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도 사랑을 품다 - 윤후명 문학 그림집
윤후명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거제도는 아름다운 풍광을 가지고 있다. 내가 찾았던 계절은 언제나 여름으로 가고 있는 때여서 피고진 동백꽃들 속에서 철지나 몇 송이 피어 있는 동백꽃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그런 때였다.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을 하곤했다. 언젠가 이탈리아 여행중에 비가 와서 카프리섬을 가지 못하게 되자 일행중의 한 사람이 카프리섬보다 거제도의 해금강이 더 아름답다고 해서 위안을 받기도 했었다. 나에게 거제도는 언제든지 달려가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거제도 장승포항에서 남동쪽으로 5km, 배로 20분이면 가는 섬. 그러나 배로 가는 섬은 시간관념과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자연현상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까. 지심도 (只心島). 하늘에서 내려다 본 형상이 마음을 닮아서 지심도란다.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동백섬이라고도 한단다.
작가 윤후명은 지심도와 1983년 특별한 인연을 맺은 후에 그 섬을 '사랑을 품은 섬'이라고 지칭한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섬.

다만 지(只), 마음 심(心) .... 다만 마음뿐이라는 이름처럼 순수한 마음만 간직하고 찾는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p 6~7)
지심도를 사랑하는  작가 윤후명이 2009년 7/15~8/17에 열린 '사랑이 이루어지는 섬, 지심도 展의 일환으로 펴낸 책이 바로 '지심도 사랑을 품다'이다. 
  윤후명은 1967년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지만,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에도 당선되어 시인과 소설가로 활동하는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은 시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주제는 아름다운 섬, 거제도/지심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주제를 가진 시(15편), 동화(2편), 소설(2편), 에세이 (1편)을 모아 놓았으니,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다양한 장르의 글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화가들의 그림이 곁들여지니, 정말 아름다운 지심도를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모든 글과 모든 그림의 공통점은 지심도, 사랑으로 함축되는 것이다.
  특히, 김해성 화백의 '지심도'를 비롯한 그림들은 파스텔톤의 환상적인 그림이다.
동백섬이라는 지심도는 윤후명 작가에게는 어떤 상징물들로 대변될까?
그는 이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 '팔색조'에서도 이야기하듯이 지심도에서 팔색조를 처음 알게 되고, 또한 단편소설 '섬'에서 또 이야기하듯이 옛 거제도 포로수용소 언덕을 가득 메운 '엉겅퀴'를 보고 지심도를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작가에서 지심도는 '팔색조'와 '엉겅퀴'로 상징되는 곳이며, 그래서 거제도는 작가에게 새롭고 뜻깊은 섬이 되는 것이다.
 
팔색조와 엉겅퀴는 내게 와서 내 것이 되었으며, 다시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거제도와 지심도는 내게 뜻깊은 섬이다. 새와 꽃이 내 글의 현재 진행형으로 나타날 수 있는 까닭이다. 거제도에 체류하는 동안 발견한 작은 섬 '지심도'는 잊을 수 없는 섬이다. 그리하여 오늘까지 그것은 나에게 사랑의 발견과 확인과 재생의 뜻을 일깨어준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을 아로새겨주는 살아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엉겅퀴는 작가에게는 이름따로, 꽃따로의 꽃이었지만,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엉겅퀴에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꽃으로 작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책이 시, 동화, 소설, 에세이, 그림까지 모두 거제도와 지심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마주친 단상들이 글로, 그림으로 화한 것이다. 그곳에서의 사람들과의 소박한 만남, 그리고, 그곳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작가 자신의 '나만의 섬'이라는 믿음으로 그의 글의 배경이 된 것이다.
섬에는 몇 채의 집이 산비탈의 동백 숲 속에 숨어 있었다. 어쩌다가 집안까지 날아 들어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 빛깔이 무지갯빛이어서 팔색조라고 이름 지어졌다는 것이었다. 하늘을 가린 동백 숲 속에 날아드는 아름다운 새. 그 새는 사랑을 어떠헤 노래하는 것일까. 나는 신비한 새를 형상화하겠다는 뜻에 사로잡혔다. 그림으로써 '새의 뜻에 사로잡힌 나'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그 섬을 '나의 섬으로만 품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바닷가 길 모충이에서 문득 목격한 엉겅퀴꽃이 이제까지의 흔한 엉겅퀴들 속에서 전혀 새로운 엉겅퀴꽃이었듯이. 거제도는 내게 새로운 뜻의 섬이었다. 나는 지심돌ㄹ '발견한 이래 내 사랑은 그 곳에서 이루어져야만 완성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웠다. 그러나 사랑이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섬으로 갈 날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섬에서만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p191)
마지막에 실린 에세이를 통해서는 '윤후명, 그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모두 답변해주는 솔직한 글들이 윤후명 작가 자신의 삶과 문학세계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의 그림 몇 점까지 함께 하니, 독자들은 윤후명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적이 드물던 지심도가 2008년에 '휴양하기 좋은 섬 베스트30'으로 발표가 되어서 사람들도 북적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은 이 섬을 너무도 사랑하는 작가만의 기우는 아닐 것같다.
나는, 이 아름다운 섬. 마음을 꼭 닮았다는 지심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마음만을 한가득 담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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