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인생 한입 6
라즈웰 호소키 지음, 이재경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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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다 보내고 잠자리에서 펼쳐 보는 이 만화, 상당히 마음에 든다. 단지 눈으로만이 아니라 마치 입으로 한 잔 마시는 듯하다. 온갖 화려한 안주에, 실제로는 한번 본 적도 없는 술들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술집에서 주인공 옆에 끼어 앉아 마시는 듯한 착각, 취하지만 않을 뿐, 취하는 기분만큼은 고스란히 느끼면서.


이번 호에서는 안주로 해산물이 많이 등장한다. 섬나라 일본이니 아무래도 해산물 재료가 많을 것이고, 요리도 많을 것이다. 해산물을 밥 반찬으로만 먹는 나로서는 술과의 기막힌 조합을 알 수는 없지만 짐작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이렇게 챙겨서 먹는단 말이지. 그러고 보면 술꾼들이 맛있는 것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밖에서 보는 술집의 안주들이 그토록 맛있어 보이는 것도 그렇고. 


소다츠가 읊어 놓은 하이쿠 중에 하나를 골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몇 권 즈음에 이르러야 지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식의 사소한 재미는 빨리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으로 술맛을 얻는 일, 요즘의 내게는 참으로 고마운 호사일 따름이다. (y에서 옮김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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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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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무척 빠져 들었다가, 그 책이 마냥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후로 천천히 알게 되었다. 작가의 성향도 작가의 가치관도 작가의 역사관도 비판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임을 여러 사람들의 글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그 책에 나타나 있는 이런저런 사관에 대해 내가 뭐라고 말할 정도는 못되고, 그저 이 책 말고 좀더 읽어야 할 때에 이른 것이구나 할 즈음에 이 책을 만났으니, 역시 나에게 올 책은 결국 오는 모양이다.  

 

로마의 일인자 세트를 사서 먼저 1권을 읽었다. 아주 낯설지 않은 이름들이 보이기는 하는데, 이들의 관계나 내용들이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로마인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던 것에 비해 남은 기억이 없으니 이 책을 읽는 마음이 신선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째 영 씁쓸하다. 이래서야 읽은 게 읽은 건가, 하는 한심함도 좀 있고 나날이 떨어지는 기억력이 애달프기도 하고, 똑같은 책만 내내 읽어도 달라지는 게 없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생기고.(그냥 그렇다는 것일 뿐, 그래도 나는 이 책에 이어지는 책들을 다 읽을 생각이니까.)  

 

마리우스, 카이사르, 술라, 유구르타, 메텔루스. 1권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인물들이다. 이제 1권을 끝냈으니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흥미진진하다. 이미 지나간 역사라, 그리고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해 비슷한 책들을 읽었던 탓에 몇몇 인물들과 관련된 사건과 에피소드는 기억에 남아 있지만 이렇게 생생하고 자세하게 보여 줄 정도라면 잔뜩 기대가 된다.    

 

이름이 자꾸 겹치는 데에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내 기억력으로는... 그래도 읽다 보면 또 금세 빠져들게 되니, 글이 재미있는 것인지 로마가 흥미로운 것인지 둘다인지 모르겠다.

 

이 천년 전 일이다. 늘 생각하는 바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거기나 여기나 어떤 부분에서는 전혀 달라진 게 없는 것만 같다. 특히 권력을 잡는 과정이나 욕망과 관련해서는. 과연 역사를 통해 배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한 것인지. 오히려 권력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역사의 그릇된 면을 더 열심히 배우고 활용하는 것만 같으니(요즘의 우리나라 상황을 비추어 보건대). 들킬 때 들키더라도 욕심 채우고 싶을 만큼 채우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나 망할 때 망하더라도 할 수 있는 동안 온갖 부패와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보면. 

 

나는 또 현실에서 느끼는 피곤함을 역사 속 진실의 승리로나마 위로받으려고 할지 모르겠구나.(y에서 옮김20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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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5
라즈웰 호소키 지음, 이재경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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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구성에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내용이 이어지는 술 마시는 만화책을 줄곧 읽고 있는 나. 하루 일과를 마친 후 피로를 푼다며 술 한 잔으로 마감하고 사는 직장인의 기분을 고스란히 느낀다고 해도 좋을지. 입으로 마시는 대신 눈으로 마신다는 차이만 있을 뿐 마시고 취하는 기분은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착각까지 하면서. 만화니까, 짧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가볍고 산뜻하게 와 닿는 것이리라. 고단한 일상을 달래 주기에 술 한 잔만한 게 달리 없다고 하는 사람들 편에 서서. 

