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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망한 사랑
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평점 :
우리는 살고 살고 또 산다. 죽을 때까지. 죽고 나면 알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야 했는지를. 사는 일을 무겁지 않다고 여기고 싶지만 그럴 때마다 무겁게 느끼게 되는 문제가 생기고 하나를 풀고 나면 두세 개의 문제가 따르고 하나도 못 풀어도 대여섯 개의 문제가 닥친다. 풀어도 삶은 흐르고 못 풀어도 삶은 지나간다. 죽을 때까지. 견디고 버티고 원망하다가 포기했다가 다시 체념하면서 받아들인다. 사는 건 다 이래, 누구나 다 이래, 정말 그럴까?
소설은 모두 9편. 젊은 화자들의 처지가 고루 애달프다. 암담해서 가여운데 평범해서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느 시대 어느 곳의 청춘이 수월하게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 삶이 지나가는 흐름의 안에서는 내가 못한 것, 내게 모자란 것, 나의 억울한 것, 내 불행들만 잡히는 듯하다. 남의 것까지 내 것처럼 여기도록. 소설은 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소설이라는 양식이 이런 일을 다루기에 아주 적절하다는 듯이. 나는 지나버린 내 청춘을 쓰다듬어 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있고 책임이 있고 돈이 있고 돈이 없고 빚이 생기고 빚을 갚는다. 언젠가부터 소설에서 사랑을 남녀 간의 것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데에도 신경이 쓰인다. 남자와 남자도 사랑을 하고 남자와 여자도 사랑을 하고 여자와 여자도 사랑을 한다. 작가는 경계를 짓지 않는다. 나는 아직 좀 낯설게 느끼고 있고 읽으면서 갸웃거린다. 내 편견을 자꾸 확인하는구나, 이 시절에도. 사랑도 고달프고 돈도 지긋지긋하다. 메마를 수가 없는 소재다, 소설에서는.
김지연이라는 소설가를 얻는다. 내 몫의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