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숨은 고양이 찾기 -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고양이를 찾아 떠난 여행 이야기
장원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파리의 숨은 고양이를 찾아' 떠난 여행은 일탈을 꿈꾸는 마음에서, 가슴속의 한 부분을 비워버리기 위해서 떠난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거기에는 '단지 고양이면 돼'라는 단서가 붙게 된 것이 아닐까?
 

고양이를 찾아가는 여행....
그래, 단지 고양이면 돼.
다른 무엇도 필요없어.
(p12)
'고양이'하면 파리보다는 일본이 더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마네키네코'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고양이는 복을 주는 동물로 생각되고 있다. '마테키네코'는 암컷은 왼손을 들고 있는데, 손님을 불러주는 것이고, 수컷은 오른손을 들고 있는데, 재물을 불러주는 것이라고 해서 일본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캐릭터 상품이기도 하다. 유럽에서의 고양이에 대한 단상으로는 '김영하'작가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라는 책으로 기억되는데(90% 정도는 맞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가 않다) 작가가 버리고 비우기 위해 떠난 시칠리아에서 길고양이를 보살피던 이야기와 함께 사진이 실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닉네임 '레드캣' 장원선은 숨은 고양이들을 찾기 위한 목적만을 가지고 파리로 떠난 것이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을 친지들에게 맡기고. 이 역시 쉬운 결단은 아니다. 나 역시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지만 국내 여행에는 아무리 멀어도 꼭 데리고 간다. 이 경우에는 숙소잡기가 장난이 아니게 힘들다. 작은 말티즈이고 착해서 숨겨서 들어가도 되기는 하지만 양심이 허락하지를 않아서 처음부터 양해를 구하지만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 갈때는 친지에게 맡기는데, 영리해서 가방을 챙기는 것부터 눈치채고 안절부절 못한다. 고양이를 끔찍하게 좋아하는 저자는 그런 어려움도 멀리한 채 파리로 간다. '고양이들을 찾아서~~
  파리는 고양이들의 천국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다르다. 고양이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여기 저기에서 드러난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양이의 영리함을 요물이라고 치부하거나, 불길한 기운을 가진 영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파리에서 만난 고양이 용품점. 사람들보다 더 화려한 용품들. 기본적인 용품에서 악세사리까지 완벽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Shop information'까지 소개해 준다. 파리시내에서는 쉽게,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는 고양이만을 위한 용품점이다.  파리의 센 강변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캠퍼니'에는 검은 고양이 '키티'가 있는데, 이 고양이 역시 유명인사 못지 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고양이. 파리에 가보았다면 꼭 거치는 장소들인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몽마르뜨언덕' ' 노트르담 대성당' '센' 강변 '미라노다리' '퐁네뜨 다리' '에펠탑' 이 모든 곳에서 고양이들과 만난다. 특히 '루브르'와 '오르세'의 미술품에 그려진 고양이까지 찾아본다. 한 마리, 한 마리 놓치지 않으려고 주의 집중을 하면서.
 
'루브르 박물관'의 그 수많은 예술품들을 보는 것만도 시간이 부족하던 경험에 의한다면 '명화속의 고양이 찾기'란 웬만한 고양이 마니아가 아니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했다는 것. 더 놀라운 것은 '명화속의 고양이'들을 모아 놓은 화첩이 있다는 것이다. 파리에는~~ 이처럼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친근한 반려동물이 고양이 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풍속화속에도 고양이들이 많이 선보이는데 이것은 고양이는 한자로 묘(猫)이며 중국 발음은 마오(mao), 70세 노인을 나타내는 모( 耄) 의 발음도 마오이기 때문에 고양이는 70세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의 선인들에게 고양이는 장수를 뜻하는 吉한 동물이었덕 것같다.

