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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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인 '요시다 슈이치'는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10년간에 걸쳐서 10개의 도시를 둘러싼 10편의 단편소설로 엮었다. 물론, 단편소설을 묶어서 출간할 경우에 어느 정도의 시간차가 있기는 하지만, 10년에 걸쳐서 써 내려온 작품이기에 그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들이 많이 다를 수가 있다. 다시 말하면, 10편의 단편들은 발표시기, 수록했던 지면, 작품의 분량, 주제, 등장인물, 분위기가 다른 각양각색의 글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늘 '요시다 슈이치'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 넘나드는 '거리'에서 일어나는 삶의 모습을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여기까지는 옮긴이의 글을 거의 인용한 것인데, 실제로 이 책의 글들을 읽어보면 '10개의 도시'라는 표현은 좀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한다. 8편의 작품이 일본의 도시들이 배경이고, '영하5도'가 서울을, 그리고 상하이는 '24pieces'에서 잠깐 언급될 뿐, '10개 도시를 둘러싼'이라는 글이 뜻하는 바를 나는 찾지를 못했다. 이 책에서 도시가 꼭 어떤 것을 은유하거나 '여행자'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행'을 생각하여 '여행에세이'적인 단편소설들을 생각했다면 이 책에 담겨진 작품과는 많은 거리감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먼저, 책을 받아든 순간, 먼 나라에서 온 한 통의 편지를 연상하게 하는 스탬프와 표제옆의 뚫린 공간으로 보이는 도시의 지도. 호기심에 책표지를 벗기니, 어느 도시의 지도이다. 그 지동에 쓰여진 지명은 이 책의 단편소설들의 제목들이었다. 지도는 나와 너무도 가까웠던 것이기에. 대학생때부터 접했던 그 지도. 그리고, 사회에서도. 그리고, 낯선 여행길의 나의 동반자가 되어 주었던 지도.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낯설기보다는 더욱 친근감이 있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작품중의 '24pieces'의 경우에는 짧막한 단 7쪽의 글(그것도 띄워쓰기가 많은) 이었다. 작가인 '요시다 슈이치' 는 삭막한 도시속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러 모습으로 표현했다. 각 작품들은 모두 다른 모습의 느낌으로 표현되었다.

'캔슬된 거리의 안내'처럼 매우 관념적인 문학 풍미가 흘러 넘치는 작품'(...)
'나날의 봄' '영하 5도'처럼 도시적이면서도 달콤한 연애 분위기가 드러난 작품(...) '젖니' '녀석들'처럼 모순적이고도 모호한 인간 심리에 초첨을 맞춘 작품도 있다.
(p261)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기전부터 과연 일본인 작가인 '요시다 슈이치'는 우리의 서울을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로 그렸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영하 5도'라는 작품을 통해서 비쳐지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일상은 거의 어색한 느낌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의 대부분이 너무도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들을, 그리고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대사처리도 평범하기에 그의 작품을 읽으면, 그냥 우리의 일상인듯한 느낌들이 든다.  그저 어제가 오늘인듯. 오늘이 내일이 될 것같은 그런 일상이 그의 작품속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무미건조한 느낌이 든다. 단편소설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반전 또한 그의 작품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야 보면, 그의 작품속에는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게 꿰뚫어보는 시선이 있고, 그것은 우리들 인생의 모습이고, 삶의 단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중에 가장 긴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캔슬된 거리의 안내'는 작품속에 액자구성이 되어 있는 소설로, 한심한 형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과 일상, 그리고 지금은 페허의 섬이지만, 전에는 광부들이 살았던 군함도에서 가짜(?) 가이드를 하던 과거의 생각, 그리고 자신이 쓰는 소설속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 소설속의 그가 쓰는 소설은 헤어진 여자친구의 가족과 계속 관계가 이루어지는 특이한 관계를 소설로 쓰는 것이다. 그런데, 어울릴 것같지도 않은 이 3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쓰여졌는데, 이 작품은 작가의  문학, 소설가로서의 길찾기 역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속의 인물들이 자신의 삶에 소극적이지만, 자신을 얽매고 있는 현실에도 어떤 빈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의 이 책의 제목(원제)이 바로 수록된 단편소설중의 제목인 '캔슬된 거리의 안내'하는데,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10년의 세월에 걸쳐 발표한 단편 10편을 묶어낸 이 작품은 데뷔작 『최후의 아들』부터 그의 대표작 『악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창작의 궤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제목(원제 : 캔슬된 거리의 안내)에서 말하는 ‘거리의 안내’란 작가가 작품들을 통해 독자에게 제시하는 길 안내라는 표면적인 의미를 넘어 작가 자신의 길 찾기, 즉 문학의 길 찾기와 소설가로서의 길 찾기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추천평중에서)
'캔슬된 거리의 안내'에 나오는 글중에
석연치 않은 것은 그때부터였다. 어쩌면 도둑인데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당당하게 행동한 게 아닐까? 도둑이 도둑답게 행동할 리는 없다. 가짜는 진짜인척하기 때문에 가짜인 것이다. (p 197)
어쩌면 우리들의 삶도 이런 것이 아닐까?
살아가는 모습에서 '가짜'이면서 '가짜'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진짜'처럼 행동하면서 살아온 날은 없는가?
삶의 '가짜'와 '진짜'를 생각해 보게 되는 '도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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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히어로 미국을 말하다 - 슈퍼 히어로를 읽는 미국의 시선
마크 웨이드 외 지음, 하윤숙 옮김 / 잠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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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슈퍼 히어로'
대중문화의 발전과정에서 우리들에게 두드러진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수복장 차림의 슈퍼히어로가 엔터테인먼트와 문화 아이콘으로 강력하게 부상하여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유럽보다는 미국에서 출발하였기에 미국 문화언어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1930년대부터 혜성처럼 출현하여 우리들에게 인기리를 독차지하고 있는 슈퍼히어로는 그들의 활약에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기때문에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랑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슈퍼히어로는 슈퍼맨, 배트맨 그리고 스파이더맨.....그들은 재미있게도 이름에 '맨' '우먼' '보이' '걸' 등이 붙는 경우가 많다.

