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3 (완전판) - 나일 강의 죽음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나일 살인 사건이라고 이 소설로 만든 영화가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1981년에 개봉한 것으로 나온다.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시험을 마치고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본 영화라고 기억한다. 내 기억력으로는 어마어마한 영향을 남긴 영화다. 사건의 개요도 등장인물들의 인상도 범인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몇 번씩이나 보는 CSI 드라마 범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는 완전 다르게) 청소년 시절 너무 강한 자극을 받은 영화였던 것일까? 지금까지도 이렇게 생생한 걸 보면 청소년기 예술 체험의 중요성에 대한 어떤 시사점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내년에 개봉한다고 하는데나의 옛 기억과 비교해 보고 싶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1981년 개봉작품을 지금 굳이 볼 뜻은 없다.) 


소설 배경은 이집트, 나일 강 위의 유람선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집트를 향한 환상을 키웠던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배경 묘사도, 인물 간의 관계도, 뻔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주제까지도 참 멋지게 그려 내고 있다. 범죄에 희생당하는 사람이 가엽기는 하지만, 희생을 당하게 되기까지의 아주 작은 몫은 희생자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허황된 욕심이라든가 그릇된 생활태도라든가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잃은 사람의 경우처럼 아무 죄없이 희생당하는 것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 마음에 더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어떤 소설에서는 도덕과 교훈을 읽고는 반가움을 느끼기도 하니까.(절대 억지나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우면서 자발적 다짐을 하도록 해 주는 장치로)


신기한 게 탐정 역할을 맡은 푸아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는 점이다. 배우도 장면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니 책을 읽는 동안에도 범인이 누구이며 왜 그랬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밝혀냈는지 끝까지 읽고서야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좀 미안한 기분이다. 나는 당시 이 영화를 어떻게 본 것일까? 여러 모로 신선한 작품이다.   (y에서 옮김201810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헤일메리의 뜻을 알게 되었다. 책의 제목에 이 말이 쓰인 이유도 알겠고. 그럴 만하다. 태양이 식어가고 있다면, 그래서 지구에 빙하기가 갑자기 찾아온다면 헤일메리를 내뱉지 않을 수가 없을 듯하다. 나같은 보통 사람이야 그냥 흐르는 대로 맡기고 말겠지만. 과학자들은, 정치가들은, 기업가들은, 돈 많은 부자들은 세상이 멸망한다고 하면 뭐라도 할 사람들이니 지구를 구하겠다고 나서기는 하겠지. 그래서 구해지는가 어쩐가는 모르겠고.

    참 재미있게 읽었다. 몇 날 며칠을 과학자인 화자와 함께 우주선 안에서 보낸 듯하다. 꽤 피곤하다. 못할 일이다, 우주여행은. 너무 불편하고 너무 힘들고 너무... 대책이 없다. 책만 읽어도 이러한데, 이 내용으로 영화도 만들어 낸다고 하는데, 아, 영화를 보게 된다면 나는 또 얼마나 떨까? 기대된다, 봐야지.

    이 작가가 썼다는 마션도 책은 안 읽었고 영화만 보았다. 맷 데이먼의 연기도 배경도 아주아주 훌륭하여 그 영화를 볼 때도 내가 화성에 같이 있는 것만 같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같은 마음이었다. 배경만 달라졌을 뿐 상황은 비슷한, 비슷하면서도 더 절실하고 더 힘겨운, 그럼에도 끝까지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주인공에게 매달리면서.

    우주는 넓고 우주에 우리만 있는 건 아닐 것이라는 상상은 이제 익숙하다. 그렇다면 우리와 비슷한 누군가는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물음을 오로지 과학적 상상력으로 펼쳐 보이는 소설이다. 나는 대부분의 과학적 장치나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서 읽었다. 그럼에도 전혀 답답하지 않았고 아주 깊이 설득되었다. 이게 더 놀랍다. 내가 믿고 있다는 게. 저 먼 별들 어느 곳에 우리와 조금 닯고 많이 다른 누군가가 우리처럼 생을 이어가고 있을 것 같다고.

    이름을 짓는 일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일차적인 방법이 이름 짓기인 듯하다. 너를 무엇이라고 부를까? 시인이 의미 있는 노래를 했던 데에는 깊은 성찰이 있었던 것, 나는 소설을 읽고 시를 읽는 일에도 아주아주 멀었다. 멀어도 괜찮다, 더 많이 읽을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니.

    로키를 보고 싶다. 영화 속 로키는 어떤 모습일까? 로키로 인해 엔지니어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에도 맥가이버가 멋있기는 했지. (y에서 옮김202410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캐드펠 수사의 참회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8월 26일에 이 시리즈의 첫 권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리뷰를 올렸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권에 대한 소감을 쓴다. 딱 4개월이 걸렸다. 모두 21권, 처음부터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고 내내 잘 빌릴 수 있었고 그 중 딱 한 권을 구입했다. 이 한 권이 기념이 되려나 보다. 내 독서 경험으로는 참으로 만족스러운 만남이었다고 쓴다.


    먼 나라 먼 시절의 역사와 이야기, 잉글랜드와 내전과 수도원과 수사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정보를 얻었다. 곧 잊게 되더라도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과 호의적인 의문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지속되리라. 성당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단 말이지. 십자군은 또 어떻고? 다 캐드펠 수사의 활약 덕분이다. 작가는 멀고 먼 땅에 있는 나 같은 먼 독자를 일깨운다. 우리 모두는 같이 살아가고 있는 지구인 중의 한 사람이라고, 그러니 서로에게 나쁜 사람이 되어 살지는 말자는 듯이.  


