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코와 술 17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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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소재로 삼은 만화를 번갈아 가면서 쉼없이 보다 보니늘 술에 약간 취해 있는 듯 괜찮은 기분이 든다만화 중독인지 술 중독인지 혼자 헤실거리면서 가늠해 보는데 몰라도 또 괜찮다무슨 상관이람이렇게 사는 날도 있는 것이지나를 한쪽으로 아주 내려놓고 싶은 마음에 너그러워지기로 했다.


이 만화는 젊은 여성 직장인이 하루 일과를 마친 후 홀로 술을 마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그럴 듯한 가게를 찾아서 맛있는 안주와 그에 잘 어울리는 술을 마신다는 에피소드술도 종류별로 등장하거니와 매번 다르게 나오는 안주가 더없이 시선을 끈다술도 안주도 실제로 먹어 볼 생각은 없으면서 나는 그림만으로 충분히 즐긴다상당한 대리만족이다.


현실에서 해낼 수 없는 일을 만화로 대신하는 즐거움무능도 결핍도 원망도 한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보잘것없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삼았다같은 내용의 만화를 뭘 그리도 줄기차게 보고 있는가 하는 물음은내가 나에게 던지는 것이기도 하지만어떤 지속은 스스로를 돌보는 데에 큰 힘이 되기도 한다는 답을 만들어본다궁색하다그런데 부끄러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y에서 옮김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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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16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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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있을 리가 없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나 이 책을 읽는 나나 취해서 정신을 잃는 부작용을 겪지 않은 채로 간접 혼술을 계속 한다. 마셔도 마셔도 변함없이 좋고 함께 곁들이는 모든 안주도 맛나다. 실제로 내가 먹고 마실 수 있는 것은 책 속 종류의 10분의 1도 안 될 것 같은데. 


한번도 책들을 펼쳐 놓고 비교해 본 적은 없지만, 오래 읽어 온 느낌으로 에피소드를 다루는 형식은 같으리라고 여기고 있다. 일을 마치고 홀로 한 잔 하기 위해 찾은 가게, 일 속에서 느꼈던 특별한 감정이나 의문점을 혼자 기울이는 술잔과 더불어 차분하게 해결하는 주인공. 낮은 비록 고단하였으나 밤은 마침내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누구나 바랄 만한 일상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이와 함께 하는 일의 과정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 능력을 갖춘 것이라고 오랫동안 믿고 살았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영역은 무시되거나 희생되는 것도 당연하게 취급받으면서.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시대다. 남들과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혼자 누리는 시간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하여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나 공간이 없는 이는 다른 사람과도 원만하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을.    

가격의 부담 없이, 누구의 눈치도 받지 않고, 내가 먹고 싶고 마시고 싶은 것을 주문해서 즐기는 시간이 선물처럼 주어진다면 좋을 것이다. 주어진다는 상황이 거북하다면 스스로 마련해 보는 것도. 나는 이 만화책을 계속 구해 보려는 것으로 대신하리니.  (y에서 옮김202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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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국 외 - 2008년 제9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애란 외 지음 / 해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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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여러 명이 써 놓은 소설집을 읽고 이렇게 우울함을 느끼기는 처음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어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서글프고 고단하면서 이렇게 살아야만 하나,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말 것을 이렇게 매일매일 아둥바둥 살아야 하나, 무슨 영광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지금 참고 견디면서 내일을 꿈꾸어야 하나.


2008년 수상작품집이니 2007년부터의 우리 시대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우리의 현재 삶의 모습일 텐데, 정말 한 편 한 편 우울하기 짝이 없다. 막연히 사는 게 힘든 모양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거야, 이렇게 기운이 안 나서야... 싶던 것들이 이 책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내 비록 오래 살아온 게 아니지만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인데, 지난 날 아무리 암흑같은 세월이라고 해도 그때는 버틸 무언가가 숨은 빛처럼 우리를 끌어당기고는 있었는데. 


늙어가는 것도 두렵고 죽음 앞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일도 지긋지긋할 것 같다.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어찌 이리도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살아서는 살만하다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하루하루가 그래도 좋은 것이 될 수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계속 살아야만 하나 그리고 왜 살아야 하나 싶어진다면 얼마나 기막힐 것인가. 


이만큼의 집중력을 쏟아 읽기도 어려운데, 또 이만큼 맥빠지는 독서여서 더욱 처량하다. 책 탓이 아니라 시대 탓이라고, 아무리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해도 기운이 되살아나지 않는 독서 후기다. (y에서 옮김200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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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6 (완전판) - 엔드하우스의 비극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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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이라는 게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말이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 돈이 아주 많은 사람들은 살아서 다 못 쓰다 보니 그걸 또 누군가에게 남겨 주려고 하는데, 사고는 항상 그 지점에서 일어난다는 것. 소설에서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내가 모를 뿐 현실에서도 이런 일들이 있기는 한 걸까? 답을 알고 싶을 만큼 궁금한 건 아니지만. 


작가는 오래된 건물을 사건의 배경으로 삼는 걸 좋아한다. 이번에는 엔드하우스라는 집이다. 집 주인은 '닉'이라는 아가씨이고 푸아로 탐정과 헤이스팅스가 등장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한 푸아로의 의도가 실수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 장면에서는 나도 좀 당황했다. 이건 희생자에게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에도 완벽하게 속아 넘어 간 독서가 되고 말았다. 늘 이렇게 잘 속기도 힘든 노릇인데. ㅎㅎ


띄엄띄엄 읽으니 재미있다. 꽤 많은 작품을 읽은 편인데도 지루하다거나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게 대단하게 여겨진다. 작가의 능력이 뛰어난 것일 테지, 설마 내 부족한 기억력 탓은 아니겠지? 읽을 수 있을 때 읽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제 정말 몇 권 남지 않았다. (y에서 옮김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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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15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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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책을 모으는 재미도 있지만 와카코가 보여 주는 분위기에 나 홀로 빠지는 만족도가 아주 크다. 눈으로라도 이렇게 혼술을 즐길 수 있을 줄이야. 술 이름도 술의 적당한 온도도 너무너무 맛있다는 안주까지도 도대체 아는 것은 없지만, 이쯤 되면 직접 마셔 보고 싶은 생각이 들만도 하건만, 나는 눈으로만 마시고 먹는다. 그래서 아무리 과음과 과식을 해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 취하는 맛이 좀 덜한 게 섭섭하기는 해도. 


보고 또 봐도 그 내용이 그 내용이 그 술이 그 술이고 그 안주가 그 안주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매번 쓰는 말이지만 이렇게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다음 편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작가의 능력과 내 호감도 때문일 것이다. 번호 순서대로 꽂아 놓은 책을 보고 있으면 마치 보험처럼 적금처럼 든든하다. 언제 어느 때, 한가로울 때, 혹은 지겨울 때, 아무 권이나 뽑아 볼 수 있으리라 싶어서.


코로나 19로 인한 상황이 통제되고 다시 예전처럼 자유로운 일상을 되찾게 되면 사람들은 또 모여서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혼술의 맛과 기쁨을 알아버린 사람들이 또 그들 방식대로의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어떤 태도를 취하든 이제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답을 예전보다는 찾아낸 사람이 많아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술이든 밥이든 생까지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기를.   (y에서 옮김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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