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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궤도 2 - 하얀 비행기 ㅣ 신의 궤도 2
배명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신이 있나? 나로서는 있거나 말거나이지만. 있다는 것도 없다는 것도 증명하지 못하는 세상이라고 하니, 신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이익을 꾀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세상이고 보니, 신에 대한 상상은 끝없이 이어지게 된다. 믿으면 믿어서 속게 되고, 속아서라도 행복해진다니 마냥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억지로라도 믿지 않아도 되는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내 처지가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작가의 상상력이 십오만 년을 넘어서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만큼 필요했던 것이다. 지구가, 태양계가, 우주가, 생겼다가 사라지고 다시 생길 정도의 시간이라면 적어도 그 정도는 있었어야 했을 것 같다는 인정. 길어야 인간 수명 100년의 시대에, 내가 죽고 나면 세상이 어떻게 되든지 관계없다고 여기는 시대에, 살아도 살아도 끝이 없는 세상을 맞이한다면 그까짓 십오만 년 정도야 상상으로나마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소설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비행기였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비행기를 데리고 우주 저 멀리로 나갔다. 태양 에너지를 받아 조종사가 없어도 날아다닐 수 있는 비행기들을 데리고. 물론 무인비행기를 모두 조종하는 사람이 한 명 이상 있어야 했지만. 가축비행기라니, 초반에 의아했던 점이 읽어 나가면서 이해가 되었다. 사람은 참 별 걸 다 기르는 종족인 셈이다. 실제로도 상상으로도.
이 소설을 쓰기까지 이렇게저렇게 모은 자료에 대해 작가가 남긴 말도 인상적이었다. 누군가의 실패 사례가 누군가에게는 이런 방식으로도 도움이 되는구나, 어쩌면 우리 인간이 아주 머리가 나쁜 생명체로 멸망하지는 않겠구나, 떠들썩한 어리석은 사람보다 조용하면서 현명한 사람이 세상에는 조금 더 많은 것이 아닐까, 나는 이 소설을 통해 기대를 더 할 수 있게 되었다. 고마운 독서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은 있는 것일까? 있어도 내가 만날 일은 없겠지?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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