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우주군
배명훈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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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나가 있는 모든 것들은 세 가지 규칙에 따라 움직였다. 가만히 있거나, 계속 한 방향으로 날아가거나, 무언가를 빙글빙글 돌고 있거나.(474쪽)" 우주 과학의 원리에 대해서는 모른다. 이 말이 과학적 사실인지 작가의 상상인지도 모르는 채 나는 믿는다. 나의 우주 관련 지식이 헛되이 쌓이더라도 뭐 어때? 어차피 우주 공간은 내게 상상일 따름이니 이 방식을 택하는 것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9편의 소설이다. 장편소설인데 각각을 단편으로 읽어도 괜찮다고 여겨진다. 전체의 흐름이 있기는 하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에 상당히 호감이 간다. 이종로라는 캐릭터는 빼고. 사람이 좀 부실하다. 믿음직하지도 않고. 책 앞에 나오는 인물 소개글에 신경을 쓰지 않고 읽었다. 다 읽고 다시 펼쳐 보니 각 캐릭터들의 매력이 넘쳐 흐른다. 한 명 한 명 팬이 되어 주고 싶을 정도였다. 실제로 우주군이 있어 준다면 이들을 향한 팬클럽도 생기지 않을까? 세상이 이렇게 변해 가고 있으니.(아니다, 작품 속 캐릭터를 향한 팬클럽도 이미 있다고도 했는데?)

육군, 공군, 해군, 그리고 우주군. 우주군은 누구와 싸우려고 만든 군인인가? 누구를 지키는 군인인가? 우주군의 주요 무기는? 아, 이 소설에는 화성도 등장한다. 지구를 떠난 사람들이 가서 살고 있는 화성, 화성을 지키든지 차지하든지 하고 싶어 싸우는 사람들이 있는 화성. 지구는 오히려 거의 등장하지 않고 우주군 발사기지가 주요 무대이다. 모든 곳, 모든 작업이 우리네 현실에는 없으나 있는 것만 같다. 사람이 다들 그 사람이라서 그럴 테지.       

이 작가의 글이 점점 재미있어지고 있다. 시작은 더뎠으나 이제 나와 있는 작품들을 하나씩 다 찾아 봐야겠다는 계획이 선다. SF소설을 향한 내 독서 수준이 한 등급 올라선 덕분이 아닐까? (y에서 옮김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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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창비시선 203
허수경 지음 / 창비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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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바로 시집을 샀다. 그녀의 시를 나도 모르게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시를 다 본 첫느낌은 그러나 반갑다기보다는 염려스러운 것이었다. 살아있다는 것이, 혹은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토록 처절하고 힘든 것일까. 시인의 시를 통해 삶을 추측해 본다면 이 시인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얻게 되는 것이다. 억지로, 무엇인가를 못내 참으며, 어찌할 도리가 없는 막다른 벽을 짚고서,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끝내는 그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띠고서.

이제까지의 그녀의 시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사람들은 그것을 변화 혹은 성숙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으나 독자인 나로서는 부담스럽다. 그녀와 아주 멀어져 버린 것 같기 때문이다. 정말 시처럼 삶이 힘든 것이어야 한다면 시인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싶다. 그럼에도 시인은 자신의 모든 길이 시를 향해 있다고 한다. 독일 유학도 힘든 삶도 외로운 인내조차. 그리하여 나는 그녀가 존경스럽기는 한데 결코 부럽지는 않다. 그녀처럼 시와 바꿀 수 있는 내 삶이 아직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탓에. (y에서 옮김20010314)

[인상깊은구절]
나에게 편지를 썼으나 나는 편지를 받아보지 못하고 내 영혼은 우는 아이 같은 나를 달랜다 그때 나는 갑자기 나이가 들어 지나간 시간이 어린 무우잎처럼 아리다 그때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모든 별들은 기억을 빠져나가 제 별자리로 올라가고 하늘은 천천히 별자리를 돌린다 어느날 애인들은 나에게 편지를 썼으나 나는 편지를 받지 못하고 거리에서 쓰러지고 바람이 불어오는 사이에 귀를 들이민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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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니스의 비밀 (완전판) - 침니스의 비밀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소연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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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에 헤르츠슬로바키아라는 왕국이 있었더란다. 이런 이름의 나라가 없었던 것 같은데, 소설을 읽다 보면 실제로 있었던 것만 같다. 딱 그렇게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쓰여진 글이다.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는데도.


소설은 영화처럼 펼쳐진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이 시간이 지나 영화로 만들어질 것을 짐작했을까 혹은 기대했을까. 그냥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인 건데 이런 작품으로 나온 것일까. 읽는 재미와 만든 이의 재미를 추측해 보는 일로 나는 매번 즐겁다. 게다가 슬쩍슬쩍 건드려 주면서 놓치지 말라고 경고하는 인간성의 자각까지 하게 한다. 오로지 오락만으로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니라는 듯한 메시지까지 전해 주면서. 


