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인생 한입 30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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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후기에 산뜻한 말이 나온다. ‘술과 여행과 시가 평생의 친구라는 말’. 말만 보고 있으면 어쩐지 흐뭇해진다. 이렇게 살 수 있다면…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사는 게 아주아주 좋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을 안다. 대강 집 없이 산다는 뜻(집이 있어도 자꾸 떠나는 병을 앓고 있을 것이고)일 테니, 그러저럭 낭만은 있어 보이겠으나 뭔가 고달플 것만 같고 외로울 게 분명하기도 할 것이고. 얻지 못하는 사람은 동경으로, 비슷하게 이루고 있는 사람은 위로로 삼을 말이 아닌가 싶은데. 


만화 속 소다츠는 딱 이 말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일을 하는 동안 내내 출장을 다니고 집을 나가서든 집 안에 있든 늘 술을 마시며 매번 하이쿠까지 멋지게 만들어 내고 있다. 만화 속 주인공이기는 해도 부러워할 만한 사람이 여럿 있을 것 같다. 나는, 부럽다기보다는 신기하고 대단해서 궁금해지는 편이다. 어떤 안주로 어떤 술을 어느 장소에서 얼마나 더 계속 마실 것인가. 아무리 보고 있어도 취하지 않는 장점까지 충분히 누리면서.


따끈한 술이라는 것. 이제야 한번 마셔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른다. 겨울이라서 그런가. (y에서 옮김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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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7
잭 케루악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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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다. 이 글을 쓰기 전에 1권 리뷰를 어떻게 써 놓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찾아 읽어 보았다. 작년 5월에 올려 두었는데, 그때는 이 책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가 보다. 어째, 이런 일이. 이번에 이 책은 참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 달 리스트에 올려두고, 오늘을 마지막 날로 잡았는데, 책이 두꺼워 마음 속으로 걱정도 했는데, 막상 읽고 보니 절반만 본문이고 뒤쪽 절반은 해설이다. 덕분에 수월하게 끝냈다. 그래서 그랬던가, 책이 영 마음에 드는 것이. 혹 직전에 분노의 포도를 읽은 탓은 아니었을까. 작년보다 미국이라는 땅과 책이 쓰인 시대에 대해 좀더 알게 된 것이 이 책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 준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나는 이 책이 괜찮았고, 최근에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까지 전해 들은 바, 영화도 봤으면 싶은 생각까지 든다. 미국 땅을 편하게 구경할 수 있을 테니. 


책을 읽으면서 1권을 읽을 때와의 공통점을 다시 느낀다. 내 안의 '충동 혹은 방황'과 '안정'으로의 욕구. 이전 리뷰를 보니, 방황에 대해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 놓은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것이 이번에는 살짝 마음이 끌리는 게 신기하다. 내가 결혼을 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십 대 때 읽었더라면, 나도 충동적인 욕구에 흔들릴 수 있었을까. 그래서 불쑥 떠나볼 수 있었을까.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런 궁리를 하고 있는 내가 마음에 들어서 모처럼 흐뭇한 휴일이었다. 실제로 나서지는 못할지라도-나는 이미 지나치게 안정적인 사람이 되어 버렸고, 불편을 감수할 만큼 적극적이지도 못하며,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은 느리고 게으른 아줌마이므로-마음 한 켠 살짝 흔들리는 긴장이 괜찮았던 탓이다. 


다만 지금, 지나치게 방황하고 있는 우리의 청년들에게 이 책을 떳떳이 권할 수 없음이 미안하다. 그들에게는 슬픔이나 좌절의 농도를 더 짙게 만들어주는 일이 될까 봐.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할 수 없음, 그것이....  (y에서 옮김201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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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국을 말하다
장강명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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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한 편 만족스럽게 읽었다. 기획도 소재도 주제도 참여한 작가까지 어느 한 요소 모자라는 것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2024년이 혹은 이 시기가 이렇게 정리되어 있다니, 소설 독자로서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고마울 따름이다. 


소설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갈등 구조를 갖추고 전개되는 작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문제점을 다룰 수밖에 없다. 시대 상황적인 문제, 인간 관계 사이의 문제, 한 사람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내적 갈등의 문제 등등,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려는 의도로 쓰여진 글일 테니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닌데. 이 책에 담긴 21편의 글도 21가지 이상 지금 우리의 삶에 퍼져 있는 문제들을 각각의 소설 작품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인데. 너무 잘 아는 기분이라 오히려 아쉬움이 들었다. 


