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가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 민음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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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이름이 아주 낯익다. 나는 이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은 줄로만 알았다. 읽고도 내용을 기억 못하는 것으로만 여겼는데 찾아보니 읽은 게 없다. 이 책이 처음이었다. 


쓰가루라는 도시의 위치를 찾아본다. 예전에 쓰가루 백년식당이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그때는 내가 쓰가루라는 공간에 대해 그다지 흥미를 못 느꼈나 보다. 이제라도 이렇게 찾는 재미를 느끼고 있으니 이 또한 괜찮다. 


쓰가루, 혼슈의 북쪽에 위치한 작가의 고향이라는 곳, 기행문처럼 보이지만 소설이다. 작가가 어려서 자란 곳, 도쿄에 있는 대학에 가고 결혼한 후로 멀어졌다는 곳, 그러다가 출판사의 청탁을 받고 새삼 찾아갔다는 고향 쓰가루. 소설은 고향 동네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서 나누는 작가의 수다로 이어진다. 특히 술이 빠질 리가 없고. 나로서는, 음, 분위기를 이해는 하겠는데, 술 취한 남자들이 옛날 추억을 끄집어 내어 떠드는 수다를 오래 듣고 싶지 않다는 정도?


작가에 대한 호감이 높거나 탐구를 하는 이에게는 주요한 작품이 되리라는 것은 알겠다. 이번에 찾아본 작가의 삶 자체도 평범한 편이 아니라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선뜻 들지 않는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


표지가 썩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던 것 같다. 이러는 적이 없는 편인데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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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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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의 상상력을 들여다보는 내 마음은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멋지거나 안타깝거나. 신화와 전설과 역사를 기본으로 과학적 방법까지 이용한 상상 이야기를 읽으면 내 수준을 훌쩍 넘고 있는 거대한 규모와 벅찬 감정에 아주 즐거워진다. 이것이야말로 독서의 기쁨이자 간접체험의 정수다.

통일신라로 들어가 볼까? 작가가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설자은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반했고 앞으로 더 반할 것이고 이 작가의 아바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로서는 통일신라에 살고 있는 친구가 생긴 셈이고 머리도 좋고 칼도 잘 쓰는 이라 여러 모로 든든하다. 내가 있는 시대로 불러 내든 내가 그 시대로 들어가든.

이번 책에는 세 편. 자은은 왕으로부터 직접 명령을 받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신라는 삼국을 통일시켰으나 고구려, 백제, 말갈 등에 있던 사람들을 함께 다스려야 한다. 갈등은 사회의 곳곳에 묻혀 있고 살짝만 건드려도 터져 나온다. 지금으로서는 짐작조차 쉽지 않은 그 시대의 모습을 작가는 차근차근 펼쳤다가 접었다가 꼬았다가 풀어 낸다. 어느 때 어느 시절도 만만하지 않은 삶이라는 게 이렇게 느껴진다. 살아남기 고달프구나, 그래서 더 살려고 하는구나, 잘난 너도 못난 나도. 

자은 주변에 있는 인물들의 정체성을 확인해 나가는 것도 흥미롭다. 백제 유민인 인곤이나 자은의 동생 도은이나 자은의 집 앞으로 이사를 온 산아도 산아의 남편인 진오룡도. 참, 자은을 지키는 세 쌍둥이도 아주 근사한 인물들이다. 이들끼리의 관계를 읽는 재미도 크다. 

지나간 역사는 교훈도 되고 재산도 된다. 역사가 기록한 이의 이야기라는 말에 늘 불만이 있었는데 이 작가가 상상으로 보태어 이렇게 키워 주니 흡족해진다. 허구가 가진 진실과 위력에 더 빠져 들어도 좋을 것이다. (y에서 옮김202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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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편지 에디션F 11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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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96년에 영국의 여성 작가가 외국(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여행을 하면서 독자에게 쓴 편지다. 스물다섯 편의 편지 형식으로 된 글을 읽고 있노라면, 시대적 배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상상일 뿐이지만. 곧 깨닫는다. 이럴 만한 사람이라서 이런 여행도 이런 글도 쓸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20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읽어도 어떤 형태로든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까지, 이건 좀 많이 대단하다. 


    작가 개인의 생은 불우한 편이다. 이 때문에 글에 절실함을 더 담을 수 있었던 것인지. 글로 봐서는 보탬이 될 성정이나 개인의 삶으로 봐서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아프게 겪었을 것 같다. 남편과의 유쾌하지 않은 관계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고, 그로 인해 여성으로서의 자각이 더 깊었던 걸까 짐작만 해 본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여자가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남자와 동등하게 대우를 받은 시기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뜨겁고 습한 올 여름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을 것 같다. 200여 년 전의 북유럽 3개국의 여정을 읽으면서 오늘날의 여행 방식과 비교하는 재미도 컸다. 여행기가 다양하게 나와 있으나 최근 내 마음에 드는 글과 여행담을 만나기 쉽지 않았는데 이 책을 봐서 좋았다. 풍경이면 풍경, 묘사면 묘사, 사색이면 사색, 기행문의 3요소(여정, 견문, 감상)가 참으로 풍부하게 담겨 있다고 여겼다. 흐릿하게 갖고 있던 내 생각이 분명한 표현으로 나와 있는 글로 확인을 받을 때의 상쾌함까지도 느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이 작가도 이러하구나, 심지어 이미 200년 전에 이런 생각을 하였구나, 내가 괜찮은 생각을 하였구나......  


