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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마스다 미리의 좌충우돌 여행기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안에서 작가는 말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남의 여행 이야기에 관심이 없노라고. 대신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열심인 편이라고. 그런 듯 고개가 끄덕여진다. 생각해 보니, 남 여행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내 여행을 위한 준비나 내 여행과의 비교를 위함에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보면서도 나는 내내 나라면, 내가 여행 중이라면, 작가와는 이런 점이 비슷하고 이런 점이 다르군, 하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으니까.
일본에서 이 책을 발간한 시기는 2008년이었나 보다. 그 전 4년 동안 일본의 47개 현을 한 달에 한 곳씩 찾아가 보았다고 하니 편집 쪽의 기획부터 작가의 실행력까지 대단하다고만 느껴진다. 책의 끝부분에서 이 여행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말하고 있는데, 그 중 잃은 게 돈이라며, 220만 엔을 썼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작가의 솔직담백함에 감탄마저 들었다. 그렇게 쓴 돈으로 만들어진 이 책, 과연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었을지 궁금하다. 말해 줄리야 없겠지만. 물론 당연하게도 여행으로 얻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만족감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집밖으로는,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어느 곳으로든 떠나는 게 민폐가 될 수도 있는 세상을 버티면서 지내고 있는 요즘, 이 책에서 들려 주는 여행 이야기는 상당히 부럽다. 여행이라는 게, 삶의 스타일만큼이나 제각각일 수밖에 없으니 어느 것이 더 좋고 더 나쁘다고 할 수도 없어서 그저 그런가 보다, 작가 당신은 이렇게 여행을 하고 있군요, 하는 기분으로 구경을 했다.
가려는 곳을 정하는 일부터 그곳까지 가는 교통편과 가서 숙박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숙박을 한다면 어떤 곳으로 정할 것인가, 그곳에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살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하다못해 현지 주민과 어떤 식으로든 말을 나누어 볼 것인가 하는 일조차 사람마다 다 다르게 마련이니. 이런 여행을 왜 하는가 혹은 이런 여행이라도 해 보는 게 좋지 아니한가, 가벼운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머릿속으로 얼마나 많은 여행 가상체험을 했던지.
혼자 하든 여럿이 함께 하든, 나이 젊어서 하든 나이 들어서 하든, 주변의 눈치 안 받고, 감염에 대한 걱정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때가 가까운 시일 안에 와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우리나라 전국의 도시든 시골이든 가 보고 싶은 곳을 점찍어 보기라도 하지. (y에서 옮김2021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