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시요일
강성은 외 지음, 시요일 엮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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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큐레이션 앱 '시요일'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집을 빌려 읽었다. 책은 2018년에 출간되었고 나는 몰랐다. 내가 시의 세상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이것저것 다 몰랐다는 것이 무안해졌다. 아직도 한참 더, 자주, 많이, 진심을 다해서 시를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좀 나아졌다.


사랑시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들의 출전을 보니 1987년의 작품부터 2018년 사이의 작품들이다. 기획하고 편집한 이들의 수고가 어렴풋이 잡힌다. 읽고 또 읽고 고르고 또 골랐겠지. 한 사람의 독자라도 더 이 시들을 읽어 주기를, 한 사람의 작가라도 더 독자에게 가 닿기를 비는 마음이었겠지. 내가 생각하는 의도이지만 기꺼이 받아들인다. 이렇게 읽으니 좋았다고, 지나가버린 나의 서툴렀던 사랑을 잠시 애도했다고, 그때도 지금도 사랑 앞에서는 딱딱한 마음이 한없이 풀어지고 있다고. 


편집에서 내 취향과 살짝 어긋났다. 나는 시마다 내 마음에 드는 시행을 찾아볼 작정을 하고 펼쳤다. 그랬는데 편집 측에서 시의 제목 아래 시 속에 있는 1~2행을 이미 뽑아 실어 놓은 것이었다. 방해가 되고 말았다. 이를 손으로 막고 시를 읽고 나의 시행을 골랐다가 편집 측과 같은 구절인 것을 계속 확인하자니 재미가 영 떨어졌다. 나는 나대로 타이핑을 하면서 좀 더 긴 시간을 머물러 있고 싶었는데 말이지. 그냥 따라하는 것은 또 아니지 않겠는가.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혼나지 않는다고 하니 사랑이 힘든 이들에게 이 시집을 권하는 마음이다. 요즘에도 사랑을 하기는 하나? 이런 고리타분한 의심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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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글목을 돌다 - 2011년 제3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공지영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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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결산하는 의미로 발간되는 문학상 수상집을 읽는 재미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여야 할 것이다. 한 해를 읽는 재미. 2011년이라면 2010년도를 읽는 재미, 좀 너그럽게 봐 준다면 2008년 즈음부터 2010년도를 읽는 재미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책은? 재미없었다. 재미있다는 평보다 재미없다는 평이 더 많아 기대를 하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서 안 사려고 잠시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이상문학상 수상집이니까,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못 읽어 낸 것을 나는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한번 보기는 해야겠다, 그래서 본 건데. 


내가 찾는 2010년은 작품들 속에 없었다. 두루뭉술하게 2000년대의 몇 장면들이 보인다고는 할 수 있겠다 싶기는 했다. 그러면서 내가 혹시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정치나 경제 감각이야 원래 없었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사회적 문화적 감각마저 잃어버린 상태여서 이 책으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단편소설들에서 감동을 받을 수만 있다면, 내게 그것은 참 큰 무게였는데(양귀자, 윤대녕, 이청준, 박상우, 구효서 등-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들 작품이어서 그랬을까?), 최근에 내 기억을 붙잡는 이름이 없다. 간간이 새로운 이름들을 애써 기억해 보려고 하기는 했으나 결국 놓쳐 버렸고, 이 책에서 혹시라도 한 분 그런 이름을 건질 수 있을까 찾아보려고 했지만. 


블로그 이웃(껌정드레스님)의 말처럼, 수집 차원에서 2011년도 작품집을 빠뜨릴 수 없으니까 책꽂이에 줄지어 세워둔다는 의미 그 이상 없어서 좀 그렇다. 지금 실망한 것 잊어버리고, 이 책을 읽었다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고 있다가 계절이 바뀐 후에 다시 읽으면 그때는 괜찮다고 생각하게 될까? 1980년대까지의 작품집들은 아직도 그 시대를 내게 생생하게 살려서 보여주고 있는데, 이 책도 그렇게 될까? 그랬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1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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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12
라즈웰 호소키 지음, 이재경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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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리즈로 나와 있는 만화를 읽고 리뷰를 올려 보자니, 올리는 내 상태가 마치 술에 취한 듯하다. 한 말 하고 또 하는 주정뱅이처럼 읽고 또 읽고 같은 말을 계속 쓰는 것만 같아서.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술을 좋아하는 이들과 같이 나 또한 이 일을 좋아하는 게 분명하니, 다른 이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계속 해 나가는 수밖에. 


글쎄, 술주정처럼 이 만화를 보고 또 보고 리뷰를 올리는 게 마냥 이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행여 어떤 독자가 내가 쓴 리뷰를 보고 이 만화를 보고 술에 빠져드는 나쁜 결과라도? (ㅎㅎ)그럴 일은 없겠지. 내 영향력이 뭐라고. 그래도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제일 걸리는 부분은 이렇게 계속 넋두리처럼 리뷰를 올려도 되는 걸까 하는 가책 같은 것(사 놓은 만화도 더 있고 계속 보고 있고 계속 올리려는데 이 무슨 찔림 현상인지). 이 만화를 보고 있으면 이런 마음도 생긴다는 걸 보여 주는 셈?


이번 호에서는 특별히 장어 요리로 안주를 삼는 에피소드가 많이 보였다. 일본인들이 장어 요리를 좋아하는 줄은 알고 있었는데 강조하다시피 하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더욱 그런가 여겨졌다. 술을 좋아하는 이들은 안주로 무엇을 먹는가 하는 게 이만큼 중요하고 가치로운 일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는 했지만.   


