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 기행 2 -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편 유럽 도시 기행 2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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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이 책에 나오는 도시 이름이다. 작가가 여행담을 들려 주는 도시 넷. 이 가운데 나는 앞의 세 도시에 가 보았다. 가 보았을 뿐,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은 지극히 적다. 그마저도 내가 가서 보았다는 기억인지 사진으로 기억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것이 아닌 다른 이의 자료에서 얻은 기억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이라는 게 내게는 이런 것인 모양이다. 가 보았다는 기억의 있고 없음.

글은 좋고 만족스럽다. 네 도시에 대해 온통 내가 모르는 것들을 익히는 기분이다. 분명히 내용의 일부는 그곳에서 직접 들었을 것이고 다른 경로로 접하기도 했을 것인데 작가의 글로 처음 보는 듯이. 내가 가진 장점 중의 하나, 기억력이 모자라서 들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 그래서 홀로 뿌듯해진다는 점. 곧 잊어버린다는 점은 무시하고.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보람 없이, 아무 의도 없이, 멍하게 돌아다니는 여행도 있을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 얻지 못하면 억울하다는 듯 손해라는 듯 매달린다. 그런 때가, 그런 마음으로 떠돌던 여행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질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생각을 오갔다. 다녀온 보람이 있는 건가, 굳이 안 가도 되었던 건가 오락가락하면서.

내가 직접 가 본다고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전문가가 달리 전문가가 아닌 셈이다. 그러니 가서 본다고 해도 준비해야 할 몫은 따로 있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들고 이 책에 있는 내용을 짚으면서 작가가 안내하는 경로로 따라가 보는 여행 같은 일. 확인하는 재미도 있고 거듭 읽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꼭 좋다고만, 꼭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다시 가고 싶은 생각까지는 들지 않고 이 책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이대로도 좋았다.

시간이 흐르고 이 책을 읽었다는 기억마저 아득할 즈음, 이 책으로 네 도시를 다시 여행하려고 한다. 내가 가는 것보다 나을 여정임을 믿는다.(y에서 옮김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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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라이프 2 - 매일 함께 산책편
타카기 나오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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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작가. 아이와의 일상을 고스란히 그림과 글로 보여 주고 있는데 참 재미있다. 옛날 내가 겪었던 생활이 작가의 에피소드를 따라 줄줄이 떠오르는데 힘들었다는 기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애틋하기만 하다. 그래, 그랬지, 내 아이와 나는 그때 그랬었지...


일본의 엄마와 한국의 엄마는 아이를 대하는 데에 좀 다른 면이 있을 것이고 요즘 일본의 어린이집 사정과 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의 어린이집 사정은 아주 많이 다르지만 기본 맥락은 같이 흐른다. 아이를 돌보는 엄마, 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 아이를 보살피는 일이 지극히 힘들어도 아이의 웃음에 금방 회복되는 엄마. 아이로서의 기억은 전혀 없고 엄마로서의 기억만 있으니 아무래도 나는 엄마 편이 될 수밖에 없구나.   


만화를 통해 육아의 모습을 그려 보이다 보니 힘들었다는 장면들은 대체로 생략되어 있다. 아이가 어른의 의도대로 자라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어른은 없을 것이고 일과 육아를 같이 하는 엄마에게는 남편이나 주변 어른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는 것도 다 알 것이고. 만화는 그저 유쾌하고 즐거운 생활 모습을 보여 준다. 보는 마음이 절로 놓이도록.


그림 속에도 나와 있지만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만화를 그려야 하는 생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작가는 아마도 계속 이 생활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y에서 옮김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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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1 -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편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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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이스탄불, 로마, 파리를 유시민 작가와 걸었다. 작가의 아내는 사진으로 함께 했다. 4번의 여행을 한 느낌, 충분하다.


아테네는 가 본 적이 없다. 갈 생각이 아직은 없다. 이스탄불과 로마와 파리는 하루에서 이틀 정도 머물러 있어 보았다. 작가의 말처럼 후다닥 점만 찍으면서 돌아다녔다. 그래도 로마와 파리는 여름과 겨울에 각각 두 번씩 가 본 곳이라 짧은 느낌만은 아니다. 그런데 또 갈 생각은 아직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네 곳에 안녕(헤어지는)이라고 인사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책은 재미있었고 작가는 내가 기대하는 만큼의 생각을 펼쳐 놓았다. 아주 짧은 시간에 내가 느꼈던, 그러나 분명하지 않았던 비호감의 원인들이 작가의 말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비슷했던 모양이다. 비슷한 불편과 비슷한 실망과 비슷한 한탄들. 똑같지는 않았겠지만, 어쩌면 작가의 생각이 근사해 보여 나도 그때 그랬을 것이라고 마구 갖다붙이는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또 가고 싶은 곳은 아닌데...... 심지어 파리까지도. 


도시 하나를 제대로 구경하는 데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답이 없는 문제이리라. 어떤 도시는 한나절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고 어떤 도시는 평생을 살아도 다 모른다고 하니. 저마다의 관심과 갖고 있는 역량으로 파악하고 품고 내치고 할 뿐이겠지.


