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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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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인 최민석은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오지 여행기인 줄 알고 샀다가 인생이 급회전하여 결국에는 월드비젼 홍보담당 역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월드비전은 이제 60주년을 맞이하였고, 한국전쟁을 계기로 만들어진 단체이기는 하지만 한비야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와 '그건 사랑이었네'를 출간하기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별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구호 단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월드비전이 어떤 곳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정도는 다 잘 알고 있다.
월드비전에서 하는 일 중에 세계 각지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구호의 손길을 주고 있다는 것과 물부족 지역에 우물이나 펌프시설을 해주고 있으며, 학교 등도 지어 주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월드 비전에서 하는 일을 홍보하기 위해서 펴낸 책이 바로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생생하게 어려운 상황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유별남 사진작가는 사진을 찍고, 최민석 작가는 글을 쓴 것이다.
  

본래의 의도는 이런 목적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이 책을 읽게 되면 너무도 가슴아픈 사연들이 많아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많은 아이들이 헐벗고 굶주리면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숫자상으로만 보아도 전세계의 약 10억 명의 아이들이 굶주리고, 20억 명이상이 하루 평균 1달러 이하의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난에 굶주리고 헐벗은 아이들은 눈망울은 너무도 초롱초롱하고 그 아이들은 너무도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길 위에서 만난 아이들.
볼리비아에서 만난 15살 광부 아밧은 학교 수업을 마치면 새벽 2시까지 광산에 들어가서 아침에 광부들이 작업을 하기 좋게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다.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3분 안에  빠져 나와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꿈은 변호사. 힘없고 약한 사람을 돕기 위해서 변호사가 되고 싶단다.
보스니아에서 만난 지야드 엄마.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아이들이 알아 듣지 못하게 영어로 I am beggar (나는 거지입니다)라고 말한다. 지야드는 자신의 돈을 모두 털어서 이들은 찾은 일행에게 쥬스를 대접한다.
사진 속의 엄마는 울고 있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이렇게도 밝고 맑은 것이다.


네팔의 15살 엄마 싼티는 전에는 교사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희망이 없단다.
굶주리는 아이들이 기거한 곳의 문제점은 한 둘이 아니다. 깨끗한 물이 없어서 누런 흙탕물을 받아 두었다가 먹지만 그 물 역시 오염된 물이다.
학교가 없어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상당수이고, 병원이 없어서 간단한 질병에도 목숨을 잃게 된다.
더 가슴이 아픈 사연은 에이즈 고아 압둘의 이야기이다. 인터뷰 내내 아무런 말이 없던 아이는 떠나려는 일행들에게 단 한마디의 말을 한다.

(...) 하지만 아이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감정을 삼키려는 듯 고개를 숙여서 드러난 목뼈만 흔들렸다. 그랬던 압둘이 내가 떠난다고 하자 내게 달려와서 소매 끝을 가늘게 잡고, 영러로 또렷이 말했다. " Pray for me (날 위해 기도해 주세요)" 나는 그러겠노라 했다. 그리고 그때 녀석의 힘없고 떨리는 목소리와 그렁한 눈망울은 지워지지가 않았다. 마치 눈으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 형광등 잔상처럼 (p248)
이 책을 덮은 후에도 여전히 울리는 압둘의 단 한 마디.


지금도 압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엄마 아빠를 에이즈로 잃고 홀로 견디었을 외로움과 배고픔, 희망이 없는 미래.
  
  
  