어릴적에 공주풍의 만화가 좋았지만, '배트맨'은 남자에 이상한 복장을 하고 마스크까지 끼고 어찌보면 무서운 느낌의 캐릭터였지만 종횡무진 악이 있는 곳을 찾아 다니면서 선을 찾아 주는 모습에 신바람이 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슈퍼히어로라면 '황금박쥐'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단상들을 가지고 처음부터 어떤 내용의 책일까 궁금했는데, 미국 사회에서 지금까지 열광하던 만화책 속의 영웅들인 '슈퍼히어로'에 관한 내용을 4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주제별로 여러명(15명)의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만화편집자가 쓴 글들의 모음이었다.


만화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까지 등장하고 있는 슈퍼맨, 베트맨, 스파이더맨 등을 여러 방향으로 분석하여 보고 그 속에 나타나는 미국 대중문화를 통해서 미국인들의 삶의 철학과 의식주조 등을 해석해 보는 그런 내용들이다.
어떻게 보면, 철학적 의미가 많이 들어간 이야기들일지도 모른다.
1930년대에 등장하여 슈퍼히어로의 효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슈퍼맨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그밖의 모든 슈퍼히어로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슈퍼맨은 만화속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영화속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이타적 영웅적 행위의 미덕을 보여준다. 특이한 복장을 하고서 평범한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 넘는 힘과 능력을 가지고 그것을 정의추구를 위해서 선한 힘으로 악을 물리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기 희생이 뛰따르는 경우도 있게 된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지만 그것까지도 개의치않고 행동에 옮긴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마음속 깊은 희망, 두려움, 그리고 열망을 구체화하여 보여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최악의 악몽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슈퍼히어로'의 행동인 것이다.
평범한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을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행하기에 미국사회를 비롯한 전세계의 사람들은 슈퍼히어로에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단편적인 분석이고, 구체적인 분석들은 이 책속에 들어 있다. 슈퍼히어로의 인간관계, 그들은 평상시에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 아니 어떻게 보면 더 어눌하고 볼품없는 존재인 경우도 있다. 그들은 대부분 이중적인 신분을 가지고 있으며, 극히 한정된 사람만이 그들의 초능력과 신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신분은 비밀보장이 되어 있어야 하고, 이것이 또한, 독자들이 스릴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부분이 되기도 한다.슈퍼히어로들의 복장과 복면에 감춰진 의미 등을 분석해 보기도 한다. 
이러한 슈퍼 히어로의 등장에는 철학적인 의미도,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도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이 아닌 15명이나 되는 저자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다양한 시선과 의미로서, 슈퍼히어로를 분석하고 미국인들이 슈퍼히어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슈퍼히어로가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력들을 생각해 보게 해주는 의미가 있다. 만화속, 그리고 다른 매개들체를 통해서 많은 슈퍼히어로를 보면서 느꼈던 통쾌함이 지금의 우리사회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 홍길동이나 임꺽정, 박문수의 이야기와 만화캐릭터인 황금박쥐, 그리고 그를 따라 다니던 깡통로봇. (깡통로봇은 베틈맨에게 로빈과 같았던 존재였다. )
그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미국사회에서 슈퍼히어로가 차지하는 역할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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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 사랑을 품다 - 윤후명 문학 그림집
윤후명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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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는 아름다운 풍광을 가지고 있다. 내가 찾았던 계절은 언제나 여름으로 가고 있는 때여서 피고진 동백꽃들 속에서 철지나 몇 송이 피어 있는 동백꽃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그런 때였다.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을 하곤했다. 언젠가 이탈리아 여행중에 비가 와서 카프리섬을 가지 못하게 되자 일행중의 한 사람이 카프리섬보다 거제도의 해금강이 더 아름답다고 해서 위안을 받기도 했었다. 나에게 거제도는 언제든지 달려가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거제도 장승포항에서 남동쪽으로 5km, 배로 20분이면 가는 섬. 그러나 배로 가는 섬은 시간관념과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자연현상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까. 지심도 (只心島). 하늘에서 내려다 본 형상이 마음을 닮아서 지심도란다.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동백섬이라고도 한단다.
작가 윤후명은 지심도와 1983년 특별한 인연을 맺은 후에 그 섬을 '사랑을 품은 섬'이라고 지칭한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섬.