작가는 각 도시마다 그 도시가 생기기 시작한 배경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역사와 문화와 정치와 예술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수밖에. 이런 저런 자료나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이렇게 정리하다시피 되어 있는 글을 읽으니 내게도 도움이 된다. 로마 편에서는 읽다가 중단하고 있는 콜린 매컬로의 <시월의 말 2,3>을 읽어야겠다는 생각, 파리 편에서는 <전쟁과 평화 2,3,4>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고. 하나를 알았다 싶으면 더 알고 싶은 건 늘 하나 이상이 된다.   


2권도 같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테다.(y에서 옮김20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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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2 조선 천재 3부작 1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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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우리는 붓글씨 수업을 자주 받았다. 붓, 먹, 벼루, 화선지 같은 필기구도 만났고 먹물로 옷에 얼룩을 묻혀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삐뚤빼뚤 줄 긋기부터 한글, 한자를 쓰는 재미도 얻었다. 방학숙제로 붓글씨를 써서 제출하는 재주를 부리기도 했다. 대회에 나간다거나 특별한 보상을 받았던 기억이 없는 것으로 보아 나는 붓글씨에 어떤 소질도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내가 좋아서 쓰고 놀았던 셈이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는 붓을 잡은 적이 없으니 거기까지 그대로 추억으로 남은 한 시절의 모습이다. 내가 붓글씨를 꽤나 잘 썼고 이후로도 가까이 해 왔다면 나는 이 책을 다른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을까? 지금보다는 덜 서운할까? 추사의 생애보다 추사의 글씨보다 추사의 흔적보다 내가 얻지 못한 능력 때문에 아쉬워진 마음이 크다. 나만 소중한 게지.


추사체, 참으로 유명한 말이다. 글씨 이름에 호를 넣을 만큼. 나는 이 소설로 조선 시대 말기 양반의 삶을 보았다. 가문도 벗들도 개인의 능력도 충분하였으나 왕권을 중심으로 적이 된 쪽으로부터 핍박을 받고 유배까지 당했던 양반. 학문도 깊고 글씨도 잘 써서 이름까지 널리 날렸던 양반. 아내는 두 명, 첩은 한 명, 양자와 서자를 두었던 학자이자 정치가이자 예술가인 아버지의 삶. 많은 부분은 예측이 되었고 어떤 점은 생소했던 양반의 이야기. 작가의 냉철한 문체는 추사를 향한 내 시선을 깊이 끌어당기기도 했고 멀리 물리치기도 했다. 이 작가의 글이 아니었다면 안 읽었을 수도 있고. 나는 추사에게 그다지 호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래저래 조선 말기라는 시대적 배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싶지 않은 탓도 컸다. 


과천에 추사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예산에는 추사의 고택과 기념관이 있다고 한다. 나는 모르고 있었고 지금으로서는 가 볼 예정도 없다. 내 탓이 아닌 누군가의 탓을 괜히 하고 싶다. 책을 읽은 눈맛의 끝이 매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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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3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03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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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만 보다가 끝내 사고 만 마르틴 베크 시리즈 두 권의 책 중 하나. 잘 보았다. 그래서 흐뭇한 기분이다.


소설은, 소설 속 세상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1960년대 스웨덴이라고 해도 흐뭇하지 않고 답답하고 울화가 치민다. 세상이 더럽고 치졸할수록 베크 경감이, 콜베리가, 군발드가 대단히 매력적이며 믿음직한 형사로 여겨지게 되는데, 이 또한 작가의 글솜씨가 뛰어난 데서 오는 상반된 느낌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에나, 내가 경찰 편이 되다니, 그것도 이토록 절실한 마음이 들도록.


스톡홀름이 아니라 덴마크의 인접 도시인 말뫼라는 곳의 호텔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그것도 목격자가 여럿 있는 곳에서 대놓고 권총으로 사람을 쏜 뒤 사라졌다는 범인.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먼저 희생자의 흔적을 찾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다양하고 문제점이 많다. 세상에는 정녕 죽어야 할 사람이 있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고 그래서는 안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소설은 스웨덴의 온갖 사회적 문제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이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스웨덴에 흥미와 호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가진 문제점이나 단점을 겉으로 드러낼 수 있으려면 이를 인정할 줄 아는 용기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건데, 이만큼 스웨덴의 사회가 건강하고 열려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범죄, 마약, 미혼모, 실업, 차별.. 등등의 어떤 문제에서 비롯되든. 심지어는 경찰을 향해 국민들이 던지는 비웃음의 정도마저도. 


제목부터 그랬다. 소설 안에 포타티스모스의 뜻이 나와 있다. 경찰이 경찰 노릇에 자부심과 사명감만 당당하게 가질 수 있는 사회이기만 해도 좋으련만. 아니다, 경찰만이 아니다. 교사도 공무원도 판사도 검사도 의사도 자영업자도 배달원까지도. 정치가나 기업가는 들먹일 순서도 아니겠고. 우리가 언제부터 서로를 향해 이렇게나 나빠진 시선을 보내고 있었단 말인지.   


사 놓은 책이 내게 한 권 남아 있고,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시리즈 마지막 한 권이 아직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기다릴 일이 생겼다. (y에서 옮김20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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