    편지나 일기를 손으로 쓰지 않게 된 이 시절, 나도 뭔가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y에서 옮김20220805)

    세상을 알면 알수록 문명의 발달을 추적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문명이 축복임을 잘 가늠하지 못한다는 확신이 커집니다. 문명은 우리의 즐거움을 품위 있게도 만들지만, 감각의 원시적 섬세함을 유지시켜주는 다양성도 창출합니다. 상상력이 부재하면 모든 감각적 쾌락은 상스러움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 P28

    저는 시골을 사랑하지만, 집을 짓기로 선택된 그림같이 아름다운 환경을 볼 때면 개발이 두렵습니다. 전체적인 통일성을 갖추면서 주위 풍경에 어울리는 숙소와 외관을 꾸미는 데는 남다른 감각이 필요하지요. - P39

    모든 나라가 자기네 나라를 닮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행자들은 집구석에 있는 편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가 어느 정도 윤택해졌을 때라야 취향의 연마로 만들어지고 만들어지게 되는 개인의 청결과 기품의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국민성을 비난하는 것은 터무니없습니다. 작가들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인간 정신을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를 나타내는 종이 지구본처럼 가상의 구 안에 가둬놓기 위해 계산된 듯한 독단적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탐구와 토론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P57

    시대의 무지와 편견을 고려하지 않는 작가들은 자신들이 지식의 발전, 심지어 미덕의 발전에 얼마만큼 큰 빚을 지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 작가들이 발달이 뒤처진 사회에 살았다면 개인의 노력으로 그 만한 발전에 이르는 정신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겁니다. - P59

    우정과 가정의 행복은 끊임없이 칭송 받는 덕목입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세상에서 보기란 힘듭니다. 애정이 잠들지 않게 하려면, 우리 자신의 마음 속에서라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마음의 수양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단순함과 허심탄회함은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는 약점에 가까워 보이지만 사랑이나 우정의 매력적 요소, 나아가 어린 시절의 온갖 황홀한 은총을 되살리는 본질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심미안에 영향을 미치는 대상들로 서로에게 애정을 품은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들의 얼굴 표정은 저를 감동시키고 제 심상에 지워지지 않는 모습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점점 진부해지는 침체된 연민을 깨우려면 새로운 열정이 필요합니다. 심미안이 부족하여 끊임없이 동물적 감각에 의지해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면 좋게 말해 예의라고 하는, 꾸며낸 행동이 필요한 것처럼요. - P127

    여행을 교양 교육의 완결로서 합리적인 근거로 채택하고자 한다면 유럽의 더 고생한 지역들에 앞서 북쪽 국가들부터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은 다른 나라의 다양한 응달을 탐색해야만 습득할 수 있는 관습의 학습터가 되어줄 겁니다. 그러나 기후가 다른 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한순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모든 걸 이해했다는 결론에 이르면 곤란합니다. 환대는 여행자들에게, 특히 즐거움을 찾아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한 나라의 미덕을 잘못 평가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까요. 저는 한 나라의 미덕이 그 나라의 과학 발전과 정확히 비례한다고 믿는답니다. - P188

    여행 중에 누군가를 만나면 관심이 생기는 그 순간부터 헤어짐을 아쉬워하게 되지요. - P206

    사실 우리는 타인의 행복을 걱정하거나 불행을 탐색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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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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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내내 얼마나 오락가락 하였는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왔는데 겉모습에 먼저 놀랐다. 두꺼운 표지와 600쪽이 넘는 분량, 이 책은 빌려 읽어야 할 게 아니라 사서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읽으면서 행복한 고민을 해 보자, 긴 독서가 될 것 같으면 반납하고 책을 사고 계속 읽게 되면 읽는 것이고. 그러다가 다 읽고 말았다. 좀전에 리스본을 떠나온 듯하다. 시간으로는 짧았으나 느낌으로는 오랜 여행이었던 탓에 퍽 피곤하다. 


