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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바다 - 바다에서 만들어진 근대
주경철 지음 / 산처럼 / 2009년 3월
평점 :
낯선 두 사람이 만난다. 상대가 나에게 우호적인 사람인지, 위험한 사람인지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물건을 얻고 싶다. 그 물건을 얻기 위해 돈(혹은 다른 물건)을 낼지 상대를 해치고 빼앗을지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오래 전 논술 수업을 위한 연수를 받을 때 들었던 내용이 떠오른다. '신뢰'라는 말, '신뢰'가 바탕이 되는 사회, 그 신뢰의 척도가 문명의 척도라고 했던 말.
이 책에서는 바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아주 오래 전 옛날,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지구 전체를 배경으로 하여 바다에서, 바다를 사이에 두고, 바다를 건너서 만났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가 하는 이야기. 대부분은 정복이었다. 평화는 보기 힘들었다. 평화처럼 보였으나 궁극은 정복이었다. 더 폭력적이었나 덜 폭력적이었나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먼저 본 쪽에서 먼저 빼앗으면 그만이었던 그런 세상의 이야기들이다. 결코, 절대로 유쾌할 수 없는 사건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던가 싶어도, 여전히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 슬픈 역사.
그럼에도 우리는 이 안에서 문명을 찾아내고 읽는다. 희생이 된 목숨들은 그저 가여웠노라고 넘길 수밖에 없고, 물건만이 아니라 땅만이 아니라 가족을 빼앗기고 목숨을 잃으면서 물려 주고 물려 받은 역사. 바다에서 바다를 통해 이루었던 역사 이야기.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다. 전 세계 지구인들이 이렇게 살아온 거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를 추측하노라면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그러지 말아야 할 텐데, 다들 알고 있는 듯 보여도 전쟁은 일어나고 있고 약탈과 파괴는 계속되고 있다. 더 갖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이고, 더 누리고자 하는 욕망이 세계 곳곳에 살아 있다는 뜻이다. 역사보다 영화가 더 바람직하게 진화되고 있는 세상이다.
뉴질랜드의 남섬 현지 가이드가 추천해 준 책이다. 작가를 알고 있어서 주저없이 구해 본 책인데 잘 읽었다. 바다를 향한 도전, 우리 시대 우리 땅에서도 당연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바다를 다스리지 못하면 더 나아갈 곳이 없다는 것. 허황된 목소리만 높이지 말고 실속을 차리는 정책과 교육이 뒷받침되어 주어야 할 텐데. 현재 우리의 정부나 공공기관에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게 그저 씁쓸할 뿐이다. (y에서 옮김2017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