지구상의 어떤 사람들은 한 끼의  식사 비용이 이 어린이들이 1년 살아 살 수 있는 50~60 달러의 몇 곱절이 되는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이들은 왜 이렇게 살아 가야 하는 것일까.
한 달에 3만원의 돈이면 굶주린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도움의 손길을 주는 이들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단다.
한 달에 3 만원의 돈, 그리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일시적이 아닌 계속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니, 그것이 부담스러워서 못 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이 책을 구입하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연말 선물을 하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의 수입금의 일부는 월드비전을 통해서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위해서 쓰여진다고 하니까.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 어찌 보면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꼭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전 알아요.
그것이 단지 나의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그때까지 전 바보가 될 거예요.
그날을 기다리며 
                           ' chang the world  중에서'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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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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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선택도 아니었는데, 어떤 불가항력적인 것에 의해 깊은 상실감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얼마전의 연평도에서의 병사의 죽음. 휴가를 가려던 길에 일어난 엄청난 폭탄세례에 의한 전사. 그것이 운명인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단란한 한 가정의 행복이 눈이 살짝 내린 날의 교통사고에 의해서 송두리째 무너져 버렸다. a.m 7:09 시속 60마일로 달리던 4톤 픽업트럭이 조수석을 강타하면서. 그것은 원자폭탄과 같은 강한 파괴력을 가졌다.
단란한 가정에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그 누군들 생각했겠는가.
사고 차량 안에서는 여전히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이 흐르고 있었다는 구절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래서 더 애석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미아는 이 사고 후에 자신의 가족들의 안위를 챙겨 본다.
아버지의 끔찍한 모습, 그리고 엄마의 모습. 동생 테디는 아직은 살아 있는 듯....
그리고, 미아는 튕겨져 나와 도로 한켵에.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 그리고 자신을 헬기로 병원으로 후송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본다.
여기까지 난 잠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가족은 모두 죽거나 중태인데, 어떻게 가족들을 챙기며 다닐까. 그리고, 자신의 상태까지 짐작하는 것일까.
그것은 미아의 몸에서 빠져 나온 영혼(?)이 내려다 보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더 애잔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소설의 구성은 이처럼 미아 가족이 차를 타고 도로로 나오는 a.m. 7:09 에서부터 다음날 a.m.7:16까지의 미아가 가족들의 죽음과 자신이 중환자실에서 있으면서 미아의 회복을 애타게 바라는 남자 친구 애덤과 여자친구 킴의 이야기와 행동을 몸에서 분리되어 나온 영혼이 모두 지켜보는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축의 이야기는 엄마, 아빠의 결혼, 직업선택, 그리고 미아가 태어나고, 남동생 테디가 태어나게 되는 이야기. 미아가 선택한 첼로에 얽힌 이야기. 친구 킴과 애덤과의 관계 등으로 이루어 진다.
이렇게 구성된 작은 이야기들이 주는 여운은 좀 색다르다. 미아의 기억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펑크족 뮤지션이 되고자 했던 아버지가 가족이 생기게 되면서 중학교 영어 교사를 선택해야 했던 것. 엄마가 테디를 낳게 된 이야기. 자신이 애덤을 첫 남자 친구로 사귀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첼리스트의 길을 걷기 위해서 줄리어드에 입학시험을 보게 된 이야기 등이 모두 선택을 해야 했음을 상기시키게 된다.
지금 중환자실에 주렁주렁 링거를 매달고 있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두 떠난 이 세상에 살아 남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가야 하는가를 자신이 선택하여야 하는 것인 것처럼.
깨어나기를 원하는 것도. 그리고 이 세상에 남을 지, 말 지를 결정하는 것도 자신의 선택인 것처럼

 
 
그렇다면 아버지의 인생은 할아버지의 선택이 아닌 아빠의 선택이었을까? 이전의 자신의 물음에 대한 아빠의 대답을 기억해 본다.

