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궤도 1 - 빨간 비행기 신의 궤도 1
배명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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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 중 첫째 권을 읽었다. 펼쳐 놓은 상태로 잠시 끝난 책. 작가가 독자에게 던진 물음들을 내 방식으로 정리한다. 답은 내가 찾아내야 할 테고.


신은 뭐지? 신이 있는지 없는지 증명할 수 없어서 답을 만들 수가 없다는데. 그렇다면 신은 왜 필요하지? 누가 신을 원하지? 거꾸로 붙잡고 들어가면 보일 듯도 한데, 딱히 그러고 싶지는 않다. 나는 신 자체에 관심이 없는 탓이다. 관심이 안 생기는 대상에는 더 이상 주목하고 싶지 않다. 낭비가 될 뿐이니까. 대신 작가의 탐색 과정에 흥미를 느낀다. 이 작가는 신을 어떻게 그려 내고 있는가.


십오만 년은 어느 만큼의 양일까. 작가는 참으로 넉넉하게도 끌어안았다. 십오만 년 후에 지구 아닌 다른 행성으로 주인공을 보내다니. 그리고 깨어나게 하다니. 비행기를 키운다는 설정은 또 얼마나 참신한지. 주인공들이 조종하는 삼엽기가 어떤 비행기인지 찾아보기도 했다. 날개가 세 쌍(3단)인 비행기라는데, 그러면 오엽기, 칠엽기도 어떤 모습인지 짐작이 된다. 맞거나 안 맞거나 관계 없이. 십오만 년 후에 나니예라는 행성에서 날아다니는 비행기가 정확하게 어떤 모습일지 만들어낸 작가는 알겠지. 


작가가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작가의 작품을 꽤 읽었는데 이 책을 놓쳤던 모양이다. 장편의 시작이 이런 상상이었단 말이지? 은경과 나물이 1권에서 여러 가지 시련을 겪고 있는데 2권에서 어떻게 전개되어 마무리될지 궁금해진다. 지극히 위험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깔아 놓은 것이 재미있다. 나는 정말 유머를 좋아하나 보다.


영화와 소설 '듄'에서 본 머나먼 행성의 모습이 수시로 겹쳐 보여서 약간 성가시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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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세고 촛불 불기 바통 8
김화진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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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8인이 기억하고자 하는 기념일을 소재로 엮은 소설집이다. 이 중 내게까지 인상적인 기념일로 다가온 글은 세 편. 아쉬움이 남는다. 몇 편 더 와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김화진의 '축제의 친구들'. 낯선 사람들과의 동행. 우리는 몇 살 때부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친구라고 해서 다 똑같은 친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고. 내가 친구로 여기는 농도와 상대가 나를 친구로 여기는 농도가 다르다는 것도 분명하고. 연애와 우정 사이 혹은 연애와 우정의 차이? 그리고 이 모든 불분명한 과정이 삶이라는 무게로 와 내리누르는 청춘의 어깨라니. 나는 지나와서 다행이고 지나와서 섭섭하다.


윤성희의 '바다의 기분'. 바다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의자라든가, 구름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는 의자 같은 것을 갖고 싶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 글이다. 이 작가의 글을 향한 나의 호감도를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사람끼리의 관계, 사람 사이의 거리, 관심의 밀도와 오해의 착각. 조목조목 따지듯이 서술되어 있는 문장을 읽고 있으니 저절로 차분해졌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의 양이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남유하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고독사박물관이라니, 뜨끔했던 상상력을 본다. 우리는 누구나 홀로 죽을 수밖에 없는데, 따지고 보면 고독하지 않은 죽음은 없는 것인데, 살아 있는 누구도 경험해 본 적 없으니 두려움이 크다.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홀로 죽으면 힘들까, 내가 죽고 나면 죽은 나를 어떻게 처리할까... 사실 내가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사항들인 것을. 자꾸자꾸 살려 내는 이 시절에 존엄한 죽음이라는 것을 내가 과연 가질 수 있게 될 것인지 헤아려 보게 한다. 


여러 사람이 참여한 소설집을 읽고 나면 오락가락 한다.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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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없는 밤
위수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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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으로 분위기는 짐작이 되었다. 없는 것이 밤일지라도, 밤이 아무리 어둡다고 해도, 없는 게 있는 생은 유쾌하거나 즐거울 수가 없다. 우리에게는 밤이 있어야 하고, 밤을 보내야 또 아침이 더 밝게 온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고, 밤을 견디는 힘으로 온 나날을 버틸 수도 있으니. 


한숨을 쉬고 살펴본 소설의 수는 모두 10편. 이 중에 작품 '아무도'와 '오후만 있던 일요일'과 '9'는 다른 책에서 읽었던 글이었다. 책 뒤쪽에 각 소설의 출처가 나와 있고 [소설 보다] 시리즈를 통해 작가 이름을 알고 있어서 쉽게 알아보았다. 자칫 기억의 오류 속에서 헤맬 수도 있었을 것 같았는데 안심했다. 이제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읽은 글과 안 읽은 글이 헷갈릴 때는 좀 서글퍼진다. 더구나 이만큼이나 짙게 우울한 글에서는. 읽을수록 우울해지는 이 시절에는.