소설 한 편을 읽고 넘길 때마다 마음을 베고 지나가는 글의 기운을 느꼈다. 떨렸고 쓰라렸고 억울했고 슬펐다.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게 축복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좋은 듯 싶다가도 주저앉게 되고 바라는 듯 싶다가도 절망적이 되고 마는 숱한 현실의 모습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베푸는 자나 도움을 받는 자나 왜 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고 짚어 보게 만드는 어려운 현실의 조건들. 그리고 이것들을 가지각색의 빛깔로 담아 놓은 소설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온통 문제 투성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퍽 아름답고 살 만한 세상이라는 것도 안다. 문제적 요소, 그것도 해결하기에 더없이 아득하고 까마득하며 답답한 요소들을 다룬 문학 작품들을 읽고 있으면 이 요소들만큼이나 읽는 마음도 힘들다. 21가지의 힘든 상황에 대한 글 대신 21가지의 괜찮고 바람직한 소재나 주제로 쓰여진 소설집을 만날 수는 없을까? 기획 편집도 작가의 창작도 시도될 만한 요소는 못되는 것일까? 이 책을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읽은 나는 이런 뜬금없는 생각까지도 해 본다. 소설 속 현실로 실제 현실도 긍정적으로 그리고 은혜로움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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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탐구 생활 - ‘진짜 취향’으로 가득한 나의 우주 만들기 프로젝트
에린남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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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보다 나 자신에 대한 탐구를 더 많이 하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며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는지, 또 반대로는 어떠한지에 대해 궁금하게 여기면서 탐색하는 때. 어려서? 나이 들어서? 아니면 영영 안 하나? 못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 본 어린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다. 시키는 대로 살아온 듯하기만 하다. 부모님이 시키고 선생님이 시키고 어른이 시키고 책마저 시키고. 시키는 대로만 살면 되는 것이라고, 굳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그게 편했던 것인데. 그러다가 어느 때부터 이게 아니지 않은가 하는 자각을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내가 누구인가 물어 보면서. 그제서야, 다 자라서, 어른 다 되어서, 어떤 작은 것도 바꿔 나가기 참으로 어려워지고 나서. 

할 수만 있다면 어릴 때부터 이 취향 탐구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아니 해야 할 일이다. 적성, 직업, 결혼과 자녀를 갖는 일에 대한 선택까지 자신의 취향이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쩌면 평생 우리는 자신의 취향과 사귀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잘 사귀고 있으면 행복을 많이 느낄 테고, 못 사귀고 있다면 계속 방황하게 될 것이라. 

그림이 동글동글 귀여운 형태라 즐거운 마음으로 봤다. 독자 입장에서 자신의 취향과 작가의 취향을 비교하고 확인하며 읽는다면 그것대로 재미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몰랐던 본인의 취향을 찾을 수 있다면 퍽 반가울 일일 테고.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자신의 취향을 만나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될 테고.

확인한 내 취향 하나-동글동글 귀여운 그림. (y에서 옮김202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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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29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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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시고 먹는 이야기. 이번 호에서 눈여겨 본 페이지는 ‘산뜻하게’이다. 작가가 자신이 생각하는  ‘산뜻한 것’과 ‘산뜻하지 않은 것’을 나누어 놓았는데 흥미로웠다. 술을 좋아하는 소다츠(혹은 작가 자신)를 생각하는 마음도 잘 나타나 있고 나름대로 내 것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것을 산뜻하다고 혹은 산뜻하지 않다고 여기는 걸까? 이 물음을 두고 답을 떠올려 보는 일 자체가 나에 대한 탐구 과정의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 


각각의 에피소드를 볼 때는 이런저런 말할 거리가 생긴다 싶다가도 어떤 표시를 해 두지 않으면 다음 장에 밀려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이렇게 읽은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는 내 기억력의 한계를 나는 이제 다행스럽게 여긴다. 어쩌면 자꾸 잊어버리고 있으니 읽었던 것을 다시 읽어도 또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일상생활에서 이런 식으로 기억력이 퇴화된다면 걱정거리가 늘어나는 것이겠지만 아직 이런 징조는 안 보이니 이 또한 다행이고.   


상대가 누구든지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좋아하는 음식과 술을 마시는 정취는  언제 보아도 흐뭇한 모습이다. 사사로운 걱정거리는 있어도 큰 시련은 없는 처지여야 할 것이고 일상을 유지할 만큼 경제적 조건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고 남들에게 밉상이 될 만큼 잘못 처신하지는 않았어야 함께 할 수 있을 테니.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장면일수록 만화를 통해서라도 자꾸 봐야겠다. 이 정도가 큰 낙이다. (y에서 옮김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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