  
  
저자는 이밖에도 파리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사랑을 이야기해 준다.
마지막으로 파리를 떠나 독일의 퀼른에 들리는데, 그곳에는 '장원선'이 키우는 고양이인 '노르웨이숲 고양이' 브리더들이 있기때문이다. '노르웨이숲 고양이'는 고양이 종의 명칭이며, 이 종을 전문적으로 사육하고 번식시키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장원선 역시 우리나라 '노르웨이숲 고양이'의 브리더인 것이다. 독일과 한국. 서양과 동양이라는 문화권을 달라도 '노르웨이숲 고양이'를 통해서 그들은 공감을 얻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끝부분에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아주 슬픈 이야기는 3개월도 채 못 살고 간 작은 고양이 '엔프'이다. 태어날 때부터 병약했는데, 파리로 떠나기전에 회복되어 안심하고 길을 나섰고, 돌아오니 잘 먹고, 잘 놀아서 안심을 했는데, 파리에서 온 3일후에 외출에서 돌아오니 가장 먼저 나와서 반기고는 곧 그녀의 품안에서 눈을 감았다고 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아파도 참았고,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 힘겹게 버틴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도 수긍이 간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인간과 동물이지만 서로간에 느낄 수 있는 끈끈한 그 무엇인가가 있음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눈빛과 동작에서~~~
'파리' '고양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던 책인데, 고양이와의 교감을 통해 삶의 많은 부분들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는 책이다. 특히, 저자가 일러스트레이터이기에 책속의 볼거리는 너무도 풍부하다. 글, 사진, 그림... 사진과 그림이 혼합된 일러스트 하나 하나가 참신하면서도 아름답다.
고양이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의 고양이들을 보니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면서 주린 배를 채우는 길고양이들이 더 불쌍하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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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는 나의 힘 - 심리학, 내 안의 콤플렉스와 만나다
정승아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들은 콤플렉스라고 하면 흔히 열등감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열등 콤플렉스는 콤플렉스의 한 종류일뿐이다. 우월 콤플렉스, 열등 콤플렉스, 신데렐라 콤플렉스, 착한아이 콤플렉스, 좋은엄마 콤플렉스 등 콤플렉스의 종류는 수없이 많은 것이다.