다만 지(只), 마음 심(心) .... 다만 마음뿐이라는 이름처럼 순수한 마음만 간직하고 찾는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p 6~7)
지심도를 사랑하는  작가 윤후명이 2009년 7/15~8/17에 열린 '사랑이 이루어지는 섬, 지심도 展의 일환으로 펴낸 책이 바로 '지심도 사랑을 품다'이다. 
  윤후명은 1967년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지만,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에도 당선되어 시인과 소설가로 활동하는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은 시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주제는 아름다운 섬, 거제도/지심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주제를 가진 시(15편), 동화(2편), 소설(2편), 에세이 (1편)을 모아 놓았으니,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다양한 장르의 글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화가들의 그림이 곁들여지니, 정말 아름다운 지심도를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모든 글과 모든 그림의 공통점은 지심도, 사랑으로 함축되는 것이다.
  특히, 김해성 화백의 '지심도'를 비롯한 그림들은 파스텔톤의 환상적인 그림이다.
동백섬이라는 지심도는 윤후명 작가에게는 어떤 상징물들로 대변될까?
그는 이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 '팔색조'에서도 이야기하듯이 지심도에서 팔색조를 처음 알게 되고, 또한 단편소설 '섬'에서 또 이야기하듯이 옛 거제도 포로수용소 언덕을 가득 메운 '엉겅퀴'를 보고 지심도를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작가에서 지심도는 '팔색조'와 '엉겅퀴'로 상징되는 곳이며, 그래서 거제도는 작가에게 새롭고 뜻깊은 섬이 되는 것이다.
 
