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19
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13편, 여름-14편, 가을-13편, 겨울-11편, 모두 51편. 흠, 좀 적은 편인 걸. 차례를 보면서 제일 먼저 해 본 생각이다. 작가는 4부로 나누어 놓고 각각의 소제목을 달아 놓았지만 나는 나대로 계절을 찾아 읽었다. 지금은 겨울이지만 시집에서는 봄으로 시작하였고, 겨울에서 맺었다. 한겨울 안에서 봄을 먼저 느껴 보는 일, 시집 안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섭섭하다. 나는 끝내 한 편의 시를 내 기록장에 남기지 못했다. 한 문장이라도 한 구절이라도 붙잡아 보고 싶었으나 잡히지 않았다. 며칠 두었다가, 몇 달을 두었다가 다른 계절에 다시 읽으면 그때는 지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까? 아주 그만두지는 말고 살짝 밀어 두는 정도로.

막연했다. 이게 이 시집을 다 넘기고 난 뒤의 내 기분. 군데군데 명확하게 보이는 슬픔이나 기쁨의 구절들이 있기는 했지만 곧 시어들은 한데 섞이면서 웅성거리는 것만 같았다. 마치 내가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처럼. 깊이 고여 있을 만한 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한동안 물러나 있을 수밖에. (y에서 옮김201902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찰 혐오자 밀리언셀러 클럽 6
에드 맥베인 지음, 김재윤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왜일까? 왜 경찰을 혐오할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떠올리고 제일 먼저 연락하게 되는 상대인데 왜 경찰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된 것일까? 우리나라의 사정만 이런 것도 아니고 먼먼 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인 모양인데, 알듯도 하지만 또 물어보고 싶어진다. 왜 경찰을 혐오하는 것이냐고.

나도 딱 반반인 것 같다. 믿는 마음 반, 못 믿는 마음 반. 어쩌면 이건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에 대한 인상을 나타내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의사, 나쁜 의사, 좋은 교사, 나쁜 교사, 좋은 정치가, 나쁜 정치가, 수많은 좋은과 나쁜...... 권력 때문이다. 갖고 있는 권력, 대상을 향해 행사하는 권력, 그로 인해 일반인이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나와 없나, 그 권력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나 나쁜 영향을 주나 하는 것으로.

소설은 재미있다. 경찰이 주인공인 소설을 따라 이 작가의 이 작품에까지 이르렀는데 미국 수사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순서로 봐서는 이쪽이 앞서겠지만. 경찰 셋이 살해를 당한다. 목표는 한 사람이었고 둘은 의미 없는 희생자였는데(결과적으로), 교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경찰을 대상으로 혐오한다는 설정이. 사실은 그냥 남자에 대한 증오였을 뿐인데.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한여름이다. 덥고 찌고 습하고 짜증나는 날씨의 연속. 읽고 있는 내 시간과 비슷해서 더 잘 보았다. 소설에서 배경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알아보았다. 이 시리즈의 책들이 더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는 대로 봐야지. (y에서 옮김202307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들의 왕 - 정보라 소설집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7월
평점 :
절판


내 마음에 드는 느낌 1/3, 거슬리는 부분 2/3. 대략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이름은 익숙한 편이지만 작품에 대해서는 호감도가 늘지 않는다. 어느 지점에서 내 읽기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부분에서. 좀 쉽고 간편하게 죽이는 듯 보이고, 이렇게 죽이는 장면에 대한 내 상상이 유쾌하지 않다. 굳이 안 읽고 싶은,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이런 마음이라.


첫 작품인 '높은 탑에 공주와'는 신선했다. 그래, 이렇게 전개시킬 수도 있구나, 이 공주의 말과 태도는 마음에 드는구나.' 이어지는 글들은 점차로 멀어졌다. 마지막 작품으로 뱀파이어를 소재로 삼은 글은 가장 멀어지고 말았고. 남자와 여자의 각 입장을 살피기 이전의 취향 문제로 여겨진다. 남자라고 해서, 여자라고 해서 어쩌고저쩌고 한다는 한계는 소설로 읽을 때 특히나 유쾌하지 않다. 난 이 점에서 매우 고루한 편이다. 인간성 자체를 한탄하는 쪽이 낫다고 본다. 


