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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요정 ㅣ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1월
평점 :
실망하지 않았고, 감동했고, 먹먹했다. 내 마음을 읽는 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도 이렇게 어렵고 흥미롭구나. 나는 참 무심하게 편리하게 가볍게 살고 있구나. 이 작가는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전혀 사소하지 않게 꽤 의미 있는 일로 만들어 내는 재주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풍경의 지점도 시간의 흐름도 주위 사람의 표정까지도 어느 하나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다 읽고 나면 잊어 버려서 스스로에게 좀 서운하기는 하지만)
줄거리를 요약한다면 지극히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는 줄거리에 잡히는 게 아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아 놓은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 감각에 빠져 들게 된다. 나는 나를 이렇게 보았는데, 나는 너를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나를 그렇게 여겼던가...... 이게 무슨 재미란 말인지. 갈등이 아님에도 긴장감은 살아 있고, 싸우는 게 아닌데도 애가 타고, 울부짖는 게 아닌데도 눈물은 글썽이고, 주장하지도 않는데 분노는 일고.
내가 일본어를 모른다는 점이 일정 부분 아쉽다. 일본어로 제시하는 퍼즐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 가게 되는데 글자가 주는 정확한 의미까지 알아볼 수 있다면 한층 재미있었으리라. 이후로 더 읽어도 좋겠다. (y에서 옮김201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