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 성덕의 자족충만 생활기
조영주 지음 / Lik-it(라이킷)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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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사는 내용이 풍성해진다고 했다. 부러울 만한 일이다. 책 제목에 끌려 골라본 책인데 글의 내용과는 살짝 거리가 있었다. 좋아하는 것들을 이것저것 잔뜩 나열해 놓을 줄 알았던 내 기대와 달랐던 탓이다. 대신 좋아하는 것들을 향한 작가의 본성이라고나 할까, 마음이 끌리는 것들을 향한 애정을 담아 놓은 글들이었다. 그 중에 특히 쓰기와 읽기에 대하여. 소설가라고 하니 자연스러워 보이는 모습이기도 했고.


에세이는 1인칭 독백의 글이라는 정의가 새삼 생각난다. 허구로 쓰는 에세이도 있다고는 하지만 여기서는 예외로 두고. 내 이야기를 내가 하는 일이다, 에세이를 쓰고 발표하는 과정은. 표현의 본능을 넘어서 자기 확신과 자기 자랑과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까지 에세이에는 다 드러난다. 당연하게도 쓰는 사람은 이것을 위해 에세이를 쓰는 것일 테고 읽는 쪽은 그런 것들을 알아주기 위해 읽는 셈이니 서로서로 챙겨 주는 장르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읽을 에세이가 많아졌다. 쓰는 사람이 많아지니 읽는 쪽에서도 취향이 생긴다. 가리게 된다. 읽을 만한 글, 굳이 읽지 않아도 되는 글, 더 읽고 싶은 글로. 이 작가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어서 이에 대해 할 말이 없는데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약간 짐작할 수 있다. 읽어 볼까, 어쩔까 망설여지는 경계선 위, 이 책에 대한 내 취향과 딱 일치한다.  


작가가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지, 소설가가 되고 난 후에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글들이었다. 작가처럼 어떤 사람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내보이고 싶기도 하는 모양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든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든 제 삶의 축복이든 불행이든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어 위로도 공감도 받고 싶은 마음으로. 직접적인 에세이로든 그보다는 간접적인 시나 소설로든. 글이라는 게 본래 자기 자랑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 수단이니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리뷰에도 나의 욕망이 담겨 있는 것이고. 


글을 쓰며 사는 사람의 일상과 덕질을 들여다보면서 작가보다는 읽는 나를 더 탐구했던 것 같다. 여러 모로 좀 많이 위축되었는데 이 기분이 나쁘지 않아서 도로 신기하다. 결과적으로 괜찮은 독서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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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20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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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술을 마시는 대신에 술을 마시는 와카코와 함께 하는 시간. 나는 이 시간이 앞으로도 길었으면 좋겠고, 이미 함께 한 시간을 다시 만들고 싶기도 해서 나란히 세워 놓은 이 만화책들을 보고 있으면 흐뭇하기 그지없다. 

말로는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에피소드 한 편 한 편이 푸근하다. 작가가 정성을 다해 그린 가게 그림들이 이제서야 조금씩 보이는 게 새삼 아쉽지만 언제든 펼쳐 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든든하다. 저금통장 같다. 

표지에 등장하는 안주들의 그림은 참으로 화려하다. 단색인데도 나는 칼라 그림으로 읽고 심지어는 부글부글 이글이글 열기까지 느낀다. 술잔을 들고 있는 와카코의 만족스러운 표정에 저절로 미소가 생긴다. 이만큼의 행복이라면, 이만큼만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면, 이만큼의 바람을 따르다 보면 이만큼이라는 게 결코 쉬운 수준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내 입맛은 쓴 여운에 빠진다. 술맛이 그리워지면서.

초콜렛 튀김을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는 에피소드가 독특했다. 요리 재료로 희한한 것이 적지 않겠지만 상상력과 호기심의 경지는 놀랍다. 딱히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   (y에서 옮김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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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공간 일기 - 일상을 영감으로 바꾸는 인생 공간
조성익 지음 / 북스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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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감탄하고 부러워하면서. 공간이라는 영역도 결국 각자의 삶과 가치관이 지닌 그릇대로 차지하게 된다. 누가 나를 위해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고 선택하여 누리는 모든 시간 안에 있는 곳. 집이든 길이든 예술이든 휴식이든.

일기를 쓰는 일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대상을 무엇으로 두든 자신의 관심사를 투영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작가에게는 건축이자 공간일 것이고 독자인 우리는 또 각자의 무언가로 가늠하겠지. 나에게는, 무엇일까? 책일까, 글쓰기일까? 평범한 일기 대신 리뷰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으니 그렇다고 여길 수도 있고, 또 아니어도 상관없고. 내 삶의 공간에는 이제 더 이상 억지로 무언가를 채울 생각이 없으므로.

