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두 - 2006 제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구효서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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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찾아 떠돌다가 만난 책이다. 이만하면 나로서는 횡재다. 어느 한 편 소홀하게 읽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나온 수상작품집. 실려 있는 작가의 이름을 다 알고 있다는 것도 내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실려 있는 글은 모두 10편. 요즘의 문학상수상집과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독자로서는 더욱 좋아할 사항이고. 덤으로 황순원문학상에 대해서도 찾아본다. 우리의 문학상 제도가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그렇군, 그런 일이 있었군, 나는 이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셈이군......


2006년에 어떤 일이 있었던가?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 때였던가. 소설을 읽는 내내 눈이 멈추는 문장에서 나의 과거를 오간다. 그게 소설을 읽는 필수 요소가 되기라도 한 듯. 아주 오래된 옛 이야기도 아니고, 나 역시 작가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모양새로 살았던 셈이니 동병상련처럼 세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랬던가? 그랬겠네. 그래서 우리는 여태까지 잘 살아온 것일까?  


심사위원이 누구였는지, 어떤 기준으로 수상작을 선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내게는 10편 모두 귀하게 와 닿았다. 내가 기억을 못해서 그러한데 어쩌면 작가의 개인 작품집에서 이미 읽은 글도 있을 수 있다. 낯선 기분으로 읽었다. 촘촘하게 읽는 시간이 촘촘한 일상으로 채워지는 기분이어서 썩 만족스러웠다.


문장의 힘을 보고 책을 덮었다. 내 능력이 부족하여 표현으로 옮기지는 못하겠다. 요즘의 젊은 소설가의 글들과 이 작품집에 실려 있는 글들의 차이점 같은 것. 문장과 문장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의 밀도라고 해야 할까? 나는 옛 글에서 이런 모습의 치열함을 더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표현의 방식들, 세밀하고 엄밀해서 수다스러운데도 더할 수 없이 무거워서 도리어 도움을 받는 느낌이 드는 감각들의 나열.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가 되는 조건으로서. 


읽을 글이 많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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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cm 라이프 1
다카기 나오코 지음, 한나리 옮김 / 시공사(만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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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만화를 일본에서 출간한 순서대로 읽는 게 아니어서 내용에 새로움을 느낀 건 아니다. 그럼에도 유쾌하고 재미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걸 소재로 다른 사람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만화로 나타낼 수 있다니. 어쩌면 남이 잘하는 것 자랑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남의 부족한 점을 안타깝게 여기고 응원해 주는 쪽에 우리 마음이 더 쉽게 열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성인 여자의 키 150cm. 작은 편이기는 하다. 나도 어렸을 때는 작은 쪽이었다가 중학교 3학년 때 남들만큼 키가 자라 주는 바람에 작다는 소리는 안 듣는데, 그때 못 컸더라면 작가와 같은 불편함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런가, 어렸을 때의 일화들은 더러 겹치면서 친근하고 정다웠다. 작은 키의 우리들은 큰 키를 가진 친구들에게 막연한 동경심을 갖고 있었기에, 마치 그들에게는 작은 우리로서는 볼 수 없는 선 그 이상의 세상을 볼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 소재로 3권의 책을 냈다. 글로 썼더라면 이만한 분량, 이만한 신기함으로 살아나기 힘들었을 텐데, 역시 만화는 좋다. (y에서 옮김201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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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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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둡고 으스스한 소설이다. 이 소재와 배경을 소설로 만들어 내기 위해 몇 년 동안이나 궁리했다는 작가의 상상력과 의지가 대단해 보인다. 나는, 독자로서도 참 상상력이 없는 편이다. 


쉽게들 말한다. 희망을 갖고 살라고.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곳이라고. 지금 어렵고 힘들더라도 용기를 갖고 이겨내라고.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나도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나 아닌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늘 말해 왔던 것인데. 그게 생명을 부여받은 것에 대한 예의라고 여겼는데. 아닐 수도 있고, 아니기도 했던 것일까. 다시 으스스해진다. 


미스터리, 이 말의 의미를 비로소 알 듯하다. '수수께끼와 비밀에 싸여 있어서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사물이나 사건'. 무서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 알아내지 못하는 무언가가 남아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말일 텐데, 모르는 게 안심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 우리의 삶은 알기 위해,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앎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당혹스럽고 두려울 것인가. 


마지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운하지 않다. 그런데 실망스럽다는 뜻은 아니다. 딱 이 소설에 걸맞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나는 이 세상에 있는 게 나은 사람일까. (y에서 옮김201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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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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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상상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어떤 상상은 그럴 듯하고, 어떤 상상은 얼토당토않다 싶고. 이 책은 최근 에 내가 본 영화나 다른 소설과 비교하여 그럴 듯하다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 후한 점수를 매긴다. 다소 황당해도 귀여운 황당함이라고 해 두겠다. 


소설의 기본 배경이 환경을 지키겠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는 점이 좋았다. 나는 비록 환경을 지키는 데 부지런한 사람이 못되고 있지만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향한 존경심은 갖고 있다. 내가 못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니까. 지구 차원에서도 주인공 '한아'같은 사람이 많아야 하는 건데. 작가가 소설을 통해 구현하고 싶은 세상도 이런 세상이 아닐까 싶었다. 지구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 우주에 도움이 되는 존재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쓴 글.


외계인은 앞으로도 그침이 없을 소재일 것이다. 만약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외계인이 온다면, 그 어떤 외계인이더라도 우리보다 발전된 존재라고 봐야 할 것이고. 우리는 아직 나서지도 못했으니까. 외계인의 지구 정복 따위 이제 설득력이 없는 소재가 된 거로 여긴다면 아예 외계인과 더불어 사는 쪽으로 상상하는 것도 그럴 듯하겠다. 이 소설처럼.   


문학 독서의 영역 한쪽을 넓히고 있는 나에게 좋은 인상으로 다가온 우리 작가다. 당분간은 지속될 것 같다. (y에서 옮김20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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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요정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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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하지 않았고, 감동했고, 먹먹했다. 내 마음을 읽는 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도 이렇게 어렵고 흥미롭구나. 나는 참 무심하게 편리하게 가볍게 살고 있구나. 이 작가는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전혀 사소하지 않게 꽤 의미 있는 일로 만들어 내는 재주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풍경의 지점도 시간의 흐름도 주위 사람의 표정까지도 어느 하나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다 읽고 나면 잊어 버려서 스스로에게 좀 서운하기는 하지만)  


줄거리를 요약한다면 지극히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는 줄거리에 잡히는 게 아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아 놓은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 감각에 빠져 들게 된다. 나는 나를 이렇게 보았는데, 나는 너를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나를 그렇게 여겼던가...... 이게 무슨 재미란 말인지. 갈등이 아님에도 긴장감은 살아 있고, 싸우는 게 아닌데도 애가 타고, 울부짖는 게 아닌데도 눈물은 글썽이고, 주장하지도 않는데 분노는 일고. 


내가 일본어를 모른다는 점이 일정 부분 아쉽다. 일본어로 제시하는 퍼즐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 가게 되는데 글자가 주는 정확한 의미까지 알아볼 수 있다면 한층 재미있었으리라. 이후로 더 읽어도 좋겠다.  (y에서 옮김20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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