잭을 들고오겠지요?  내일 출근하자마자 연결잭부터 가방에 넣어놔야겠습니다. 아..'필사'란 페이퍼까지 만들어놓고, 이런 허접한 포스팅이라니..ㅠ.ㅠ 

할 수 없군요. 남는 시간에, 필사나 마저 해야겠습니닷. 자랑질은 내일로 미루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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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4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4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4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4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9-2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핫, 귀여운걸요.^^ 다음 페이퍼 기대하겠습니다.^^

달사르 2011-09-25 13:22   좋아요 0 | URL
히 ^^ 오늘 저녁엔 할 수 있으믄 좋겠습니당. ^^

요래요래, 자랑질을 자꾸 해놔야지, 게으름을 피우고픈 마음이 쏙 들어가거든요. 헤헤헤.
 

1.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 밖으로 스산한 바람이 느껴졌다. 얼른 창문을 열어보니 과연, 가을의 도래를 느낄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탈까 걸어갈까 언니에게 부탁해 차를 얻어탈까 망설이다가 긴팔 츄리닝을 걸치고 자전거를 집어들었다. 평소와 달리 다른 쪽 신호등이 먼저 바뀌는 바람에 다른 쪽 횡단보도를 건넜고 출근길의 방향도 달라졌다. 강변도로를 달리며 강바람을 만끽하는 평소의 길과는 달리 구석구석 골목길을 지나쳤고 무서운 개가 왈왈 짓는 대문 앞도 지나쳤다. 츄리닝을 입었음에도 느껴지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나는 콧노래를 불렀는데 어라? 계속 입에 붙어서 지금까지 부르고 있다. 아무래도, 가을여자가 되려나보다.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2. 

출근길에 노트와 책을 챙겼다. 자전거 앞바구니가 유용하다. 매일 퇴근 후 집에서 조금씩 하는 필사가 이제 익숙하다. 처음 약국에서 필사를 해볼 때는 한 줄 쓰면 일어서야 되고, 또 반 줄 쓰면 일어서야 되어서, 신경질이 나서 쓰다 만 적이 여러 번 되었는데 아무래도 그것마저 감수를 해야겠다. 그 정도로 필사가 좋아졌다. 아마 책이 좋아서 더 그럴지도. 장 그르니에의 다른 책을 더 주문해야겠다. 필사를 일주일 이상 꾸준히 해본 결과 좋은 점을 발견했다. 글공부에 도움되는 것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필사를 하는 동안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는 효과가 있다. 잡다한 생각이 걷히며 고요함 속에 들어 있는 느낌, 참 좋다. 언젠가 절에서 새벽에 혼자 일어나 진한 밀도의 안개 속을 거닐던 그 느낌과 닮았다. 그리운 느낌이다. 

 

  

 참 많이 변했어
모든게 마지막이야
커다란 상실감으로
어디도 간곳없고 머문곳 없어라
커다란 구름앞에 서있네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참 많이 변했어
모든게 마지막처럼
아쉽게 사라져만가고
낙엽이 떨어져 날아 너에게 닿으면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오네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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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1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필사 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는게, 정말 그럴 것 같아서요. 저도 필사 해볼래요. 필사를 한다면 번역서보다는 국내소설이 좋을테고, 그렇다면 누구의 책으로 할까 생각하다가 지금 막, 이승우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정말 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어요. 충동적 결심이니까요. 필사하는 약사, 근사해요, 달사르님.
:)

달사르 2011-09-19 13:49   좋아요 0 | URL
네. 덜렁거리는 성격의 소유자에게 딱인 거 같애요. ㅎㅎㅎ (책 한 권을 필사하고 나면 덜렁거리는 제 성격이 좀 차분해질라나..헤헤헤)

넹! 다락방님에게도 추천입니당. 아하~ 이승우! 저도 이번 필사 마치면 국내소설을 하려고 하는데 누구걸 하지, 생각했더랬는데요. 딱히 하고픈 사람이 아직 없었어요. 얼마전 이승우 관련 포스팅을 다락방님네서 봤던 거 같은데, 저는 이승우 책을 먼저 사야겠어요. ^^ 하하하. 맞아요. 뭐든지 약간은 느슨하게, 그리고 매우 자유롭게! 가 좋아요. 하게 되면 하는 거고, 막상 시작하면 열씨미, 또 그러다 갑자기 하기 싫어지면 언제라도 때려치우고! 그런 게 좋아요. ^^ (다락방님이 근사하다 말해줘서, 볼펜을 다시 잡아들고 있습니다. 헤)

