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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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참으로 어둡고 으스스한 소설이다. 이 소재와 배경을 소설로 만들어 내기 위해 몇 년 동안이나 궁리했다는 작가의 상상력과 의지가 대단해 보인다. 나는, 독자로서도 참 상상력이 없는 편이다. 


쉽게들 말한다. 희망을 갖고 살라고.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곳이라고. 지금 어렵고 힘들더라도 용기를 갖고 이겨내라고.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나도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나 아닌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늘 말해 왔던 것인데. 그게 생명을 부여받은 것에 대한 예의라고 여겼는데. 아닐 수도 있고, 아니기도 했던 것일까. 다시 으스스해진다. 


미스터리, 이 말의 의미를 비로소 알 듯하다. '수수께끼와 비밀에 싸여 있어서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사물이나 사건'. 무서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 알아내지 못하는 무언가가 남아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말일 텐데, 모르는 게 안심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 우리의 삶은 알기 위해,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앎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당혹스럽고 두려울 것인가. 


마지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운하지 않다. 그런데 실망스럽다는 뜻은 아니다. 딱 이 소설에 걸맞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나는 이 세상에 있는 게 나은 사람일까. (y에서 옮김201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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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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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상상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어떤 상상은 그럴 듯하고, 어떤 상상은 얼토당토않다 싶고. 이 책은 최근 에 내가 본 영화나 다른 소설과 비교하여 그럴 듯하다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 후한 점수를 매긴다. 다소 황당해도 귀여운 황당함이라고 해 두겠다. 


소설의 기본 배경이 환경을 지키겠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는 점이 좋았다. 나는 비록 환경을 지키는 데 부지런한 사람이 못되고 있지만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향한 존경심은 갖고 있다. 내가 못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니까. 지구 차원에서도 주인공 '한아'같은 사람이 많아야 하는 건데. 작가가 소설을 통해 구현하고 싶은 세상도 이런 세상이 아닐까 싶었다. 지구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 우주에 도움이 되는 존재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쓴 글.


외계인은 앞으로도 그침이 없을 소재일 것이다. 만약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외계인이 온다면, 그 어떤 외계인이더라도 우리보다 발전된 존재라고 봐야 할 것이고. 우리는 아직 나서지도 못했으니까. 외계인의 지구 정복 따위 이제 설득력이 없는 소재가 된 거로 여긴다면 아예 외계인과 더불어 사는 쪽으로 상상하는 것도 그럴 듯하겠다. 이 소설처럼.   


문학 독서의 영역 한쪽을 넓히고 있는 나에게 좋은 인상으로 다가온 우리 작가다. 당분간은 지속될 것 같다. (y에서 옮김20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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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요정 ㅣ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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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하지 않았고, 감동했고, 먹먹했다. 내 마음을 읽는 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도 이렇게 어렵고 흥미롭구나. 나는 참 무심하게 편리하게 가볍게 살고 있구나. 이 작가는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전혀 사소하지 않게 꽤 의미 있는 일로 만들어 내는 재주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풍경의 지점도 시간의 흐름도 주위 사람의 표정까지도 어느 하나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다 읽고 나면 잊어 버려서 스스로에게 좀 서운하기는 하지만)  


줄거리를 요약한다면 지극히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는 줄거리에 잡히는 게 아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아 놓은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 감각에 빠져 들게 된다. 나는 나를 이렇게 보았는데, 나는 너를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나를 그렇게 여겼던가...... 이게 무슨 재미란 말인지. 갈등이 아님에도 긴장감은 살아 있고, 싸우는 게 아닌데도 애가 타고, 울부짖는 게 아닌데도 눈물은 글썽이고, 주장하지도 않는데 분노는 일고. 