    캐드펠 수사로 시작하여 캐드펠 수사의 참회로 끝나는 시리즈의 끝편.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순서대로 읽는 것이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만큼은 제일 마지막에 읽는 게 좋겠다. 앞의 책보다 먼저 읽다가는 자칫 예상치 못한 내용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으니. 반전에 반전이라고 해도 순서대로 마주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캐드펠 수사가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되돌아보면서 교리까지 거스르며 나아가는 태도에 수긍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가 있겠나 싶은데도 캐드펠은 그렇게 한다. 소설이라서? 소설에서라도 그렇게 하는 사람을 만나 보고 싶은 마음을 작가가 알아주는 듯이.


    이 시리즈를 읽는 동안 좋았던 점 하나, 잉글랜드의 당시 역사적 상황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한 나의 내적 욕망을 칭찬한다. 실제 인물과 가상 인물들을 절묘하게 조합해 놓은 작가의 솜씨도 멋졌거니와 그 시대에서 꼭 같이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하는 내 의식도 근사하기만 했다. 전쟁 중이라 좀 무섭기는 했지만. 소설을 읽다가 역사적 사실을 찾아보는 일을 끝없이 계속 했던 셈이다. 시리즈 마지막인 이 책을 읽으면서는 글로스터의 로버트 백작인 아들 필립 피츠로버트의 생애까지 알아보기도 했고. 소설에서는 아버지와 적이 되고 마는 내전에 진절머리가 나서 십자군이 되어 떠나겠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을까? 멋진 인물이었는데, 그렇게 보내기 싫었는데, 아, 헤어지기 싫은 인물들이 아주 많은 소설이었구나 싶다.


    여름 끝자락에서 겨울의 초입까지 캐드펠 수사와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이제 다가오는 겨울에는 누구와 함께 하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스러운 도둑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둑질에 성스러운 게 따로 있을 수 있나? 종교를 갖고 있지 않으니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고. 그래도 좀 의아하기는 한데. 성경이나 불경을 훔친다? 묵주나 염주를? 교회나 성당이나 절을? 글쎄, 종교를 핑계로 결국은 개인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데...


    이번 책은 묘한 기분으로 읽었다. 분명히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삐딱해지는 요소들이 자꾸 나를 건들였다. 그것이 책 읽는 재미를 키워주기도 했지만 종교에 대한 내 시선을 너그럽게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이게 무슨 종교적 장치람? 장난도 아니고 속임수도 아니고 그런데도 정말 믿을 만한 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래서 사람들이 종교에 빠져들 수 있나 보다, 특히 고달픈 현실에 시달리는 사람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일수록. '소르테스 비블리카'. 단어가 쉽지 않아 금방 잊어버리고 말겠지만 적어 둔다. 


    종교도 종교를 지키는 공간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사람들이 결정한 일을 하게 되는 대상이다. 전쟁은 두말할 것도 없이 엉망인 일이고. 이 과정에서 믿거나 믿지 않거나 진실을 밝히거나 밝히지 못하거나 사람들은 살고 죽는다. 캐드펠 수사의 벗인 휴 장관이 나로서는 훨씬 믿을 만한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그 오랜 세월 종교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면 이것에는 이것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쟁을 일으켜 한쪽이 다른 한쪽을 멸살시키고자 하여도, 그래서 지극히 불만스럽고 상당히 원망스러워도.  


    내전으로 무너진 수도원을 다시 세우겠노라고 이웃 수도원에 도움을 요청하러 온 수도사 둘, 이들을 돕겠다며 자발적으로 모금을 하는 주민들과 상인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하여 떠돌아다니는 여행객들. 절도 사건이 일어나고 이어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도움을 요청하러 온 수도사 한 명은 용의자로 몰리고, 캐드펠 수사와 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어떻게 전개되어 어떻게 마무리될지 대략 방향은 짐작하면서도 끝까지 읽는 재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2 (완전판) -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알아챘다. 범인을 알아챈 내가 대견하다. 이만큼 읽으니 짐작을 할 수 있겠구나, 이 정도의 수준이 빠른 건지 느린 건지 구별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비로소 작가의 술수를 알아낸 기분이라 뿌듯하기만 하다. 이 다음에 읽을 책에서 또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은 전혀 없지만.


    포아로 경감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배경은 부자의 저택. 저택의 주인이 독살당하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모조로 용의자로 주목받는다. 유산 문제가 얽혀 있는 탓이다. 부자는 부자라서 또 편하지 않는 점이 있겠구나, 유산이 누구에게 얼마 주어지느냐에 따라 목숨이 오가기도 하는 모양이구나, 가족이라고 해도 돈 때문에 죽고 죽이고들 하는 것 같구나, 거참...... 얼마나 돈이 많으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는지, 나로서는 앞으로도 마주칠 일이 없는 상황이고. 


    모두가 범인인 듯하다가 금방 모두가 범인이 아닌 듯한 상황으로 전개시키는 작가의 솜씨는 여전히 훌륭하다. 속았다 싶어도 어느 새 다시 의심하고 있는 내 상상력을 깨닫고 보면, 내가 또 빠져들었구나 허탈해서 웃게 된다. 헤이스팅스라는 화자의 시선으로 범인을 추측하면서 사건을 정리해 나가는 게 뭔가 불리한 느낌이다 싶으면서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기만 하니 불평할 수가 없다. 그 와중에 포와로는 어찌 그리 추리도 상황 정리도 잘 하고 있는 건지. 


    내가 갖고 있는 스무 권에서 몇 권 남지 않았다. 아껴 읽어야 할까 보다.  (y에서 옮김201811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