페크pek0501 2011-09-1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여기서 보다니 반가움.^^^ 지금 비 와요. 저는 "지루한 무더위를 시원하게 식혀 줄 한 줄기의 소나기가 되고 싶어요.ㅋ)

달사르님,
필사, 저도 한 적이 있어요.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을 신문에서 보고 노트에 필사한 적이 있고, 또 좋은 시를 많이 베껴 썼어요. 지금도 좋은 구절을 보면 적어 둔답니다. 신경숙 작가도 대학시절인가에 이청준 작가나 오정희 작가의 소설을 베껴 쓰곤 했대요. 이승우의 소설, 참 좋은 문장이 많지요. <생의 이면>에 있는 사유가 깊은 글을 저도 좋아해요... 그리고 지금 생각난 건데, 방통대 국문과 교수님이 레마르크의 <개선문>이란 장편소설을 노트에 써 오는 것을 학생들에게 방학숙제로 내 준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 작품의 문장이 좋대요. 번역의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그 말 듣고 그 책을 샀는데, 아직 필사하지 못했다는 ...

아, 좋은 생각 하나 얻어 갑니다. 저는 칼럼에 관심이 많은데, 앞으로 잘 쓴 칼럼을 인터넷에서 찾아 하루에 한 편씩 필사해 볼까요? 이건 너무 무리일 것 같아서, 일주일에 한 편으로 정정하겠음... 저까지 갑자기 열정이 솟아나게 만드는 글입니다. 그래서 추천을 꾸욱~ 누르고 갑니다.

달사르 2011-09-19 17:15   좋아요 0 | URL
(ㅎㅎ 다락방님은 어디서 봐도 반가운 거 같아요. ^^)

펙님도 필사를 하셨었군요. ㅎㅎ 괜히 더 반갑습니당~ 하하. 이청준, 오정희. 들어본 이름들입니다. 다음에 이분들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일단 이승우의 소설을 먼저 사보구요. 그리고나서 다락방님도 좋아하고 펙님도 좋아하고 저도 왠지 좋아할 거 같은 이승우의 소설을 필사해볼까..생각입니다.

칼럼 스타일은 소설이나 에세이류와 또 느낌이 조금 다르겠네요. 저도 주 1회 고정으로 보는 칼럼이 있는데 필사종목에 끼워봐야겠어요. 펙님따라 1주일에 한 편. ^^ (하하, 추천 감사요!)

pjy 2011-09-1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차라리 한문을 쓸까봐여~~ 글씨가 막 날라댕깁니다ㅋㅋ;

달사르 2011-09-19 17:16   좋아요 0 | URL
앗. 한문도 괴안치요~ 붓글씨는 어떨까요? 하하하

마노아 2011-09-1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장을 스캔해주는 C-pen을 구입하고 배송 기다리는 중인데, 직접 필사를 하시다니, 급 부끄러워져요.^^;;;;
hine님도 필사한 사진을 전에 올려주셨는데, 달사르님도 한 컷 보여주세요. 이 가을에 필사란 몹시 잘 어울려 보여요. 상상으로도 고요해지는 느낌이에요!

달사르 2011-09-21 13:17   좋아요 0 | URL
와우~ C-pen! 조카가 그림을 스캔하는 무슨 장치랑, 펜으로 그림을 그리면 인터넷에 그려지는 거랑..같은 거는 봤는데요. 봐도 도통 어케 사용하는지는 모르겠더라구요. 마노아님은 어얼리어답터? ㅎㅎ 마노아님의 C-pen 사용기를 기대할께요. 네이버 검색해서 사용법을 대충 봤는데 저도 땡깁니다요! ^^

ㅎㅎ 필사는 정말 고요할 정, 자가 떠오르는 행위인가봐요. 시끄러운 약국에서 하려니 쪼매 힘이 듭니다. ㅎ 넵! 그럴게요. 필사한 사진도 올리고, 필사하는 도중에 제 소감도 올리고 할께요. 마노아님 사진 올리신 거 보면 되게 이쁘게 잘 올리셨던데 그런거도 막막 배우고 싶고 그래요. 그런거는 다른 데서 무슨 처리를 해서 올리는 거겠구나..정도밖에 모르지만 참참 이쁘구나~ 생각했어요. ^^