이 리뷰를 적으려고 책을 다시 펼쳐보는데, 여전히 마음이 안 좋다.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썼을까? 쓰는 동안에는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쓰기 전보다 쓰고 나서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자신이 만들어낸 주인공의 고뇌나 불행이나 안타까운 처지 같은 것들을 마치 남의 것인 듯 표현한 후에 새삼스럽게 들여다보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일까?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괜찮아 보일까? 아무리 엉망진창인 세상이라고 해도.

생각해 보니 작가들이 소설 속에서 그려 내는 세상은 어지간해서는 괜찮지 않았던 듯하다. 그렇겠지, 소설은 문제적 상황을 다루는 장르이니. 그래도 이렇게 편편마다 암담해서야, 동정조차 할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 앞에서는 맥이 빠진다. 

'집'이 특별히 남는다. 집을 떠나 어느 먼 곳에서 마침내 마음 속 집을 구한 주인공의 딱한 이야기. 어떤 삶은 삶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내가 아주 쉽게 남의 삶을 평가했던 것 같다는 반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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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형사들 - 사라진 기와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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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추리소설을 읽던 중 우리의 작품을 찾다가 만난 책이다. 배경이 조선이라는 것, 주요 인물이 포도청의 군관이라는 것, 그리고 당시에 있었다는 묘한 사건을 두 사람이 해결한다는 설정에 끌렸다. 


역사가 배경인 소설을 읽을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혼동하거나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 재미로 읽고 각자 유익하게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 등장인물이 실존 인물이냐 가상 인물이냐, 이 사건이 역사적 사실이냐 아니냐, 특정의 조상이나 가문이나 직업을 욕되게 한 것이냐 아니냐, 이런 점들을 따져서 답을 얻으려 하면 독서 활동이 상당히 난처해진다는 것. 이런 여러 주의사항을 고려하여 느긋하게 또 재미있게 읽어 보려고 하였는데.


실존인물이라고는 하나 전혀 모르고 있던 좌우포도청의 군관인 이종원과 육중창의 활약은 더없이 명쾌하고 마음에 들었다. 기와가 사라진 사건도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다고 하고 이를 작가가 조화롭게 엮어낸 소설로 팩션이라고 칭한다는 것도 알게 되어 흐뭇하였는데. 단 하나, 정조와 정약용이 등장하는 요소가 나의 하찮은 독서를 일부 방해하고 말았다는 것이지. 두 군관에게는 너무도 든든한 배경이라서 내게는 스포일러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힘으로 모자라게 되더라도 이 사건은 무조건 해결되겠군, 병조참판이든 병조판서든 나아가 영의정이 죄를 짓더라도 결국 벌을 받게 되겠군, 그래서 좀 싱겁군...  


팩션이 아닌 장르소설을 내가 기대했던 것일까? 이를테면 다음처럼. 조선시대의 군관 둘이서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서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그들이 가진 능력의 범위 내에서 해결한다. 역사적인 자료들을 서민들의 삶에 적절히 녹여 서술한다. 읽는 나는 아주 편하게 조선의 풍습 속으로 여행을 다녀온다......


나는 작가가 아니라 독자일 뿐이니 이런 기대를 해도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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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이청준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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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소설집을 읽으면 막연한 사명감이 생겨난다. 마치 내가 이 시대의 무언가를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이번 2007년에 나온 이 책은 작년 여름부터 올봄까지 1년 동안 발표된 소설 중에 뽑아서 담아 놓은 것이다. 이 책을 잘 살펴 읽으면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봄까지의 우리나라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나 해야 할까. 


책의 시작은 그리 거창한 의도가 아니었다. 그냥 윤대녕의 소설이 눈에 띄어 읽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소설에 중독되어 있다. 이유를 말할 수도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읽고 있는 시간이 행복할 따름이다. 그가 쓴 글에서 내 마음이 닿는 구절을 옮겨 적고 있는 것이 즐거울 따름이다. 소설 '보리'도 그렇게 읽었다. 무조건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이 담긴 소설집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윤대녕의 소설을 읽고 나니 그제야 다른 작가들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이청준의 소설을 읽는다. 여전하시다. 무거운 듯 무겁지만 않게, 그렇지만 절대로 가볍지 않게, 우리 자신과 우리 시대와 우리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글. 중고등학교 국어 관련 교과서나 문제집에 그의 글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있다. 교과서에 실릴 만큼의 모범적인 소설가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어 고종석의 글, 공선옥의 글이 내 눈을 잡는다. 익히 이 분들이 쓴 글을 읽었기에 나만 느낄 수 있는 어떤 맥락을 잡을 듯하다. 역시 잘 살아 계시는구나 싶은 마음.   


한 해가 가기 전에 이 책과 같은 의도로 출판된 소설집을 읽으면 지난 한 해를 힘들이지 않고 돌아보는 기분이 된다. 적어도 올해는 우리 사회에 어떤 것이 문제였나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용을 정리하다 보면 좀 쓸쓸해진다. 사는 게 기쁘지 않다는 느낌이 들게 되는 탓이다. 무엇보다 가족이 부서지고 있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인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이 밀물처럼 우리의 삶에 끼여들어온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삶, 서로서로 거부하는 관계, 그 속에서 우리가 바라고 바라는 '사랑'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y에서 옮김200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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