난해한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그 '복잡한 마음의 덩어리들', 그것이 바로 콤플렉스이다. (p126)
'복잡한 마음의 덩어리들'인 콤플렉스는 그것이 바로 필연이고 숙명이며, 어쩔 수 없는 삶의 조건들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내 안의 또다른 나'를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월 콤플렉스와 열등 콤플렉스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데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열등 콤플렉스에만 신경을 쓰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괴롭히는 족쇄이거나 또는 굴레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가정환경에서, 외모에서, 학벌에서, 직장에서의 위치에서.... 또 이것은 더 세분화되어서 외모라면, 키가 작고, 얼굴이 못 생겼고, 목소리가 어떻고..... 이러면서 자신을 괴롭히고, 타인들앞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힘들어 하기도 한다.
내가 오래전에 학교에 근무할 때에 나는 내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듣는 사람마다 '허스키'라고 이야기를 하곤 했다. (박경림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여러번 듣다 보니 내 목소리에 열등 콤플렉스를 느꼈던 것같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또 그 소리를 듣지 않을까해서..... 그런데, 어느날 학급 학생중의 하나가 감기에 걸려서 목소리가 잠기자 선생님 목소리와 비슷하다면서 좋아하던 것이 생각난다. 바로 동전의 양면처럼 내가 열등 콤플렉스라고 느끼는 것이 타인에게는 우월 콤플렉스처럼 생각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완벽할 정도의 '착한 아이' '좋은 엄마' 들도 때론 콤플렉스를 느끼는 것이다. '착한아이 콤플렉스' '좋은 엄마 콤플렉스'를~~~ 이것이 무슨 콤플렉스가 될까 하겠지만, 이런 경우에도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본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되고 그 자체가 고통이 된다면 그것 역시 콤플렉스가 되는 것이다.
콤플렉스는 부모의 영향, 인간관계에서의 영향, 자신의 마음속에 잠재된 심리적 영향 등을 받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를 전공하고 신경 정신과에서 연구 교수로 재직중이기때문에 그동안의 자신의 임상 경험과 연구 결과, 문헌 등을 바탕으로 많은 사례들과 함께 콤플렉스의 개념에서부터, 사례, 분석, 극복할 수 있는 방법까지를 이야기해준다.
만약에 우리들에게 열등 콤플렉스가 없다면 인생은 너무 무미건조하고 잔잔한 바다와 같은 삶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열등 콤플렉스가 있기에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목표도 생기고, 삶의 의미가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콤플렉스는 내 삶의 또다른 에너지이고 이런 콤플렉스를 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친구가 되라고..... 그리고 열등 콤플렉스를 감추려고 하면 그만큼 마음의 부담과 고통이 뒤따르게 되니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커다랗게 부풀려서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는 울적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콤플렉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헤어나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콤플렉스는 내 삶의 힘이다. (p229)
콤플렉스는 또다른 나이며, 내 삶의 또다른 에너지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간혹, 연예인들이 TV에 나와서 자신의 얼굴중에 어느 부분에 콤플렉스를 느낀다든지, 또는 깡마른 연예인이 살이 쪄서 다이어트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 얄미운 생각이 들지 않았는가. 바로 그것이 우월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것일지도 모른다. 또다른 자신의 결점을 숨기기 위한, 아니면, 자신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이런 이야기에 우울해 하지 마시라. 콤플렉스를 당신의 친구로 삼았다면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당신의 모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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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공부법 - 공부의 대가, 정약용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나만의 북멘토 1
김문태 지음, 김정진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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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조선의 문예부흥기라고 할 수 있는 정조시대의 대표적인 실학자이며,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등을 비롯하여 약 500여권의 책을 썼으며, 수원 화성 설계자로서 화성축조를 위하여 문헌 등을 참고하여 '거중기'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이처럼 다산은 實事求是를 실천한 선비이며,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약용은 귀양살이 18년동안 책을 읽느라고 복숭아빼근처의 살이 3번이나 녹아 내릴 정도였으며, 글씨를 너무 써서 벼루가 여러개 구멍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듯 정약용이 공부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 정약용을 등장시켜서 어린이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상당히 유익한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유익하지만 재미가 없다면 어린이들은 이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어린이들의 생각을 알기에 어린이들처럼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는 '꼴찌대장'과 옛이야기속의 단골손님인 '도깨비'를 등장시켜서 도깨비 방망이를 타고 정약용이 살았던 1818년 8월 여름의 글방으로 '슈우우웅~~~' 날아간다.


이렇게 '도깨비' '타임머신'만으로도 멋지고 재미있는 이야기 소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꼴찌대장'과 '도깨비'는 타임머신속의 정약용과 그의 학생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 이들이 이곳에 머무르는 시간은 6일(월~토). 현대의 시간은 잠자는 6시간이 그 곳의 6일.
목차는 (月~土)요일에 따라 공부법을 가르쳐 준다.
요일마다 공부법 소개-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 소개 - 생활속에서 공부법 터득 - 요점정리 의 순으로 아주 재미있게 구성되어있다.
  정약용의 공부법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천자문을 외우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왜? 그런 공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고, 배우는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의 부모님들도 자녀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고 있는지 한 번쯤 되돌아 보는 것은 어떨까? 막무가내로 '공부해라 ! 공부해라 !' 다그치기만 하지 어린이들이 어떻게 하면 공부에 흥미를 가지고 할 수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부'란 어떤 목표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것 역시 어린이들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부모의 목표와 기대치가 자녀들의 목표와 기대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녀가 스스로 목표를 정했다면, 공부의 필요성과 함께 공부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어떨까.... 정약용이 생활속에서 학생들 스스로 공부법을 발견하고 느끼고 실천하려는 마음을 갖게 했던 것처럼...
 
