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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1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SF의 대표작이라고도 하고, 얼마 전에 영화로도 나와서, 영화를 먼저 볼까 책을 먼저 볼까 궁리하다가 책을 먼저 택한 것. 영화가 3부작 중 1편이라고 했으니 책을 한두 권(모두 6편이 나와 있고) 읽고 보면 진도가 맞으려나 생각을 했는데.
1권의 도입이 쉽지 않았다. 낯선 용어를 익히고 먼먼 미지의 세상을 떠올리면서 읽어야 해서 나는 숨가빴지만 책장은 좀처럼 넘어가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그만두었을 텐데, 두껍고 비싼 책이라는 것이 나를 오히려 사로잡았고, 조금만 넘어서면 수월해지리라는 딸의 권고에 인내심을 가졌던 게 잘한 일이 되었다. 그래, 모름지기 낯선 세상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우주 하나가 그냥 열려 주리라는 기대를 하면 안 되지. 절반에 이르면서 제대로 빠져들고 있다. 비록 첫 권에 불과하지만.
현실에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이들은 평소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까. 이 장르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내 의문인데, 소설 속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겠지만 신통하고 오묘하다는 인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을까 하여. 대체로 적응하는 일에 몰두하는 나같은 사람과 달리 지금과 다른,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면서 실현시켜 보고자 하는 이들의 의지가 발현된 것이라고 추측을 해 본다. 인류 역사 속 또 한 쪽의 선구자들일 것이라고.
소개 자료를 찾아 봤더니 작가는 1920년생, 처음 듄이 나온 해가 1963년이라고 한다. 이른바 냉전 시대다. 이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글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인간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간다고 해도 권력을 얻기 위한 욕심과 전쟁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존재인 것일까. 그런 것도 같다. 인간 수명과 자원의 한계라는 조건 아래에서는 어쩔 수 없을 듯하니.
책 1권을 봤으니, 이제 영화 1편을 볼 차례인가.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을 책 속 인물들과 연결시켜 보니 기막힐 정도로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전문가가 괜히 전문가가 아닌 게지. 특히 폴과 제시카 역할을 맡은 배우가 아주 멋있다. 고단한 현실을 잠깐 잊고 싶어도 책과 영화 속에 우리네 현실이 더 잘 녹아 들어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더 어지럽지만 어느 한 쪽도 버릴 수가 없네. (y에서 옮김2022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