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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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집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다. 한 해가 그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그랬다. 이 수상집을 읽으면서 한 해를 마무리해 왔다. 그래, 올해에는 이런 일이 있었지, 사회적으로도 이런 사건들이 우리와 함께 했었지. 무심코 넘어 갔던 문제들도 소설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올해에는 어떤 문제들이 우리 옆에 있었던가. 무엇보다 나이 든 사람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한 해라고 생각한다. 노인 문제라고만 말하기에는 너무 단순하거나 무거운 주제-나이가 든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 나도 곧 이른바 나이 든 사람이 될 것이고 그러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것인가. 그 나이에도 사랑이라는 것을 할지, 자식에게 짐이 되는 것은 아닐지, 무엇으로 살아가게 될지. 이번 수상집에는 직접, 간접적으로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보였던 것이다. 수상작인 언니의 폐경, 소금 가마니,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잃어버린 인간, 탱자, 웨하스로 만든 집 등.

그랬나보다. 내가 노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시점에 이르러 이 책을 읽었던 모양이다. 어느 한 작품 간절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런 책을 계속 읽고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새로 생겨나는 날이다. (y에서 옮김200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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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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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매력은 반전이다. 독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로 이끌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독자를 자신의 추리 게임에 끌어들이면서, 독자에게 승리감을 줄 것처럼 모든 장치를 고안하면서, 마침내 독자가 예상한 것이 맞을 것 같은 찰나가 되었을 때에, 아니었던 것으로, 의외의 결말로, 또 작가에게 졌구나, 그래도 유쾌하구나 하는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 내는 구성 능력. 추리소설 작가는 늘 이런 게임을 하는 사람인 것 같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직접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게임 구경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나는 구경하는 쪽이다. 구경만으로도 충분히 긴장감과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심심풀이로 한다는 보드게임조차 나는 부담을 느끼는 편이다. 이기고 지는 게임을 피하는 일에 필요 이상의 강박관념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어쩌면 이 또한 자라면서 어쩔 수 없이 얻게 된 트라우마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어지간해서는 안 한다. 내기도 안 하고 투자도 안 하고 주식도 안 하고 복권도 안 한다. 바둑도 장기도 심지어 오목도 긴장감을 즐기지 못해서 안 한다. 스릴이 넘친다는 영화는 당연히 못 본다. 내 편으로 여기는 주인공이 꼭 이긴다는 보장이 있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CSI류의 미국 드라마처럼.

 

현실에서는 이런 성향인 나도 추리소설만큼은 받아들인다. 뭔가, 지적 게임이라는 말에 빠져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머리를 시험해 보자, 작가의 의도랑 한번 겨뤄 보자, 지면 어때? 읽는 동안 흥미로운 것을. 이 작가의 소설은 이런 내 의도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다. 번번이 지고 말았지만.

 

2인 이상 하는 보드 게임 중에 전략 게임이라는 게 있다. 각종 룰과 각자의 무기나 장점을 갖고 상대와의 거래를 통해 승패를 나누는 게임. 이 소설이 전략 게임 같았다. 열두 명의 인물과 이 인물들이 갇힌 배경, 게임에서의 점수 대신에 돈을 따는 룰까지. 물론 그 안에는 살인이라는 무시무시한 조건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이 소설은 이러한 룰과 돈 계산도 할 줄 알아야 제대로 읽을 수 있는데 이 계산이 싫었던 나는 대충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좀 무서웠다. 우리 영화 중에 '10억'도 잠깐 떠올랐고. 그래도 소설의 중반 이후부터 작가의 의도가 보이기 시작하니까 덜 무서웠다. 살인이 목적인 게임이 아니라, 추리가 목적이었으므로. 등장인물 12명에 맞춰 12편의 유명한 추리소설 작품을 연결시켜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여기서 잠깐 찾아 보았는데 일본에서는 이미 이 작품을 영화로 상연했다고 한다.)   

 

추리소설과 현실은 얼마만큼의 거리로 떨어져 있을까. 우리가, 내가 추리소설을 즐겨 읽은 이유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게 된다. (y에서 옮김201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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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호빵 웅진 우리그림책 132
백유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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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이 맛있었던 겨울이 있었다. 지금 이 시기에도 누군가는 자신만의 취향을 따라서 호빵을 골라 먹고 있을 것이다. 호빵의 종류도 어찌 이리 많아졌는지. 그 옛날 동네 슈퍼에는 호빵을 담아 찌는 기계가 출입구 앞자리에 당당하게 놓여 있었다. 요즘에는 편의점에서 주로 맡고 있는 것 같던데 안 사 먹어 봐서 잘 모르겠다. 


