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 밖으로 스산한 바람이 느껴졌다. 얼른 창문을 열어보니 과연, 가을의 도래를 느낄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탈까 걸어갈까 언니에게 부탁해 차를 얻어탈까 망설이다가 긴팔 츄리닝을 걸치고 자전거를 집어들었다. 평소와 달리 다른 쪽 신호등이 먼저 바뀌는 바람에 다른 쪽 횡단보도를 건넜고 출근길의 방향도 달라졌다. 강변도로를 달리며 강바람을 만끽하는 평소의 길과는 달리 구석구석 골목길을 지나쳤고 무서운 개가 왈왈 짓는 대문 앞도 지나쳤다. 츄리닝을 입었음에도 느껴지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나는 콧노래를 불렀는데 어라? 계속 입에 붙어서 지금까지 부르고 있다. 아무래도, 가을여자가 되려나보다.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2. 

출근길에 노트와 책을 챙겼다. 자전거 앞바구니가 유용하다. 매일 퇴근 후 집에서 조금씩 하는 필사가 이제 익숙하다. 처음 약국에서 필사를 해볼 때는 한 줄 쓰면 일어서야 되고, 또 반 줄 쓰면 일어서야 되어서, 신경질이 나서 쓰다 만 적이 여러 번 되었는데 아무래도 그것마저 감수를 해야겠다. 그 정도로 필사가 좋아졌다. 아마 책이 좋아서 더 그럴지도. 장 그르니에의 다른 책을 더 주문해야겠다. 필사를 일주일 이상 꾸준히 해본 결과 좋은 점을 발견했다. 글공부에 도움되는 것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필사를 하는 동안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는 효과가 있다. 잡다한 생각이 걷히며 고요함 속에 들어 있는 느낌, 참 좋다. 언젠가 절에서 새벽에 혼자 일어나 진한 밀도의 안개 속을 거닐던 그 느낌과 닮았다. 그리운 느낌이다. 

 

  

 참 많이 변했어
모든게 마지막이야
커다란 상실감으로
어디도 간곳없고 머문곳 없어라
커다란 구름앞에 서있네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참 많이 변했어
모든게 마지막처럼
아쉽게 사라져만가고
낙엽이 떨어져 날아 너에게 닿으면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오네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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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1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필사 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는게, 정말 그럴 것 같아서요. 저도 필사 해볼래요. 필사를 한다면 번역서보다는 국내소설이 좋을테고, 그렇다면 누구의 책으로 할까 생각하다가 지금 막, 이승우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정말 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어요. 충동적 결심이니까요. 필사하는 약사, 근사해요, 달사르님.
:)

달사르 2011-09-19 13:49   좋아요 0 | URL
네. 덜렁거리는 성격의 소유자에게 딱인 거 같애요. ㅎㅎㅎ (책 한 권을 필사하고 나면 덜렁거리는 제 성격이 좀 차분해질라나..헤헤헤)

넹! 다락방님에게도 추천입니당. 아하~ 이승우! 저도 이번 필사 마치면 국내소설을 하려고 하는데 누구걸 하지, 생각했더랬는데요. 딱히 하고픈 사람이 아직 없었어요. 얼마전 이승우 관련 포스팅을 다락방님네서 봤던 거 같은데, 저는 이승우 책을 먼저 사야겠어요. ^^ 하하하. 맞아요. 뭐든지 약간은 느슨하게, 그리고 매우 자유롭게! 가 좋아요. 하게 되면 하는 거고, 막상 시작하면 열씨미, 또 그러다 갑자기 하기 싫어지면 언제라도 때려치우고! 그런 게 좋아요. ^^ (다락방님이 근사하다 말해줘서, 볼펜을 다시 잡아들고 있습니다. 헤)

페크pek0501 2011-09-1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여기서 보다니 반가움.^^^ 지금 비 와요. 저는 "지루한 무더위를 시원하게 식혀 줄 한 줄기의 소나기가 되고 싶어요.ㅋ)

달사르님,
필사, 저도 한 적이 있어요.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을 신문에서 보고 노트에 필사한 적이 있고, 또 좋은 시를 많이 베껴 썼어요. 지금도 좋은 구절을 보면 적어 둔답니다. 신경숙 작가도 대학시절인가에 이청준 작가나 오정희 작가의 소설을 베껴 쓰곤 했대요. 이승우의 소설, 참 좋은 문장이 많지요. <생의 이면>에 있는 사유가 깊은 글을 저도 좋아해요... 그리고 지금 생각난 건데, 방통대 국문과 교수님이 레마르크의 <개선문>이란 장편소설을 노트에 써 오는 것을 학생들에게 방학숙제로 내 준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 작품의 문장이 좋대요. 번역의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그 말 듣고 그 책을 샀는데, 아직 필사하지 못했다는 ...

아, 좋은 생각 하나 얻어 갑니다. 저는 칼럼에 관심이 많은데, 앞으로 잘 쓴 칼럼을 인터넷에서 찾아 하루에 한 편씩 필사해 볼까요? 이건 너무 무리일 것 같아서, 일주일에 한 편으로 정정하겠음... 저까지 갑자기 열정이 솟아나게 만드는 글입니다. 그래서 추천을 꾸욱~ 누르고 갑니다.