팔색조와 엉겅퀴는 내게 와서 내 것이 되었으며, 다시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거제도와 지심도는 내게 뜻깊은 섬이다. 새와 꽃이 내 글의 현재 진행형으로 나타날 수 있는 까닭이다. 거제도에 체류하는 동안 발견한 작은 섬 '지심도'는 잊을 수 없는 섬이다. 그리하여 오늘까지 그것은 나에게 사랑의 발견과 확인과 재생의 뜻을 일깨어준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을 아로새겨주는 살아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엉겅퀴는 작가에게는 이름따로, 꽃따로의 꽃이었지만,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엉겅퀴에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꽃으로 작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책이 시, 동화, 소설, 에세이, 그림까지 모두 거제도와 지심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마주친 단상들이 글로, 그림으로 화한 것이다. 그곳에서의 사람들과의 소박한 만남, 그리고, 그곳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작가 자신의 '나만의 섬'이라는 믿음으로 그의 글의 배경이 된 것이다.
섬에는 몇 채의 집이 산비탈의 동백 숲 속에 숨어 있었다. 어쩌다가 집안까지 날아 들어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 빛깔이 무지갯빛이어서 팔색조라고 이름 지어졌다는 것이었다. 하늘을 가린 동백 숲 속에 날아드는 아름다운 새. 그 새는 사랑을 어떠헤 노래하는 것일까. 나는 신비한 새를 형상화하겠다는 뜻에 사로잡혔다. 그림으로써 '새의 뜻에 사로잡힌 나'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그 섬을 '나의 섬으로만 품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바닷가 길 모충이에서 문득 목격한 엉겅퀴꽃이 이제까지의 흔한 엉겅퀴들 속에서 전혀 새로운 엉겅퀴꽃이었듯이. 거제도는 내게 새로운 뜻의 섬이었다. 나는 지심돌ㄹ '발견한 이래 내 사랑은 그 곳에서 이루어져야만 완성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웠다. 그러나 사랑이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섬으로 갈 날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섬에서만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p191)
마지막에 실린 에세이를 통해서는 '윤후명, 그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모두 답변해주는 솔직한 글들이 윤후명 작가 자신의 삶과 문학세계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의 그림 몇 점까지 함께 하니, 독자들은 윤후명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적이 드물던 지심도가 2008년에 '휴양하기 좋은 섬 베스트30'으로 발표가 되어서 사람들도 북적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은 이 섬을 너무도 사랑하는 작가만의 기우는 아닐 것같다.
나는, 이 아름다운 섬. 마음을 꼭 닮았다는 지심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마음만을 한가득 담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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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시간
리처드 도이치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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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독특한 내용의 소설이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것도 단 한 번이 아닌 12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런데, 인생 전체에 걸쳐서 12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12시간안에. 마지막순간까지 13시간에 걸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빚어지는 극한 상황에서 운명을 되돌려야만 한다.
그것도 죽음이라는. 아니 처음엔 자신의 아내만을 살려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깊숙이 빠져들다보니, 주인공 닉이 살려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아내와 비행기 추락사고로 희생된 212명의 생명인 것이다.
이렇게 특색있는 내용의 글을 쓴 작가는 '리처드 로이치'이다. 그는 프로필까지 휘황찬란하다. 그의 프로필을 하나 하나 끄집어 내본다. 철인 3종경기, 스키, 스쿠버 다이빙, 번지점프, 패러글라이딩, 다리절벽 자유낙하. 그리고 인정받는 뮤지션으로 피아노 연주와 작곡까지. 그리고 TV등 매체 광고 작업,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부동산 회사 3~4개를 소유하고 있으며, 투자회사 경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활동으로는 첫소설 '천국의 도둑들'(2006), 두번째 소설은 '믿음의 도둑들' (2007), 그리고 바로 2010년에 3번째 작품인 '열세번째 시간'이 발표되었고, 2011년에는 영화개봉 예정이란다.  이쯤되면, 그의 인생이 얼마나 스릴넘치는 인생이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져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또 한 번 독특한 목차.
 
목차는 12장(7월 28일 밤 9시)부터 시작하여, 11장, 10장(오후 7시2분)..... 1장(오전 10시), 그리고 13장(7월 28일 밤 10시)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이 뭔 소리냐고요?

작가도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에게 보내는 작가의 말에서

다음 페이지에는 12장이 먼저 나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 책의 차례는 거꾸로 되어 있으며, 끝까지 읽으면 왜 그렇게 되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첫 페이지에서)


