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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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도록 해 주는 사람들도 많이 등장한다. 둘은 같아 보이는데 똑같지는 않다. 내가 얼마나 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므로.

소설, 참 따뜻하고 유쾌하면서 살짝살짝은 마음이 쓰리기도 했다. 현실에서는 이 소설에서 얻는 만큼의 웃음과 여유와 풍요로움을 쉽게 얻을 수 없다 보니 아쉬움이 더 컸다. 바라는 바의 바람직한 사회, 소설이 추구하는 사회의 한 모습, 이 소설이 어느 정도 구현하는 데에 성공하지 않았나 혼자 헤아려 본다. 이 모습에 내 마음이 열린 것일 테고.

오수림, 매력적인 청소년 화자. 순례 씨, 매력적인 건물주이자 바람직한 어른상. 수림의 1군 가족들이 더없이 형편없어 보이지만 그들도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 마냥 나무랄 수만은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누가, 어떤 상황이 이런 사람들, 수림의 가족과 같은 이들을 만들고 있는가 하는 것. 환경 탓만은 못한다. 유전자 탓인가?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수림이 더 멋지게 돋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 어른의 자격을 가진 아이, 엄마보다 아빠보다 언니보다 지혜로운 아이. 이것만이 희망이다.

나는 돈이 많이 없으므로, 건물주도 아니므로, 앞으로도 돈을 많이 벌 생각이 없으므로, 순례 씨처럼 될 수는 없다. 그저 순례 씨와 같은 건물주가 많아지기를 바랄 뿐. 그래도 순례 씨가 가진 생각만큼은 나도 갖고 싶다. 일부 겹치기도 하는데 조금 더 짙어지도록 챙기면 될 듯도 하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 부당한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사람, 쓰레기 문제에 민감해서 제대로 처리하려는 사람, 진정한 어른. 75세에 이런 할머니가 될 수 있다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수림이와 같은 청소년에게도 권할 책이지만 수림이의 가족들과 같은 사람들이 이 책을 더 읽었으면 좋겠다. 안 될까? 안 될지도... (y에서 옮김202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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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할머니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9
샬롯 졸로토 지음, 제임스 스티븐슨 그림, 김명숙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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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차 할머니가 될 것이다. 내 아이의 아이의 할머니가 아니라 그냥 보통명사로 부르는 할머니. 내가 아무리 안 되고 싶다고 우기고 마음먹고 준비를 한다고 해도 끝내 거스를 수 없는 그런 이름의 할머니. 그래서 나는 기꺼이 할머니가 되려고 한다. 이 동화 속 할머니처럼만 될 수 있기를.

생각해 보면 되고 싶은 할머니의 모습보다 절대로 되고 싶지 않은 할머니의 모습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듯하다. 말 많은 할머니, 퉁명스러운 할머니, 뻔뻔한 할머니, 불친절한 할머니, 더러운 할머니, 고집 부리는 할머니 등등. 반대로 되고 싶은 할머니라면, 꽃을 잘 가꾸는 할머니, 아이와 동물에게 상냥한 할머니, 책을 가까이 하는 할머니, 친절하게 응대하는 할머니, 선물할 줄 아는 할머니 등등. 이 동화 속 할머니처럼 요리를 잘 하는 할머니는 못 될 것 같아 이건 좀 아쉽다. 지금도 못하는데 나이 든다고 잘하게 될 수는 없을 테니.

아이들은 이 동화책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려나? 이 다음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예상하려나. 아니면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올리려나. 자신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상상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고, 가까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렇다면 우리네 요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을지. 염려가 좀 많이 된다.

이 책은 정녕 할머니들에게 보여 드려야 할 책이다. (y에서 옮김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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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상처받았나요? - 상처 입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술 빼고 다 있는 스낵바가 문을 연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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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라는 게, 참 고약한 속성을 갖고 있다. 일부러 다른 사람을 아프게 만들겠다고 괴롭히는 때를 빼고도 일상에서 본의 아니게 주고받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나는 내 할 말을 당당하게 하겠노라고 여기고 한 말에 듣는 쪽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대가 내 처지를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전하는 말이나 행동으로부터 짙은 아픔을 느끼기고 하고. 그게 아니었는데 싶어도 이미 받을 건 받고 난 뒤고 아픈 것도 아프고 난 뒤고. 이러니 다른 이와 맺는 관계가 어렵고 힘들다고 느낄 수밖에.

작가의 이번 책은 이런 만남들을 그림으로 풀어놓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관계라는 형식을 통해 인물들의 사연을 연결시켜 놓았다. 설정이 아프다는 것에서 비롯되다 보니 내용은 아무래도 무겁고 읽는 마음은 가라앉는다. 그래, 나도 이런 적 있었던 것 같아, 상처를 받는 쪽이든 주는 쪽이든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어느 쪽도 비난할 게 없다. 그럼에도 아픔은 도드라진다. '우리 서로 이렇게 살지 않을 수 있잖아요?' 싶어도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거잖아요.' 하면 부정할 수 없는 일상의 상황들. 그렇다고 하나하나 내 감정 네 감정을 자세히 풀어가면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실제로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 스낵바가 필요한 건가? 스낵바든 치킨집이든 맥주집이든 카페든, 남들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생채기가 나 있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어루만질 공간을 마련해 두는 일. 혼자 해내기 힘든 이들을 위해 나서 주는 만화 속 스낵바 주인 같은 이가 있어 준다면 더할 나위없이 고마운 일일 테고.