  정약용은 우리의 부모님들처럼 막무가내로 공부법을 가르쳐 주지를 않는다. 생활속에서 느끼게 해 주었다. 낚시를 하면서, 나무를 키우면서, 구슬치기를 하면서, 깨진 사기그릇을 보면서, 어린이들이 스스로 독창적인 생각을 하게 하고 깨닫게 하였던 것이다. 이 책의 내용대로라면 어린이들이 목표를 정한 후에 5가지의 공부법을 가르쳐 준다. 슬쩍 목차만 보아도 그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어린이들의 공부법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방법을 토대로 자신의 공부 방법을 터득하고 자신의 공부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보물은 자기가 직접 보고 배우고 느끼면서 땀 흘려 얻는 것야. 남이 거져 주는 건 내 것이 될 수 없고, 오래 가지도 않아. (p194)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내용들이 만화와 같은 그림들과 함께 실려 있어서 어린이들이 읽기 좋게 되어 있다. 어린이들뿐만이 아니라, 부모님들도 함께 읽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공부, 공부, 공부해라' 항상 시도 때도 없이 이야기하지만, 진정으로 자녀들과 함께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생각해 볼 적은 있는가?  자녀들이 재미없고 지루하게만 느끼는 공부의 원리를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터득시켜 줄 수 있다면 정약용의 공부법에 못지 않는 공부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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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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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권지예 작가를 알게 된 것은 2009년 11월에 중단편 7편이 수록된 '퍼즐'을 읽게 되면서부터이다. 작가소개에 나온 사진를 보고 20대 후반정도의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1960년생이다. 동안(童顔)에 놀랐다. 학력도 프랑스 국립 파리 7대학에서 7년간의 연구 끝에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2002년 26회 이상문학상 대상, 2005년 동인문학상도 수상하였다. 그런 간단한 프로필를 보고 읽은 '퍼즐'은 그녀가 주로 소설에서 다루는 연애, 불륜, 욕망, 결혼, 가정, 덫, 자살. 이런 단어들로 축약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의 한 작품인 '꽃진 자리'는 살인을 한 여자를 복숭아 나무밑에 묻은 후에 그 나무밑을 파보니 이미 시체는 없어지고, 그 복숭아 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하는 이야기였다. (내가 필요한 줄거리만 요약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연분홍빛 복숭아꽃이 피는 나무를 이렇게 흉칙한 장소로 선택한 것이 너무도 잔인하게 생각되었던 기억이 난다. 전체적으로 그녀의 작품들은 일탈을 벗어난 이야기들로 불륜과 자살, 이런 이야기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쓰여졌었던 것이다. 

'4월의 물고기'가 출간된 후에 나는 전에 읽었던 작품들을 떠올리면서 그녀의 장편소설이 궁금해졌다.

첫 눈 마주침? 운명적인 사랑?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렇고 그런 권태로운 우리의 일상? 소설의 중반부에 도달하기까지는 그 어떤 섣부른 예측도 하지 말기 바란다. 기괴하기까지 한  콜라주 같은 이 이야기는 낮의 또 다른 밤 이야기이며 밤의 또 다른 낮이야기이다.  (책뒷표지, 하성란 작가의 추천평 중에서)
하성란 작가의 추천평처럼 중반부에 접어들기까지는 어떤 예측도 불가능하다. 아니, 나중의 몇 장을 남겨 놓고도 어떤 예측을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4월의 물고기'이다. 소설의 초반부에 언뜻 언뜻 내비치는 장면과 설정이 작품의 구성을 위한 여러 장치이며, 복선이 깔아 놓은 것이라는 것을 읽는 중간 중간에, 맨 마지막 부분에 확실하게 밝혀 주기때문이다.
'16년전의 이야기'와의 연결, 서인의 인생을 피폐하게 했던 그 일. 물론, 독자들은 이미 성폭행을 당했다는 정도는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악몽이라기보다는 엄마와 관련되어서 떠오르는 희미한 환상(?)
꿈, 혼몽, 기억의 혼란, 환영.... 그러나 이제 명확해졌다. 꿈은 아니었다. 결국은 .... (p186~187)
확연하게 잡히지 않는 기억속에 입은 마음의 상처는 온전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것일까?




