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의 매력은 반전이다. 독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로 이끌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독자를 자신의 추리 게임에 끌어들이면서, 독자에게 승리감을 줄 것처럼 모든 장치를 고안하면서, 마침내 독자가 예상한 것이 맞을 것 같은 찰나가 되었을 때에, 아니었던 것으로, 의외의 결말로, 또 작가에게 졌구나, 그래도 유쾌하구나 하는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 내는 구성 능력. 추리소설 작가는 늘 이런 게임을 하는 사람인 것 같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직접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게임 구경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나는 구경하는 쪽이다. 구경만으로도 충분히 긴장감과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심심풀이로 한다는 보드게임조차 나는 부담을 느끼는 편이다. 이기고 지는 게임을 피하는 일에 필요 이상의 강박관념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어쩌면 이 또한 자라면서 어쩔 수 없이 얻게 된 트라우마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어지간해서는 안 한다. 내기도 안 하고 투자도 안 하고 주식도 안 하고 복권도 안 한다. 바둑도 장기도 심지어 오목도 긴장감을 즐기지 못해서 안 한다. 스릴이 넘친다는 영화는 당연히 못 본다. 내 편으로 여기는 주인공이 꼭 이긴다는 보장이 있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CSI류의 미국 드라마처럼.
현실에서는 이런 성향인 나도 추리소설만큼은 받아들인다. 뭔가, 지적 게임이라는 말에 빠져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머리를 시험해 보자, 작가의 의도랑 한번 겨뤄 보자, 지면 어때? 읽는 동안 흥미로운 것을. 이 작가의 소설은 이런 내 의도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다. 번번이 지고 말았지만.
2인 이상 하는 보드 게임 중에 전략 게임이라는 게 있다. 각종 룰과 각자의 무기나 장점을 갖고 상대와의 거래를 통해 승패를 나누는 게임. 이 소설이 전략 게임 같았다. 열두 명의 인물과 이 인물들이 갇힌 배경, 게임에서의 점수 대신에 돈을 따는 룰까지. 물론 그 안에는 살인이라는 무시무시한 조건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이 소설은 이러한 룰과 돈 계산도 할 줄 알아야 제대로 읽을 수 있는데 이 계산이 싫었던 나는 대충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좀 무서웠다. 우리 영화 중에 '10억'도 잠깐 떠올랐고. 그래도 소설의 중반 이후부터 작가의 의도가 보이기 시작하니까 덜 무서웠다. 살인이 목적인 게임이 아니라, 추리가 목적이었으므로. 등장인물 12명에 맞춰 12편의 유명한 추리소설 작품을 연결시켜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여기서 잠깐 찾아 보았는데 일본에서는 이미 이 작품을 영화로 상연했다고 한다.)
추리소설과 현실은 얼마만큼의 거리로 떨어져 있을까. 우리가, 내가 추리소설을 즐겨 읽은 이유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게 된다. (y에서 옮김201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