건축가인 작가는 우리나라 바깥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공간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우리나라 안의 공간을 같이 소개하고 있다. 글을 읽는 초반에는 이런 좋은 곳이 있다니 가 보고 싶군, 했다가 곧 그만두었다. 그 공간 안에 들어앉아 있어도 나는 작가처럼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좋고 그럴 듯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찾아낸 공간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남의 말에 속지 않을 만큼 나는 현명해졌다.

나만의 공간을 찾는 방법, 나만의 공간에서 오롯이 머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게 좋았다. 이 방법을 아는 과정은 나를 탐구하는 과정과 같고 책은 내가 나를 만나는 길로 안내하고 있었다. 남들에게 좋은 공간이 내게도 좋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것, 대상이 무엇이든 이 점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

책 뒷부분에 그려 놓은 작가의 바람이 내 마음 안에도 고스란히 자리잡힌다. 이런 곳이 있을까? 이렇게 마련할 수 있을까? 이 중에 몇 가지만 있어도 괜찮겠지? 어쩌면 단 하나만 가져도 괜찮은 건 아닐까? 이토록 험하고 하찮은 세상살이에 단 하나만 제대로 누릴 수 있어도.  (y에서 옮김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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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마치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7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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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게 읽었으나 글맛은 쓰다. 1870년 영국 소도시 미들마치를 배경으로 삼고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가상의 공간에 꾸며 낸 이야기이지만 현실과 다를 바가 전혀 없어서 그게 도리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미들마치라는 곳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와는 아주 다르지만 사람들이 사는 속삶이 딱 비슷하기만 해서 뜨끔했다. 사람은 다 똑같은가, 특히나 못난 부분-얄미운 성정, 어리석은 태도, 부질없는 질투와 시기, 헛된 욕망 따위-은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것인가, 아무리 세월이 흘러가도. 

천천히 읽고 곱씹으며 읽었다. 1권에서 받은 느낌으로는 설렁설렁 읽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2권에서 훨씬 몰입되었다. 등장인물에 대한 내 관심이 깊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캐소본과 결혼한 도러시아의 이야기보다는 리드게이트와 로저먼드의 결혼 이야기가 더 와 닿았으니까. 결혼은, 결혼이란, 결혼 그것 참, 나는 읽는 내내 중얼거렸다. 도대체 결혼이 뭐지? 왜 결혼을 하지? 왜 그렇게들 말이 많을까, 결혼에 대해서는? 결혼을 하면 한다고 문제, 결혼을 안 하면 안 한다고 문제, 정녕 어쩌라고? 답은 없으나 물음 자체가 삶인 우리네 이야기,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겠지. 남의 결혼 이야기는 특히나 더. 

공동체 삶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했다. 소도시, 구성원들이 서로서로 잘 알고 있는 상태로 살아가는 모습, 이것을 마냥 이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서로 간의 장점도 파악하고 있겠지만 단점까지도 알고 있는 상황일 텐데, 여기서 비롯되는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 잘 알아서 문제라는 말, 모를 때는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었을 일을 알아버린 탓에 용납하지 못할 경우가 생기기도 하던데. 게다가 서로의 영혼을 갉아 먹는 시기와 질투는 어찌나 잦은지, 평범하게 사는 게 여간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니다. 공동체 생활에 내가 환상을 좀 갖고 있었던 듯하다.   

결말이 특별히 궁금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이 사는 이야기라면 저마다 태어나고 자라고 누군가와 만나고 결혼하고 늙어가고 죽는 이 과정에 이어져 있으니.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소설의 인물은 어떻게 하고 있고 소설을 읽고 있는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비교하며 생각해 보는 재미 그것이 전부다. 소설을 읽었는데 나는 내 지난 삶을 다시 읽은 기분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효과를 확인하면서. (y에서 옮김20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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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19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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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이전까지 와카코가 다른 사람과 같이 술을 마시는 에피소드를 본 적이 없는 것만 같은데(내 기억이 잘못되었다면 내 기억 탓이고). 드디어 이번 호에서 다른 사람과 그것도 남자(동료 직원인 모양)와 술을 마시는 일화 하나가 나왔다. 친구 둘과 마신다는 에피소드도 하나 있었고. 이게 이렇게나 특별한 일로 여겨질 줄이야.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들을 등장시켰을까. 이후부터 계속 등장시킬 준비를 한 것일까. 


와카코는 일을 마친 후 혼자서 꾸준히 술을 마신다. 맛있는 안주와 함께. 한 회에 해당하는 에피소드의 길이가 길지는 않다. 대신에 천천히 한 칸 한 칸의 그림을 본다. 가게의 모습이 꽤나 정밀하게 그려져 있다. 후다닥, 술 마시는 장면만 넘겨 본 예전의 책들을 다시 펼쳐 보고 싶어진다. 얼마나 정성을 들여 그린 그림일 것인가. 술맛보다 그림맛으로 마음이 옮겨진다. 


여름이라 그런가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특히나 시원하게 다가온다. 맥주를 마시는 대신에 이 만화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 이것대로 괜찮다. 다음 호는 어느 계절에 나오려나. (y에서 옮김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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