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누나 1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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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어른으로서의 현실 남매 에피소드. 먹고 살 걱정은 따로 없이 마음 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생활의 모습들. 남동생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친누나의 행동이나 태도에 대하여. 나는 누나 입장으로, 남동생이라면 나를 이렇게 여길 수도 있겠구나 충분히 공감하면서, 실실 웃으면서 재미있게 보았다. 굳이 물어서 확인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감정이입은 때로 힘들고 때로 흐뭇한 경험이다. 힘들고 고달픈 경우는 피하고 싶고 즐겁고 흐뭇한 사례는 애써 마주하고자 한다. 그래야 나 또한 같은 마음이 될 테니까, 그래서 또 사는 재미가 늘어나 줄 테니까. 크고 화려한 바람 같은 것, 이제는 꿈꾸지도 않고 꿈을 꾼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안다. 표지에 나오는 누나의 각오처럼-'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생크림을 먹겠어'-나라면 내일 멸망할 지구를 두고서는 내가 가진 만화책을 보고 있겠다는 각오를 하고 싶을 따름이다. 


늘 그러하듯, 간략한 선과 단순한 색으로 그려 놓은 담백한 그림과 시시콜콜 나누는 가벼운 대화가 읽는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잠깐 어이없다 싶어도 그 또한 내 모습의 한 면이라 자연스럽게 끄덕여지는 만화 속 누나. 이 작가는 아주 사소한 버릇에서도 인간의 보편적인 특징을 붙잡아 낼 줄 아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모두 5권이다. 이제 1권을 봤고 남은 네 권도 내용이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 짐작한다. 그럼에도 다 읽을 것을 계획한다. 이만큼의 여유, 이만큼의 기대, 이만큼의 사치를 나는 좋아하니까.   (y에서 옮김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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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가 있었다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김예진 옮김 / 검은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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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을 읽다 보니 마더 구스라는 동요가 종종 소재로 쓰이는 걸 본다. 어린이들이 즐기는 양식의 내용을 범죄추리소설의 소재로 사용하다니, 이것부터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더 무섭거나 끔찍하거나 잔인하다고 느끼기를 기대한다는 뜻일까. 나로서는 마더 구스에 대해 아는 바가 워낙 없으니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읽고는 있지만.


노파라는 인물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한다. 돈이 많고 욕심도 많고 통제성도 강해서 쉽게 반감을 살 수 있는 인물. 범죄가 일어나는 게 자연스럽다고 여길 정도로 나쁘게 묘사되어 있다. 노파라는 말 자체가 기분 나쁘게 들린다.  


이번 소설은 시작부터 상당히 엉망진창이다. 엄청나게 부유한 노파가 등장하고 이 노파에게는 남편이 둘 있고 각각의 남편에게서 자녀가 셋씩 있고. 노파의 첫 남편은 노파를 부유하게 해 주었으나 세 자녀가 비정상이다. 그런데 바로 이 모자람 때문에  노파의 사랑을 받는다. 두 번째 남편의 자녀 셋은 멀쩡하며 능력도 가졌는데 그 때문에 도리어 노파로부터 미움을 받는다. 이런 설정, 납득이 안 된다. 그럼에도 소설은 재미있었다.


첫 남편의 자녀와 두 번째 남편의 자녀 사이의 갈등이라니. 그것도 서로 간의 목숨을 빼앗을 정도의 증오심을 이용하는 배경이라니. 노파는 있고 심장병을 앓고 있고 자녀는 차례로 목숨을 잃는다. 누가 죽인 것인가. 엘러리는 아버지와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바삐 뛰는데 끝난 듯 끝나지 않는다. 덕분에 내 소설 읽기도 끝이 나지 않게 되고. 


엘러리처럼 용의자나 범인을 바로 붙잡지는 못하지만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해도 남아 있는 책의 쪽수를 보면 반전이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희생자를 제외하고 용의자를 좁혀 보는데 범죄의 동기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겠다. 그럴 힘도 없고. 그냥 작가가 말해 주는 대로 넙죽 받아 읽는 게 좋다. 머리를 쓰지 않는 추리소설 읽기라니. 그저 게으른 탓이다.  


사건이 모두 해결된 후에 등장하는 니키 포터.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 보게 되는 것인지. 아니, 이미 본 적이 있었던가. 모르겠다.(ㅎㅎ) (y에서 옮김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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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없는 밤
위수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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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으로 분위기는 짐작이 되었다. 없는 것이 밤일지라도, 밤이 아무리 어둡다고 해도, 없는 게 있는 생은 유쾌하거나 즐거울 수가 없다. 우리에게는 밤이 있어야 하고, 밤을 보내야 또 아침이 더 밝게 온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고, 밤을 견디는 힘으로 온 나날을 버틸 수도 있으니. 