몸깊은 곳에서 악마와 결탁한 영혼, 미카엘  

미카엘은 이름 그대로 천사입니다. (...) "정말 순하고 착한 애였죠. 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아이였어요." /"그 말뜻은...?"/"뭐랄까" 천사와 악마가 함께하는 있는....." (p218)
"미카엘이라...., (...) 천사와 악마가 함께 있는 아이. 어찌 보면 인간이란 그런 존재가 아닐까? (...) 우리 미카엘의 영혼은 인간이 심판할 수 없어요.(p219)
'해리성 정체성 장애 환자' 이것은 정신과 진단명이다. 한 사람안에 인격이 둘 이상인 다중 인격장애를 말하는 것이다. '천사와 악마가 함께 존재하는 ...' 선우와 미카엘, 그는 한 사람이지만 두 인격을 가지고 있다. 두 인격이 서로 모르는 인격처럼 독립적이기도 하고 서로의 인격을 왔다 갔다 하면서 간섭을 하기도 한다. 두 인격은 타협적일 수도 있지만, 한 인격이 한 행동에 죄책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선우가 그 호수를 찾아간 것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운명이었을까? 작품속에서 우연과 운명을 이렇게 혼돈되어 존재하고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우연인 것처럼, 아니 운명인 것처럼 이어지고 있다. 서인과 선우도 우연처럼 만났지만, 우연이 아닌..... 운명이라고 해야하는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서인이 쓰고 있는 소설속의 한 장면처럼~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처음에 그들은 자신들의 만남이 우연일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필연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서로의 과거를 이야기하다 보니 마치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그림자처럼 그의 인생 행로를 따라 살아 오게 된 것을 알게 된다. (p289)
이 소설은 이야기들이 그물처럼 얽혀 있어서 인연의 복선을 만들고 있다. 작가 역시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 작품은 운명적 사랑을 이야기하는 러브 스토리의 구도를 가지고 있지만 몇 건의 자살을 가장한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구도도 가지고 있다. 또한, '해리성 정체성 장애'라는 정신과적 병명이 동원되는 '천사와 악마의 두 인격'을 가진 심리적 구도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들도 많다. 운명적 사랑, 성폭력, 외도, 불륜, 살인, 자살, 미혼모... 이런 소재들도 곳곳에 산재되어 있어서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의 중요성은 두말 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하여 출생부터 불행을 타고 나는 생명. 어린 생명은 화장실에 버려지고, 고아원에 가고, 해외입양을 가고, 비참한 폭력에 시달리고, 파양되고.....
출생시부터 시작되는 힘겨운 삶이, 살아가는 날들을 더욱 힘겹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대책없는 욕망이 새로운 불행을 거듭나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인의 한 마디
아이의 영혼에 어떤 상처도 주고 싶지 않아. (p340)
사랑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부모는 아이의 영혼을 상처받게 만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운명적인 사랑, 영혼의 사랑을 확인한 서인이기에 믿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에필로그는 너무도 슬펐다. 이 이상의 다른 표현은 모르겠다. '애절하고 처절한 사랑', 정말 슬펐다. 끔찍한 인간이지만 한없이 가여운 사람. 한없이 외롭고 고통스러웠지만, 사랑을 남겨준 사람.....
마지막 보았던 일곱빛깔 무지개처럼, 고운 추억을 남기고 갔다면 좋으련만.....
(tip : '4월의 물고기' : 선우의 생일인 4월 1일은 만우절, 프랑스의 만우절은 어리숙한 사람을 골라 골려주는 놀이가 있단다. '쁘와송 다브릴' 출생부터 신의 조롱을 받은 영혼으로 살 것 같은 예감이 들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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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
차유진 지음.그림.사진 / 모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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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이란?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중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른다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를 읽게 된 것도 선입견이 많이 작용했다. 제목이 가져다준 느낌이랄까?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을 쓸 정도라면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의 글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간쯤을 읽어보니 글들이 참 맛깔스럽고, 지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그래서 집어들고 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후회하냐고? 아니다. 정말 흥미롭고 독특한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차유진은 그녀의 저서인 이 책보다 더 독특한 개성을 지닌 것이다. 미술대학교를 졸업하고, 공연, 음반기획을 하다가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미술공부를 위해서? 아니면 공연기획을 연구하기 위해서? 아니다. 요리유학을 떠난 것이다. 도대체 차유진은 못하는 것이 무엇일까? 책 속의 글과 그림, 요리 사진, 그리고 요리까지 모두 직접 다 하였다. 참 잘 할 줄 아는 것도 많다.
그녀는 현재 푸드 칼럼니스트이며 2004년에는 요리책 '푸드러버를 위한 차유진의 테스트키친'을, 2009년에는 여행 에세이 '청춘남미'까지 출간하였으며, 이 책에 실린 내용의 일부는 '웹진 나비'에 이미 실렸던 글들이다.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 음식이야기가 나오는 장면들이 있었을 것이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말 요리사못지 않은 묘사를 하기도 한다. 바로 차유진이 오랫동안 좋아하는 작가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카페에서 활동을 하면서 그의 소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손녀딸에서 빌려온 닉네임이 바로 '손녀딸'이고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탄생한 것이다.

