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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의 참회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지난 8월 26일에 이 시리즈의 첫 권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리뷰를 올렸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권에 대한 소감을 쓴다. 딱 4개월이 걸렸다. 모두 21권, 처음부터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고 내내 잘 빌릴 수 있었고 그 중 딱 한 권을 구입했다. 이 한 권이 기념이 되려나 보다. 내 독서 경험으로는 참으로 만족스러운 만남이었다고 쓴다.
먼 나라 먼 시절의 역사와 이야기, 잉글랜드와 내전과 수도원과 수사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정보를 얻었다. 곧 잊게 되더라도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과 호의적인 의문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지속되리라. 성당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단 말이지. 십자군은 또 어떻고? 다 캐드펠 수사의 활약 덕분이다. 작가는 멀고 먼 땅에 있는 나 같은 먼 독자를 일깨운다. 우리 모두는 같이 살아가고 있는 지구인 중의 한 사람이라고, 그러니 서로에게 나쁜 사람이 되어 살지는 말자는 듯이.
캐드펠 수사로 시작하여 캐드펠 수사의 참회로 끝나는 시리즈의 끝편.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순서대로 읽는 것이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만큼은 제일 마지막에 읽는 게 좋겠다. 앞의 책보다 먼저 읽다가는 자칫 예상치 못한 내용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으니. 반전에 반전이라고 해도 순서대로 마주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캐드펠 수사가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되돌아보면서 교리까지 거스르며 나아가는 태도에 수긍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가 있겠나 싶은데도 캐드펠은 그렇게 한다. 소설이라서? 소설에서라도 그렇게 하는 사람을 만나 보고 싶은 마음을 작가가 알아주는 듯이.
이 시리즈를 읽는 동안 좋았던 점 하나, 잉글랜드의 당시 역사적 상황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한 나의 내적 욕망을 칭찬한다. 실제 인물과 가상 인물들을 절묘하게 조합해 놓은 작가의 솜씨도 멋졌거니와 그 시대에서 꼭 같이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하는 내 의식도 근사하기만 했다. 전쟁 중이라 좀 무섭기는 했지만. 소설을 읽다가 역사적 사실을 찾아보는 일을 끝없이 계속 했던 셈이다. 시리즈 마지막인 이 책을 읽으면서는 글로스터의 로버트 백작인 아들 필립 피츠로버트의 생애까지 알아보기도 했고. 소설에서는 아버지와 적이 되고 마는 내전에 진절머리가 나서 십자군이 되어 떠나겠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을까? 멋진 인물이었는데, 그렇게 보내기 싫었는데, 아, 헤어지기 싫은 인물들이 아주 많은 소설이었구나 싶다.
여름 끝자락에서 겨울의 초입까지 캐드펠 수사와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이제 다가오는 겨울에는 누구와 함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