달사르 2011-09-19 17:15   좋아요 0 | URL
(ㅎㅎ 다락방님은 어디서 봐도 반가운 거 같아요. ^^)

펙님도 필사를 하셨었군요. ㅎㅎ 괜히 더 반갑습니당~ 하하. 이청준, 오정희. 들어본 이름들입니다. 다음에 이분들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일단 이승우의 소설을 먼저 사보구요. 그리고나서 다락방님도 좋아하고 펙님도 좋아하고 저도 왠지 좋아할 거 같은 이승우의 소설을 필사해볼까..생각입니다.

칼럼 스타일은 소설이나 에세이류와 또 느낌이 조금 다르겠네요. 저도 주 1회 고정으로 보는 칼럼이 있는데 필사종목에 끼워봐야겠어요. 펙님따라 1주일에 한 편. ^^ (하하, 추천 감사요!)

pjy 2011-09-1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차라리 한문을 쓸까봐여~~ 글씨가 막 날라댕깁니다ㅋㅋ;

달사르 2011-09-19 17:16   좋아요 0 | URL
앗. 한문도 괴안치요~ 붓글씨는 어떨까요? 하하하

마노아 2011-09-1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장을 스캔해주는 C-pen을 구입하고 배송 기다리는 중인데, 직접 필사를 하시다니, 급 부끄러워져요.^^;;;;
hine님도 필사한 사진을 전에 올려주셨는데, 달사르님도 한 컷 보여주세요. 이 가을에 필사란 몹시 잘 어울려 보여요. 상상으로도 고요해지는 느낌이에요!

달사르 2011-09-21 13:17   좋아요 0 | URL
와우~ C-pen! 조카가 그림을 스캔하는 무슨 장치랑, 펜으로 그림을 그리면 인터넷에 그려지는 거랑..같은 거는 봤는데요. 봐도 도통 어케 사용하는지는 모르겠더라구요. 마노아님은 어얼리어답터? ㅎㅎ 마노아님의 C-pen 사용기를 기대할께요. 네이버 검색해서 사용법을 대충 봤는데 저도 땡깁니다요! ^^

ㅎㅎ 필사는 정말 고요할 정, 자가 떠오르는 행위인가봐요. 시끄러운 약국에서 하려니 쪼매 힘이 듭니다. ㅎ 넵! 그럴게요. 필사한 사진도 올리고, 필사하는 도중에 제 소감도 올리고 할께요. 마노아님 사진 올리신 거 보면 되게 이쁘게 잘 올리셨던데 그런거도 막막 배우고 싶고 그래요. 그런거는 다른 데서 무슨 처리를 해서 올리는 거겠구나..정도밖에 모르지만 참참 이쁘구나~ 생각했어요. ^^

차좋아 2011-09-20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고 싶어요! 나도 하고싶다, 생각을 글 읽으면서 햇는데 다락방님이 행동으로 옯기는 모습을 보고 저도 따라 결심해 봅니다. ㅎㅎ
근데... 나는 어떤 팩을 필사하지? 떠오르는 책은 성경. 아.. 못할거 같아요ㅜㅜ

달사르 2011-09-21 13:20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이 가을에 우리 필사를 좀 해봅시다요. ^^
앗! 성경, 도 좋지요. 성경, 필사하시는 분 뵌 적 있어요. 미션 스쿨 다녔는데요. 선생님이나 동기들 중에서 아마 있었을 거에요. 목사된 동기 중에 있었나...가물가물..성경독해나 필사는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강추! 에 속하는 거 같애요. 저는 조금더 나이 먹고 나중에 성경필사 해볼까 해요. ^^

마노아 2011-09-2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포토 스케이프라는 프로그램을 써요. 포토샵보다 훨씬 가볍고 간단해서 편리해요.
사진 사이즈 줄이는 거랑, 테두리에 무늬주는 거랑, 어두운 사진 밝게 보정해서 선명도를 추가하는 정도를 작업해서 사진 올린답니다.

c펜은 전부 배송받았던데 제것만 누락되어서 오늘 신고했어요;;;;
도착하면 후기 올릴게요.^^

달사르 2011-09-22 22:44   좋아요 0 | URL
약국컴엔 뭘 깔지를 못해서 못했구요. 집에 고장난 컴을 이제 고쳐서 방금 포토 스케이프 깔았어요. 와우~ 까는 것도 무지 쉽고 사용법도 무지 쉽네요! ㅎㅎ 마노아님 덕분에 아주 유용한 프로그램 하나 배웠습니당. 고맙습니닷!

넵! 후기 올리시면 볼께용~ 근데...그건 또 왜 마노아님 것만 누락이..ㅠ.ㅠ (저도 말하는 인형 선물 아직도 안 와서 내일은 전화해볼까 하고 있어요. 꼭 누락되는 사람만 계속 누락된다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