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만세! - 일본의 사계절 축제와 지역 먹거리
다카기 나오코 지음, 강소정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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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퍽 간접 취향을 가진 사람이다. 무엇이든 직접 해 보는 쪽보다는 한 걸음 너머 바라보는 쪽을 더 즐기는 편이니까. 몸을 움직이는 데에 게으른 탓이 가장 크겠지만 한편으로는 몸이 다치기라도 할까 조심하는 엄살 쪽도 강하다고 해야겠다. 호기심이나 모험심을 필요로 하는 일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서 어지간해서는 낯선 일을 시도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다행인 건 책을 읽을 때만큼은 용기가 생긴다는 점이다. 읽고 싶고 읽을 수 있고 읽은 뒤에도 흐뭇하고. 


이 책도 즐거운 마음으로 봤다. 작가가 잘 먹는 사람인 건 알았지만 축제에서도 이렇게 잘 먹으면서 참여했으니 얼마나 즐겁고 보람찼으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불편한 상황에도 불평하는 대신에 그 사람들과 더불어 축제의 기분을 한껏 누릴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못하겠는데, 일단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굳이 가고 싶지 않고, 사람들에 밀리고 치여서는 도무지 즐거울 수가 없을 것만 같고, 그런 곳에서 줄서서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것도 내키지 않고. 이러니 축제를 한다는 곳에는 거의 가 보려 하지도 않을 뿐더러 꼭 가야 한다면 차라리 축제가 있기 전이나 다 끝난 후에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미는 성격이니 이 책에서처럼 나서서 축제에 참여하는 작가가 대단해 보일 따름이다. 그래서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를 그려 낼 수도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나는 또 작가 덕분에 이렇게 편하게 일본의 축제를 구경할 수 있는 것일 테지.  


우리나라에도 사시사철 전국 곳곳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누군가는 신나게 다니면서 축제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 중 또 누군가는 이 만화처럼 우리의 축제를 그림으로 그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모르고 있을 뿐. 


전국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아니더라도 근처 지역민들끼리라도 며칠 동안 고단한 일상을 잠시 잊고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더러 열리고 있으면 좋겠다. 그 지역의 특성이나 고유한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구경거리가 있다면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도록. 먹는 것도 기념품도 색다르지 않아서 섭섭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바가지를 썼다는 것 때문에 불쾌했던 기억도 그렇고. 축제에도 역사와 시민 의식과 창의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만화를 다 읽은 후에 그만 생각이 많아지고 말았다.  (y에서 옮김201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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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돌아가는 히나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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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이고, 절대로 가 볼 수 없는 시절인 학창시절. 그것도 고교생 때. 중학생 때는 다소 어린 듯한 느낌이 있고 대학생 때는 어쩐지 순수한 맛이 휘발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드니 소중한 학창시절이라고 하면 고등학생 때가 가장 적절할 것이라 싶다. 이 시절의 이야기, 영원히 기억에 남아 있을 시절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라고 해도 내 것으로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 이런 흐뭇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일본의 고등학교 이야기이지만, 상황은 꽤 다르지만, 우리의 고교시절보다는 좀더 여유와 낭만이 있어 보인다.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이나 진로에 대한 부담은 비슷한데 우리만큼 절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개인 차이일까? 내가 그 시절을 너무 많이 떠나 온 것일까? 작가는 참 오묘하게도 잘 그려내고 있다.

 

정말 별다른 사건 아니다. 이런 에피소드로 이런 소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우리가 사소한 일상에 지나치게 골몰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일상 속에 사소한 재미가 꽤 담겨 있다는 것도 알겠다. 지탄다가 '신경 쓰여요'라고 하는 말, 그 말과 관련된 사소한 미스터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추리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내 어린 시절에는 왜 이런 호기심이나 탐구 과정이 없었을까 싶은 아쉬움까지 드는 것이었다.  

