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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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인공 캐드펠이 내 마음에 드는 점,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현실에서는 이렇게 믿을 만한 인물이 없는 탓이기도 하고 그래서 소설 주인공에게 내가 마음을 더 보태는 것도 맞고 근사할 수록 아쉽기도 하다. 메마른 현실과 풍요로운 소설 사이의 거리감 때문이다. 주인공을 좋아하니까 소설은 절로 재미있어질 수밖에. 이 사람은 나를 실망시키지도 않을 것이고 매력은 자꾸 생겨날 것이며 능력도 점점 크게 발휘될 것이므로. 이 더운 여름의 불쾌한 기운을 다 날려 버릴 수 있을 만큼.


2권에서는 전쟁이 주요 소재다. 1138년 잉글랜드 내에서의 왕과 황후의 싸움이라니. 잉글랜드 역사를 정확하게 모르니 배경은 그러려니 하고 본다. 역사 공부는 아주 미뤄 두고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겪는 운명과 삶에 집중한다. 캐드펠은 이 상황 안에서 가여운 사람들을 구해 줄 모양이다. 왕들의 전쟁 중에 가엽지 않은 평민이나 신하가 어디 따로 있으랴마는. 사명감과 추리력과 용기와 판단력을 제대로 발휘하면서 활약하는 모습이 흥미로워서 읽는 내가 신이 난다.


1138년, 우리나라는 어떤 시대였을까 더듬어 본다. 고려 시대 문벌 귀족 사회라는 정보를 얻는다. 1170년에 무신정변이 일어났으니 그 전 시대의 모습을 추측해 볼 수 있겠다. 문신 시대의 절정기 정도? 우리나라에서도 저마다의 권력을 갖기 위해 양으로 음으로 싸우고 있었을 것 같다. 역사를 살피다 보면 지배자들의 싸움이라는 게 없는 시절이 도통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랬군 싶다. 전쟁과 배신과 음모와 보잘것없는 충성 따위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사는 삶이었을까, 죽는 삶이었을까. 오늘날의 우리와는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여전하다고 해야 하나. 


왕은 반역자 94명을 처형시키라고 했다. 처형 후 시체를 처리하다 보니 한 구가 더 나왔다. 그 시절에도 이런 진실을 밝히겠다는 캐드펠 수사 같은 사람이 정말 있었는지, 캐드펠의 말을 듣고 진실을 밝히기를 허락한 왕이 있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소설로 읽는다. 소설에서만큼은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마음, 작가도 알고 독자도 알 테니까. 


이제 이것만큼은 나도 안다. 추리소설은 초중반까지 범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범인이 아니더라는 것. 한참 나중에 내가 또 이에 속을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랬다. 조마조마했어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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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19 소설 보다
김수온.백수린.장희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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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미 여름이 와 버린 것 같은데 이제야 봄을 읽는다. 세 편이다.

 

김수온 작가의 글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형태는 아니다. 소설 속 풍경 묘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글 전체가 묘사처럼 보이는 서술은 잘 읽히지 않았다. 심심했고 단조로웠고 싱거웠다. 소설이라면 그래도 긴장의 맛이 있어야 하지 않나, 이게 내가 소설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이 글의 긴장미를 찾아 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백수린 작가의 글은 내용이 익숙하다. 요즘 들어 더 자주 보는 내용인 것 같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방황, 내 집을 갖고 싶은 젊은 부부의 바람.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이다 보니 여전히 절실하기는 한데 거듭 보다 보면 따분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장희원 작가의 글도 낯선 게 아니다. 작품 속 갈등을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갈등이라고 크게 가를 수도 있고, 아버지와 아들의 내밀한 갈등이라고 섬세하고 가를 수도 있겠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가족이라는 범위를 넓혀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기성 세대는 여전히 변화의 속도가 느리거나 아예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답답하게 굴다가는 더 크게 혼이 날 것 같아 걱정인데 나만의 조바심이었으면 좋겠다.  

 

여름호는 곧 나오겠지? (y에서 옮김20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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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마라톤 Run Run 런런! - 뛰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윤지은 옮김 / 살림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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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하는 것을 골라서 하는 작가다.

