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힘든 말
마스다 미리 지음, 이영미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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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심함과 예민함도 어지간한 편인데, 이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추측해 보는 작가의 소심함과 예민함도 대단하다 싶다. 나는 이 정도까지 예민한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상당히 무심하고 무딘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렇게 구체적인 상황 하나만을 모아서 글을 쓰고 만화로 그리는 것도 상당한 기획력이 아닐까. 이런 에피소드를 모으려면 얼마나 섬세한 관찰력과 주의력을 발휘해야 할까. 그렇구나, 그렇구나 끄덕이면서 보다 보니 작가에게 더 친근감이 생긴다.  


나에게도 하기 힘든 말들이 꽤 있다. 남들은 자연스럽게 쓰는 것처럼 보이는 말도 나는 잘 못 쓴다. 그 내면을 꼼꼼히 따져 보지 않은 채 그냥 넘겼던 것인데 작가는 그걸 굳이 들춰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스스로 털어놓기도 한다. 피곤할 정도라고. 그러고 보면 나는 그 피곤함까지 굳이 끌어 안지는 않는 정도인 것 같다.


지금까지 안 한 말을 앞으로도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또 굳이 그런 말들을 안 한다고 해서 내가 특별히 억울하거나 손해 보는 일이 생길 것 같지도 않고, 어쩌면 이대로 안 하고 싶은 말은 안 하고 사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이 나이쯤 되면 말을 안 하는 것보다 해서 곤란한 일이 더 생긴다는 것쯤 알게 되니까.


이번 책으로 알게 된 것 - 작가가 혼자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신선하다. 결혼은 하지 않았으되 같이 사는 사람은 있다는 것. 그렇다고 말하는 것. 이제부터는 작가의 삶을 혼자의 공간으로 상상하지 말아야겠다. (y에서 옮김201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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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1 - 다시 만난다면 당신이 내린 커피를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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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즐겨 마신다. 아무 때나 잘 마신다. 스스로는 커피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드립 커피도 믹스 커피도 두루 잘 마신다. 그러나 나는 커피 맛에는 상당히 둔하다. 좀 더 쓰고 덜 쓰고 좀 더 시고 덜 시고 좀 더 구수하고 더 싱겁고 정도로 구분할 줄 안다고난 할까. 커피의 품종에 따른 맛의 차이도 로스팅의 강약에 따른 맛의 차이도 모른다. 그러려니 할 뿐, 그냥 마신다. 딱 이만큼의 맛을 즐기면서.


그런데도 이 소설, 꽤나 흥미롭다. 바리스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이들은 내내 커피맛을 따진다.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나 원인, 결과마저도 커피의 맛과 연결되어 있다. 내가 커피의 맛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구분할 수 있었다면 이 소설을 더 맛있게 읽을 수 있었을까? 결국 나는 커피 자체보다 커피를 소재로 한 소설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른 것을 보면. 


가볍고 경쾌한 듯 보이는 소설인데도 무겁고 음험한 구석이 있다. 굳이 이렇게 사나운 관계를 설정했다고? 소설이니까 쉽게 용납을 하는데 현실에서의 이야기라고 가정하면 섬뜩해진다. 무서운 일이다. 아무리 커피 이야기라도, 커피점 이야기라도, 더없이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의 커피 가게를 갖고 싶어하는 아오야마. 최상의 커피맛을 낼 줄 아는 미호시. 커피점 탈레랑에서 만난 이후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둘은 커피를 마시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읽는 나는 커피에 관한 상식을 겹쳐 얻으면서 둘 사이를 지켜보고. 


후속편이 몇 권 더 나와 있다. 잘 만났다. 이 여름을 교토의 커피와 더불어 발랄하게 지내야지. 세상이 뒤숭숭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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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y에서 옮김20181201) -난 이 책을 이때 읽었던 것. 그리고 다 잊었던 것.


