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이 인문 영역과 이어지는 길을 본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과학인가로부터 인간 너머를 헤아릴 줄 아는 통찰력을 얻기까지 길은 멀어도 기꺼이 들어서고 싶어진다. 읽고 배우고 알아내고 다지는 만큼 내 삶의 질이 달라지리라는 믿음,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어서.


책이 다루는 범위는 넓고 깊고 길다. 시간을 많이 거슬러 올라가 서술하고 있는 덕분에 인류의 오랜 역사를 짚어 보게 된다. 사람이 아니라 사람 종이라고 불러야 하는 시절, 사람이 아닌 동물들도 사람 종과 같은 대상으로 대해야 하는 시절의 이야기. 이야기 같다. 하도 아득해서. 


작가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동물들과의 실험 과정이 그저 놀랍고 대단하게만 보인다. 이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만 이익을 주려고-그저 돈을 많이 벌려고-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동물들이 가진 각각의 좋은 면을 사람도 가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살피고 증명하는 학자들. 여기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정한 마음이라는 것이. 


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하고 있고,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사람은 하려는 의도 자체를 갖고 있지 않고. 할 일이 그 무엇이든. 나는, 이 책을 읽은 나는 앞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다정한 사람이 되기까지. (y에서 옮김20230604)   



사회지배 성향과 우파 권위주의 성향을 가진 극단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이 결코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란 권력의 집중이 아닌 분산을 추진하고, 유사함이 아닌 다름을 찬양하며, 만인의 평등한 권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에 살면서 자기가 속한 집단이 더 우월하다고 여기거나 다름이 전체의 하나됨을 위협한다고 여긴다면, 다름을 찬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P251

도시는 서로 다른 배경과 다양한 관점 및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자유롭게 섞여 생각을 교환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조상들에게는 무역로를 따라 형성된 정착 부락이 있었다. 머나먼 곳에서 떠나온 여행자들이 이곳에 모여 생각과 기술, 상품을 나누었다. 현대의 우리에게 이 역할을 하는 곳은 공원, 카페, 극장, 식당 같은 공공장소다. 우리는 이런 장소에서 이웃을 만나 어울리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친해질 수 있다. - P283

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관점은 우리가 타인 즉, 다른 집단과 다른 인종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도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개에 대해 사회지배 성향이 높을수록 ‘열등한’ 집단에 속하는 타인을 동물로 바라보기 쉽다. - P2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렇게 계속 읽고 있으니 이 작가의 소설 패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앞서 다른 작품을 읽을 때처럼 내가 헤매지는 않는다. 불가사의하다거나 비과학적인 현상이라고 하는 것들도, 유가와 교수가 왜 흥미를 갖는지에 대해 눈치를 챘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내가 과학적 수사에 남다른 흥미나 재능이 있다는 뜻은 아니고, 범죄 관련 미국 드리마를 계속 보다 보면 알게 되는 장치의 일부를 파악했다고나 할까. 결국 작가는 독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계속 돌려서 의외의 결과를 보여 주어야 할 테니까, 내 나름대로 그 부분에서 작가와 겨루는 기분이 생겼다는 정도이다. 물론 늘 지고 있지만.(그래도 구사나기 형사는 의외로 느리고 둔한 걸.)


갈릴레오 시리즈 2편이다. 이 책에 대해 뭐라고 얘기를 했더니 우리 애들이 드라마 얘기를 해 준다. 일본 드라마가 있고 몇 편은 보았다고 한다. 그럴 만하다 싶다. 이 작가의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하기에 용이할 것 같다.


유가와 교수가 물리학자이고, 기본적으로 물리학 이론을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이어서 이공계 기술이나 이론 이야기가 거듭된다. 그와 관련된 다양한 직업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더 대단하게 보인다. 관심의 영역이 이만큼이나 넓은 것일까. 일본 사람들의 삶을 꽤 친숙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점-'불륜'이라는 소재다. 일본도 사람 사는 곳이니 우리와 다를 게 없겠지만, 남녀 사이의 통속적인 배신이 소설이라고는 해도 참 흔하다. 이런 게 소설에서 유독 강조되는 것인지, 실제로 비슷한 정도인지, 이러는 나는 그게 왜 궁금한지. (y에서 옮김201409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텅 빈 마음 가진 채로
김화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는 마음에 뭔가를 담은 채로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중 만난 책이다. 마음에는 담고 싶지 않은데 책은 갖고 싶어 책벗에게 요청해서 받은 책. 이 경우 나는 마음에 무엇을 담은 것일까? 책? 벗? 갖고 싶은 욕망? 욕망을 버리고 싶은 희망? 혹은 전부? 