 

 

그녀의 독서습관은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생활화되어 있는데, 그녀가 읽은 책들속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소 주제들이 되는 것이다. 동화에서부터 우리나라의 현대소설들인 '흙' '운수좋은 날'.... 세계적인 고전인 '비곗덩어리' '오딧세이아' '달과 6펜스' '데카메론'....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에 나오는 음식에 관한 내용이 소개된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과 함께 그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서 선보여주면서 친절하게도 레시피까지 실어 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차유진의 '독서편력기' 아니면 '요리 편력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책에 대한 깊은 지식과 그당시의 상황들까지 살펴볼 정도로 넓은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음식들은 물론 작품속의 음식만을 재현한 것이다. 거창한 일품요리라기보다는 '무밥' ' 샌드위치' '오믈렛' 같은 간단히 할 수 있는 음식들이 선보여진다.
특히 내 눈길을 끈 것은 '된장 미역죽'이다. 생일날 아침 엄마에게 드시기 위해 선보여주는 '된장 미역죽'. 레시피를 보니 간단하다. 언제 한 번 해 먹어야겠다.



그녀의 어릴적부터의 취미였고, 일상이었던 사람그리기. 이 책의 그림들도 이렇게 수숫한 이미지의 그림이어서 더 정겹게 느껴진다.
책 속의 음식이야기를 찾아서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서 글을 쓰고,그림을 그리고, 그 음식을 만들어보고, 레시피를 실어주고 정말 독특한 발상이지만, 절대 아무나 할 수 없는 재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재다능한 그녀가 부럽다. 그런데 그림을 보니 저 정도는 나도 그릴 수 있는데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읽은 책들을 보니 나도 저 정도는 읽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들도 별다를 것없는 평범한 그런 음식들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이 그것이 아니다. 어설프게 할 줄 아는데가 아니라, '손녀딸의 부엌엣 글쓰기'의 글처럼 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이 어울려야 하고, 어설픈 풋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잘 익은 포도주처럼 빛과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는 맛깔스러우면서도 깊은 맛이 어우려진 그런 책인 것이다.

언젠가, 내 인생에 한 번 쯤은 내가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던 행복한 눈길로 누군가를 바라보며 미래를 약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비록 그 순간이 금방  깨어날 한 순간의 꿈이라 할지라도. (p97)
전설적인 코미디언 루실 볼이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하나의 파티다." 나쁠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때려치울 수도 없고 각본대로 되지도 않는다. 인생이란 그런 거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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