내가 일본어를 모른다는 점이 일정 부분 아쉽다. 일본어로 제시하는 퍼즐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 가게 되는데 글자가 주는 정확한 의미까지 알아볼 수 있다면 한층 재미있었으리라. 이후로 더 읽어도 좋겠다.  (y에서 옮김20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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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왔지만
다카기 나오코 지음, 고현진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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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에게는 도쿄에 가서 사는 것이 우리에게는 서울에 가서 사는 것과 같을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리라. 그 나라 수도에 가서 살고 싶어하는 시골 사람들에게는 꿈처럼 갖게 되는 소망 하나로서. 그러니 태어날 때부터 수도에서 살기 시작한 사람들은 제 부모의 자녀 키우는 안목에 고마워할 수도 있을 테고, 시골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어찌 우리 부모님은 서울로 가서 사실 생각을 못했을까 아쉬워할 수도 있을 테지.

 

그리고 또 하나 더. 제 인생의 공간을 스스로 결정지을 수 있을 나이가 되었을 때 중요한 선택을 하는 순간이 온다. 서울로 갈까 가지 말까 하는 것. 상급학교 진학이 그 순간이 될 수도 있고, 직장이 될 수도 있고 결혼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그 순간에 그 사람의 그릇 크기가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사람과 살기 힘들다고 여길 사람.

 

이 작가는 과감하게 도쿄로 간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떨고 움츠러들고 울기도 하면서 견딘다. 좋아하는 일을 끝내 이루어낼 때까지. 결국 성공했으므로 성공한 이야기를 보는 느낌은 편안하다. 고생했던 이야기조차 느긋하게 읽힌다. 다행이다 싶고 잘 되었다 싶다. 실패했더라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내가 좋아하는 그림도 못 보게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실패는, 실패를 하면 정말 성공의 거름으로 삼게 될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도 아닌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으로 갈 테고, 어떤 사람은 실패만 하다 쪼그라들고 말기도 할 텐데. 실패하면서도 성공을 할 것에 대한 기대감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런 사회적 배경만 주어진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조금 나은 모습으로 여유를 얻고 살아갈 수 있을까? 살기 고단하지 않았던 적은 인류 역사상 없었노라고 하지만, 그래도 보는 것마저 힘들 때는 이미 그 시절을 무난하게 지나온 사람으로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y에서 옮김201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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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거리 추정 ㅣ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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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설명하기 어려운 이끌림이다. 지극히 사소한 사건과 배경을 바탕으로 이렇게 진지하고 의미 있는 생각을 이끌어 내다니. 소설가의 역량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테고 이 작가의 소설에 빠지는 내 취향의 덕분일 수도 있겠다. 너와 나의 거리, 너와 나의 관계에는 얼마나 많은 사건과 의미들이 담겨 있던가. 


관계가 곧 삶이라는 말을 최근에 어느 책에서 본 것 같은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 나쁜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등 나도 아주 오랜 기간 시달려 보았다. 우리 삶이라는 게 이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으며 포기도 체념도 한몫 단단히 차지했다. 그리고 지금은 비교적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적어도 고통 없는 관계 유지에 이르게 되었노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둘러 보니 나만 갖고 있던 어려움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고등학생 몇몇을 중심으로 서로 간의 미묘한 감정과 관계 형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랑이나 질투와 같은 격렬한 감정 싸움이 아니다.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아주 기본적인 호감과 거부감의 확인이다. 내가 너에게 어찌하여 호감을 느끼게 되었을까, 너는 나에게 어떤 연유로 거리감을 느끼게 되었을까. 오해라고 할 것까지도 없는 지극히 사소한 감정의 엇갈림 혹은 눈치 채지 못한 순간의 감정 변화들.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한 순간의 감정 파동으로 사람을 대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영향을 받고 만다면, 우리는 또 얼마나 불완전한 감정의 동물이 되는가. 


글을 많이 쓰는 작가가 아니라고 한다. 앞선 책들에서도 내 욕망의 근원을 들여다보게 하더니 이 책도 좋은 인상을 남긴다. 괜찮았다. (y에서 옮김201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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