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볼타 사건의 진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4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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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과연 드러날까? 저절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을까? 기어코 밝혀내야만 하는 것이 진실일까? 모르는 채로 숨겨진 채로 묻혀 흐르는 진실이 세상에는 더 많은 것이 아닐까? 마치 그게 세상사의 흔한 이치이기나 한 것처럼. 어쩌면 그래서 소설에 더 기대는 것은 아닐지. 현실에서는 너무도 멀고 아득하기만 한 진실의 모습을 소설 속에서나마 짧은 시간 안에 분명하게 마주하는 게 고맙고 안심이 되어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때의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배경이다. 인물과 사건들과 세세한 소설적 요소들이 내 취향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계속 읽힌다. 마음에 안 드는 장면들을 이렇게 계속 보고 있다니, 나는 읽는 나에게 놀라고 작가의 솜씨에 놀란다. 구성 덕분일까, 인물들에 대한 동정심을 느낀 것일까, 진실이 어떤 형태로 드러날 것인지 그게 궁금했던 것일까, 몽땅이었을까.


바르셀로나도 그냥 그런 도시였구나, 스페인도 그냥 그런 나라였구나, 전쟁을 이용하여 무기를 팔면서 부자가 되는 사람은 늘 그렇게 있었구나, 사랑은 그 안에서도 끊임없이 피어나는구나, 찌질한 사랑이든 숭고한 사랑이든 이기적인 사랑이든 상투적인 사랑이든. 하찮은 생은 있을 수 있어도 하찮은 사랑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아니다, 하찮은 생, 하찮은 사람은 없겠다, 사랑을 할 줄 알기만 하다면.


주요 화자이자 주인공인 미란다라는 인물이 예사롭지 않았다. 위대한 개츠비의 서술자인 '닉'이 잠깐 떠오르기는 했지만. 미란다는 닉보다는 훨씬 중심이 되는 인물로 여겨졌다. 마지막에는 그의 길고도 고난스러웠던 생에 응원하는 마음마저 들었으니 이런 것이 인간애인가 싶을 정도였다. 잘 버텨 주어서 고마웠소, 같은.   


작가의 이름과 출판사에 대한 신뢰를 확인한다. 이것은 이것대로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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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니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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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글은 예상보다 천천히 읽힌다. 글의 분량이 적다고, 주인공이 다람쥐라고, 다람쥐의 동물 친구들이 등장한다고 가볍게 넘기다가는 혼난다. 혼이 나서 아차, 하며 책장을 돌이켜야 한다. 몇 차례 혼이 난 나는, 좀 예민해진다. 이제 넘겨도 될까요? 제가 이번에는 제대로 잘 머물렀나요? 묻는 대상 없이 묻는다. 나는 책을 보는 내내 이렇게 내 안부를 물었다. 잘 지내고 있나~~ 



그림은 우리나라 작가인 김소라의 작품이다. 낯익다. 톤 텔레헨 작가의 전담인가 싶다. 글을 읽기 전에 그림을 먼저 보았다. 어떤 장면을 골라 볼까, 그림책을 볼 때 내가 찾는 재미있는 방법 하나다. 파라다이스, 멀리 있지 않았구나. 먼 곳을 돌아다녀 보아도 결국 파라다이스는 내 집 바로 근처에 있단다. 카멜레온이 다람쥐에게 가르쳐 주는 말, 다람쥐가 보는 시선을 따라 내 시선도 보낸다. 그래, 우리집 근처에 다 있었지, 그게 무엇이든.






내가 누군가의 관심을 받으려면, 누군가로부터 안부를 받으려면, 내가 먼저 그를 불러 주어야 한다. 나는 가만히 있으면서 상대에게만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원망을 먼저 던져 보냈던 이들은 얼마나 많았던지. 잊혀졌더라도 뭐라고 할 변명이 없다.   



요즘 들어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 많아졌다. 지금 잘 지내고 있는 건지, 지금 잘 하고 있는 건지, 지금 잘 웃고 있는 건지...... 다른 이들의 안부도 염려스러운 시절이지만, 그래서 먼저 물어 봐 주어야 할 테지만, 나는 당분간 나 자신과 좀더 친해 볼 작정이다. 선물도 하면서. (y에서 옮김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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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무쿠, 못 보셨어요?
타카기 나오코 지음, 손이경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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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어떤 일이 있었던가. 어떻게 지냈던가. 생각이 별로 안 난다. '무쿠'처럼 특별히 기억할 만한 사건도 없었다. 이걸 기억해 내고 재창조한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현재는 만화가 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살고 있으면서 그 이전의 삶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 공부에는 별로 흥미가 없고 다른 활동도 이것저것 해 보지만 자신이 잘하는 게 이것이다 싶은 것을 찾지 못하고 보낸 학창시절. 대학을 졸업하고도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했다기보다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던 젊은 날. 그런 시절을 거쳐 마침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가게 되었으니 이 대목에서는 박수를 쳐 주어야 할 것 같고. 


