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휘의 속삭임 문학과지성 시인선 352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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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쓰지 않는 낱말을 만나면 곧바로 뜻을 확인한다. 시집에서 만났을 때 특히. 제목에 쓰인 광휘라는 말, 아름답게 눈부시게 빛나는 것을 이르는 말인 모양인데 아주 낯설다. 제목에서 받는 낯선 느낌 만큼 시 안의 세상도 낯설다. 시집이 나온지도 오래 된 편이고 시인의 연세도 높은 편이라 그런가?(이유가 꼭 이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지금 내가 있는 여기에서 뚝 떨어져 있는 것만 같다. 어렸을 때부터 알아 왔던 이름의 시인이기는 한데......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여겨져도 쉬운 의도가 아니고, 어렵게 느껴져도 답답하기만 한 것은 아닌데 개운하지 않은 독서다. 이럴 때 짐작할 수 있는 이유, 내 쪽의 상황, 내가 지금 시를 읽을 만큼 한가한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는 점. 시는 왜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하는가? 억울한 마음으로 묻는다.  

세 편에서 세 대목을 얻는다. 이만큼도 큰 성과다. 세상은 늘 망하는 쪽으로만 기울고 있는 것인지.(y에서 옮김20241224)

이미 망한 세상에서 우리는

이미 망한 줄도 모르고 살고 있는

여지없이 망한 인생임에 틀림이 없다 - P12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 P17

어른거리는 시간의 얼굴

바람의 움직임을 깊게 한다.

그림자들

어른거려

바람의 움직임은 깊다.

슬픔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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