모두 7편. 어느 하나 선명한 글이 없었다. 흐릿하게 암담하게 막막하게. 그런데 이 속에 있는 내 기분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희한하기도 하지, 어떻게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인물들에게 내가 빠져들 수 있지? 작가를 믿는 마음이 먼저이겠지만, 작가의 조곤조곤한 문체를 내가 좋아하니 당연하겠지만, 글이 마음에 들어서 계속 놀라며 읽었다. 천천히, 띄엄띄엄, 끈질기게.


젊다, 작가도 작중 인물들도. 지금 나보다 많이 젊은 편이다. 나는 이 나이쯤에 어떠하였던가... 생각하니 이 사람들만큼 분명하지도 똑똑하지도 절망하지도 갈망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마음 읽는 일에 몰두하지 않고 살았다. 내 마음이든 친구 마음이든 연인의 마음이든 누구의 마음이든. 그저 단순하고 어설프고 그러면서 제 잘난 맛에 살았던 듯. 그때는 그래도 되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상처도 옅었던 것만 같은데. 


인간 관계도 연애도 직업도 자기 관리도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는 세상이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이 모두를 통제하고 관리하고 성과를 얻으면서 살아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하나라도 놓치면 바로 뒤처지는 사람, 패배한 사람, 낙오된 사람이 되고 마는 위험한 세상이라. 변명이라고 해도 내가 젊은 작가들의 글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읽어 주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이것만이라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나이들수록 좋아진다. 호젓한 반성, 쓸쓸한 다짐, 점점 다정해지는 노쇠의 시간들. 이후로도 내게는 젊은 작가의 글이 끝도 없이 이어질 것이므로.


<우주님의 가을 선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스식 자취 요리 : 모쪼록 최선이었으면 하는 마음 띵 시리즈 4
이재호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참 오랫동안 자주 썼다. 이런저런 인사말에 빠뜨리지 않고 썼던 건데, 쓰면서도 이런 상투적인 표현을 계속 해야 한다니 바꿔 쓸 만한 다른 말을 떠올리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렇다고 안 쓰자니 뭔가 소홀해진 듯 성의를 다하지 못한 듯한 느낌에 쓸 수밖에 없었는데. 게다가 뭘 그리 죄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건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좀 어때서? 싶은 반발이 생기기도 했고. 이 책 제목에 이 말이 있어 떨떠름한 기분이 있기는 했지만 이력이 다소 특이해 읽어 보았다.


글은 재미있었다. 의사가 되려던 사람이 이래저래 두 번의 시련을 겪는 동안 프랑스 요리의 길을 잠깐 다녀왔다는 이야기. 그리하여 이제는 의사와 요리사라는 두 가지 자격을 다 갖추게 되었다는 이야기. 어떻게 최선을 다했다는 건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만큼의 최선은 아무나 다다를 수 있는 높이가 아니다. 그러니 이런 책을 내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산문은 작가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자신을 자랑하는 글이다. 이 자랑이 신선하고 적당하여 읽는 사람에게 흥미를 갖도록 해 준다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일 테고, 아무래도 부담을 느끼거나 외면을 하고 싶게 한다면 양쪽 모두에게 섭섭할 일이 되겠지. 다행스럽게도 이 책을 통해 보는 작가의 자랑 같은 일화들은 좋게 느껴졌다. 작가가 다른 책을 또 냈을 경우 같은 마음이 들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라든가 여자라든가 하는 구별은 이제 의미가 없는 시절이다. 혼자 살면서 자신을 위한 요리를 정성껏 차려 내는 게 삶을 대하는 태도 중 한 가지가 되었다. 어떤 밥을 어떻게 먹는가 하는 게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두께가 얇고 크기도 작은 편이라 읽기에 부담 없다.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가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더 읽어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 때는. (y에서 옮김202104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가가 형사 시리즈의 6번째 책. 단편소설이 5편 들어 있다. 감질맛 나는 독서다. 한 편 한 편이 장편이었으면 싶었던 것. 사건 중심이면서 범인 입장 서술의 짧은 소설이다 보니 가가 형사의 활약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작가의 친절하지 않은 생략법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가가 형사가 어떤 추리를 하고 있었는지를 따라잡을 수 없다 보니 아쉬울 수밖에. 


소설이니, 현실이 아니니, 게다가 배경이 일본이니, 거리감이 확실히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이렇게 비합리적이면서도 슬픈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범인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할 것이나 그를 잡으려는 형사의 입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진실을 밝히려고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되고 깨닫게 되는 인간의 한계. 궁극적으로는 살기 위해서일 것인데, 잘 살기 위해서일 것인데,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잘못 살고 있는 것인지. 


내 안에는 어떤 부분이 있어서 이런 소설에 이렇게 빠져들고 있는 것일까. (y에서 옮김201410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