가볍게 가볍게, 아무런 부담 없이 시간만 흘려 보내도 좋을 글읽기. 일본 소설에는 이런 류의 장르가 따로 있다고 들었다. 나도 더러 읽어 보았고. 소설 배경으로 이 책은 커피젘을 택했고, 책방이나 시계점이나 사진관 등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아 놓았다. 등장 인물을 어떻게 설정하는가 하는 게 작가의 안목이 될 것이고, 그렇게 선택한 공간 안에서 사건은 연달아 일어나고 주인공들-보통 남녀 한 쌍-이 해결하려고 애를 쓰는 이야기다. 소설은 대체로 연작의 형태를 띤다. 마치 포켓 몬스터처럼. 이런 이야기의 구조, 작가에게는 유리할 것 같다. 소재만 잘 활용한다면 무한히 이어질 수 있을 테니. 


앞서 비슷한 형식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와는 달리 이 책에서 내 반응은 좀 시들하다. 재미도 못 느낀 것 같고, 긴장도 안 되고, 궁금한 부분도 없고, 호기심도 안 생기고. 커피 때문인가? 커피점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라 그런지 커피에 대한 기본 지식들을 소설 안에서 풀어 놓고 있다. 주인공이 바리스타라서 그런지 커피의 다양한 속성을 현실과 연관지어 비유를 하는데, 이게 그다지 신선하지가 않다. 이 책이 나왔을 당시에 읽었다면 이렇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커피, 식상할 때도 되기는 했다.


추리 소설이라고 하고 추리의 기법을 쓰기도 했는데 딱히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는다. 주인공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시간이나 정황에 따른 앞뒤 인과 관계를 다루고는 있는데 흥미를 불러일으킬 정도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잡는 책이 다 나에게 재미를 줄 수는 없는 것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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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1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7-01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랑캐꽃 ㅣ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
이용악 지음 / 열린책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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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으로만 들었던 이용악의 오랑캐꽃을 본다. 제비꽃이라고 알고 있었던 오랑캐꽃의 뜻도 더 알아보고 특히 작가의 생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보았다. 이름이 났던 이유와 이름을 알고도 그의 시를 읽을 수 없었던 시대적 배경을 익힌다. 개인의 불행과 시대의 아픔이 맞물려 독자에게도 슬픔을 전한다. 이런 시인이 한두 명도 아니고 나처럼 생각할 독자도 나만 있을 것은 아닐 것이라 믿어서 오늘도 나는 세상에게 원망을 던진다. 받아주지도 않겠지만.

시는 표면을 한 겹 뚫고 들어가서 보아야 했다. 먼저 쓰인 시어에도 사투리와 옛말이 자주 보여서 읽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시 자체에 빠져 멈추는 것과는 아주 다르므로. 편집 쪽에서 바꾸어 놓았다고는 했으나 말이 가진 시간적 거리감을 훌훌 떨치기에는 아무래도 애매하다. 아주 먼 옛날도 아니고 가까운 듯 하지만 그래도 많이 다른 말들, 인생사 100년이 이만큼의 거리인가 아득해진다.

내용도 내게는 그다지 애틋하지 않았다. 이 시집은1939년에서 1942년까지의 활동을 모은 책이라고 했다. 배경도 시인의 의도도 짐작이 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좀 싫다. 그 시대를, 그 시대의 우리네 삶을, 그 시대에 시인이 포착한 희망과 절망을 읽고 보고 느껴야 하는 것이. 안 되는 줄 알지만 나는 굳이 피한다. 모른 척 하고 싶다. 내가 그때를 기억하는 한 방법으로.  (y에서 옮김20250110)

 
[woojukaki님의 선물]

