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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자의 차트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6
연여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평점 :
책은 양장이다. 크기는 작은 편이다. 이 출판사의 핀 시리즈로 나온 책 중 하나이고 표지의 격이 느껴진다. 책값도 여기에서 비롯될 듯. 소설의 양을 책값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내 마음에 퍽 들지 않지만 비교가 저절로 된다. 소설값이 아니라 책값인 것만 같아서, 작가의 창작력 값이 아니라 출판사의 편집값이 더 큰 것만 같아서 느껴지는 거북한 비교.
소설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작가의 글에 마음이 쓰이는 나의 이 무게감이 좋다. 좋아하는 작가가 늘어나는 것은 내게 새롭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 우주 하나를 얻는 일이니까. 나의 귀한 시간과 바꿔도 좋을 만큼의 가치를 가진 대상이니까.
다만 책 제목이 어렵다. 제목 탓에 선뜻 들어서기가 힘들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읽다 보면 부적격자가 어떤 사람인지, 차트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만 이 말 자체로부터 매력을 얻지는 못했다. 더 많은 독자를 끌어 들일 수 있을 제목이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만큼 나는 소설이 좋았다. 이렇게 좋은 마음은 나눌수록 풍요로워지는 것이니까.
소설은 2692년에 일어나는 일을 배경으로 한다. 그때가 언제일까, 환생하고 또 환생해서 살아보게 되나, 살게 되면 나도 실무자가 되나, 그런 삶도 삶이려나, 산다는 게 정말 무엇일까... 영화로 소설로 이미 본 SF 장면들이 수시로 내 생각을 드나들었고 소설은 재미와 한숨을 번갈아 부르면서 흘렀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상상은 어떤 식으로든 현실의 나와 내 삶을 돕는다. 돕기 위해 하는 것이 상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살기 위하여, 잘 살기 위하여, 제대로 살기 위하여, 그저 살기 위해서라도. 소멸로 가는 길이 삶의 여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산다. 상상의 도움을 받기까지 하면서.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기억하고 잊기를 되풀이하면서.
생존과 자유라는 지극히 무거운 주제에 나를 빠뜨려 본다. 혼란스럽지만 또 즐겁다. 나는 아직 살아 있는 존재라는 증거일 테니. (y에서 옮김202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