 

그림,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니까 본인이 고생하는 이야기는 빼고 보기에만 좋아 보인다. 좋아하는 그림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먹으러 다니고, 먹고 또 그리고, 그린 것을 책으로 펴서 그 책이 팔리는 곳에 또 다니고. 얼마나 맛있게 잘 먹고 그림도 맛있어 보이게 잘 그리는지. 하루에 우동 8그릇을 찾아가서 먹었다는 작가의 경험은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 ㅎㅎ

 

그리고 마라톤. 걷는 것도 아닌 뛰는 것. 나는 걷는 것만으로도 2시간이면 한계인데 마라톤 풀 코스를 뛴다. 자신의 최고 기록인 4시간 17분 대를 돌파하기 위해. 작가의 조국인 일본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만 참가하는 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신청하고는 참가한다. 출발 전부터 마칠 때까지의 과정은 고스란히 그림과 사진으로 남겨 책을 만들고. 그걸 읽어 보는 나는 이렇게 또 흥미를 느끼고. 정말 나도 작가처럼 뛰어 보고 싶을 정도이다. 마라톤 후에 오는 근육통마저 따라 느껴 보고 싶을 만큼.

 

예쁜 마음으로 도전하고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일에 더 도전하려고 할지, 이미 잘 하고 있는 일은 어떻게 더 잘 하게 될지 그녀의 그림으로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1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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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SF #1
정소연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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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이 어떤 것을 이르는지 막연하게 알고 있던 바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구한 책이다. 이 책이 나올 만큼의 배경이 되었다는 것도 우리 독서 세계로서는 반가운 일이라고 할 것 같은데 문학에서는 어떻게 말할지 잘 모르겠다. SF를 문학 안에 넣어 주느냐 마느냐로 문학 전문인들이 망설이고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서다. 이런 분류나 포함 방식에 대한 결정은 내 몫이 아니니, 나는 독자로서만 즐기려고 한다. 내게는 이미 기꺼이 내 문학 독서 안에 들어와 있노라고.  

 

편집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글을 실은 작가들이 탄탄해 보인다. 알고 있던 이름도 있고 이 책으로 알아가는 이름도 생겼다. 문학 잡지의 장점이다. SF소설을 쓴다는 작가들이 SF소설의 영역이나 영향력을 키우고 싶어 하는 바람을 충분히 알겠다. 더 크고 넓게 본다면 소설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과도 같은 것이니까. 소설이 현실을 넘어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SF소설 역시 지금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을 그려 보이면서도 지금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바람에서 나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실려 있는 글들이 모두 재미있다거나 유익했다고는 못하겠다. 잡지라는 게 어느 정도 독자의 취향에 따른 선택을 받게 마련이니 어쩔 수 없겠다. 소설보다 소설이 아닌 기사들에서 좋은 말들을 많이 들었고 정작 소설 작품들에서는 좀 질리는 기분을 느꼈다. 상상을 할 수 있는 혹은 하고 싶은 범위를 넘어 서는 장면에 자꾸 부딪히면서 멀미가 나는 듯했다. 작가들마다 작품에 힘을 많이 넣었다고나 할까. 한 편도 빠짐없이 다 그러하니 편하게 숨쉴 틈이 없었던 탓이다. 아직은 내가 SF소설을 읽는 역량이 확연하게 낮아서 그러하겠지만.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일이나 없는 현실을 현실처럼 그리는 일이나 작가들의 사명은 한편으로 참 고달픈 면이 있겠구나 싶다. 물론 그게 또 그들의 보람이고 기쁨이겠지만 독자인 나로서는 왔다갔하는 기분이 들 때도 생긴다. 아름다운 글을 수월하게 써 주시기를 부탁드려야겠다.(y에서 옮김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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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2021 16호 - Vol 16 : 에너지, 기로에 선 인류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16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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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좋은 책이 내내 좋은 책이 되기 쉽지 않은데 이 잡지는 읽을수록 더 좋아진다. 책도 좋아지고 책을 읽는 나도 근사해지고, 이런 방식의 도돌이표 안에서는 벗어나고 싶지 않다. 가끔 실천의 문제에 부딪히면 뜨끔거리기는 하지만.