밤마다 꿈이 많아서

나는 겁이 많아서

어깨가 처지는 것일까 - P18

꽃향기 숨 가쁘게 날아드는 밤에사

정녕 맘 놓고 늙어들 보자오 - P19

배추밭 이랑을 노란 배추꽃 이랑을
숨 가쁘게 마구 웃으며 달리는 것은
어디서 네가 나즉이 부르기 때문에
배추꽃 속에 살며시 흩어 놓은 꽃가루 속에
나도야 숨어서 너를 부르고 싶기 때문에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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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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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내가 화를 내는 일이 없어진 것 같다. 속상할 때도 있고 안타까울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는데, 화는? 하고 생각하면 그렇게까지는 안 드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생각해 본다. 애착심이 줄었을 수도 있고 집착이나 욕망이 전보다 덜해졌을 수도 있는데, 굳이 말로 표현을 해 보라고 하면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나 아닌 다른 누구는 결국 내가 아닌데, 내가 나에게 바라는 것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에, 다른 사람이 내 기대에 맞춰 해 주기를 바란다는 게 부질없는 것임을 알았다고 해야 할까. 남편도 자식도 친구도 결국은 내가 아니라는 것.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주지는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들은 또 그들대로 살고 있는 것일 테고. 그러니 내가 실망한다면 내 실망일 뿐, 내가 실망한다고 해서 그들이 바뀌지는 않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이런 마음인데 하물며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서는 더 화가 나지 않는다.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나라의 정치도 교육 제도도 불만을 갖고 화를 낸다고 해서 내 기대대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오히려 그런 대상은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따지고 건의하고 주장해야 하는 성질의 것들임을 알았다고 해야겠다.  


그런 뜻에서 작가는 아직도 젊은 것 같다. 기운이 나니까 기대가 있으니까 화도 내는 것일 테지. 부당한 것, 억울한 것에 부딪혔을 때 정당하게 화를 낼 줄 아는 힘, 나는 그것도 능력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소심하고 겁 많은 나로서는 할 줄 몰라서 못하는 것이고, 화를 내야 한다면 당당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  


다만 화를 내야 할 일과 화를 낼 필요가 없는 일에 화를 내는 일만큼은 구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한테는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사람만큼 꼴사나운 모습은 없을 테니. 그런 비겁한 사람은 더 이상 안 보고 살았으면 하게 된다.(나는 이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  (y에서 옮김201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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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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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란 무엇일까, 연애는 언제 어떻게 하게 되는 일일까, 하는 동안에는 모르고 있다가 끝난 뒤에 알게 되는 게 연애가 아닐까... 이런 방식의 질문을 나는 계속 해 나갈 수 있을 듯하다. 연애하는 마음을 믿지도 않고 연애하는 방식을 존중하지 않게 되어 버린 탓. 이 또한 내 탓일까, 연애 탓일까. 


소설의 배경이 홋카이도라는 것에 확 끌렸다. 막연하게 내가 동경하는 곳, 가 본 적이 있으나 또 가 보고 싶은 곳, 그러나 이제는 가기 어려워져서 글을 통해서라도 가 보고 싶은 곳, 여름보다 겨울이 더 인상적인 곳, 후덥지근한 이 계절을 잠시 잊게 해 줄 만한 홋카이도에서의 사랑. 그런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마을은 가상의 공간이란다. 세상에는 없는, 그럴 듯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도 작가의 능력인 것이겠지.


30대 중반의 남녀가 주인공이다. 둘은 연애를 한다. 이 나이쯤 되면 어른이라고, 어른이 연애하는 것이라고 하는 걸까? 더 젊으면 어린 연애? 더 나이가 들었다면? 나는 괜히 어른의 연애에 시비를 걸어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권한다고? 바람직하다고? 할 만하니 해 보라고? 온 우주가, 온 자연이, 세상의 온 기운이 두 사람의 연애를 도울 것이라고? 작가는 오로지 문장력으로 연애의 격을 높여 놓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연애 자체는 전혀 부럽지 않은데 연애하는 두 사람을 그려 보이는 작가의 솜씨에는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괜찮은 연애라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환상의 영역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연애가 본질적으로 찌질이라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여기는 나로서는 어떤 연애든 잘 봐 주지를 못하겠는데, 이 두 사람의 연애를 봐도 같은 마음이었으니 응원 같은 게 생길 리는 없었고. 


그럼에도 내가 연애 소설을 계속 읽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연애 소설 어디에 내 마음을 얹어 놓고 있는 것일까? 내 안의 모순은 어쩌다가 자리하게 된 것일까? 이 물음의 답을 다 알 것도 같고 변명도 할 수 있겠지만 하지는 않으련다. 그냥 계속 읽겠다, 연애 소설을. 인간의 본성과 이중성과 이기심과 욕망 따위를 삐딱하게 들여다보면서. 작가의 멋진 문장에 감탄하고 즐기면서.   


작은 마을의 우편배달부. 작가는 이 일마저도 퍽 낭만적으로 그려 놓았다. 하고 싶어지도록.


<책 친구 우주님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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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9 1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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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30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