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마의 수도원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9
스탕달 지음, 원윤수.임미경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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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책의 무엇이 나를 이토록 끌어당겼는지 도무지 말로 풀어 낼 수가 없다.

 

파르마라는 도시가 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접경 지역이다. 소설을 읽기 전에, 적어도 2권을 읽기 전에 지도를 봤더라면 주인공들의 이동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훨씬 많이 되었을 텐데. 이제라도 이렇게 보고 익혔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탈리아를 좋아했다는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쓴 소설이다. 앞서 1권에서는 나폴레옹의 전투를 알고 싶게 만들더니 2권에서는 이탈리아 통일 과정을 알고 싶게 한다. 세계사에서 배운 것 그 이상으로, 당시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살고 꿈꾸고 목숨을 던졌는지를.

 

대공-공작- 후작-백작-자작-남작.(이 체계도 이번에 야무지게 기억하면서 읽었다. 이 글 올리고 난 뒤에 다시 잊어버리고 말지도 모르지만.) 소설로 짐작한다면 그 사회에서도 계급이라는 것은 참 애매하게 운영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돈을 주고 살 수도 있었고, 높은 계급에 있는 사람이 선물로 줄 수도 있었다니. 게다가 계급이 높다고 재산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고, 받는 연금보다는 상속 재산이 훨씬 가치가 있었던 모양이니, 이건 뭐 체계적인 것도 아니고 합리적인 것도 아니고 뭐 이런 경우가 있나 싶은 지경까지 있었는데, 이게 소설에 그치는 것인지 역사에 남아 있는 것인지 좀더 책을 읽어 봐야 할 것만 같다.(이런 의욕이 이 책에 대한 나의 집중도를 높였던 것일까?)  

 

주인공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뭘 그리 사랑한다고 그토록 허우적대는 것인지. 그럴 수 있기는 한 걸까,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하는 것으로 일생을 거두는 삶. 그렇게 간절하고 그렇게 보고 싶고 그렇게 애가 타고 그렇게 행복하고......그게 하루이틀사흘, 한달두달세달이 아니라 일년이년삼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그 감정을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아무래도 사랑을 모르는 것일까.

 

돈이 있고 시간이 있으면 사람들이 무얼 하고 싶은 것인지, 우리나라 사람이든 남의 나라 사람이든 비슷한 모양이다. 모여서 떠들고 먹고 마시고 노는 문화가 생겨난다는 것. 그러려면 옷도 예쁘게 입어야 할 것이고, 집도 예쁘게 꾸며 놓아야 할 것이고, 그림도 걸어 놓아야 할 것이고, 음악도 울려야 할 것이고, 맛있는 요리도 내놓아야 할 것이고......

 

이 책, 참 혼란스럽다. 영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아닌데, 머리속이 아주 많이 흔들려 버렸다. 이게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점차 뿌듯해지고 있어서 자꾸만 설레게 된다. 파르마 때문인지, 고전문학의 힘 때문인지 도통 모르겠다. (y에서 옮김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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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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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가족의 비극 하나와 농담 하나를 이용해 만든 소설이라고 한다. 시작은 비극 하나, 농담 하나였겠지만 읽는 나는 작가가 확장시켜 놓은 세계에 반하고 말았다. 비극은 처절했어도 무섭지 않았고 농담은 경쾌했지만 진중했다. 내가 기대하고 응원하는 작가의 솜씨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여 퍽 흐뭇한 마음으로 읽었다.


우리 땅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어 하와이에 사진 신부로 간 젊은 여성이 있다. 그녀가 도착하기도 전에 남편이 될 남자는 이미 죽어버렸고 고난의 생은 계속된다. 소설은 이 여성의 생을 간접적으로 띄엄띄엄 보여 준다. 소설 속 각 장의 첫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의 자신이 쓴 책이나 인터뷰로, 남은 자녀들의 대화로. 읽는 입장에서는 좀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넘기는 책장은 책장대로, 소설 속 시간은 또 시간대로 그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과정을 몇 차례 되풀이하고, 제시해 놓은 가계도가 외워질 때까지 부지런히 확인해야 했으니까. 물론 나는 번거로움보다 호감이 점점 더 커졌으므로 읽는 즐거움이 더욱 늘어나고 있었고. 