평범한 일상이다. 하루를 보내면서 술 한 잔 하는 모습. 분수에 넘치는 큰 욕심도 아니고 살면서 이 정도는 누렸으면 하고 바라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소망이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소중한 모습으로. 술과 안주 사이에 흐르는 삶의 소박한 향기를 들여다보는 재미, 내가 이 만화책에서 얻는 바인 것 같다.  (y에서 옮김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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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나
이종산 지음 / 래빗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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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시작은 발랄하다. 앞으로 남은 삶을 고양이로 살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에 '예'라고 하면 고양이가 된다는 설정, 그리고 지구 인구의 5%가 고양이가 되었단다. 고양이가 되지 않은 인간들과 고양이가 된 이전의 인간들과 원래부터 고양이였던 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게 되는 세상의 이야기. 지금 우리네 현실과 달라지는 게 있을까 싶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은 여전히 좋아할 것이고 고양이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이들도 여전할 것인데.


우리집에 있는 고양이 두 마리는 언제부터 고양이였을까? 새끼 때 데려온 고양이 남매인데 소설적 상상력의 도움을 받아 잠시 의심해 본다. 인간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그랬다면 아직도 인간의 의식을 조금이라도 지니고 있을까? 온전한 고양이와 인간이었던 고양이는 인간을 다르게 바라볼까? 고양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나는 더 이상 멀리 나가지 못한다. 그냥 고양이는 고양이, 나는 나일 뿐.


책은 6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고 1인 출판사 대표, 책방 주인이 된 번역가, 소설가 등이 등장한다. 연결 고리는 고양이, 화자는 바뀐다. 글을 쓰는 이는 대체로 고양이와 함께 사는 걸까? 고양이가 작품 생산에 어떤 영감을 주기는 하나?(이런 말을 들은 것도 같고) 고양이 입장에서 보는 세상, 또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이 되었다. 사랑이겠지, 사랑이 아닐 수 없다니까, 사람이든 고양이든 이만큼의 관심과 거리를 고민한다면 마땅히 사랑이렷다.


설정만큼 소설 속 사건들이 긴박하거나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좀 심심했다고 해야 할까? 가까운 사람이 고양이가 되었는데도 크게 놀라거나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 것을 보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우리와 고양이의 사이가 썩 가까워진 세상이 되었나 보다. 반려가 사람보다 개나 고양이와 더 어울려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 그리고 작가가 바라는 바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여겨지고. 


고양이가 글을 쓰는 이들에게 특히나 도움이 되는 존재라면, 번성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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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만이라도 문학과지성 시인선 548
황동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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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이의 말이나 글이 마음에 와 닿기 시작할 때가 바로 나이 드는 때일까? 점점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 이를 가깝게 느낀다고 의식하는 내가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이 시집도 이런 마음으로 보았다. 시도, 시를 쓰는 이의 마음도, 시를 읽고 있는 내 마음도 조금씩 평온에 가까워지는 듯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시인의 시집. 많은 글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시는 여지껏 외우고도 있다. 젊은 날의 시와 나이 든 날의 시에 차이가 있다면 있고 못 찾는다면 또 못 찾겠지만 읽는 내 의식에서는 두 줄기로 흐른다. 낯익은 표현과 낯설어서 반가운 표현들로. 시인과 독자는 이렇게 만나 한 시절을 공유하는 셈이다. 고맙게도 오랜 시간이다.


하루하루, 지금 현재, 과거나 미래 말고. 종종 듣는 말이다. 걱정도 미리 당겨서 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 나이 드는 것에 마음이 열려 있는 내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시집이다. 시인의 마지막 시집이 아니기를 온 마음으로 빌어 본다. (y에서 옮김20230116)

같이 발 묶인 그만그만한 배들을 내다보는 불빛. - P11

앞서간 삶보다 뒤에 남은 삶이 더 버겁습니다. - P13

나뭇잎은 대개 떨어지기 직전 결사적으로 아름답다. - P16

뭘 이뤘다고 다 제 게 되는 게 아니다.
남기면 남의 것 되고 모자라면 내 것 된다. - P19

그 어디서고 삶의 감각 일깨워주는 자에게
죽음의 자리 삶의 자리가 따로 있겠는가? - P25

인간도 힘 거머쥔 자의 비위 거스르지 않으려면
가지 자르고 동그래져야 하는가? - P30

어디서 흘러오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게 된 나날 가운데
이 하루,
무지개 같다. - P41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다 된
기뻤던 일 슬펐던 일 아팠던 일 - P44

잘못 놓인 소품 하나마저 눈에 띄게 해다오 - P45

이 세상에 눈물보다 밝은 것이 더러 남아 있어야
마감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견딜 만한 한 생애가 그려지지 않겠는가? - P53

베고니아, 너는 지금 조금도 눈부시지 않는 세상을
눈부시게 내다보고 있다. - P56

늙음은 슬픔마저 마르게 하는지
생각보다 덜 슬픈 게 슬프다. - P61

살아 있는 것들이 순서 없이 너도나도
가진 것 안 가진 것 다 꺼내놓는 이 봄날, - P68

언젠가 기쁨, 아픔, 영글다 만 꿈 같은 거 죄 털리고
반딧불보다도 가벼운 혼불 될 때
슬쩍 들러붙어 하얗게 탈 빈집 처마 같은 걸 찾다가
내가 왜 이러지? 홀연히 꺼지기 딱 좋은 곳. - P99

뒤처져 날면 마음 되게 시릴 텐데. - P134

돌이켜보는 청춘은 늘 찡하다.
삶에서 추억이 제일 더디 가는가? - P142

꽃, 열매, 텅 빔, 이 세 자리를
하나같이 손보는 시간의 손길,
어느 한둘만 보고 삶을 꿰찼다 할 수 있겠는가? - P144

예술은 보여줘야지 가르치려 들어서는 안 된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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