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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내가 화를 내는 일이 없어진 것 같다. 속상할 때도 있고 안타까울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는데, 화는? 하고 생각하면 그렇게까지는 안 드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생각해 본다. 애착심이 줄었을 수도 있고 집착이나 욕망이 전보다 덜해졌을 수도 있는데, 굳이 말로 표현을 해 보라고 하면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나 아닌 다른 누구는 결국 내가 아닌데, 내가 나에게 바라는 것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에, 다른 사람이 내 기대에 맞춰 해 주기를 바란다는 게 부질없는 것임을 알았다고 해야 할까. 남편도 자식도 친구도 결국은 내가 아니라는 것.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주지는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들은 또 그들대로 살고 있는 것일 테고. 그러니 내가 실망한다면 내 실망일 뿐, 내가 실망한다고 해서 그들이 바뀌지는 않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이런 마음인데 하물며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서는 더 화가 나지 않는다.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나라의 정치도 교육 제도도 불만을 갖고 화를 낸다고 해서 내 기대대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오히려 그런 대상은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따지고 건의하고 주장해야 하는 성질의 것들임을 알았다고 해야겠다.
그런 뜻에서 작가는 아직도 젊은 것 같다. 기운이 나니까 기대가 있으니까 화도 내는 것일 테지. 부당한 것, 억울한 것에 부딪혔을 때 정당하게 화를 낼 줄 아는 힘, 나는 그것도 능력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소심하고 겁 많은 나로서는 할 줄 몰라서 못하는 것이고, 화를 내야 한다면 당당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
다만 화를 내야 할 일과 화를 낼 필요가 없는 일에 화를 내는 일만큼은 구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한테는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사람만큼 꼴사나운 모습은 없을 테니. 그런 비겁한 사람은 더 이상 안 보고 살았으면 하게 된다.(나는 이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 (y에서 옮김201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