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인생 한입 31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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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제1화 길거리 음주와 제13화 나만의 유행어. 소다츠의 술을 향한 애절하고도 간절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술이라는 게 잘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신 뒤에, 즉 취한 뒤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니 그저 사랑하기만 해서 될 일은 아닌 탓이다. 주인공인 소다츠는 많이많이 마시는 쪽이라기보다는 날마다 즐겨 마시는 쪽이라고 보는 게 더 적당할 듯하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유쾌하게 마시든 혼자 고즈넉하게 마시든.  


이제는 이 만화를 보는 내가 취하는 경지에 이른 즐거운 기분이 든다. 하루에 한 편씩? 하루에 한 잔씩처럼. 그러다가 어느 날은 여러 잔을 마시듯 여러 편을 보고. 술꾼은 술을 마시면서 다음에 마실 술을 기대할 것이고 나는 이 만화를 보면서 다음에 볼 만화책을 기대하고 있고. 시리즈 전 권을 구해 다 읽고 난 뒤에는 아무 권이나 뽑아서 다시 봐도 괜찮으리라는 기대감까지 갖고서. 이미 마신 술을 잊었듯이 나도 이미 읽은 에피소드는 잊고 말았으니.


이번 책에 여행지로는 파리가 등장한다. 파리에서 술을 맛본 이야기와 일본에 있는 카구라자카라고 프랑스 요릿집을 탐방하고 술을 마신 이야기. 그런가, 본국에서 술맛을 보고 오면 국내의 낯선 가게에서도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겠지. 탐구하는 대상이 무엇이든 따르는 태도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얻을 수 있다면, 나에게 좋고 또 남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경험은 많을수록 삶이 풍부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y에서 옮김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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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 코미디언 무어 씨의 문화충돌 라이프
이안 무어 지음, 박상현 옮김 / 남해의봄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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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의 책도 있고,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읽을수록 빠져드는 경우의 책이 있다. 이 책은 내게 단연 후자다.


작가는 영국의 코미디언이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사람이라는데, 그 코미디가 어떻게 공연하는 것인지 약간 짐작이 되기는 한다. 서서 하는 코미디 토크쇼 정도? 영국에서는 이런 형식의 쇼가 자리잡혀 있는 모양이다(프랑스에서는 아니고). 행동보다는 말을 위주로 하는 코미디 쇼일 테니 우리의 토크 콘서트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그게 구체적으로 궁금한 것은 아니고. 무엇보다 코미디언이 이 책을 썼다는 데 내가 감동했다(우리에게도 이런 코미디언 작가가 나와 주기를 기대하면서). 작가의 직업이 코미디언이어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내가 유머에 약하다 보니 더 끌려들었을지 모르겠다. 읽는 내내 혼자 실실거렸고, 모처럼 즐거운 기분을 누렸다.    


작가는 영국인이고, 아내는 프랑스인. 아들만 셋. 영국에서의 복잡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 프랑스의 한갓진 시골 생활을 꿈꾸며 시골에 집을 얻어 여러 종류의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그 과정이 여간 재미있고 유쾌해 보이는 게 아니다. (물론 이건 나처럼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이고, 실제로 살고 있는 작가는 내내 투덜투덜 불평 투성이다. 나라면 이렇게는 못산다.ㅎㅎ) 작가는 아내를, 아들들을 참 사랑하는 사람이다. 어지간한 사랑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데 다 받아준다. 세상에나, 이런 남편이 또 있을지. 


영국이나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데에 의외의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의 선진국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 있겠지' 하는 그 '이 정도'의 수준이 내 예상과 꽤 다르게 보인 것이다.(이것도 내가 갖고 있는 편견 중의 하나) 영국이라는 나라에서의 삶은 빌 브라이슨의 최근 책으로 정보를 좀 얻은 덕분에 상상만큼 편리하거나 세련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 책으로 프랑스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알게 된 바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던 프랑스의 좋은 인상은 주로 홍세화의 글에서 받은 것이었는데 이 책으로 많이 바뀐 셈이다(안 좋은 쪽으로). 그곳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랑 별 다를 바 없다는 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고 한편으로는 실망스럽기도 했다.(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고, 사람이라는 게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점, 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작가와 작가의 가족들이 건강한 삶을 오래 누리게 되기를 빈다.  (y에서 옮김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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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만두 웅진 우리그림책 98
백유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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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은 목련대로 어여쁘고 만두는 만두대로 맛있는데 둘을 합쳤다. 맛있는 음식이 되고 나누는 마음도 예쁘다. 작가의 의도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예쁜 마음으로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살면 어떠하겠느냐고. 오해도 갈등도 시기도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어려서 배우는 이 예쁜 마음을 어른이 된 후로도 오래오래 간직하고 살 수 있으려면? 이런 그림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서야? 싶어 뒤늦은 후회가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조금씩 챙기고 산다면 남은 날들이 어느 정도는 따스한 기운을 얻지 않을까?