표면적으로는 어린 시절 유기견을 데려다가 16년 동안 키운 이야기를 말해 놓고 있는데, 그 안에는 오늘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는 만화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유기견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데려와 키우겠다는 작가, 못하겠다고 하면서 끝내 함께 키우는 가족들,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두고 조금은 조바심을 내면서도 성급한 결론으로 후회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작가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요즘 우리의 젊은이들도 약간은 도움이나 위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는 게 누구에게나 늘 분명하게 다가오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나는 비교적 분명한 상태로 살아온 사람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일찍이 가졌고, 한번도 흔들리거나 의심한 적도 없었고, 시절을 잘 만나 선생님이 되는 길도 순조로웠으며, 지금에 이른 사람이다. 선생님 그 이상의 포부나 욕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 아쉬울 것도 없고, 현재 선생님으로 사는 일에도 지극히 만족하며 살고 있으니 작가와 같은 또는 내 아이들이 지금 헤매고 있는 삶의 방황 기간은 없었던 셈이다. 그래서 공평하게도 시련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오는 게 아니라 내 아이들에게 닥친 것을 지켜보는 것으로 오는 것일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그림으로 흔들리는 젊은 사람들이 이 만화를 보면 위로를 얻을 수 있기는 할까, 그저 나쯤 되는 사람에게 일시적인 만족감을 주는 데 그치고 말까. 예측 불가능한 미래 때문에 갖는 불안감이 이렇게 심각하게 여겨지리라고 짐작이나 할 수 있었던가. 살 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y에서 옮김201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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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만세! - 일본의 사계절 축제와 지역 먹거리
다카기 나오코 지음, 강소정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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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퍽 간접 취향을 가진 사람이다. 무엇이든 직접 해 보는 쪽보다는 한 걸음 너머 바라보는 쪽을 더 즐기는 편이니까. 몸을 움직이는 데에 게으른 탓이 가장 크겠지만 한편으로는 몸이 다치기라도 할까 조심하는 엄살 쪽도 강하다고 해야겠다. 호기심이나 모험심을 필요로 하는 일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서 어지간해서는 낯선 일을 시도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다행인 건 책을 읽을 때만큼은 용기가 생긴다는 점이다. 읽고 싶고 읽을 수 있고 읽은 뒤에도 흐뭇하고. 


이 책도 즐거운 마음으로 봤다. 작가가 잘 먹는 사람인 건 알았지만 축제에서도 이렇게 잘 먹으면서 참여했으니 얼마나 즐겁고 보람찼으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불편한 상황에도 불평하는 대신에 그 사람들과 더불어 축제의 기분을 한껏 누릴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못하겠는데, 일단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굳이 가고 싶지 않고, 사람들에 밀리고 치여서는 도무지 즐거울 수가 없을 것만 같고, 그런 곳에서 줄서서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것도 내키지 않고. 이러니 축제를 한다는 곳에는 거의 가 보려 하지도 않을 뿐더러 꼭 가야 한다면 차라리 축제가 있기 전이나 다 끝난 후에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미는 성격이니 이 책에서처럼 나서서 축제에 참여하는 작가가 대단해 보일 따름이다. 그래서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를 그려 낼 수도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나는 또 작가 덕분에 이렇게 편하게 일본의 축제를 구경할 수 있는 것일 테지.  


우리나라에도 사시사철 전국 곳곳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누군가는 신나게 다니면서 축제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 중 또 누군가는 이 만화처럼 우리의 축제를 그림으로 그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모르고 있을 뿐. 


전국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아니더라도 근처 지역민들끼리라도 며칠 동안 고단한 일상을 잠시 잊고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더러 열리고 있으면 좋겠다. 그 지역의 특성이나 고유한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구경거리가 있다면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도록. 먹는 것도 기념품도 색다르지 않아서 섭섭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바가지를 썼다는 것 때문에 불쾌했던 기억도 그렇고. 축제에도 역사와 시민 의식과 창의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만화를 다 읽은 후에 그만 생각이 많아지고 말았다.  (y에서 옮김201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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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돌아가는 히나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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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이고, 절대로 가 볼 수 없는 시절인 학창시절. 그것도 고교생 때. 중학생 때는 다소 어린 듯한 느낌이 있고 대학생 때는 어쩐지 순수한 맛이 휘발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드니 소중한 학창시절이라고 하면 고등학생 때가 가장 적절할 것이라 싶다. 이 시절의 이야기, 영원히 기억에 남아 있을 시절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라고 해도 내 것으로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 이런 흐뭇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일본의 고등학교 이야기이지만, 상황은 꽤 다르지만, 우리의 고교시절보다는 좀더 여유와 낭만이 있어 보인다.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이나 진로에 대한 부담은 비슷한데 우리만큼 절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개인 차이일까? 내가 그 시절을 너무 많이 떠나 온 것일까? 작가는 참 오묘하게도 잘 그려내고 있다.

 

정말 별다른 사건 아니다. 이런 에피소드로 이런 소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우리가 사소한 일상에 지나치게 골몰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일상 속에 사소한 재미가 꽤 담겨 있다는 것도 알겠다. 지탄다가 '신경 쓰여요'라고 하는 말, 그 말과 관련된 사소한 미스터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추리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내 어린 시절에는 왜 이런 호기심이나 탐구 과정이 없었을까 싶은 아쉬움까지 드는 것이었다.  

 

남의 이야기이지만, 자꾸 읽다 보면 나와 비교하게 된다. 내 사고 범위, 내 사고 방식, 내 삶의 태도, 내 가치관, 내 기준 등 못하다 싶을 때도 있고 더 낫다 싶을 때도 있다. 그런 것이다. 끄덕이며 살아가는 것, 부족하든 넘치든 이만큼이 내 것이라는 인정과 함께. 좀 그립기는 하다, 그 때 그 어린 날이. 돌아간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y에서 옮김201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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