차좋아 2011-09-20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고 싶어요! 나도 하고싶다, 생각을 글 읽으면서 햇는데 다락방님이 행동으로 옯기는 모습을 보고 저도 따라 결심해 봅니다. ㅎㅎ
근데... 나는 어떤 팩을 필사하지? 떠오르는 책은 성경. 아.. 못할거 같아요ㅜㅜ

달사르 2011-09-21 13:20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이 가을에 우리 필사를 좀 해봅시다요. ^^
앗! 성경, 도 좋지요. 성경, 필사하시는 분 뵌 적 있어요. 미션 스쿨 다녔는데요. 선생님이나 동기들 중에서 아마 있었을 거에요. 목사된 동기 중에 있었나...가물가물..성경독해나 필사는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강추! 에 속하는 거 같애요. 저는 조금더 나이 먹고 나중에 성경필사 해볼까 해요. ^^

마노아 2011-09-2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포토 스케이프라는 프로그램을 써요. 포토샵보다 훨씬 가볍고 간단해서 편리해요.
사진 사이즈 줄이는 거랑, 테두리에 무늬주는 거랑, 어두운 사진 밝게 보정해서 선명도를 추가하는 정도를 작업해서 사진 올린답니다.

c펜은 전부 배송받았던데 제것만 누락되어서 오늘 신고했어요;;;;
도착하면 후기 올릴게요.^^

달사르 2011-09-22 22:44   좋아요 0 | URL
약국컴엔 뭘 깔지를 못해서 못했구요. 집에 고장난 컴을 이제 고쳐서 방금 포토 스케이프 깔았어요. 와우~ 까는 것도 무지 쉽고 사용법도 무지 쉽네요! ㅎㅎ 마노아님 덕분에 아주 유용한 프로그램 하나 배웠습니당. 고맙습니닷!

넵! 후기 올리시면 볼께용~ 근데...그건 또 왜 마노아님 것만 누락이..ㅠ.ㅠ (저도 말하는 인형 선물 아직도 안 와서 내일은 전화해볼까 하고 있어요. 꼭 누락되는 사람만 계속 누락된다는. 흑.)
 

케티 벤트/에벌린 하슬러                    바람이 휙, 바람이 쏴(비룡소)  

숀 탠                                              빨간 나무(풀빛), 도착(사계절) 

페트리샤 폴라코                               꿀벌 나무(국민서관) 

레오 리오니                                     프레드릭(시공주니어) 

데이비드 스몰                                  리디아의 정원(시공주니어) 

유은실/장경혜                                 우리동네 미자씨(낮은산) 

버지 윌슨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세종)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북폴리오) 

황선미/김환영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 

루이스 쌔커                                     구덩이(창비) 

벤 마이켈슨                                     나무소녀(양철북)


1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나무소녀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박근 그림 / 양철북 / 2006년 6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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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1년 09월 18일에 저장

마당을 나온 암탉 (양장)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1년 09월 18일에 저장
절판

Alice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원작, 마틴 가드너 주석, 존 테니엘 그림, 최인자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3월
29,000원 → 26,1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50원(5% 적립)
2011년 09월 18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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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미술관展 :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 (대도록)
지엔씨미디어 편집부 지음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이른 새벽 일거리를 위해 인력시장에 모여 웅성거리는 사람들처럼, 기차는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제각각 어딘가로 떠날 준비를 하며 기차역에 서 있다. 이윽고 경적을 울리며 기차는 달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습관처럼 창 밖을 쳐다보며 상념에 잠기기도 하고 기대에 부풀기도 한다. 기차를 토해놓은 기차역은 잠시 조용해진다.  

1900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프랑스의 오르세 역은 화려한 개통식과 더불어 숱한 사람들의 다리가 되었지만 역의 설비들이 구식이 되면서 1939년에 운행을 중단한 채로 1973년까지 그 이름만을 가지고 거대한 황무지가 된 채 그 자리를 지켰다. 늙은 노인 취급마냥 쓸모 없어진 역을 없애고 화려한 고급 호텔을 짓자는 주장을 포함해 철거에 대한 생각들이 쏟아지면서 옛것과 새것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많은 논의 끝에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철거하는 것은 범죄 행위라는 결론이 내려졌고 기차역의 보존의 형식에 대한 제안 가운데 '미술관'이 채택되었다.  

미술관으로 탈피하는 과정에서 제일 신경쓴 것은 오르세 역 시절의 '랄루'가 만들어 놓았던 장식들과 압도적인 규모에 눌리지 않을 정도의 강한 건축 재료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부르고뉴 지방에서 출토되는 불꽃 모양의 석회함인 '뷕시 석'을 사용하면서 기존의 녹색 철골 구조와 구분되도록 푸른색과 밤색으로 추가 구조물의 색을 정했고 미술관은 오르세 역의 느낌을 잃지 않으면서 미술관의 기능을 할 수 있었다.  

