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휘의 속삭임 문학과지성 시인선 352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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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쓰지 않는 낱말을 만나면 곧바로 뜻을 확인한다. 시집에서 만났을 때 특히. 제목에 쓰인 광휘라는 말, 아름답게 눈부시게 빛나는 것을 이르는 말인 모양인데 아주 낯설다. 제목에서 받는 낯선 느낌 만큼 시 안의 세상도 낯설다. 시집이 나온지도 오래 된 편이고 시인의 연세도 높은 편이라 그런가?(이유가 꼭 이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지금 내가 있는 여기에서 뚝 떨어져 있는 것만 같다. 어렸을 때부터 알아 왔던 이름의 시인이기는 한데......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여겨져도 쉬운 의도가 아니고, 어렵게 느껴져도 답답하기만 한 것은 아닌데 개운하지 않은 독서다. 이럴 때 짐작할 수 있는 이유, 내 쪽의 상황, 내가 지금 시를 읽을 만큼 한가한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는 점. 시는 왜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하는가? 억울한 마음으로 묻는다.  

세 편에서 세 대목을 얻는다. 이만큼도 큰 성과다. 세상은 늘 망하는 쪽으로만 기울고 있는 것인지.(y에서 옮김20241224)

이미 망한 세상에서 우리는

이미 망한 줄도 모르고 살고 있는

여지없이 망한 인생임에 틀림이 없다 - P12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 P17

어른거리는 시간의 얼굴

바람의 움직임을 깊게 한다.

그림자들

어른거려

바람의 움직임은 깊다.

슬픔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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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세상 - 사르르, 디저트의 역사 달콤한 세상
빅토리아 그레이스 엘리엇 지음, 노지양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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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를 별로 먹지 않는다. 눈으로 보는 쪽을 더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다. 밥을 먹은 후에 더 먹는다는 게, 입가심으로든 소화를 돕는 일이든, 나로서는 부담스러워 안 먹는 게 낫다. 다른 사람이 맛있고 예쁜 디저트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괜찮다. 여러 모로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해서.

책은 만화의 형식으로 디저트의 역사를 알려 준다. 차례가 따로 나와 있지 않아서 읽으면서 등장하는 디저트를 정리해야 한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브라우니, 도넛, 파이, 젤리, 쿠키, 마카롱. 모두 8종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마카롱이다. 입으로 먹는 맛 때문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색색깔의 맛 때문이다. 이렇게나 예쁜 디저트라니, 변하지만 않는다면 모아서 진열해 놓고 두고두고 보고 싶다. 

만화를 이용해서 어린이들에게 학습을 시키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 의도는 성공했을까? 이 책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사회와 과학 공부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게, 재미있게 읽고, 얻은 정보를 익히면서 공부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또 각각의 디저트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을 알게 된다면 대화를 나누는 데에도 수월할 듯 싶다. 아는 게 많은 사람이라는 인상도 남기면서.  

다만 쉽게 읽히는 만화가 아니었다는 말은 하고 싶다. 많은 자료를 한껏 요약해 놓은 터라 화려한 그림 사이에 담긴 정보를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디저트든 음식이든 세계사든 과학이든 더 자세한 내용을 탐구할 수 있는 동기를 얻는다면 정녕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로서는 더 이상 공부는 못하겠고, 읽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에 남아 있지도 않아서 보았구나 할 수 있을 뿐이겠다. 달콤한 디저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어린이에게 무척 권하고 싶은 책이다. (Y에서 옮김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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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자의 차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6
연여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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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양장이다. 크기는 작은 편이다. 이 출판사의 핀 시리즈로 나온 책 중 하나이고 표지의 격이 느껴진다. 책값도 여기에서 비롯될 듯. 소설의 양을 책값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내 마음에 퍽 들지 않지만 비교가 저절로 된다. 소설값이 아니라 책값인 것만 같아서, 작가의 창작력 값이 아니라 출판사의 편집값이 더 큰 것만 같아서 느껴지는 거북한 비교. 

소설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작가의 글에 마음이 쓰이는 나의 이 무게감이 좋다. 좋아하는 작가가 늘어나는 것은 내게 새롭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 우주 하나를 얻는 일이니까. 나의 귀한 시간과 바꿔도 좋을 만큼의 가치를 가진 대상이니까.

다만 책 제목이 어렵다. 제목 탓에 선뜻 들어서기가 힘들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읽다 보면 부적격자가 어떤 사람인지, 차트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만 이 말 자체로부터 매력을 얻지는 못했다. 더 많은 독자를 끌어 들일 수 있을 제목이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만큼 나는 소설이 좋았다. 이렇게 좋은 마음은 나눌수록 풍요로워지는 것이니까.