이렇게 간접적인 방식이 아닌 직접적인 방식, 즉 주인공인 심시선의 생을 시간 순서로 펼쳐 보였더라면, 그래서 그녀가 겪은 무수한 고난의 삶을 충실하고 적나라하게 그려 놓았더라면, 그녀가 살았던 시대의 끔찍하고도 지긋지긋한 배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더라면, 아마도 나는 이 소설을 대충 읽고 말았을 것이다. 그때는 그러했으려니 하면서. 작가는 이 대목을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는 구성 쪽을 택했다. 대놓고 말로 전하는 것도 중요하고 의미있겠지만 말 너머 또는 말 뒤에 있을 의도와 진실과 바람의 힘과 가치를 체험해 보라는 듯이. 그리하여 작가의 의도에 뜻을 맞춘 나는 충분히 넘치도록 체험하고 읽어낼 수 있었다. 고단했던 평생의 삶, 살아남기 위해 갖고 있어야 했던 치열한 의지와 어떤 사람도 함부로 다루지 못하도록 자유로운 영혼을 지키고자 한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 주인공 심시선의 삶을 끌어모아 읽는 동안 나는 세상의 어떤 개인도 역사와 사회와 정치와 국가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슴 아리는 체험이었다.     


소설은 심시선의 삶만 그리는 게 아니다. 심시선의 딸과 아들과 그들의 자손인 손자손녀까지 3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또 그들대로 자신만의 세상을 펼쳐 보인다. 이로움을 주는 면과 해를 끼치는 면까지, 저마다 처한 상황에서 맞는 세상의 정면과 뒷면과 때로는 납득할 수 없는 옆면과 숨겨져 있는 어둠의 저편까지. 나는 작가가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이어 놓은 세상의 여러 고리들에 감탄하며 읽었다. 이렇게 치밀하고도 밀도 높은 구성이라니. 우리 사회의 갖가지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들을 어떤 것은 돋보이도록 어떤 것은 슬쩍 지나가도록 또 어떤 것은 겹쳐 놓으면서 더욱 긴장하도록 각각의 인물들에게 배경으로 깔아 놓은 것이다. 어떤 사람도 소홀하게 읽지 말라며, 어떤 사람의 생도 그냥 넘기지 말라며. 우리는 누구나 이들 중의 한 사람으로 살고 있는 셈이라는 듯이. 나오는 인물들을 모조리 좋아하는 마음으로 읽기는 이 소설이 처음인 듯 싶다.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삶, 평범한 이야기가 얼마나 비범한 것인지 이제는 안다. 내 남은 생의 목표는 평범한 인생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심시선의 가족 중 누군가는 항상 내 옆에 있어 줄 것만은 믿을 수 있어 괜찮겠다. (y에서 옮김202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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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시블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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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까지 진지해질 수 있는 것일까. 얼마나 호흡을 천천히 하면 시간의 마디마디, 공간의 틈새까지 머물러 살필 수 있을까. 작가처럼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작가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풍요로울까, 아닌가, 그만큼 보이는 게 많아져서 도리어 성가시게 될까?

 

진지한 만큼 재미를 느끼면서 읽었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의 시각으로 본다는 게 좀 낯설기도 했지만(너무 오래 전에 잊어버린 감각이라) 소설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꽤나 똑똑해야 할 듯하다. 내게 이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이만큼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했으리라 싶으니까. 중학생들의 세상이라는 게 일본이나 우리나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이해가 쉬운 점도 있었고, 전학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의아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한낱 어린 학생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라고 혹은 입으로 말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어른이든 어린이든 저마다 생의 무게를 갖게 되리라. 나이가 어리다고 가벼운 것도 아닐 테고, 나이가 많다고 무겁기만 한 것도 아닐 테고, 남들은 쉽게 지나치는 것처럼 보여도 당사자에게는 엄청 애써서 건너는 생의 다리가 될 수도 있고, 내 것인 삶조차 내가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 노릇인데 하물며 남의 것은 함부로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왜 그렇게 어렵게 사느냐고, 왜 그렇게 힘들게 견디느냐고, 왜 그렇게 무모한 것이냐고, 왜 그렇게.......    

