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싫은 사람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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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내 마음에 들었다.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은근히 머물지 않을 수가 없도록 한다. 싫은 사람, 이런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겠는가.  


싫은 데에 이유가 없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아직 명확하게 찾지 못했거나 알면서 모른 척 하고 싶거나(이 부분에서 찔린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제 안에 싫은 점을 갖고 있는 다른 사람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 바람에.) 대놓고 싫다고 하기에는 뭔가 부담스럽거나 그런 것일 테니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라고 내 의식에 잡혀버린 사람을 두고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유는 보이게 된다. 나는 그랬다.  


싫다는 감정, 싫은 사람과 잠깐이라도 시간이나 공간을 나누어야 하는 상황, 거북하다. 거북하고 피하고 싶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게 된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 내가 이렇게 이해심이 없었나, 내가 이토록 이기적이었나, 욕심이 많았나, 불만이 많았나, 질투가 강했던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 '싫은 사람' 때문에 내가 나에게 느끼는 그 기분, 좋지 않은 그 기분, 그 때문이다.  


이 만화는 잔잔한 편이다. 강렬하지 않다. 싫다는 마음조차 아주 강렬한 것들이 아니고, 사소하면서도 민감한 것들이다. 남들이 볼 때는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데, 자신으로서는 참기 어려운 어떤 점들을 가진 사람들. 이런 상황을 내 경우나 남의 경우에서나 보게 되면 나는 좀 속상했다. 마음 여리고 온순하고 내성적인 사람 쪽이 상처를 받게 되고 참게 되고 못 참는 자신을 억울하게 반성하곤 했으니까. 영향을 끼치는 쪽은 아무래도 영향을 받는 쪽에 비해 강하게 살아남게 되는 것일 테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잠깐 배려해 보자. 그 사람도 나로 인해 상처를 받겠지. 그리고 나는 모른 척 하겠지. 나를 싫어하는 네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여기면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 보다. 세상의 모든 사람과 다 친하게, 서로 다 좋아하면서 살 수는 분명히 없을 테니까. 서로 이해하는 폭을 넓혀 싫은 사람의 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럼에도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그래, 싫다. (y에서 옮김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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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 그나저나, 핀란드는 시나몬 롤이다!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이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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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018년 8월, 2019년 12월, 작가는 세 번의 핀란드 여행을 기록으로 남겼다. 한 곳을 3년 동안 세 번 가 보는 일, 그것도 비행기로 12시간을 날아가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을 가는 일은 예사로운 계획과 실행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그곳이 좋았을 수도 있고, 뭔지는 모르지만 뭔가 생각을 해야 해서 꼭 그곳에 가야만 했을 수도 있고, 직업상 그곳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했을 수도 있고, 등등 이유야 여러 가지이겠지만 이런 여행 은근히 부럽다고 여기면서 읽었다. 


이렇게 여행을 하려면, 한 곳을 삼 년에 걸쳐 세 번씩이나 하는 여행, 무엇보다 돈이 있어야 할 것이고(아무리 일주일 남짓이라고 해도 핀란드 여행비가 결코 싸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시간도 있어야 할 것이며, 가서 해 보고 싶은 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조건을 다 맞추고 사는, 이렇게 보이는 작가의 삶이 그래서 잠깐 부러웠던 것 같다. 부러움 잠깐만으로도 나로서는 충분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여행지이든 아니든 내 집을 떠나서 일주일 정도 머물며 노닐고 싶은 곳이 내게 있나 생각해 보았다. 그것도 해마다 한 차례씩 세 번 이상 해 볼 만큼 매력을 가진 곳으로. 글쎄,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없다. 멀리 비행기를 타야 닿을 수 있는 외국 땅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이라도 좋으니 가 볼 만한 곳을 한번 찾아 보자 싶었으나 끝내 접고 말았다. 코로나 19탓만은 아니다. 내 성향 탓이 더 크겠다.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책을 붙잡고 몸 편히 마음만 둥실 떠도는 게 훨씬 좋은 거다. 아마 나이가 들수록 이 증상은 더 심해질 것만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라 맹목적인 호감으로 보았다. 이렇게 여행하고 글을 쓰기까지 작가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해할 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배겅지식 없는 작가의 글이었다면 틀림없이 나는 삐죽거렸을 것 같다. 무슨 시나몬 롤 먹겠다고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헬싱키까지 가느냐면서. 그곳에서도 미술관 잠깐 들렀다가 내내 돌아다니면서맛있는 것 찾아 먹었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헬싱키, 예전에는 가 보고 싶었던 곳으로 품고 있었는데, 이제는 지운 곳이다. 남의 이야기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자 여긴다. 이 책도 이런 내 마음을 만족시키는 데에 충분했고. 그나저나 여행지에서 먹고 싶은 게 이렇게 많을 수도 있나, 사소한 궁금증은 남는다.


