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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글목을 돌다 - 2011년 제3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공지영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1월
평점 :
한 해를 결산하는 의미로 발간되는 문학상 수상집을 읽는 재미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여야 할 것이다. 한 해를 읽는 재미. 2011년이라면 2010년도를 읽는 재미, 좀 너그럽게 봐 준다면 2008년 즈음부터 2010년도를 읽는 재미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책은? 재미없었다. 재미있다는 평보다 재미없다는 평이 더 많아 기대를 하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서 안 사려고 잠시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이상문학상 수상집이니까,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못 읽어 낸 것을 나는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한번 보기는 해야겠다, 그래서 본 건데.
내가 찾는 2010년은 작품들 속에 없었다. 두루뭉술하게 2000년대의 몇 장면들이 보인다고는 할 수 있겠다 싶기는 했다. 그러면서 내가 혹시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정치나 경제 감각이야 원래 없었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사회적 문화적 감각마저 잃어버린 상태여서 이 책으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단편소설들에서 감동을 받을 수만 있다면, 내게 그것은 참 큰 무게였는데(양귀자, 윤대녕, 이청준, 박상우, 구효서 등-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들 작품이어서 그랬을까?), 최근에 내 기억을 붙잡는 이름이 없다. 간간이 새로운 이름들을 애써 기억해 보려고 하기는 했으나 결국 놓쳐 버렸고, 이 책에서 혹시라도 한 분 그런 이름을 건질 수 있을까 찾아보려고 했지만.
블로그 이웃(껌정드레스님)의 말처럼, 수집 차원에서 2011년도 작품집을 빠뜨릴 수 없으니까 책꽂이에 줄지어 세워둔다는 의미 그 이상 없어서 좀 그렇다. 지금 실망한 것 잊어버리고, 이 책을 읽었다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고 있다가 계절이 바뀐 후에 다시 읽으면 그때는 괜찮다고 생각하게 될까? 1980년대까지의 작품집들은 아직도 그 시대를 내게 생생하게 살려서 보여주고 있는데, 이 책도 그렇게 될까? 그랬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11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