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인생 한입 40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호에서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국화술 편이었다. 옛날에는 음력 9월 9일을 중양절이라고 부르고 국화술을 마셨다는데. 올해 날짜를 찾아 보니 10월 11일로 나온다. 다음 주 정도에는 절기상 국화가 만발할 수도 있겠다. 활짝 핀 국화를 보며 술을 마시고 차를 만들어 마셨단 말이지? 우리네 옛사람들은. 그리고 이를 풍류라고 여겼겠지? 오늘날 우리가 바다뷰, 계곡뷰, 호수뷰, 어쩌고뷰... 하는 것처럼.

이제까지는 소다츠가 술을 마신다는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읽었는데 40권 정도에 이르니 소다츠가 누구와 마시는지, 작가가 어떻게 구성해 놓았는지도 보인다. 이제서야? 나는 이 시리즈의 만화(비슷한 구성의 만화 포함)를 읽을 때는 전혀 집중을 안 하나 보다, 못하는 건가?, 아니 너무 집중했나? 인물이 펼쳐 놓은 앞뒤의 연결 고리에 도대체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으니. 그저 술이 좋아 술을 마시고 나머지는 몽땅 잊어버리는 술꾼처럼.  

독신인 소다츠가 종종 술을 함께 마시는 여성이 몇 있다. 아무와도 연애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작가가 숨겨 놓은 경계선이 절묘하다. 오래 술을 마시려면 소다츠가 결혼을 안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술을 좋아하고 늘 마시는 남편이라면? 아무리 안주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요리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몇 권 안 남았다. 현실보다 아주 천천히 나이를 먹고 있는 소다츠.  지금처럼 일도 잘하고 건강도 지키면서 좋아하는 술을 계속 마실 수 있게 되기를. 나는 이제 만화 속 주인공에게도 안부를 전하는구나. (y에서 옮김202410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애란 무엇이던가. 연애하는 느낌은 혹은 기분은 어떠하던가. 나는 연애를 했던가, 지금 하고 있는가, 더 할 수 있겠는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에 따르자면, 이 이야기를 책의 제목처럼 모조리 연애로 본다면, 나는 연애를 많이 해 보았고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하게 될 듯하다. 문제는 내가 이 감정과 과정들을 연애로 여기지 않는다는 데에 있기는 하겠지만. 결국 연애라는 것도 개개인이 인정하는 농도가 다른 감정이 아닌가 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누구는 연애로 여기고 누구는 아니라고 여기고. 


이야기들은 짧고 소박하고 단촐하지만 한편으로는 은근히 무겁다. 이런 감정조차 연애로 본다고? 연애라고 볼 수 있다면 연애다. 만나기 전, 만난 직후, 만나면서, 만난 지 오래, 헤어지면서, 헤어진 후에 이르기까지 한순간도 한 지점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일렁이며 떠도는 마음. 연애라는 게 꼭 젊은 청춘들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어려도 나이 들어서도 상대를 향한 내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면,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면, 더 오래 그의 곁에 머물러 있고 싶다면, 그게 다 연애의 감정이라고 한다면 말이지. 


그래서 애틋하다. 어쩌면 우리는 사는 동안 오로지 연애를 하고 있는 듯도 하다. 자신과 함께 하는 이, 그 사람과 함께 하는 모든 시간, 헤어지게 되는 그 순간까지 아니 헤어진 후에도 좋았다고 싫었다고 그리웠다고 지겨웠다고 무수한 변덕 속에서 맺고 맺는 이야기들이 곧 연애가 아닐지. 


나는 갑자기 내가 고집하던 연애의 영역이 확 넓어졌음을 느낀다. 언젠가부터 '내 삶에 연애는 무슨', 하며 산뜻하게 접고 살았는데, 그게 전혀 아쉽지도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연애라는 게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무엇보다 부부가 함께 사는 것도 연애의 한 형태인 것이다. 이렇게 여긴다고 해서 남편을 향한 설렘이 당장 마구마구 솟아나는 건 아니지만 나 아닌 다른 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모든 마음쓰임을 연애라고 불러도 좋다면, 그래, 이것도 연애인 셈이라고 인정하게 된다.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누구에게나 생길 것이다. 그때 떠올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대상이 과거, 현재, 미래의 시점과 상관없이 떠오른다면, 그로 인해 울적하고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이 달래지는 기분이라면, 그게 바로 연애의 감정이 아닐까. 그 이야기가 바로 그만의 연애소설이 아닐까. 