소설의 배경을 우리와 다른 문화에서 끌어 왔다. 환상적이라거나 낭만적이라거나 동화처럼 읽을 수 있다고 하겠지만 다소 가볍게 여겨지기도 한다. 어차피 남의 이야기라는 식으로 들려서. 그러면서 음침한 분위기가 자주 등장한다. 마치 내 동화적 상상의 천진난만한 세계를 비웃기나 하는 것처럼. 공주, 기사, 용, 유령, 왕비, 성, ... 내가 죽음을 당하기 전에 먼저 죽이기.    


작가의 의도에서 좀 떨어져 나와 읽은 느낌이다. 이만큼의 거리감이 내 한계가 되겠다. (y에서 옮김202307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 여자와 남자 둘밖에 없는데,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어찌 이리 할 말도 많을까. 여자끼리도 비슷한 것 같으면서 다르고, 남자에 대한 태도 역시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고, 어쩌면 우리가 이것부터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여자여서 같거나 남자여서 다른 게 아니라 남녀를 불문하고 그저 각 개인에 따라 같은 성향이거나 다른 성향이거나.  


그럼에도 이런 책을 만나면 반갑고 친숙하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싶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내용에 아주 공감하는 남자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내놓고 말하기 쑥스러워서 그렇지. 그런 자신을 여성적이라고 간주할까? 내가 내 속의 일반적인 남성적 특징을 느낄 때면 문득 깨닫는 것처럼.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수록 솔직하고 대담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본인이어서 그런가, 일본인 작가라서 내 이해의 폭이 넓은 건가, 이 또한 나의 편견인가, 우리나라의 여성 작가가 이런 내용으로 말했다면 느낌이 비슷했을까 다소 당황스러웠을까, 이러한 차이를 인정한다. 나는 분명히 편견을 갖고 있기는 하니까 말이다.  


만화인줄 알았는데 산문이 주를 이룬다. 만화는 각 주제별로 덧붙어 있다. 글보다는 만화 쪽이 담백해서 더 마음에 남는다. 계속 읽어도 좋겠다.  (y에서 옮김201411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세이는 같은 에세이인데 어떤 글은 내 마음에 산뜻하게 들고 어떤 글은 짜증날 정도로 지겹고 지루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이번 참에 홀로 따져 보려 한다. 내가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어떤 부분에 질려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찾은 바는 바로 거리감이다. 작가 자신과 자신이 쓴 글과의 거리감.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글이 좋다. 이 거리감이 통 느껴지지 않는, 작가와 글이 혼연일체가 된 듯한 글에 나는 많은 부담을 느꼈다. 계속 읽어 나가기가 힘들 정도로. 처음에는 솔직하다는 느낌에 호감을 갖기는 했다. 하지만 곧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아니,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의 속사정을 알고 싶지는 않아. 이렇게 자신을 다 내보이는 게 정말 괜찮은 걸까? 요즘 같이 스스로 내놓은 정보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목 잡히는 세상에. 내가 내 사정을 내놓는 것도 아닌데, 남의 이야기를 읽고만 있는데도 나는 움츠러들곤 했다. 이만큼은 아니야, 이건 내 안의 영역을 내 허락도 없이 침범당하는 기분이야, 더는 읽고 싶지 않아...... 그래서 유행하는 에세이집에서는 고개를 딱 돌리고 있는데 이 작가의 글은 그렇지가 않더라는 말이다. 


이 작가도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사소한 일상의 경험과 생각들을 펼쳐 보인다. 그런데 정말 은근히 자신을 보였다가 숨겼다가 한다. 글을 통해 알게 된 작가의 삶과 생각만으로 작가를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정도이다. 작가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 어떤 생각에 동의하고 반대하는지,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나무라는지 등등. 시시콜콜 다 털어 놓는 게 아님에도 알 만큼은 알겠고 모르는 부분은 또 궁금함으로 남겨져 있어서 좋다. 


일기에 대해 또 생각해 본다. 일기는, 정말 누구 읽으라고 쓰는 글일까? 일기와 에세이가 구별되지 않는 글, 구별되어야 한다는 뜻일 텐데. 


좋은 산문은 부담없는 독서 시간을 갖게 해 준다. 나아가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도 해 준다. 작가의 글을 통해 내 생각이나 가치관이나 삶이 한 뼘쯤 늘어나고 깊어지는 느낌, 금방 다시 오그라들고 만다고 해도, 글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잠시 여유로웠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도 듬뿍 느끼면서. 


몹시도 답답하고 막혀 있는 시절, 이른바 작가들도 참 난감한 시절이겠다. (y에서 옮김202009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