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시간
리처드 도이치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참 독특한 내용의 소설이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것도 단 한 번이 아닌 12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런데, 인생 전체에 걸쳐서 12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12시간안에. 마지막순간까지 13시간에 걸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빚어지는 극한 상황에서 운명을 되돌려야만 한다.
그것도 죽음이라는. 아니 처음엔 자신의 아내만을 살려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깊숙이 빠져들다보니, 주인공 닉이 살려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아내와 비행기 추락사고로 희생된 212명의 생명인 것이다.
이렇게 특색있는 내용의 글을 쓴 작가는 '리처드 로이치'이다. 그는 프로필까지 휘황찬란하다. 그의 프로필을 하나 하나 끄집어 내본다. 철인 3종경기, 스키, 스쿠버 다이빙, 번지점프, 패러글라이딩, 다리절벽 자유낙하. 그리고 인정받는 뮤지션으로 피아노 연주와 작곡까지. 그리고 TV등 매체 광고 작업,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부동산 회사 3~4개를 소유하고 있으며, 투자회사 경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활동으로는 첫소설 '천국의 도둑들'(2006), 두번째 소설은 '믿음의 도둑들' (2007), 그리고 바로 2010년에 3번째 작품인 '열세번째 시간'이 발표되었고, 2011년에는 영화개봉 예정이란다.  이쯤되면, 그의 인생이 얼마나 스릴넘치는 인생이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져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또 한 번 독특한 목차.
 
목차는 12장(7월 28일 밤 9시)부터 시작하여, 11장, 10장(오후 7시2분)..... 1장(오전 10시), 그리고 13장(7월 28일 밤 10시)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이 뭔 소리냐고요?

작가도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에게 보내는 작가의 말에서

다음 페이지에는 12장이 먼저 나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 책의 차례는 거꾸로 되어 있으며, 끝까지 읽으면 왜 그렇게 되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첫 페이지에서)


그러니까 이야기는 7/28일 밤 9시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인 닉은 사랑하는 아내 메리와 계획적인 인생의 목표를 향하여 착실하게 살아오면서 좋은 집을 마련하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이런 계획들때문에 아직까지 자녀를 두지 못한 것을 뺀다면....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퇴근한 아내가 집에서 총격을 받아 살해되어 비참한 모습으로 닉 앞에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닉에게 악몽의 전주곡이고, 앞으로의 모든 행복을 앗아가 버리는 것이다. 또한, 그날 오후에 이 지방에 비행기 추락사고까지 있어서 212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그런데, 출동한 형사는 살인 용의자로 닉을 지목한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닉앞에 나타난 사람. 편지와 함께 금시계를 준다. 거꾸로 가는 시계를....
당신은 오늘 저녁 8시에 있던 장소에 있으며, 그 시간을 다시 살게 됩니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과거와 달리 사 수도 있습니다. 전에 오른쪽으로 간 곳에서 왼쪽으로 가고, 싫다고 말한 대목에서 좋다고 말해도 됩니다. 아무도 차이를 알지 못할 것이며 다른 사람은 이런 현상을 경험하지 못할 겁니다. 당신은 원하는대로 선택해서 이미 경험한 미래를 바꿀 수 있스니다. 닉, 당신은 선물을 받은 겁니다. 당신의 인생 가운데 12시간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라는 선물말입니다. (...) 그저 매시간 정각이 되면 당신은 정확하게 2시간 전에 있었던 장소로 이동할 것이며, 그 시간을 다시 살게 될 거라는 말이면 충분합니다. (P63)
한 걸음 나아가고 두 걸음 물러서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정확히 12번 반복될 것입니다. 오늘 오전 10시까지 되돌아 가면 더도 덜도 없이 끝나게 되는 것이다.
아내의 살인을 막기위해서는 살인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매시간 주어진 1시간안에서 그 단서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되돌린 시간들이 반드시 좋은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닉의 행동이 메리에게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고, 독자들이 생각하듯 운명의 결론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막을 방법은 그다지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다.
훌륭한 이기적인 우리의 행동 하나 하나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빚을지 누가 말할 수 있겠어 (P266)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참 독특하다. 2시간이라는 간격을 두고 끝나면 다시 2시간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1시간을 자신이 그때 있었던 공간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 작은 시간내에도 결론을 알지만 바꿀 수 없는 운명.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면서 아내를 구하려는 닉은 그 과정에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그리고 그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런 깨달음은 폴 형제에게는 더 큰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고, 그 관계는 자르거나 파괴할 수 없는 것.... 진정한 나의 모습을 아는 존재가 가족이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허울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 우리의 허약한 자아와 실수를 가족은 알고 있었다. (P433)
남들앞에서는 내 자신이 허울로 드러나는 모습일지언정, 가족에게는 나의 모든 결점과 허물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도 그것을 껴안아 줄 수 있는 것이 가족인 것이다.
그런데, 운명을 바꾸는 것이 이렇듯 힘들기도 하지만, 거꾸로 가는 금시계를 가질 수 있는 능력과 성품을 가진 사람도 그리 흔치 않을 수도 있다. 뻔히 보이는 결론을 알고 그것을 역이용하여 불로소득을 얻거나, 나쁜 방향으로 이용할 수도 있기에, 가장 위험한 금시계이고, 현실에서는 그 존재가 없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탐욕에서 시작된 도난사건이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오고, 메리의 생명까지 앗아가지만, 닉은 이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각 장마다 힘겨운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인지를 새삼 느끼게도 해준다.
이 소설은 정말로 특이한 내용과 함께 짜임을 가지고 있다. 잘 짜여진 스릴러와 SF가 뒤섞인 독특한 소설이다. 시낙의 순서가 거꾸로 간다는. 그것도 12번씩이나. 이것 역시 독특한 장치가 아닐 수 없다. 이야기의 내용이 각 장마다 많이 다르지 않고 약간씩 다르게 구성되는데도 이 소설의 속도감은 아주 빠르고 추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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