 

이번 편에는 주인공이 우리나라의 서울에서 술 마시는 일화가 실려 있다. 우리의 술과 안주에 대해, 술을 마시고 술값을 지불하는 형태에 대해, 술집의 분위기에 대해 등등. 우리에게는 익숙하나 외국인에게는 다소 낯설고 당황스러울 모습들이 꽤나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요즘 우리나라를 방문하거나 이미 살고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우리의 문화 이모저모를 탐방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 덕택에 다른 문화와 비교하는 재미가 어떠한지 알고 있어서 좀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만히 따져 본다. 술 한 병을 사서 마시는 것과 이 만화책 한 권을 사서 보는 것. 나로서는 아무래도 후자가 이득이다. 각종 술뿐만 아니라 안주까지 푸짐하게 나와 있고 무엇보다 읽어도 읽어도 취하지 않으니까. 아닌가, 취하기도 하나? 그래서 취한 맛에 계속 구해 보는 것이려나? (y에서 옮김20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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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망한 사랑
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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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고 살고 또 산다. 죽을 때까지. 죽고 나면 알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야 했는지를. 사는 일을 무겁지 않다고 여기고 싶지만 그럴 때마다 무겁게 느끼게 되는 문제가 생기고 하나를 풀고 나면 두세 개의 문제가 따르고 하나도 못 풀어도 대여섯 개의 문제가 닥친다. 풀어도 삶은 흐르고 못 풀어도 삶은 지나간다. 죽을 때까지. 견디고 버티고 원망하다가 포기했다가 다시 체념하면서 받아들인다. 사는 건 다 이래, 누구나 다 이래, 정말 그럴까? 


소설은 모두 9편. 젊은 화자들의 처지가 고루 애달프다. 암담해서 가여운데 평범해서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느 시대 어느 곳의 청춘이 수월하게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 삶이 지나가는 흐름의 안에서는 내가 못한 것, 내게 모자란 것, 나의 억울한 것, 내 불행들만 잡히는 듯하다. 남의 것까지 내 것처럼 여기도록. 소설은 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소설이라는 양식이 이런 일을 다루기에 아주 적절하다는 듯이. 나는 지나버린 내 청춘을 쓰다듬어 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있고 책임이 있고 돈이 있고 돈이 없고 빚이 생기고 빚을 갚는다. 언젠가부터 소설에서 사랑을 남녀 간의 것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데에도 신경이 쓰인다. 남자와 남자도 사랑을 하고 남자와 여자도 사랑을 하고 여자와 여자도 사랑을 한다. 작가는 경계를 짓지 않는다. 나는 아직 좀 낯설게 느끼고 있고 읽으면서 갸웃거린다. 내 편견을 자꾸 확인하는구나, 이 시절에도. 사랑도 고달프고 돈도 지긋지긋하다. 메마를 수가 없는 소재다, 소설에서는.  


김지연이라는 소설가를 얻는다. 내 몫의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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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1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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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대표작이라고도 하고, 얼마 전에 영화로도 나와서, 영화를 먼저 볼까 책을 먼저 볼까 궁리하다가 책을 먼저 택한 것. 영화가 3부작 중 1편이라고 했으니 책을 한두 권(모두 6편이 나와 있고) 읽고 보면 진도가 맞으려나 생각을 했는데. 


1권의 도입이 쉽지 않았다. 낯선 용어를 익히고 먼먼 미지의 세상을 떠올리면서 읽어야 해서 나는 숨가빴지만 책장은 좀처럼 넘어가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그만두었을 텐데, 두껍고 비싼 책이라는 것이 나를 오히려 사로잡았고, 조금만 넘어서면 수월해지리라는 딸의 권고에 인내심을 가졌던 게 잘한 일이 되었다. 그래, 모름지기 낯선 세상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우주 하나가 그냥 열려 주리라는 기대를 하면 안 되지. 절반에 이르면서 제대로 빠져들고 있다. 비록 첫 권에 불과하지만. 


현실에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이들은 평소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까. 이 장르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내 의문인데, 소설 속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겠지만 신통하고 오묘하다는 인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을까 하여. 대체로 적응하는 일에 몰두하는 나같은 사람과 달리 지금과 다른,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면서 실현시켜 보고자 하는 이들의 의지가 발현된 것이라고 추측을 해 본다. 인류 역사 속 또 한 쪽의 선구자들일 것이라고.  


소개 자료를 찾아 봤더니 작가는 1920년생, 처음 듄이 나온 해가 1963년이라고 한다. 이른바 냉전 시대다. 이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글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인간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간다고 해도 권력을 얻기 위한 욕심과 전쟁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존재인 것일까. 그런 것도 같다. 인간 수명과 자원의 한계라는 조건 아래에서는 어쩔 수 없을 듯하니. 


책 1권을 봤으니, 이제 영화 1편을 볼 차례인가.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을 책 속 인물들과 연결시켜 보니 기막힐 정도로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전문가가 괜히 전문가가 아닌 게지. 특히 폴과 제시카 역할을 맡은 배우가 아주 멋있다. 고단한 현실을 잠깐 잊고 싶어도 책과 영화 속에 우리네 현실이 더 잘 녹아 들어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더 어지럽지만 어느 한 쪽도 버릴 수가 없네.  (y에서 옮김20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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