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 코미디언 무어 씨의 문화충돌 라이프
이안 무어 지음, 박상현 옮김 / 남해의봄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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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의 책도 있고,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읽을수록 빠져드는 경우의 책이 있다. 이 책은 내게 단연 후자다.


작가는 영국의 코미디언이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사람이라는데, 그 코미디가 어떻게 공연하는 것인지 약간 짐작이 되기는 한다. 서서 하는 코미디 토크쇼 정도? 영국에서는 이런 형식의 쇼가 자리잡혀 있는 모양이다(프랑스에서는 아니고). 행동보다는 말을 위주로 하는 코미디 쇼일 테니 우리의 토크 콘서트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그게 구체적으로 궁금한 것은 아니고. 무엇보다 코미디언이 이 책을 썼다는 데 내가 감동했다(우리에게도 이런 코미디언 작가가 나와 주기를 기대하면서). 작가의 직업이 코미디언이어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내가 유머에 약하다 보니 더 끌려들었을지 모르겠다. 읽는 내내 혼자 실실거렸고, 모처럼 즐거운 기분을 누렸다.    


작가는 영국인이고, 아내는 프랑스인. 아들만 셋. 영국에서의 복잡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 프랑스의 한갓진 시골 생활을 꿈꾸며 시골에 집을 얻어 여러 종류의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그 과정이 여간 재미있고 유쾌해 보이는 게 아니다. (물론 이건 나처럼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이고, 실제로 살고 있는 작가는 내내 투덜투덜 불평 투성이다. 나라면 이렇게는 못산다.ㅎㅎ) 작가는 아내를, 아들들을 참 사랑하는 사람이다. 어지간한 사랑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데 다 받아준다. 세상에나, 이런 남편이 또 있을지. 


영국이나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데에 의외의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의 선진국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 있겠지' 하는 그 '이 정도'의 수준이 내 예상과 꽤 다르게 보인 것이다.(이것도 내가 갖고 있는 편견 중의 하나) 영국이라는 나라에서의 삶은 빌 브라이슨의 최근 책으로 정보를 좀 얻은 덕분에 상상만큼 편리하거나 세련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 책으로 프랑스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알게 된 바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던 프랑스의 좋은 인상은 주로 홍세화의 글에서 받은 것이었는데 이 책으로 많이 바뀐 셈이다(안 좋은 쪽으로). 그곳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랑 별 다를 바 없다는 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고 한편으로는 실망스럽기도 했다.(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고, 사람이라는 게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점, 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작가와 작가의 가족들이 건강한 삶을 오래 누리게 되기를 빈다.  (y에서 옮김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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