다들 따뜻한 연애소설을 만드는 삶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이참에 나도 새삼스러운 관심을 기울여볼까?  (y에서 옮김202010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4마리의 호박 14마리 그림책 시리즈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박지석 옮김 / 진선아이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은 호박을 어떤 대상으로 받아들일까? 식물 혹은 먹을 거리? 그게 무엇이든 언제부터 좋아할까? 나는 호박을 언제 알게 되었을까? 아득하기만 하여 기억에도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키워서 먹는 것으로. 아주 어려서 노란 호박꽃잎으로 소꿉놀이를 했던 기억도 있는데 꽃잎 아래에 매달리는 호박 자체는 못 봤다. 꽃만 보고 열매는 못 봤던 셈.

호박죽, 호박전, 호박나물, 호박스프, 호박튀김... 호박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꽤 된다. 호박을 재료로 한 음식을 다 좋아하는 게 아니어서 나는 호박을 좋아한다고 또 안 좋아한다고 잘라 말할 수가 없다. 어떤 호박은 좋고 어떤 호박은 안 좋고? 호박전은 잘 먹는데 호박나물은 그다지...

내가 좋아하는 그림 속 생쥐 14마리가 호박씨를 심어 키운다. 커다란 호박이 될 때까지 지켜가면서. 마침내 수확을 하고 각종 음식을 만들어서 함께 먹는 장면까지 풍요로운 그림들이다. 호박파이도 호박크로켓도 아주 먹음직스럽다. 만들어 먹을 줄은 모르고, 맛있는 것은 알고.

14마리 생쥐들이 보여 주는 이야기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할아버지 생쥐부터 어린 생쥐까지 대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쥐들에게도 고부간의 갈등이 있을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면서. (y에서 옮김202409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작은 좋았다. 주인공 영초롱이 집안 사정이 나빠지면서 제주의 고고리섬으로 가게 되기까지, 거기서 고모랑 살게 되고 친구인 복자를 만나게 되기까지. 복자와 갈등이 생기기 전까지. 고고리섬이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찾아가 보고 싶을 만큼.

영초롱은 아주 열심히 공부를 해서 판사가 된다. 판사라고 하면 다들 부러워만 할 직업일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현실에서 소설에서 이렇게 판사 노릇이 어렵다고 하는 것을 보면. 복자는 간호사가 된다. 간호사는 어려움이 많은 직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 같다.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야 할 정도로. 둘은 어려서 헤어졌다가 어른이 된 후에 제주에서 다시 만난다. 각자의 직업을 배경으로, 배경 자체가 각 인물이 갈등을 갖게 되는 원천이 되어서.

읽어 나갈수록 읽는 재미가 떨어졌다. 각 인물의 내면에도 다가서지 못했고 인물 사이에도 들어서지 못했다.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려 해도 나는 그들의 밖으로만 빙빙 돌았다. 심지어 제주도에도 들어가지 못한 것만 같은 거리감을 느꼈다. 제주, 간접적으로라도 자주 가고 싶은 곳인데. 인물도 배경도 소재도 주제도 구성까지도 내 기대와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내 독서에 좋지 않은 징조다. 끝까지 몰입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작가로부터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듣느라 정작 한 가지도 제대로 듣지 못했던 건 아닌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y에서 옮김202503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술 한잔 인생 한입 39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 없이 이 만화를 보았다. 생각 없이 술을 마시는 것보다는 분명히 나은 일이다. 비용으로도 건강상으로도. 이래저래 고단한 일이 생기고 고단한 문제 한가운데 놓여 있다 보니 머리가 아프다.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 내내 조바심칠 것은 확실하지만 그래도 잠시 동안, 멍한 기분으로 이 책을 보았다. 잊기라도 하려고. 

만화의 내용과 구성은 시리즈의 다른 책과 같아서 익숙하고 소다츠와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도 이제는 친숙하기 그지없다. 마치 주기적으로 만나 함께 술을 마시는 기분이다. 술맛은 여전히 모른 채 마시는 기분만 챙기면서.

다루는 소재들도 낯설지 않은데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다. 이미 읽은 내용을 잘 잊어버리는 나의 하찮은 기억력이 도로 도움을 줬다고 볼 수도 있고 작가가 조금이라도 더 새롭게 다루는 능력을 보여 줘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제 남은 책이 정말 몇 권 안 되는데 다 갖추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계속 하는 말이지만 술을 마셔서 괴로움을 마비시키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아프지 않아야 한다. 뜻대로 다 될 수는 없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힘껏 건강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좋아하는 술도 마시고 좋아하는 만화도 계속 보고 좋아하는 글도 계속 쓸 수 있다. (y에서 옮김202409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