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술 한잔 인생 한입 29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6월
평점 :
늘 마시고 먹는 이야기. 이번 호에서 눈여겨 본 페이지는 ‘산뜻하게’이다. 작가가 자신이 생각하는 ‘산뜻한 것’과 ‘산뜻하지 않은 것’을 나누어 놓았는데 흥미로웠다. 술을 좋아하는 소다츠(혹은 작가 자신)를 생각하는 마음도 잘 나타나 있고 나름대로 내 것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것을 산뜻하다고 혹은 산뜻하지 않다고 여기는 걸까? 이 물음을 두고 답을 떠올려 보는 일 자체가 나에 대한 탐구 과정의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
각각의 에피소드를 볼 때는 이런저런 말할 거리가 생긴다 싶다가도 어떤 표시를 해 두지 않으면 다음 장에 밀려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이렇게 읽은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는 내 기억력의 한계를 나는 이제 다행스럽게 여긴다. 어쩌면 자꾸 잊어버리고 있으니 읽었던 것을 다시 읽어도 또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일상생활에서 이런 식으로 기억력이 퇴화된다면 걱정거리가 늘어나는 것이겠지만 아직 이런 징조는 안 보이니 이 또한 다행이고.
상대가 누구든지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좋아하는 음식과 술을 마시는 정취는 언제 보아도 흐뭇한 모습이다. 사사로운 걱정거리는 있어도 큰 시련은 없는 처지여야 할 것이고 일상을 유지할 만큼 경제적 조건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고 남들에게 밉상이 될 만큼 잘못 처신하지는 않았어야 함께 할 수 있을 테니.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장면일수록 만화를 통해서라도 자꾸 봐야겠다. 이 정도가 큰 낙이다. (y에서 옮김202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