한숨을 쉬고 살펴본 소설의 수는 모두 10편. 이 중에 작품 '아무도'와 '오후만 있던 일요일'과 '9'는 다른 책에서 읽었던 글이었다. 책 뒤쪽에 각 소설의 출처가 나와 있고 [소설 보다] 시리즈를 통해 작가 이름을 알고 있어서 쉽게 알아보았다. 자칫 기억의 오류 속에서 헤맬 수도 있었을 것 같았는데 안심했다. 이제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읽은 글과 안 읽은 글이 헷갈릴 때는 좀 서글퍼진다. 더구나 이만큼이나 짙게 우울한 글에서는. 읽을수록 우울해지는 이 시절에는.

이 리뷰를 적으려고 책을 다시 펼쳐보는데, 여전히 마음이 안 좋다.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썼을까? 쓰는 동안에는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쓰기 전보다 쓰고 나서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자신이 만들어낸 주인공의 고뇌나 불행이나 안타까운 처지 같은 것들을 마치 남의 것인 듯 표현한 후에 새삼스럽게 들여다보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일까?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괜찮아 보일까? 아무리 엉망진창인 세상이라고 해도.

생각해 보니 작가들이 소설 속에서 그려 내는 세상은 어지간해서는 괜찮지 않았던 듯하다. 그렇겠지, 소설은 문제적 상황을 다루는 장르이니. 그래도 이렇게 편편마다 암담해서야, 동정조차 할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 앞에서는 맥이 빠진다. 

'집'이 특별히 남는다. 집을 떠나 어느 먼 곳에서 마침내 마음 속 집을 구한 주인공의 딱한 이야기. 어떤 삶은 삶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내가 아주 쉽게 남의 삶을 평가했던 것 같다는 반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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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라이프 1
다카기 나오코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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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평온하지 않았을 청춘이다. 시간이 흘러 일러스트레이터로 어느 정도 성공한 인생이니 이 만화도 애틋하게 봐 줄 수가 있는 것이고. 이런 상황이 만약 누군가에게 지금 진행 중인 것이라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어쩔 수 없이 엄마의 마음으로 읽히는 만화, 어려운 청춘들에게 작으나마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그림을 잘 그렸고, 그래서 그림 그리는 일로 먹고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도쿄로 왔다는데, 이런 과정이 우리나라의 서울에 있을 익명의 비슷한 청춘들을 떠올리게 한다. 좋아하는 그림은 그리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이리저리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고단한 날들, 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삶은 원하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그저 팍팍하기만 하다.

 

다행히 내 인생에는 이런 방황 기간이 없이 지나가 주었으나 앞으로 남은 날들은 암담하다. 이제는 청춘도 암담하고 노년도 암담한 미래다. 어떤 욕심을 얼마나 버려야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나같은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 남은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하는지, 이 만화의 주인공과 너무도 비슷한 처지에 놓인 내 딸과 아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애를 써야 하는 것인지. 시대는 어쩌자고 점점 더 고달파지려는 것인지.

 

아르바이트 인생만 들여다 본 것 같다. 2권에서는 아름다운 인생을 맞게 되려나 천천히 봐야겠다.  (y에서 옮김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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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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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 어떤 대상에 대하여

꺼려지거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는 데가 있다.

두렵다 :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하다.<표준국어대사전에서>


'무섭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힘의 말미가 무엇이며 어떠한지를 알고 있을 적에 빚어지는 느낌이다. '두렵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힘의 말미가 무엇이며 어떠한지를 모르고 있을 적에 빚어지는 느낌이다.


대상을 알면 무서운 것이고, 대상을 모르면 두려운 것이다. 사고를 쳐서 아버지를 화나게 할 것은 무서운 것이지 두려운 것이 아니다. 반면에 밤에 잠자는 데 마루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나서려고 할 때는 두려운 것이지 무서운 것이 아니다.         - 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에서


그러니까 이 책은 두려운 쪽이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떨림. 사람은 무서운 게 아니라 두려운 것일까.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할 수 있을 테니, 그가 잔인하든 난폭하든 무서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상대가 예상을 엎는다면, 예상 밖의 행동을 한다면, 기대밖의 생각을 보인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그 판단을 쓸데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이라면, 그는 두려운 사람이다. 두려운 것이다. 


이 작가의 전작에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인데, 전작에도 이런 류의 두려움을 일으키는 요소들이 깔려 있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새삼스러움에 오싹해진다. 사람만이 희망이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지만, 사람만큼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또 어디에 있으랴. 내 마음도 내가 못 믿는데 하물며 남에 있어서랴. 


일본 특유의 정서라고 할 수 있을 괴기스러움이 이 책에도 잘 녹아 있다. 낯설기는 하지만 의외로 통하는 부분도 있다. 인류 공통의 무의식일까. 사실, 가장 무서울 때는 내 속의 괴물을 내가 느꼈을 때이니까, 남을 두고 뭐라고 할 것도 못되기는 한다. 내가 나에게 진저리를 칠 수 있을 뿐.  (y에서 옮김201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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