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동안 목숨을 걸고 들려줬던 신비한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중독성이라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아라바마와 40인의 도적’이나 ‘신바드의 모험’이나 하는 것들은 천일야화를 빌려온 아류 창작물이었습니다. 역시 원전을 읽어봐야 그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단, 계급적 혐오감이나 성적 평등이라는 불순한 시각을 갖고 보면 곤란합니다. 또 한 가지, 18세기 프랑스 브르조아 작가가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말로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야한 오리지날 버전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다른 번역서를 찾아보셔야 합니다.
최규석은 참치 캔 헹군 물에 라면스프 넣고 끊여 먹어본 사람이라면 실감할 수 있는 얘기를 만화로 그립니다. 그 구질구질한 삶이 비참하지만 않은 이유는 그 속에서 그 사람들과 함께 계속 살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따뜻할 수 있는 것은 그 작가의 삶이 따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감동하기에는 좀 애매합니다.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인 아이린 칸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빈곤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인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방글라데시에서 나고 자란 경험이 있어서 더더욱 빈곤의 문제를 몸으로 느꼈나봅니다. 책상에서 자료만 뒤적이면 쓴 글이 아니라 세계 곳곳을 직접 다니면서 쓴 글이라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유엔 산하기구 책임자라서 그런지 해결책이 좀 떠있습니다.
시골에 있는 우체부가 마을에서 편지를 받아보지 못하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가짜 편지를 써서 보내준다는 뻔하고 별 내용 없는 어린이 동화입니다.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아서 금새 읽고 나면 뭔가 그슴 속에 살며시 들어와 있습니다. 큰 감동은 아니지만, 살며시 스며드는 그런 종류입니다. 독일 작가의 글과 그림이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밑바닥 삶을 가장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찍어내는 사진작가 최민식에게 강하게 영향을 줬던 작가가 유진 스미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찾아봤지만 이 책이 겨우 있더군요. 수 만 장을 찍었던 유진 스미스의 사진 중에서 50여 장이 작은 책에 실려 있습니다. 그의 작품세계와 사진들에 대한 설명들이 있기는 하지만, 뭔가를 느끼기에는 턱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