그러니까 이야기는 7/28일 밤 9시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인 닉은 사랑하는 아내 메리와 계획적인 인생의 목표를 향하여 착실하게 살아오면서 좋은 집을 마련하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이런 계획들때문에 아직까지 자녀를 두지 못한 것을 뺀다면....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퇴근한 아내가 집에서 총격을 받아 살해되어 비참한 모습으로 닉 앞에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닉에게 악몽의 전주곡이고, 앞으로의 모든 행복을 앗아가 버리는 것이다. 또한, 그날 오후에 이 지방에 비행기 추락사고까지 있어서 212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그런데, 출동한 형사는 살인 용의자로 닉을 지목한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닉앞에 나타난 사람. 편지와 함께 금시계를 준다. 거꾸로 가는 시계를....
당신은 오늘 저녁 8시에 있던 장소에 있으며, 그 시간을 다시 살게 됩니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과거와 달리 사 수도 있습니다. 전에 오른쪽으로 간 곳에서 왼쪽으로 가고, 싫다고 말한 대목에서 좋다고 말해도 됩니다. 아무도 차이를 알지 못할 것이며 다른 사람은 이런 현상을 경험하지 못할 겁니다. 당신은 원하는대로 선택해서 이미 경험한 미래를 바꿀 수 있스니다. 닉, 당신은 선물을 받은 겁니다. 당신의 인생 가운데 12시간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라는 선물말입니다. (...) 그저 매시간 정각이 되면 당신은 정확하게 2시간 전에 있었던 장소로 이동할 것이며, 그 시간을 다시 살게 될 거라는 말이면 충분합니다. (P63)
한 걸음 나아가고 두 걸음 물러서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정확히 12번 반복될 것입니다. 오늘 오전 10시까지 되돌아 가면 더도 덜도 없이 끝나게 되는 것이다.
아내의 살인을 막기위해서는 살인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매시간 주어진 1시간안에서 그 단서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되돌린 시간들이 반드시 좋은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닉의 행동이 메리에게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고, 독자들이 생각하듯 운명의 결론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막을 방법은 그다지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다.
훌륭한 이기적인 우리의 행동 하나 하나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빚을지 누가 말할 수 있겠어 (P266)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참 독특하다. 2시간이라는 간격을 두고 끝나면 다시 2시간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1시간을 자신이 그때 있었던 공간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 작은 시간내에도 결론을 알지만 바꿀 수 없는 운명.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면서 아내를 구하려는 닉은 그 과정에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그리고 그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런 깨달음은 폴 형제에게는 더 큰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고, 그 관계는 자르거나 파괴할 수 없는 것.... 진정한 나의 모습을 아는 존재가 가족이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허울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 우리의 허약한 자아와 실수를 가족은 알고 있었다. (P433)
남들앞에서는 내 자신이 허울로 드러나는 모습일지언정, 가족에게는 나의 모든 결점과 허물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도 그것을 껴안아 줄 수 있는 것이 가족인 것이다.
그런데, 운명을 바꾸는 것이 이렇듯 힘들기도 하지만, 거꾸로 가는 금시계를 가질 수 있는 능력과 성품을 가진 사람도 그리 흔치 않을 수도 있다. 뻔히 보이는 결론을 알고 그것을 역이용하여 불로소득을 얻거나, 나쁜 방향으로 이용할 수도 있기에, 가장 위험한 금시계이고, 현실에서는 그 존재가 없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탐욕에서 시작된 도난사건이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오고, 메리의 생명까지 앗아가지만, 닉은 이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각 장마다 힘겨운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인지를 새삼 느끼게도 해준다.
이 소설은 정말로 특이한 내용과 함께 짜임을 가지고 있다. 잘 짜여진 스릴러와 SF가 뒤섞인 독특한 소설이다. 시낙의 순서가 거꾸로 간다는. 그것도 12번씩이나. 이것 역시 독특한 장치가 아닐 수 없다. 이야기의 내용이 각 장마다 많이 다르지 않고 약간씩 다르게 구성되는데도 이 소설의 속도감은 아주 빠르고 추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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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유사 - 조선왕조실록에서 다루지 못한 진짜 조선이야기 박영수의 생생 우리 역사 시리즈 2
박영수 지음 / 살림Friends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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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박영수'는 이미 '청소년을 위한 고려유사'를 펴낸 적이 있기에 '조선유사는 그 책의 후속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초등학생부터 일반인에게 이르기까지 모두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써졌다. 나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기에 역사서, 역사에 얽힌 뒷 이야기들, 역사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읽어왔기에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떤 역사책속에서 한 번 쯤은 읽었던 내용들이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묶어 놓으니 읽는 재미가 새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에서 '대동기문'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헌을 참고로 하여 학생들이 역사책속에서 읽지 못했던 그런 이야기를 찾아서 썼다. 
 
                                                           

조선 전기, 중기, 후기의 시대순으로 나누어서 인물중심으로 그들의 일화를 꼭지별로 실었다. 그리고 특색이 있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본문의 일화중에서 어떤 한 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를 따로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매월당 김시습은 세종조에서 성종조에 이르기 살았던 조선 전기의 문인이란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그는 태어난지 8개월만에 문장을 암기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단종의 폐위를 계기로 생육신으로 깊은 산속에서 은둔생활을 하면서 살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썼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본문에서는 '꿈꾸며 살다 간 매월당 김시습'이라는 내용으로 그의 일생에 걸친 일화를 소개한다. 재주는 있으나 때를 잘못 만난 그의 일화들을. 그리고 문화이야기로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라는 주제로 금오신화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문화는 역사의 덩어리요. 역사는 문화의 근원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문화는 역사의 열매요, 역사는 문화의 뿌리다 (머리글중에서)

  남이장군의 일화를 소개한 후에 문화이야기에서는 무속 신앙에서 최영장군신, 남이장군신 등, 장군신이 많은 이야기들을 읽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흥미롭고 재미있는 역사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들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가 있다. '흥청망청' '영문을 모른다.' '안성맞춤' 등. 우리의 단어들에 얽힌 옛이야기를 안다면 그 단어의 쓰임도 올바르게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함께 든다.
일반인들이 읽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역사 교과서밖의 이야기들이지만, 여기에 읽는 중간 중간에 흥미가 더욱 생길 수 있도록 만화형식의 삽화까지 첨부되어 있으니 정말로 읽으면서 지루한 줄 모르게 된다.

우리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 왔으며, 또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비록 조선시대의 야사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이야기속에는 역사의 큰 줄기가 흐르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기때문이다.
역사를 싫어하는 학생들이 읽어도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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