소설은 2692년에 일어나는 일을 배경으로 한다. 그때가 언제일까, 환생하고 또 환생해서 살아보게 되나, 살게 되면 나도 실무자가 되나, 그런 삶도 삶이려나, 산다는 게 정말 무엇일까... 영화로 소설로 이미 본 SF 장면들이 수시로 내 생각을 드나들었고 소설은 재미와 한숨을 번갈아 부르면서 흘렀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상상은 어떤 식으로든 현실의 나와 내 삶을 돕는다. 돕기 위해 하는 것이 상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살기 위하여, 잘 살기 위하여, 제대로 살기 위하여, 그저 살기 위해서라도. 소멸로 가는 길이 삶의 여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산다. 상상의 도움을 받기까지 하면서.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기억하고 잊기를 되풀이하면서.

생존과 자유라는 지극히 무거운 주제에 나를 빠뜨려 본다. 혼란스럽지만 또 즐겁다. 나는 아직 살아 있는 존재라는 증거일 테니. (y에서 옮김202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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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1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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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책은 발간된 것 모두를 사게 되지 싶다. 한꺼번에 읽지 말고 띄엄띄엄 읽어야지. 한 잔 하고 싶어질 때면, 좋을 때나 슬플 때, 나를 격려할 일이나 축하할 일이 생길 때, 남들은 진짜로 마시는 술을 나는 그림으로 마셔야지, 푸슈~.

 

흑백으로 된 그림인데도 맛있게 보이는 것은 작가의 능력일까, 독자인 내 마음의 능력 덕분일까. 드라마에서 본 장면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술집의 배경이나 여자 주인공의 표정, 입맛 다시는 모습, 기대에 찬 독백 등이 그림 사이로 고스란히 살아난다. 그림을 보면서도 현실을 본다고나 해야 할까. 같은 내용의 만화와 드라마의 경우 서로를 간섭하는 게 양쪽 모두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둘다 좋다는 인상을 준다. 잘된 일이다. (y에서 옮김 201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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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In the Blue 11
문지혁 지음 / 쉼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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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받기 전에 이 책을 빌려서 본다. 내가 읽은 적이 없는 작가의 글이라 예습하는 기분으로 보는데 뭔가 싱숭생숭하다. 이게 좋은 느낌인지 불편한 느낌인지 확인이 안 된다. 낯설어서 그런 건가, 자꾸 읽어 보면 나아지려나? 자꾸 읽고 싶어지게 될까? 물음들만 거느리며 책장을 넘겼다.

책은 사진과 그림과 글로 이루어져 있다. 소재와 주제와 배경은 모두 뉴욕이다. 작가의 뉴욕 사랑이 결실로 맺힌 것인가 싶다. 좋아하지 않고서는 이만큼이나 정성을 담을 수 없을 테니. 내가 늘 바라는 바 하나, 이만큼의 정성을 쏟고 싶은 대상을 하나 만나는 일, 그게 무엇이든, 아직은 못 찾았다. 이 부러움으로 책을 본다. 뉴욕이 아니라 뉴욕을 향한 작가의 마음을 따라서. 

뉴욕은 내게 먼 관광지 중의 한 곳이다. 가고 싶은 곳도 아니다. 대신 책으로는 짬짬이 가 본다. 기분 충분할 정도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과 그곳 이야기를 전해 주려는 사람이 워낙 많이 있으니 나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최근에 읽은 뉴욕 배경의 소설까지도 있었고. 이 책 속의 사진들은 예전에 읽은 뉴욕 사진보다 훨씬 현실감이 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뉴욕의 어느 거리에 투명인간이 되어 서 있다가 움직였다가 돌아나오다가 하는 기분을 맛보았다. 길을 잃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다.

다른 여행기와의 차이점이 하나 보인다. 먹을 것에 대한 사진이나 자료가 많지 않다. 먹으러 다니는 여정보다 헤매는 여정이 돋보인다고 해야 하나. 걷고 생각하고 찾고 정신차리고 다짐하고 깨닫고. 작가를 따라다니는 여행이 쏠쏠하게 재미있다. 나는 또 따라하고 싶어진다. 안 할 것이면서.

아쉬운 점, 글의 분량이 적다. 적을 만해서 그런 줄은 알겠는데 내게는 모자란다. 읽을 소설이 있다. 다행이다.(y에서 옮김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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