아빠는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아. 이건 참이 아니면 거짓인 수학 명제가 아니거든. 선생이냐, 음악이냐, 청바지냐, 정장이냐 그런게 아니야. 음악은 언제나 아빠의 인생의 일부일 거야. (...) 살다보면 때로는 내가 선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 선택이 나를 만들기도 하지. (p208)
제발 깨어나기를 바라는 애덤의 기대. 그것은 단 일 초만이라도 자신이 여기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딱 일 초면 돼. (...) " 왜? 일 초동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데?" (...) "내가 여기 왔다는 걸 보여주려고.... " " 아직 누군가 여기 있다는 걸" (p136~137)
미아는 킴과 애덤이 자신이 누워 있는 중환자실에 오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하는 이야기를 육체에서 빠져 나온 영혼의 형태로 듣게 되는 것이다.
가정이 없는 이 곳에서 혼자라도 꼭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택은?
이 소설의 마지막 시간인 다음날 a.m. 7:16 어렵게 중환자실에 들어 올 수 있게 된 애덤은 미아를 위해 음악을 듣게 해 준다.
꺼져가는 생명을 남게 하기 위해 귀에 헤드폰을 씌워주고 가슴에 아이팟을 올려 놓았다. 애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 아니라서 미안하다며 그게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내가 아침 공기 속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애덤은 볼륨을 높였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았다. 요요마다. '안단테 콘 포코 에 모토 루바토] 낮은 피아노 선율이 마치 경고처럼 들린다. 그리고 피 흘리는 심장 같은 첼로 소리. 내 안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는 것 같다.  (p249)
이 소설은 이렇게 교통사고로 인하여 한 가정의 행복이 무너져 버리는 이야기. 그리고 중태에 빠진 딸이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는 이야기로 커다란 상실감을 느끼게 하게 하기도 하지만, 중환자실의 딸의 혼이 가족들의 단란했던 추억을 더듬어 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지면서 가족간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선택 등 삶의 의미와 사랑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작가의 친구 가족의 실제 이야기가 바탕이 된 소설인데, 작가 후기의 한 구절이 소설의 모든 이야기를 함축시켜 주고 있다.
사랑은 결코 죽지 않으며 사라지지도 희미해지지도 않는다. 당신이 사랑을 놓지만 않는다면 사랑은 불멸을 가능케 한다.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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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가치에 대한 탐구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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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禪)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읽으려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우선 책의 두께에 압도당해 버릴 것이다. 빽빽한 글씨로 쓰여졌던 옛 세계 고전 시리즈를 읽은 이후에 이처럼 한 권의 책이 엄청난 두께로 묶어진 책은 그리 쉽게 볼 수 없는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도 꽤 두꺼운 책이지만 2권으로 분권이 되었고, 그밖의 요즘 책들은 적당히 분권이 되니, 읽는 도중에 쉬었다 읽어도 무난하다.
이 책은 본 내용만 735쪽, 그리고 후기, 부록, 작품론 까지 799쪽에 달한다.


그러나, 책의 두께에 비해서는 읽는 속도는 그리 느리지 않게 읽을 정도로 속도감이 붙기도 한다. 그래도 여러 날을 손에 들고 있어야 함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선(禪)과 모터사이클 관리가 어떤 연관성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기엔 좀 동떨어진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의 약력과 이 책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 권의 책 속에 두 권의 책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측면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하는 기행문의 의미. 그리고 또 다른 측면은 여행중의 모터사이클 관리를 중심으로 관념에 대한 이야기, 즉 고대 희랍인의 시각과 그러한 시각이 갖는 의미에 관한 철학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에 따라서 철학적인 내용이 힘겹게 읽혀진다면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하는 부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읽어도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한 편의 소설적 구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철학서이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문학 작물이기도 하다. (...) 작가 자신의 말대로 이 책은 " 관념에 관한 한 권의 책과 사람들에 관한 또 한 권의 책" 이라는 "두 권의 책" (부록 751)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관념에 관한 한 권의 책이 철학서라면 " 사람에 관한 또 한 권의 책" 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소설 형식의 문학 작품이라고 할 수" (p768) - 역자의 글 중에서




 
 
여기서 잠깐 저자인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에 대해서 알아 본다.
그는 화학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학업을 중단하고 군 입대를 하게 되는데, 한국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그때에 동양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인도에 가게 되고, 그때부터 철학공부를 하면서 저널리즘 공부도 겸하게 된다. 이렇게 우수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가지게 되기도 하는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정신병원에 수용되기도 하고, 회복된 후에 아들인 크리스와 서덜랜드 부부와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을 하게 되는데, 바로 이 여행이 '선과 모터사이클의 관리술'의 기본 골격이 된는 것이다.
그러니, 선(禪)의 의미가 동양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선이라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모터사이클 관리술'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 관념의 이야기와 연관을 가지게 된다.
또한, 이 여행은 어디에 도착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확실한 계획을 짜놓지 않은 상황에서 모터사이클 여행 자체를 즐기기 위한 것이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린다는 것은 그저 경치를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경치 속에 몰입되는 것이고, 폭풍우도 분명히 그 경치의 일부분이다. (p52)