편집의 의도였겠지만 사진을 앞쪽에 모아놓았다. 글과 섞여 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막막하고 답답하다 싶었는데 글을 읽는 동안 알았다. 이 방법도 깔끔하구나. 사진으로 인해 글을 향한 시선이 흩어지는 순간이 생기지 않았다. 대신 작가의 소박하고 다정한 그림이 군데군데 자리를 채워 주고 있어 내게는 더 좋았던 셈이다.  (y에서 옮김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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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살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윤정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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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가 살 새 집을 아내 쪽에서 구한다. 처음 본 집인데도 너무 마음에 들고 이 집이 꼭 내 집인 것마냥 익숙하게 여겨져서 신기할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이후 지내는 동안 섬뜩한 순간을 맞는다. 마치 오래 전에 이 집에서 뭔가를 본 것처럼, 특히나 생생하게 목격한 살인 장면의 기억. 상상인지 망상인지 주인공인 젊은 아내는 마음을 앓다가 마플 여사를 만나는데. 

 

비슷해 보이면서도 늘 새롭게 읽히는 이 작가의 소설들. 재미있으니 달리 더 할 말이 없다. 범죄수사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도 해서 시간을 보내는 데는 딱 알맞다.(요즘과 같은 격리 분위기에서는 더욱더) 범죄라든가 살인 같은 게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는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 같은 것이기만 하여 재미로 즐길 수 있는 소재가 되겠지만 실제 겪은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나쁜 경험일 것이다. 살면서 이런 일은 정녕 안 겪어야 하는 일인데.

 

이번에도 내 추리는 완전히 실패했다. 몇몇 용의자를 따라 야무지게 추측해 본다고 해 봤는데 작가가 만들어놓은 장치에 잘 빠져들었다. 의심이 안 되면 알아낼 수 없는 일이다. 심리를 파악한다거나 사건 전후를 따져서 일을 해결해야 하는 직업을 갖지 않았던 게 이제 와서 다행이지 싶다. 이렇게 노는 게 아닌 일로서 처리해야 하는 것이라면, 상상만으로도 엄두가 안 난다.

 

아직도 책은 많이 남아 있다. 저금처럼 든든한 놀거리다.  (y에서 옮김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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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들의 아침식사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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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는 사람이 믿을 만했어도 내 취향이 아닌 경우는 있다. 이 책처럼.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 내 독서의 한 고개를 넘는다. 


농담이라든가 풍자라든가 SF라고 해도 내게 와 닿지 못하는 글은 있다. 내가 다 품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못된다. 무엇보다 아쉽지가 않다. 세상에는 여전히 재미있고 유익하고 보람되고 가슴 벅찬 글들이 많이 있으니까.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는 것 자체가 내가 뭔가 놓친 게 아닌가 싶어 전전긍긍하는 모습의 증거일 수도 있겠는데.


재미없었다. 주요 인물 둘 모두에게 끌리지 않았고 둘이 벌이는 무수한 일에도 시들했다. 작가는 높고 깊은 수준의 농담을 하고 있다는데 내가 '피식' 하게 되는 부분을 못 찾았으니 내게는 농담이 되지 못한 것이다. 나로서는 진지하기만 한데 자꾸 가볍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워지는 딱 이런 기분. 이래서야 작가의 의도에 맞춰 읽어 나갈 수가 없다.


소설이 나온 시대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이 되는 미국의 상황을 살펴봐도 나로서는 시큰둥. 그랬던가 보군, 이 이상의 관심이 안 생긴다. 그때 무슨 일이, 왜, 어떻게 생겼던가 궁금해져야 하는데. 아무리 SF라고 해도. 나의 SF 독해력 탓을 남기고 말기로 한다.  


작가가 그린 그림들은 대체로 유쾌했다. 그렇지 못한 그림도 분명히 있기는 했지만, 그런 그림이 또 농담의 종류라고 하겠지만, 나는 낱말도 그림도 그쪽의 것들은 거북하다. 고상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내 감상에 불리한 근거가 된다. 


우주도 지구도 우리나라도 내가 살고 있는 이 고장도 내게는 여전히 아름답기만 하고. 아무리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해도, 풀기 어렵다고 해도, 모자란 인간들이 많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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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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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번역본으로 출간된 것이겠지만 작가로서는 이미 오래 전에 낸 책이겠다. 도쿄에서 일러스트레이터가 활동하기 이전, 오사카의 회사에 다닐 때의 이야기, 그녀의 젊은 날의 회사원 경험들. 회사에서 젊은 여사원들은 이렇게 이렇게 지내는구나, 이웃 나라 일본의 사정이겠지만 우리나라의 여느 회사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난 잘 모르지만.


그런데 만화를 보면서도 의아한 게 있었다. 이미 십오 년이나 지났는데, 그때도 젊은 회사원들은 회사에 다니면서 작가와 같은 회의감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내가 이 일을 좋아하나, 결혼을 하고 싶은데 왜 애인이 없나, 애인은 왜 안 생기나,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이런 물음들로 자기 자신을 거듭 일깨우는 순간들.


간결하면서도 정겨운 만화 그림으로 보고 있자니 딱하기도 했다. 어느 시대고 청춘은 흔들리게 마련인가 보다.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만 흔들리는 게 아니었던 거다.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있어도 이게 내게 맞는 길인가 아주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인 거다. 그런 면에서 나는 참 다행스럽고 고마운 처지이긴 하지만.   


긴 인생 여정이 펼쳐질 시대다. 내일도 중요하겠지만 오늘 이 순간도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지금, 내가 가장 즐겁고 보람 느낄 일을 하고 있어야 할 일이다. (y에서 옮김201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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