아래 그림처럼 프랑스 파리 센 강 좌안에 위치한 오르세 미술관은 그 건물 자체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며 순간을 박제화한 예술작품들을 가득 담고 있다. 이 책은 많은 예술 소장품들 중 이번에 한국에 건너온 작품들을 담아놓은 대도록이다.

 파일:Museudorsay22.jpg  

대도록을 미리 주문했으나 더딘 배송으로 인해 도록 속에 첨부된 초대권을 사용하지 못했고, 도록 속의 그림을 미리 접하지 못하고 미술관을 가게 되었다. 원 전시실이 아닌 공간임을 감안했지만 전시실 안은 갑갑했다. 사방이 막힌 흰 건물에 벽 따라 일률적으로 놓여진 작품들을 보면서 작품은 그 작품이 놓여진 공간도 같이 감상의 대상이 되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의 건물보다 낮은 천장 덕분에 그림들은 허름한 옷을 빌려입은 잘생긴 귀공자처럼 어설픈 느낌이었고, 그림을 설명하는 사람의 웅웅 울리는 마이크 소리 덕분에 돗대기 시장 같은 느낌도 조금 들었다.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한참을 서서 있어야지, 라고 생각했던 애초의 계획은 시끄러운 마이크 소리 때문에 애저녁에 접었지만 그래도 눈에 쏙 들어오는 그림이 제법 되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그림은 전시회 제목이기도 한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검은 색은 전혀 쓰지 않으면서 별밤의 효과를 냈다,라고 하는 동행인의 설명을 들으면서 별밤에 매혹되어 밤마다 별을 그리기 위해 그림도구를 들고 밖으로 나갔을 고흐를 떠올렸다. 나중에 도록을 받은 후 제일 먼저 펼쳐본 것은 역시 이 그림이었는데 실물로 봤던 붓터치가 역시나 잘 보이지 않았고 유화의 느낌도 차이가 났다. 아하하. 이게 바로 실물로 그림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의 차이로구나! 실물을 본 기억은 대도록의 사진을 보면서도 실물의 느낌을 떠올릴 수 있게 했고 나는 이 그림을 그 뒤로 몇 번이나 들춰보면서 그때마다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와~ 다음 번에는 오르세미술관에 직접 가서 봐야지~~그런데 언제? ( ") 

 

   
  당신의 말이 얼마나 정확한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것은 내 삶의 강박관념이자 기쁨이고 번민일 것입니다. 어느 날, 무척 사랑했던 사람이 죽어가는 침대 주변에서, 그녀의 비극적인 관자놀이에 나의 눈을 고정시킨 채,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그녀의 얼굴에 죽음이 드리워지면서 점점 창백해지는 것을 내 스스로가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놀랐습니다. 푸른색과 노란색, 그리고 회색의 색조들로부터 나는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요? 우리의 곁을 영원히 떠나려고 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재현하고자 하는 욕망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아꼈던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붙잡으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먼저 변화하는 그녀의 얼굴빛들에 대한 전율이 기질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사적으로 나의 일상적인 삶의 흐름이 다시 회복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속에 빨려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클로드 모네가 언론인 조르주 클레망소와 이 작품 <임종을 맞은 카미유>를 두고 나눈 대화 내용이다. 죽어가는 여자의 얼굴 밑으로 보이는 시커먼 것들은 내게 장작의 느낌을 주었고, 다비식의 의식이 떠올랐다. 어쩜 위의 말처럼 사랑하는 여자를 보내는 방식으로서, 모네는 가장 솔직한 방식을 택한 건 아닐까. 그림으로서 그녀의 영혼 한 자락을 지상에 잡아놓고 싶다라든지,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 그녀가 보고플 때마다 들춰보고 싶다든지가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얼굴'빛깔'에 대한 전율의 느낌을 고스란히 그려냄으로서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솔직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림에 대한, 색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졌던 모네에 공감도 가고 그의 애처로움에 안쓰러움도 생기면서 이 작품은 오래오래 기억 속에 남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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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스님의 보름달 입니다.  대지 위에 누워있는 동자승의 말간 얼굴 위에 달빛이 가만히 내려앉았네요. 보름달처럼 환한 일들이 자꾸자꾸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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