몰라서 생기는 오해, 몰라서 미워하고 두려워하는 그릇된 착각. 이 책을 보는 아이는 구별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그저 다 스스럼없지 않나? 철이 들면서 구별을 하고 경계를 하고 비교를 하고 경쟁을 하고 그리고 멀어지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러니 이 그림책은 해맑은 아이들보다 관계에 찌들어 있는 어른들이 먼저 봐야 하는 게 아닐까? 


봄은 멀리 있고, 내 삶과 다소 동떨어져 있는 세상의 바깥에는 혼란스럽고 무서운 일들이 끝도 없이 벌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있고 누군가는 목숨을 빼앗고 있고. 이 그림책의 동물 친구들만큼도 못되는 인간의 욕망이 한탄스럽다. 


그래도 세상을 견디게 하는 힘을 이 책으로부터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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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30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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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후기에 산뜻한 말이 나온다. ‘술과 여행과 시가 평생의 친구라는 말’. 말만 보고 있으면 어쩐지 흐뭇해진다. 이렇게 살 수 있다면…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사는 게 아주아주 좋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을 안다. 대강 집 없이 산다는 뜻(집이 있어도 자꾸 떠나는 병을 앓고 있을 것이고)일 테니, 그러저럭 낭만은 있어 보이겠으나 뭔가 고달플 것만 같고 외로울 게 분명하기도 할 것이고. 얻지 못하는 사람은 동경으로, 비슷하게 이루고 있는 사람은 위로로 삼을 말이 아닌가 싶은데. 


만화 속 소다츠는 딱 이 말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일을 하는 동안 내내 출장을 다니고 집을 나가서든 집 안에 있든 늘 술을 마시며 매번 하이쿠까지 멋지게 만들어 내고 있다. 만화 속 주인공이기는 해도 부러워할 만한 사람이 여럿 있을 것 같다. 나는, 부럽다기보다는 신기하고 대단해서 궁금해지는 편이다. 어떤 안주로 어떤 술을 어느 장소에서 얼마나 더 계속 마실 것인가. 아무리 보고 있어도 취하지 않는 장점까지 충분히 누리면서.


따끈한 술이라는 것. 이제야 한번 마셔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른다. 겨울이라서 그런가. (y에서 옮김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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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7
잭 케루악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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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다. 이 글을 쓰기 전에 1권 리뷰를 어떻게 써 놓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찾아 읽어 보았다. 작년 5월에 올려 두었는데, 그때는 이 책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가 보다. 어째, 이런 일이. 이번에 이 책은 참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 달 리스트에 올려두고, 오늘을 마지막 날로 잡았는데, 책이 두꺼워 마음 속으로 걱정도 했는데, 막상 읽고 보니 절반만 본문이고 뒤쪽 절반은 해설이다. 덕분에 수월하게 끝냈다. 그래서 그랬던가, 책이 영 마음에 드는 것이. 혹 직전에 분노의 포도를 읽은 탓은 아니었을까. 작년보다 미국이라는 땅과 책이 쓰인 시대에 대해 좀더 알게 된 것이 이 책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 준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나는 이 책이 괜찮았고, 최근에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까지 전해 들은 바, 영화도 봤으면 싶은 생각까지 든다. 미국 땅을 편하게 구경할 수 있을 테니. 


책을 읽으면서 1권을 읽을 때와의 공통점을 다시 느낀다. 내 안의 '충동 혹은 방황'과 '안정'으로의 욕구. 이전 리뷰를 보니, 방황에 대해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 놓은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것이 이번에는 살짝 마음이 끌리는 게 신기하다. 내가 결혼을 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십 대 때 읽었더라면, 나도 충동적인 욕구에 흔들릴 수 있었을까. 그래서 불쑥 떠나볼 수 있었을까.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런 궁리를 하고 있는 내가 마음에 들어서 모처럼 흐뭇한 휴일이었다. 실제로 나서지는 못할지라도-나는 이미 지나치게 안정적인 사람이 되어 버렸고, 불편을 감수할 만큼 적극적이지도 못하며,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은 느리고 게으른 아줌마이므로-마음 한 켠 살짝 흔들리는 긴장이 괜찮았던 탓이다. 


다만 지금, 지나치게 방황하고 있는 우리의 청년들에게 이 책을 떳떳이 권할 수 없음이 미안하다. 그들에게는 슬픔이나 좌절의 농도를 더 짙게 만들어주는 일이 될까 봐.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할 수 없음, 그것이....  (y에서 옮김201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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