그리고, 이 여행은 처음엔 서덜랜드 부부와 아들이 크리스,이렇게 4명이 떠난 여행이지만 서덜랜드 부부와는 1부,2부에서 동행을 하게 되는 9일간의 이야기. 그리고 3부,4부는 아들인 크리스와 계속 8일간을 더 여행을 하게 된다.
그 여행 과정에서 그는 '야외강연'이라는 이름의 자신과의 말하기를 통해서 철학적 사유를 뱉어낸다. 
그리고, 자신속의 또다른 자아. 즉 그를 정신병자가 되도록 몰아간 장본인이라고 생각되는 '파이드로스'.  과거의 자신을 파이드로스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자신이 거쳐가는 길 위에서 과거의 자신이 그 길 위에 있었음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과거의 그'라고 생각하는 '파이드로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그의 과거의 행적과 행동, 생각들을 독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한다.
파이드로스. 그것은 오래전 잃혀진 과거의 기억을 거머쥔 존재이기에 희미한 과거가 되어버린 잃어버린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파이드로스가 추적했던 바로 그 유령을 좀 더 깊이 추적해 보고자 한다. 말하자면, 합리성 그 자체, 그러니까 근원적 형상이라는 지루하고 복잡하며 고전적인 유령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p192)

그의 여행길은 과거와 마주치는 장소이며, 이야기들이기도 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문학적 의미의 묘사가 돋보이기도 하는 문장들과 철학적 의미의 사유의 계층 체계 속에서 잃어버린 가치를 탐구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힘겨운 독서이기도 하지만, 이 책의 역자의 열정적인 번역이 있었기에 우리들이 이처럼 대단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며, 역자가 강조하듯이 '사서 보든, 빌려 보든, 베껴 보든, 빼앗아 보든, 훔쳐 보든, 놓치지 마라!'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아마도 이 책을 읽게 되는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독서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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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행복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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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있게 '사는 게 참 행복하다'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리 힘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식의 차이이기에, 자신의 마음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것은 타인의 이목과는 전혀 상관없이 행복한 것이다.
저자는 그만큼 내면적 성숙을 갖춘 사람이기에 이런 말을 서슴치 않고 할 수 있으리라.


이 책 저자의 생활은 반쪽 시골 라이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침에 도시로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그런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의 집구경은 시켜 주질 않기에 어떤 주택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꽃이 만발한 정원은 '타샤 튜더의 정원을 연상시킨다. 홍매화, 꽃사과, 수국, 활련화, 모과사무 등이 사진 너머 부러울 정도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보다 더 행복한 삶이 어디에 있을까. 유난히 꽃이 핀 정원을 좋아하기에 아주 아주 많이 부럽다.

 
 

그러나, 수국 꽃잎의 꽃뱀이나 한 밤중의 개구리의 침입은 사양하고 싶은 맘이다.
책 속에선 저자의 자연 사랑의 마음이 엿 보인다. 농촌의 가을날 폐비닐을 뒤집어 쓴 밤나무가 안스러워 걷어 내는 마음.
유채밭에 와서 새 순을 먹고 가는 고라니에게 유채 순을 양보하는 아름다움.
고라니가 먹을 것이 없어서 유채를 뜯어 먹지만 먹이가 풍부해 지면 안 먹겠지 하고 그냥 두었더니 난쟁이 유채꽃밭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탓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면 어김없이 집에 놀러 올 때에 삼겹살 파티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된장찌개, 상추, 깻잎, 고추, 쑥갓의 시골 밥상을 내놓는 마음..
복자기 단풍나무의 가지치기 후에 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나무를 돌보는 마음.

