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낭만찐빵 - 겨울 아이세움 그림책
문채빈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을 보는 재미가 조금씩 늘어난다. 이미 본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자꾸 늘어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동화 속 천진난만함을 배워 보겠다거나 누려 보겠다는 기특한 의도가 아니라 그저 예쁘고 귀엽고 맛있어 보이는 그림들이 함께 모여 있는 장면에 머물고 있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이 정도의 바람은 충분히 이루어도 될 것 같으니.

생쥐 형제 일곱 마리가 주인공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으로 4권이 나와 있고 이 책은 겨울 배경이다. 계절별로 생쥐 형제들이 만들어 내는 요리가 다르며 이 책에 나오는 요리는 찐빵이다. 따끈따끈한 찐빵이라니. 생각만 해도 따스해지는 기분이다. 현실의 나는 찐빵을 거의 먹지 않고 있지만.

얼음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잡고 싶었지만 실패한 생쥐 형제들. 마을 친구들과 힘을 합쳐 찐빵을 만든다는 줄거리. 만들어 놓은 찐빵에 도레미파솔라시의 첫음으로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이 상상력 무척 귀엽다. 아이들도 알아 줄까? 당연히 알아 주겠지?

평화롭고 활기찬 그림책 속 마을 풍경이다. 부럽다. (y에서 옮김202401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이 좋아! 토끼 베이커리 아르볼 상상나무 13
마츠오 리카코 지음, 김숙 옮김 / 아르볼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쁜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마다 예쁘다고 느끼는 그림의 유형은 다를 것이고 나는 동글동글한 느낌을 받는 그림을 좋아한다. 인물이든 동물이든 집이든 꽃이든. 모가 나지 않아서 동글동글한, 그래서 마음이 동글동글해지는.


토끼 다섯 마리가 이동식 차를 타고 다니면서 방문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준다는 내용이다. 이런 상상, 소박한 듯 보여도 대단히 큰 꿈을 담고 있다. 자유로우며 창의적이고 그러면서 다른 이를 위하는 마음까지 고스란히 발휘하며 사는 삶. 토끼들이 요리해 내는 음식들이 맛있어 보이는 것도 참 좋다. 먹어 보고 싶을 만큼.


시간적 배경은 겨울. 눈이 쌓여 있어도 전혀 추워 보이지 않는다. 같이 눈썰매라도 타고 싶을 만큼 포근하다. 눈밭에서 혹은 얼음판 위에서 즐겁게 놀고 난 후 토끼들이 만들어 주는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더없이 행복할 테다. 이 책을 보는 동안 나는 내 나이를 잊는다. 이게 어때서? (y에서 옮김202312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욕 스케치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본 것, 내가 생각한 것들을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릴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그림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장 자크 상뻬의 책은 글 뿐만 아니라 그림조차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이끌어낸다. 내게도 이런 능력이 주어졌더라면 하는 강한 부러움과 더불어.

장 자크 상뻬를 통해 뉴욕을 들여다 보고 나니 평소 우리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멋있고 발전적인 모습의 뉴욕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사한 그림으로 익살스럽게 나타내고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뉴욕의 고독을 느낄 수 밖에 없었으니까. 끝없이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려고 하고 그 연락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뉴욕 사람들. 아마도 홀로 지내야 한다는 것을 본질적인 두려움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금요일 오후 5시(56-57p)의 모습과 일요일 오전(60-61)의 모습의 대조적인 그림이 뉴욕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나까지 쓸쓸하게 만들었다. 무언가에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이 빈틈없이 밀려가는 그림과 아무도 없는 텅빈 거리에 신호등만 깜박거리는 그림. 지구상에 있는 평범한 산업화 도시의 하나로서, 달리 어디랄 것도 없이 현대화라는 물결에 이리저리 휩쓸려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일까. 비단 뉴욕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건조한 도시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책을 보고 나니 마음이 더 쓸쓸해진다. 뉴욕 사람들이 왜 그렇게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려고 모든 준비를 한 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y에서 옮김20010124)

르네 알렉시스, 아닌게 아니라 여기 뉴욕에선 모든 것이 자라고 번성해야만 한다네. 발전해야 한다는 말일세. 가장 보잘것 없는 것에서부터 큰 일에 이르기까지 여기선 누구든지 뭔가 (대단하고great), (창조적인creative) 일을 하려고 한다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튤립 호텔
김지안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어른으로 이 그림책을 보고 쓴다. 첫말은 부럽다. 동화나 그림책이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을 나타내는 데에 좋은 장치가 된다는 것을 바로 알겠다. 아무렴, 세상이 이럴 수만 있다면.