정치와 경제와 개인의 욕망과 명예의 상관 관계. 누구는 돈을 벌고 누구는 권력을 얻고 누구는 사랑을 이루고 또 누구는 죽기도 하고.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게, 긴긴 인류의 역사가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살고 있다는 게, 너나 할것없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게, 그걸 알면서도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고 다듬으며 살고 있다는 게 온통 신기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사는 게 본성이고 살아 남는 게 생명의 윤리라고는 해도 가끔은 벅차게 혼란스럽다. 


침니스는 영국에 있는 어떤 저택을 가리킨다. 이곳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어서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이 죽고 사람들이 비밀을 찾아내는데, 여러 번 빗나가는 내 추리가 도로 흥미로웠다. 그래,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니지.


배틀 총경이 말없이 수사를 하는 작품이다. 말없는 사람의 진지한 표정은 상당히 믿음직하다. 읽는 입장에서도.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나는 게 더없이 좋은 요즘 같은 때에는. (y에서 옮김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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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의 중국식당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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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자란 곳을 떠나 살고 있는 이들의 마음에는 어떤 아픔이 남아 있을까. 돌아가고 싶어도, 혹은 돌아갈 수 있어도 돌아가지 않는 그 숨겨진 의지에는 어떤 그리움이 병이 되어 있을까. 허수경의 이번 산문집을 읽으면서, 이건 그녀의 시집으로서의 또다른 모습이다 여기면서 그녀가 애써 숨기려 하는 깊은 병을 엿보았다. 어쩌면 그 병이 내게도 아주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면서. 작가는 지금 독일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시인이 무슨 이유로 고고학을 공부하는 것일까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으나 그 공부로 인하여 나는 그녀가 더 넓고 더 깊은 시들을 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번 산문집만 보더라 해도 일상적인 삶 속에서는 건질 수 없을 것 같은 귀한 느낌들이 알알이 담겨 있었으므로.

길을 떠난 시인, 길을 나선 지는 오래라고 하는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시인. 마음은 어지럽고 사랑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지나간 어느 인연 하나에서도 놓여 나지 못하는 사람.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지만 가슴이 뜨거워서 마음이 여려서 끝내 눈 감고 돌아서지 못하는 사람. 나는 왜 자꾸만 그녀를 닮으려고 하는 나 자신을 나무라고 있는지 모르겠다. 닮으라는 것인지, 닮지 말라는 것인지 그조차 모르겠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시처럼 편지처럼 시인의 마음이 펼쳐져 있다. 더러는 마음 반 쯤 가려 놓고 있기도 하다. 그것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시인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 멀리, 내가 살고 있는 이 땅과 내가 지금 살아 있는 이 시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그녀의 마음을 열고서야 읽을 수 있다. (y에서 옮김200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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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포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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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로의 친구인 헤이스팅스가 남미에서 런던으로 돌아와 함께 사건을 풀어 나가는 이야기다. 헤이스팅스는 결혼을 하고 아내를 남미에 두고 온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것이 후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빅 포. 네 명의 거물을 뜻한다. 그것도 세계 각지를 기반으로 하는. 1인자 중국인, 2인자 미국인, 3인자 프랑스인, 4인자는 영국인. 이 넷이 세계를 지배하는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데 푸아로가 막아낸다는 이야기다. 작가는 이번 이야기에서 거대한 배경을 그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읽는 내 입장에서는 좀 엉성하기도 했고 맥빠지는 기분이 자주 들었지만. 비슷한 영화를 이미 많이 봤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보다 이 책을 먼저 봤더라면 감탄했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시작하는 쪽에서는 늘 부족한 면을 품고 있게 마련일 것이다. 완전한 작품으로 가는 길목을 먼저 열어 주는 셈이니까. 푸아로의 회색 뇌세포를 움직이는 활동력이나 헤이스팅스의 순수한 용기는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근사했지만 빅 포의 넷에 대한 과장된 묘사는 억지스러운 면이 더러 있었다. 이 중에 4인자에 해당하는 영국인의 활약만 유독 돋보였고 남은 셋은 말만 엄청난 듯 했지 실제로 보여 주는 면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영화나 소설로 상상해 보는 일이지만 정말 세계를 지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거기에 실행까지 도모해 보는 사람은? 혼자서는 힘들 테니, 돈 많은 이와 기술 높은 이와 행동 빠른 이가 뜻을 모은다면, 그런데 그러려고 해도 또 그 안에서 힘의 차이가 생기는 건 아닐까? 그러다가 또 자기들끼리 싸우고? 원래 권력욕이라는 게 그런 속성을 품고 있는 것이니까. 우선은 내가 갖고 싶어 힘을 합쳤다가도 내 것을 더 크게 키우기 위해서는 배신도 쉽게 할 수 있는..... 이 소설에서는 여기까지 나아가지도 못하고 푸아로에게 다 잡히고 말지만.

 

이런 배경을 가진 영화나 소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의 욕망 한 곳에 소유욕이나 지배욕이라는 것이 깊이 있게 자리잡혀 있다는 뜻이겠다. 저마다 품고 있는 크기가 다를 뿐, 없을 수는 없겠지. 그래도 자신과 이웃을 망치게 만드는 욕망만큼은 키우지 않도록 할 수는 없을까, 생각해 봐도 이대로 영영 그런 건 없을 것 같아 책 읽은 뒷맛이 쓰다. (y에서 옮김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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