    스위스 베른의 고전문헌학 교사 그레고리우스. 어느 날 어떤 충격적인 만남으로 다니던 학교를 나와서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오른다. 이런 식의 충동, 나도 꽤 상상해 보았는데 끝내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지. 그럴 듯한 충격적인 사건도 없었고 그만둘 용기는 아예 없었고 무엇보다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을 수가 없는 여건이기만 하니. 내게는 아주 좋은 핑계인 셈이기도 했고. 고전문헌학 교사라 언어 능력이 남달랐던 그레고리우스는 포르투갈어를 배우면서 리스본으로 간다. 바로 배우고 바로 번역하고 바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그레고리우스는 우연히 발견한 포르투갈어로 쓰인 책의 저자 프라두를 찾아 리스본으로 간다. 소설은 프라두의 책과 이 책을 읽는 그레고리우스의 의식을 교차시켜 서술하고 있다. 덕분에 나는 이 소설로 세 사람의 의식을 따라가야 했다. 의사이자 작가이자 저항 운동에 참여한 프라두, 프라두의 삶의 궤적을 찾아가면서 교사였던 자신의 생을 겹쳐 읽고 있는 그레고리우스, 그리고 혼란스러우면서도 재미가 깊어 두 사람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비교도 우월도 자책도 후회도 아닌 채 한숨을 쉬어가며 읽었다.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알 수 있기는 한가.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내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다는 것도 알고, 본연의 나와 되고 싶은 내가 다르다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고. 이것은 모른다는 말과 같은 게 아닐까? 하물며 내가 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면서 남을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일까? 내가 본 당신은 당신 자신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 것일까? 내가 이렇게 내 식대로 보고 이해하는 것을 당신은 얼마나 허용해 줄 수 있는가?


    프라두가 쓴 책을 들고 프라두를 알고 있던 가족과 친구와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레고리우스가 알게 된 프라두는 누구일까? 이런 여정, 내가 참 좋아하는데, 이런 것을 좋아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과정, 찾아가서 만나고 싶은 사람과 그러고 싶은 이유를 탐색하는 시간, 몸을 움직여서 목적지까지 기어이 가는 나의 의지, 프라두를 좇는 그레고리우스를 따라다니면서 나는 계속 나를 되돌아보고 있었다. 괜찮은가, 물어 보고 확인하면서.  


    그레고리우스는 베른으로 돌아왔다. 나도 분명히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직도 리스본에 남겨져 있는 것만 같다. 무수한 물음들에 잡혀서. 다행인 것은 전혀 무섭지 않다는 점이다. 포르투갈어를 하나도 모르는데도. 내 언어로 나를 생각할 수 있으니. 

    자기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고 다른 논리를 지녔던 어떤 한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일까. 이게 가능할까. 자기 시간이 새어나가고 있다는 자각과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호기심은 서로 어떻게 조화를 이룰까. - P137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오랫동안 생각해온 소원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기. 나중에도 언제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습관을 깨부수기. 메멘토를 안락함과 자기기만과 꼭 필요한 변화에 대한 불안에 대항할 도구로 사용하기. 오래 꿈꾸어오던 여행을 떠나기. 이런 언어들을 배우고, 저런 책들을 읽기. 이 보석을 사고, 저 유명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기.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기.
    여기에는 더 큰 일들도 속한다. 좋아하지 않던 직업을 그만 두고, 싫어하던 환경을 떠나기. 더 진실해지고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일들을 하기. - P477

    죽음을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로 세우기.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자신이 행한 잘못을 사과하며, 속 좁은 마음 때문에 하지 못했던, 다른 사람을 인정한다는 말을 소리 내어 발음하기. 다른 사람들의 빈정댐, 잘난 척, 그 외에 타인이 누군가에 대해 지닌 변덕스러운 판단 등 지나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더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메멘토를 다르게 느끼라는 권유로 받아들이기. -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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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40대에 결혼
    타카기 나오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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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작가의 성장을 만화로 지켜봐 온 듯하다. 고향에서 도쿄로 올라와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시절부터의 작품을 계속 봐 왔으니. 마라톤에 도전하던 모습이나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며 여행하는 모습 등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재미를 주던 만화 작가인데 마침내 결혼을 했나 보다. 삶이 곧 만화의 소재였을 작가이니 결혼 또한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었겠지. 게다가 출산까지.

     

    이제는 아득한 내 경험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봤다. 그래, 그랬었지, 이렇게 만나서 이렇게 설레고 이렇게 얘기를 꺼내고 이렇게 결혼을 했지. 그리고는 아이를 가지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웠지. 나쁜 그리고 아픈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고 좋았던 모습만 생각나서 그게 더 좋았다. 좋은 느낌은 더 좋은 기분을 불러일으키나 보다.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리는 일은 그리 어려울 게 없었겠으나 입덧이 심했을 임신 기간이나 출산 이후의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힘들었을 것이다. 충분히 짐작이 된다. 그래도 작가는 아마 즐겁게 일을 했으리라. 그림에서도 그게 보인다. 이 책이 나올 때쯤 아이가 돌을 지났다고 하니 지금도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부지런히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 과정이 또 작품으로 만들어지고 있겠지.  

     

    한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고 나이를 먹어 가는 과정을 주-욱 지켜보는 일, 새삼스럽게 대단하게 여겨진다. 살아가는 일도 그 삶을 지켜보는 일도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이토록 사는 게 고단하게 와 닿는 시대에. 하루하루 제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다른 이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순수하고 성실한 사람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그것만이 세상을 지키는 힘이 될 것이니. (y에서 옮김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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