사는 곳에 사계절이 있고 이 중에 세 계절에 열심히 일을 한다. 마음도 맞고 재주도 고르게 나눠 갖고 있는 이들끼리 모여 협업으로 돈을 번다. 배경은 여러 모로 충분하다. 햇볕도 빗물도 식물까지도. 이 책에서는 튤립을 키워 호텔로 만든다는 설정인데 튤립 꽃 하나하나가 호텔의 룸이 된다. 꿀벌들은 또 얼마나 일들을 잘하는지, 왜 도와주는지 모르겠지만. 동화니까, 아무렴.

튤립이 지고 계절이 바뀌면 호텔 손님들은 일을 하러 떠난다. 지난 세 계절 동안 열심히 일한 멧밭쥐 다섯 마리는 이제 연꽃 여행사를 찾아 간다. 아마도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나 보다. 그곳에서 또 자신들만의 한 계절을 보내는 것일 테지. 삶이란 일만 할 수도 여행만 다닐 수도 없는 것일 테니 이렇게 조화로운 모습이 부러울 따름이다. 

유아 그림책으로 분류되어 있다. 아이와 같이 이 그림책을 보는 보호자는 아이에게 어떤 질문이나 제안을 하게 될까? 나라면? 튤립을 키워 보자?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니? 호텔에 놀러 가 볼까? 호텔에 가면 무엇을 먹고 싶니?... 이 책에 나오는 그림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지는 않니? 등등등. 이런 물음들은 체면을 차린 입장에서 나오는 것들이고.

나는 자꾸만 음흉해지려고 한다. 일은 조금만 하고 많이 노는 생을 갖고 싶지 않니? 지금의 내 나이에 자연스러운 욕망이려나? 어쨌든 부럽다는 말이다.(y에서 옮김20250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이 강에서 보낸 여름 동화는 내 친구 31
필리파 피어스 지음, 에드워드 아디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동화책을 읽었다. 단지 여름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동화여서 골랐던 책인데 기대보다 좋아서 선물을 받았다는 느낌이다. 

데이비드와 애덤이라는 두 소년이 함께 보낸 여름 한 철 이야기. 마냥 낭만적이지 않아서 좋았고 동화 특유의 환상이 없어서 더 좋았다. 두 소년을 방해하는 악당이라도 나타나면 어쩌나, 나는 동화에도 편견을 갖고 있나 보다.  

여름, 세이 강, 카누 한 척, 그리고 소년들과 보물. 집 앞에 세이 강에 흐른다니, 그 강물에 들어가서 바로 수영도 할 수 있다니, 카누를 대 놓을 수 있는 선착장도 있고 카누를 바로 탈 수도 있고. 우리나라 땅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지형 조건이다. 나는 멀고먼 이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여름 한 철을 보내고 온 기분이 든다. 강물 밖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강물을 따라 카누를 타고 오르내리는 두 소년의 야심찬 표정도 지켜 보면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느끼면서.

보물은 무엇일까? 그때 그 시절의 보물이 자라서 지금은 복권이라도 된 것일까? 내 노력과 상관없이 우연히 얻어 걸리는? 아니다, 보물선을 찾아다니는 이들은 엄청 고생해서, 목숨까지 바꿔 가며 얻어야 했으니 지금의 복권과 좀 다르다고 볼 수는 있겠다. 그렇지만 어쨌든 결국은 남이 흘린 것을 주워서 얻는 것이니 본질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보물을 소재로 삼은 글이나 영화를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책 초반에 두 소년이 보물을 찾겠다고 해서 더 읽어야 하나 어쩌나 망설였다. 계속 읽기 잘했다. 더 읽게 한 힘은 작가에게 있다. 보물이라는 소재보다 두 소년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놓치지 않도록 전개시켜 놓은 글의 힘. 참 괜찮은 아이들이라는 생각도, 그리고 무엇보다 어른들의 상냥한 태도도. 세상에 이렇게 소박하고 다정한 마을이 많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을 정도다. 내가 어떤 어른일까 하는 반성까지 자동적으로 일어났고.   

세이 강처럼 풍요로운 자연이 함께 하는 마을은 아무래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넉넉한 마음을 키워 줄 듯하다. 다리우스라는 욕심 많은 인물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야 사람 사는 곳에 없을 수는 없는 일이고, 그보다는 넓은 아량을 가진 사람이 훨씬 많았으니까 데이비드도 애덤도 괜찮은 어른으로 잘 자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공동체로 이어져 있는 마을의 이야기. 굳이 설득하려 하지 않아도 글을 읽다 보면 설득이 된다. 따로 살아서는 두 쪽 모두에게 잘될 일이 없다는 것을. 아이에게 주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어른이 해결해야 문제인데, 이 글을 읽은 어른으로서 마음만 급해진다. 지금도 늦지 않았을 텐데.  (y에서 옮김202409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