 

복자기 단풍나무는 나에게 상처를 입었을 때 투명한 수액을 쏟아냈다. 소리없이 울었다. 나를 위해 달디단 수액을 흘리며 운 것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엇을 때 분노와 미움과 복수로 뭉친 화를 쏟아 내지 않던가. 복자기 단풍나무의 어린 싹을 보며 낯을 붉힌다. (p107)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소개해 준다. 요강 할머니, 향나무 집 남자. 벌치는 농부, 똘배집 노인, 마을 통장, 알코올 아저씨.
모두 정겨운 사람들이고, 비록 그들에게 조금은 모자라는 어떤 부분들이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자신과 함께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들려 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그들에 대한 마음이 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부족하고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맘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 속의 이야기중에 가슴이 아픈 이야기가 바로 '친친이'와 '살구' 그리고 '고라니' 이야기이다.

   
어릴 때부터 키워 온 친친이. 7살 때에 산책길에 홀연히 산 속으로 사라진 하얀 진돗개. 7년이 지난 지금도 그에게는 7살 친친이로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삽살개 살구의 어이없는 죽음.
고라니의 로드킬.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는 낮에 나온 반달을 닮고 싶어 한다.

낮에 나온 달을 볼 때면 그 달을 닮고 싶었다. 검은 하늘이 아니고 파란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우주의 이방인 같고 방랑자 같았다. 결코 어울릴 수 없는 공간에 홀로 놓인 외톨이였다. (...) 낮달은 가슴 아픈 이들이 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못하는 사연처럼 처연하게 떠 있다. (p235)
사랑하고 미워하고 웃고 울고  쓸쓸해 하고 그리워하는 일이 이와같다. 그러나 나는 만사가 이와 같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낮달은 밤의 마술에 빠졌다가도 낮이 되면 깨어나는 불멸이니까. 내일이면 하늘의 선물처럼 새로운 낮달이 다시 나올 테니까. 사는 건 이처럼 행복한 일이다. (p237)


이처럼 그에겐 '사는 건 행복한 일이다.'
작은 행복의 모습을 엿 보기를 바란다면, 그의 삶의 모습을 살짝 들여다 보는 것은 어떨까.
행복은 우리의 마음, 마음에 있음을 이 겨울에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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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기 훔쳐보지 마 동글이의 엽기 코믹 상상여행 1
야다마 시로 지음, 오세웅 옮김 / 노란우산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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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작가 '야다마 시로'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이 책은 일본판 하레 시리즈, 즉 엽기 코믹 상상 여행 시리즈 중의 첫 번째 책에 해당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현재 8권이 출간되었고, 4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동글이. 별명은 오백 원. 얼굴이 동그랗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고 별명이다. 가족은 엄마, 아빠, 여동생 영글이.
선생님께서는 일기는 "진짜로 있었던 일만 써야 해 (...) 너 자신을 속이지 말고 있는 그래도 자신을 들여다 보는 거야" 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어느날 엄마가 자신의 일기를 훔쳐 보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그 다음부터는 오늘의 일기를 쓰지 않기로 했다.


거짓말이 아닌 내일의 일기. 상상 속의 내일의 일기.
화장실에서 뱀이 나오고, 엄마가 연필로 연필 튀김을 만들고, 어항의 물고기가 방안을 날아 다니고, 엄마가 팥빵을 너무 많이 먹어서 목이 길어지고.....
어린이의 상상력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상상 속의 일기.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인지, 어제 쓴 일기가 다음날이면 그대로 실현된다.

 

 

 

엄마가 또 훔쳐 보았다고 해도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그리고, 내일의 날씨를 '맑음 때때로 돼지'라고 썼는데, 다음날 하늘에 돼지가 떠 다닌다.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은가?
그런데, 이 책의 그림 역시 흥미롭다.
세 가지 그림이 하나의 그림책에 공존한다.
1. 동글이의 그림일기 (검정 색연필로 테두리를 그리고 수채화로 칠한)

2. 고무판화를 연상하게 테두리가 두꺼운  흑백의 그림
 
3. 흑백의 그림에 채색을 한 채색화

그래서 더 느낌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모든  글짓기의 기본은 일기에서 출발하고, 일기는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임을. 그리고, 이런 일기쓰기를 통해서 문장력과 표현력이 생길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글을 쓴다는 것은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일기 쓰기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이 있다면 동글이처럼 상상 속의 내일의 일기를 써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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