 

남의 이야기이지만, 자꾸 읽다 보면 나와 비교하게 된다. 내 사고 범위, 내 사고 방식, 내 삶의 태도, 내 가치관, 내 기준 등 못하다 싶을 때도 있고 더 낫다 싶을 때도 있다. 그런 것이다. 끄덕이며 살아가는 것, 부족하든 넘치든 이만큼이 내 것이라는 인정과 함께. 좀 그립기는 하다, 그 때 그 어린 날이. 돌아간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y에서 옮김201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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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누나 6
마스다 미리 지음, 김혜성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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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흔해서 도리어 귀하게 여겨지는 말들, 생각들, 태도들을 본다.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데도 새삼 대단하게 보인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어쩌면 우주의 신비로움만큼이나 거대한 가치를 지닌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모자란 대로 넘치는 대로 때로 제멋대로 때로 엉망인 채로 살아도 삶이 이어지고 있음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1권에서 5권까지 본 누나와 남동생의 대화. 6권에서도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심심한 듯해도 약간의 충격을 느끼고, 무난한 듯해도 가끔씩 찌르는 시선에 놀란다. 연한 자극에도 마음이 술렁 움직인다. 살짝씩 떨리는 내 안의 이 느낌이 마음에 든다. 사람들이 건네는 말에 내가 아직도 감동을 받고 위로도 얻는다는 게 고맙게 여겨진다. 


관찰이었을까, 상상이었을까, 경험이었을까? 사소한 에피소드를 하나씩 얻을 때마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 가방에 고이 담이 두었거나 부지런히 기록을 해 두었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소재로도 그림이 되고 글이 되고 책이 되며 교훈마저 전할 수 있다는 것이.


6권이라는 말은 다음 권도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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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더블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 / 검은숲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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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츠빌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난다. 이상하기만 한 게 아니라 위험한 일이다. 사람이 하나씩 죽으니까. 자연사처럼 보여서 특별한 사건으로 다룰 수 없을 것 같은데 엘러리가 초대를 받는다. 희생자 중의 한 사람인 그의 딸로부터. 희생자의 딸인 리마와 엘러리의 관계가 야릇한 것도 다소 당황스러운 설정이었다. 연애를 하겠다는 것인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동요가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동요의 내용에 따라 희생자가 나온다는 설정.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으로 이미 본 적이 있어서 새롭지는 않았고 오히려 억지스러운 맛마저 느껴졌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범죄를 저지른다고? 동기는 그토록 단순했는데? 결말은 어째 과정보다 더 한심스러워지고 말았고.

전개 과정에 따른 사안들이 궁금해서 하나씩 하나씩 따라가며 풀어 보자는 마음으로 읽기는 했다. 읽는 동안에는 만족스러웠고. 결과에서 실망하고 만 건가 싶어 다시 들춰 보기도 했다. 실망하면 안 되는데 실망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y에서 옮김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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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221
이정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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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까, 싶은 경이로움. 그래서 아무나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닐 테다. 이 시집에는 우리가 늘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해 온 벌레와 풀과 나무와 사물들이 따뜻한 생명을 가진 채 담겨 있다. 오죽 그러하고 싶었으면 시인은 시집 제목을 (번데기로 살고 싶다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라고 했을까.

우리는 늘 위대하고 거창한 것만 꿈꾸면서 살지는 않는다. 오히려 바로 우리 옆에서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풀과 벌레들, 제 몫을 다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상의 사물들에서 삶의 더 큰 진실을 얻는다. 저대로 행복하고 저대로 가치로운 이 세상에 주어진 모든 존재들. 이 시집을 읽고 나는 길을 걸으면서 내 발에 밟히는 땅과 스치는 풀과 괜히 서 있는 게 아닌 나무와 집들을 유심히 보았다. 거기 그 자리에 있어서 조화롭고 신비로운 모든 것들.

나는 또 내 자리를 생각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유와 앞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시인은 '삶이란 결국 못갖춘 마디로 정리된다(22p)'고 했지만 살아있는 동안 나의 행복과 나의 가치와 나의 참된 꿈을 좇아야 하리라고. (y에서 옮김20000511)

작은 나무들은 겨울에 큰단다 - P12

아름다운 것이 이렇게 무서울 수가 있구나. - P14

끝까지 가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 P16

삶이란 결국 못갖춘마디로 정리된다고 - P22

낮고 분명해야 하리라 - P28

모나게 살자
샘이 솟는 곳
차고 맑은 모래처럼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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