책을 보다보면 다들 이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다. 이런 주인이 운영하는 스낵바가 우리집 근처에 있었으면 하고. 쉽지 않지만 한 발 더 나서는 생각의 연습을 해 본다. 스낵바 운영은 못하더라도 말로나마 마음으로나마 스낵바 주인처럼 건네 주는 사람이 되어 보자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 주는 사람이 되어 보자고. 결심만으로도 내 마음이 따스해져 오는 걸 보면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건 아닌 게 맞는 모양이다. (y에서 옮김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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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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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제목 : In between days 최근 읽은 소설로는 꽤 긴 여운을 남길 것 같다. 올해 내 마음에 드는 소설의 기준이 될 듯하다.

나오는 인물이 모두,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등장인물 모두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중에 주인공 4명-아빠 엘슨, 엄마 케이든스, 아들 리처드, 딸 클로이-은 더욱 마음에 안 든다. 그런데 신기한 게 소설은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든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좇으면서, 내내 궁시렁거리고 투덜대면서도 소설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들 모두에게서 내가 무시하고 모른 척하고 싶었던 나의 어두운 면과 약한 면과 비겁한 면을 적나라하게 만났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숨기고 싶었는데 드러나는 나, 숨겼다고 여겼는데 불쑥 터져 나오는 나,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나. 이 이중적 모순을 어찌 설명하라고 이 소설은 나를 매혹시키는 것인가.

참 약하고 무기력하고 이기적이고 대책없다. 인간이란 존재 하나하나는. 일관적이지도 못하고 합리적이지도 못하고 잘난 척만 하면서 순간순간 변명하고 거짓말하고 핑계대고. 이래서야 어떻게서로를 믿고 서로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그 또한 무책임한 허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지독히도 냉정하고 담담하게 그려 내는 인물들의 심리 상태. 흔들리는 대로 망설이는 대로 유혹받는 대로 휩쓸리고 있는 인물들의 행적을 따라 가면서 실망했다가 짜증냈다가 살짝 화를 내기도 했다가 포기하기도 했다가 그 모든 마음의 방향이 나를 향한 것임을 깨달으면서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우리가 꾸미는 일상의 가식, 일상의 허식은 나라나 문화를 불문하고 인간이라면 공통적으로 갖는 허상의 꿈이 아닌가 싶었다. 그럴 듯하게 보이고 싶은 것, 그 위험한 욕망에 대해서.

가족은, 뭘까. 가족 관계는 무엇이고 가족 간의 거리는 어떤 것일까. 남도 아니고 가족이라는데, 왜 가족 때문에 희생해야 하고 가족 때문에 멸망하게 되는가. 가족이 있어 살아갈 힘도 있다고 하는데, 결국은 가족이 생의 모든 것이 된다고 하는데, 가족 속에서 어쩌라고, 엄마인 나는 어쩌라고, 아내인 나는 또 어쩌라고.

그래도 또 살아가겠지. 산 사람은 살아갈 것이고 절망은 절망대로 이유가 되겠지. 참 신기하다. 먼 나라 미국 이야기인데 우리 현실과 어쩌자고 이렇게 겹치는 데가 많은 것인지. (y에서 옮김20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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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19
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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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13편, 여름-14편, 가을-13편, 겨울-11편, 모두 51편. 흠, 좀 적은 편인 걸. 차례를 보면서 제일 먼저 해 본 생각이다. 작가는 4부로 나누어 놓고 각각의 소제목을 달아 놓았지만 나는 나대로 계절을 찾아 읽었다. 지금은 겨울이지만 시집에서는 봄으로 시작하였고, 겨울에서 맺었다. 한겨울 안에서 봄을 먼저 느껴 보는 일, 시집 안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섭섭하다. 나는 끝내 한 편의 시를 내 기록장에 남기지 못했다. 한 문장이라도 한 구절이라도 붙잡아 보고 싶었으나 잡히지 않았다. 며칠 두었다가, 몇 달을 두었다가 다른 계절에 다시 읽으면 그때는 지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까? 아주 그만두지는 말고 살짝 밀어 두는 정도로.

막연했다. 이게 이 시집을 다 넘기고 난 뒤의 내 기분. 군데군데 명확하게 보이는 슬픔이나 기쁨의 구절들이 있기는 했지만 곧 시어들은 한데 섞이면서 웅성거리는 것만 같았다. 마치 내가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처럼. 깊이 고여 있을 만한 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한동안 물러나 있을 수밖에. (y에서 옮김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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