이번 호의 주제어는 '에너지'다. 에너지라는 말에 '환경을 지키자' 혹은 '지구를 지키자' 이런 내용으로 펼쳐질 줄 알았는데 나의 이런 하찮은 기대를 나무라기라도 하는 듯 가볍게 넘어서는 내용들로 그득했다. 에너지를 다루는 데에 과학뿐 아니라 철학적 사고가 더 큰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아니다, 예전의 철학자들은 과학을 한데 포함시켜 탐구했던 것을 내가 잊고 하는 말이다-과학도 철학도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 주려는 학문이므로 에너지도 이런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을 친절하고 다정하게 들려준다. 미처 못 알아듣는 내용이나 용어가 있었지만 전체의 글 흐름이나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것도 이 잡지의 좋은 점이다. 


세상이 살기 어렵고 이대로는 꼭 망할 것처럼 여겨져도 세상은 이대로 이어져 나갈 것이라는 것을 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이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말 것이라는 예상을 접할 때면 내가 누리며 살고 있는 여러 사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잠깐 갖기는 하지만 금방 나 하나쯤이야 하면서 외면한다. 이 책에는 나처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꽤 나온다. 에너지든 환경 보호든 정치든 도덕이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폭이 그다지 차이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기적이며 계산적이며 위선적인 모습의 일부를 본능처럼 욕망처럼 품고 사는 사람들로서는. 


책 속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전망에 살짝 안심이 되다가도 곧 각성한다. 내 의식을 고인 물로 내버려두지 않는 글들이라 고맙다. 잡지를 추천받고자 하는 이들에게 널리널리 알려드리고 싶다. 


책 뒤쪽 부분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논문이 3쪽에 걸쳐 실려 있다. 다른 글들과 달리 무슨 말인지 내 수준으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펼쳐 놓고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바탕색까지 삼색으로 인쇄해 놓고. 이게 그 유명한 E=mc²에 대한 글이란 말이지? 이 이론에서 말하는 에너지가 내가 알고 있는 에너지와는 전혀 연결이 안 되고 있었어도. (y에서 옮김20211214)

그러니 세상이 이렇게 엉망진창인 것이다. - P31

사람들은 탄소 발자국을 크게 남기지 않고도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고유의 시가 있었고 친구와 주고받는 편지가 있었으며 전통 악기와 훌륭한 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 P47

포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이게 옳은 표현인지, 민주주의자가 써도 되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귀족제를 믿는다. 내가 말하는 귀족제란 높은 지위와 영향력을 가진 특권층의 지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섬세하고 사려 깊으며 용기 있는 자들의 지배를 의미한다. 이들은 국가와 계급, 나이를 불문하고 존재하며, 서로 만나는 순간 은밀하게 서로를 이해한다. 이들은 인류의 진정한 전통을 체현하며, 잔인하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별난 종족이 거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성공의 징표다. 숱하게 많은 이들이 이름도 없이 스러져 갔지만 그중 몇몇은 위대한 존재로 남았다. 이들은 자기 자신과 남들을 섬세하게 보살피며, 사려 깊으나 호들갑스럽지 않다. 이들이 용기 있는 것은 거만해서가 아니라 견디는 힘을 지녀서다. 또 이들은 농담을 받아들일 줄 안다." - P66

시인 오드리 로드도 "시는 사치품이 아니다. 시는 우리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품이다. 시는 우리의 생존과 변화를 향한 꿈과 희망을 분명히 비추는 빛의 본질을 형성한다"라고 주장했다. 노래를 부르든, 말을 하든, 글을 쓰든, 언어는 결코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 몸이 회복하고 생존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배럿이 우리에게 상기시키듯이 "우리의 신경계에 가장 좋은 것은 또 다른 인간이다. 사람들이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지닌 채 서로를 대할 때 진정한 생물학적 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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