숲속 동물 친구들이 동백잎으로 호빵을 만든다. 이 호빵을 동박새 가족에게 배달하는데 마음도 참 따뜻한 친구들이다. 겨울이라 먹을 것이 없는 동박새 가족들뿐 아니라 숲속의 많은 다른 친구들도 동백 호빵으로 배고픔을 달랜다. 내 배고픔만 해결하는 게 아니라 이웃의 배고픔을 헤아리고 달래줄 줄 아는 마음씨는 몇 살 때부터 사라지나? 남 탓할 게 아니다, 내가 먼저 알아차려야 하는 것을.


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따뜻한 모든 것들이 그리워지는 시절, 먹을 것도 나누는 마음도. 다정하고 예쁜 그림책의 한 쪽 한 쪽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어지러운 마음들이 스르르 사라진다. 마음의 평화를 얻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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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51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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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출간되어 있는 마지막 권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셈이다. 찾아보니 2022년 1월에 1권을 읽었다. 첫 책부터 사 모으기로 한 걸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게 만화였는지 술이었는지 모르겠다. 

책마다 사계절은 한결같이 펼쳐져 있었다. 소다츠는 좀처럼 늙지도 않고 연애도 안 하고(못 하는?) 있고 승진도 안 한 것 같고 영업일은 열심히 하면서 날마다 술을 마시는 것으로 일과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세상처럼 보인다. 이것대로 또 좋을 것 같아서 부러운 기분도 든다. 천국이라는 곳이 하는 일도 없이 마냥 노는 곳이 아니라 적당한 일과 적당한 성과와 적당한 휴식이 있어야 한다더니 이 만화 속 같은 곳이 아닐까 한다. 그것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늘 한 잔씩 할 수 있다면야.

나는 책 속에 등장하는 술보다 안주를 더 눈여겨 보았고 소다츠가 만나는 동료들에게 더 흥미를 느꼈다. 가장 관심이 생기는 쪽은 가게의 주방장들이었다. 어쩌면 다들 이리도 안주를 맛있게 만들어 내던지. 이런 가게를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현실의 가게들을 찾아 다녔을까? 실제로 취재를 하기 위한 여러 지역의 술집 탐방기를 실어 놓았는데 그 글들도 재미있게 읽곤 했다.(이번 권에는 없지만.)  

완결된 것이 아니라 아쉽지 않다는 게 좋다. 천천히 만나게 되겠지만 계속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마저 섭섭하면 다시 처음부터 읽으면 될 것이고. 나는 이미 다 잊었으니까. (y에서 옮김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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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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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다 보면 소설과 에세이 중에 한 쪽으로 호감이 쏠리는 경우가 있다. 이 작가의 경우는 아직까지 에세이가 나랑 더 맞다. 경쾌한 문체나 독특한 시선이 소설보다 에세이에서 더 감동을 받게 한다. 왜 그런지 이 소설로 괜히 따져 보고 싶어졌다.


내가 우리나라 영화나 소설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부분이 있다. '욕설'이다. 아무리 영화나 소설의 주제 형상화에 기여도가 절대적이라고 해도 욕설이 나오면 거부감이 생긴다. 읽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게 된다. 영화에서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이 욕설을 하는 장면을 보면 이질감이 확 생기고(괜히 배우들의 인간성마저 의심이 되고), 글자 사이에서 욕설을 발견하게 되면 그만 수정 테이프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다.(욕설에 민감한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욕설을 쓰지 않으면 대본이나 글이 안 되는 것일까, 의아함을 느낄 때도 있다. 


이 소설집의 앞쪽 소설에 욕설 몇 부분이 나온다. 많은 것도 아니고 정말 몇 부분이다. 그럴 수도 있을 흐름이다. 그럼에도 나는 무감해지지가 않았다. 이 때문에 읽지 않은 뒷쪽 소설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집중력이 슬금슬금 떨어져 버렸으니까. 각 소설의 소재에서 참신함도 느꼈고, 인물들이 그리는 삶의 단편에 흥미가 생기기도 하였으나 전체적으로는 시들해져 버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남자들이 자기들끼리 있으면 이런 식의 대화를 하는 것일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내용들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그런 추측도 해 본다. 여자인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을 것 같은 부분, 나이에 상관없이 남자들이란 싶을 때의 버릇들 따위. 아마도 내가 그런 것을 싫어하는 마음이 욕설로 연결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요즘은 여자들도 욕을 잘 하기도 하니까 이 또한 편견이 되겠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욕설 몇 마디에 소설집 전체에 저평가를 한 셈이 되어 버려서. (y에서 옮김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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