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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국을 말하다
장강명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평점 :
한 편 한 편 만족스럽게 읽었다. 기획도 소재도 주제도 참여한 작가까지 어느 한 요소 모자라는 것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2024년이 혹은 이 시기가 이렇게 정리되어 있다니, 소설 독자로서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고마울 따름이다.
소설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갈등 구조를 갖추고 전개되는 작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문제점을 다룰 수밖에 없다. 시대 상황적인 문제, 인간 관계 사이의 문제, 한 사람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내적 갈등의 문제 등등,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려는 의도로 쓰여진 글일 테니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닌데. 이 책에 담긴 21편의 글도 21가지 이상 지금 우리의 삶에 퍼져 있는 문제들을 각각의 소설 작품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인데. 너무 잘 아는 기분이라 오히려 아쉬움이 들었다.
소설 한 편을 읽고 넘길 때마다 마음을 베고 지나가는 글의 기운을 느꼈다. 떨렸고 쓰라렸고 억울했고 슬펐다.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게 축복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좋은 듯 싶다가도 주저앉게 되고 바라는 듯 싶다가도 절망적이 되고 마는 숱한 현실의 모습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베푸는 자나 도움을 받는 자나 왜 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고 짚어 보게 만드는 어려운 현실의 조건들. 그리고 이것들을 가지각색의 빛깔로 담아 놓은 소설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온통 문제 투성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퍽 아름답고 살 만한 세상이라는 것도 안다. 문제적 요소, 그것도 해결하기에 더없이 아득하고 까마득하며 답답한 요소들을 다룬 문학 작품들을 읽고 있으면 이 요소들만큼이나 읽는 마음도 힘들다. 21가지의 힘든 상황에 대한 글 대신 21가지의 괜찮고 바람직한 소재나 주제로 쓰여진 소설집을 만날 수는 없을까? 기획 편집도 작가의 창작도 시도될 만한 요소는 못되는 것일까? 이 책을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읽은 나는 이런 뜬금없는 생각까지도 해 본다. 소설 속 현실로 실제 현실도 긍정적으로 그리고 은혜로움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