 

이 작가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을 무척 소중하게 다루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좋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모든 것들과 내가 맞이하는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게 된다. 사소한 물건 하나도, 그 물건에 얽힌 기억도, 그 기억을 나눈 사람까지, 내가 살고 있는 영역을 동그랗게 확장시키면서 품어 보게 해 준다.

 

하루카가 사토루와 우애 있게 자랐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1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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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의 작게 걷기 - 유명한 곳이 아니라도 좋아, 먼 곳이 아니라도 좋아
이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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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한 곳을 그림으로 보여 주는 컨텐츠, 낯선 모습은 아니다. 여행이라는 목표에 글 대신 그림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다가서는 과정이 독자로서는 매력적이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특히나 여행도 못하고 있고 그림은 더더욱 못 그리는 사람에게는 아주. 글이야 아주 조금 정도는 쓸 수 있을 것으로 여겨서. 그림보다는 글이 더 쉽게 느껴질 수도 있고.


재미있게 보았다. 대단하지 않은 장소를 대단하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다녔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단하게만 보였다. 관찰이라는 게 보통 어려운 활동이 아님을, 더더군다나 야외 관찰을 잘 하지 못하는 나는 안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고. 


내 몸으로 다니는 여행 말고, 누군가 이렇게 친철하게 알려주는 여행 이야기만으로 나는 만족한다. 글도 좋은데 그림까지 그려서 보여 준다면야. 작가가 살고 있는 평범한 동네라고 해도 내게는 낯선 곳, 가 본 적이 없으니 신기한 곳, 글과 사진만으로가 아닌 어여쁜 그림으로 다정하게 전해 주는 동화책 속 같은 풍경들. 재능 기부가 이런 게 아닌가 한다. 


책은 품절이다. 빌려서 읽은 것이 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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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2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12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만큼 가까이 -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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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쓰는 글의 소재나 배경의 원천이 궁금할 때가 많다. 어디에서 가져오는 걸까? 상상? 경험? 추측? 대체로 이들의 혼합이기는 하겠지만 소설가가 되기 전까지의 어떤 경험은 언젠가는 소설로 써야 할 사명감을 안겨 주기도 한다던데. 장차 소설가가 되겠노라고 다짐하면서 겪는 일상도 아닐 것이고, 누구나 겪는 과정을 특별한 글로 만들어 내는 특별한 소질이 있는 사람이 소설가가 되는 것이겠지. 소설은 소설이고 현실은 현실이라고 해도 어느 만큼은 현실을 바탕으로 또 어느 만큼은 소설적 장치를 썼다는 것을 독자로서 모르는 바도 아니고.   

 

젊은 날의 이야기다. 아직 젊은 작가 축에 속하는 작가인데 더 젊고 어린 날을 그려 내고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그런 젊은 날의 사건들을, 끝내 잊지 못할 자신만의 특별한 젊은 날로 만들어 놓은 이야기. 이 이야기를 따라 독자들은 또 저마다의 젊은 날로 이끌려 들어가겠지. 그때 그 시절에 나는 누구와 함께였고, 누구와 갈등을 겪었으며, 누구를 엄청나게 미워하기도 하고 엄청나게 그리워하기도 했으며, 떠나고 싶었던 곳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고 도달하고 싶었던 곳을 가득 그리면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날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나이가 되어 주기만을 바라면서.  

 

잘 읽힌다. 장편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았다. 글은 동영상 자료로 상징적인 대목을 앞세운 뒤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 계속 바뀌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삶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아간 듯 달라진 듯 보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부분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기도 한다. 이만큼 가까이 있었나 싶었다가도 저만큼 멀어져 있더라는 것이지. 첫사랑, 그건 또 뭐라고, 그렇게 허탈하게 스러지고 말 것을.

 

이 작가의 글은 경쾌하게 읽혔다가도 끝내 스산하게 덮이고 만다.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라 다행이다. (y에서 옮김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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